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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동기와 거시행동』(토마스 셸링, 2006)

 1978년 초판을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번역한 책을 헌책방에서 사놓고 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2006년 개정판을 번역한 책이 나왔다. 말을 들어보니 초판 번역본은 그리 번역이 잘 되어 있지 못해서 읽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번 개정판 번역본은 괜찮으려나 모르겠다. 게임이론을 이해하는데 이 책이 하나의 길잡이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서평을 낸 곳이 다 맘에 안드는 신문사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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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길은 왜 항상 막힐까? (문화, 최영창기자, 2009-07-03)
미시동기와 거시행동 / 토머스 셸링 지음, 이한중 옮김 / 21세기북스 
 
“강연장의 청중은 왜 앞자리에 앉지 않을까.” “왜 반대편 차선에서 일어난 사고가 교통체증을 유발할까.” 각종 강연회장에 가 보면 대다수 사람들이 앞자리에 앉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대학교 강의실이나 직장에서 사내 교육을 받을 때도 되도록이면 앞자리를 피하려 한다. 운전자들이 반대편 차선에서 일어난 사고 광경을 조금이라도 쳐다보기 위해 속도를 줄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저마다 단 10초간 사고 광경을 보기 위해 속도를 늦춘 결과 교통지체로 10분을 허비하게 됐다면, 결국 9분50초는 호기심에 지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은 잘한 일일까.
 
‘게임이론의 대가’로 지난 200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저자는 책에서 누구나 살다가 한두 번 이상 겪어봤을 사례들에 대해 설명을 시도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행정부에서 마셜플랜(유럽부흥계획)의 입안과 실행에 참여했던 저자는 예일대와 하버드대 교수를 거쳐 현재 메릴랜드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자는 ‘1945년 이후 발간된 책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저서’ 중 하나로 선정된 ‘갈등의 전략’(1960)을 통해 제시한 게임이론으로 경제학자와 정치학자는 물론, 미 정부의 대외안보 전략 수립과 실행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저자에 따르면 게임이론은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의 가능성 중에서 더 나은 선택이 있을 때 개인들의 합리적인 선택은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점을 연구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1978년 초판이 나온 뒤 지난 2006년 개정된 책은 ‘갈등의 전략’과 함께 저자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저서다. 선구적인 연구성과를 담아 1970년대 판 ‘괴짜경제학’으로도 불린다. 본격적인 게임이론서는 아니지만 이 책의 주제가 모든 행동 시스템의 특징으로 상호의존적 결정, 즉 사람들은 서로 영향을 끼치며 서로에게 적응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게임이론서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청중이 강연장 앞자리를 비워놓은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모두가 되도록이면 뒷자리에 앉고 싶어 한다거나 모두가 다른 누군가의 뒤에, 즉 강당 맨 뒤가 아니라 단지 다른 사람 뒤에 앉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 또 혼자 떨어져 앉아 있다가 눈에 띄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결혼식에서처럼 모두가 다른 청중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저자가 예를 든 가설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의 일상은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관통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오히려 사람들은 서로 영향을 끼치며 서로에게 적응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은 이처럼 사람들 각각의 사소한 의도와 행동이 다른 사람들의 행동 및 환경과 결합해 예상치 않은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저자가 자녀들과 함께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팀의 경기를 보러 갔을 때 발견한 ‘악의 없는(의도하지 않은) 선호’의 결과물인 인종이나 계층 분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러 드러나게 차별을 한 것도 아닌데 저자 자신도 모르게 피부색과 억양, 행동, 옷차림 등이 비슷한 사람들이 꽉 찬 곳에 앉아 있었다는 것. 책은 교통 혼잡, 인구 밀도, 커피의 희소성, 다수표의 규모 등 현실에서는 흔히 벌어지지만 우리가 미처 그 이유를 생각하지 못한 현상들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체계와 모델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게임이론에서 개개인의 작은 동기와 선택은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커다란 현상으로 발전한다. 이 점에서 카오스이론의 토대가 된 ‘나비효과’와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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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사례로 풀어낸 경제학 (서울경제, 장선화 기자, 2009/07/03 15:59:03)
■ 미시동기와 거시행동/토머스 셸링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교통체증이 심각한 구간의 길을 확장하면 신속하게 통과할 수 있지만 다시 병목구간을 만나면 기존의 병목구간 행렬과 겹쳐져 더 복잡해진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보존법칙(Principal of Conservation)’이라고 한다. 병목현상을 한 곳만 해결하면 교통문제를 해결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을 말한다.
 
2005년 노벨경제학을 수상한 토머스 셸링은 우리 주변의 낯익은 일상을 사례로 들어 경제학의 복잡한 이론과 법칙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게임이론의 대가’로 불리는 그는 정통 경제학을 넘어 사회학ㆍ심리학ㆍ정치학 등을 분석대상으로 삼아 경제학의 외연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이론은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의 가능성 중에서 더 나은 선택이 있을 때 개인들의 합리적인 선택은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것을 연구하는 것인데 책은 상호의존적 결정이라는 차원에서 게임 이론서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교통사고가 나면 반대편 도로에 교통체증이 생기는 이유, 전년에 가격이 폭락한 농산물이 해가 바뀌면 품귀현상으로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 등 현실에서 흔히 벌어지는 현상을 속 시원하게 설명한다. 책은 사람들 각각의 사소한 의도와 행동이 다른 사람의 행동과 환경과 결합해 예상치 않은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1978년 처음 나온 후 2006년 개정판이 출간된 책에는 낡은 사례가 간혹 발견되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 무관해 보이는 듯한 개인적 선택들이 눈덩이 처럼 모여 의도하지 않은 사회적 결과를 낳게 되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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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중고차 시장에 `레몬`만 몰리는 이유는… (한경, 최성환 대한생명경제연구원 상무, 2009-07-02 17:24)
미시동기와 거시행동 토머스 셸링 지음/ 이한중 옮김/ 21세기북스/ 320쪽/ 1만6000원
 
최근 들어 미국 경제의 고민거리가 하나 더 늘어났다. 빌려서라도 소비를 하던 미국인들이 갑자기 저축 모드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미국 가계의 저축률은 6.9%로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경기회복 시기를 점치기 어려운 와중에 개인들 입장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고민거리인가? 바로 '저축의 역설' 현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저축을 늘릴 경우 경제 전체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기업 매출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생산과 고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개인들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와 저축까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특히 최근처럼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몇 달 사이에 저축률이 치솟을 경우 이른바 소비불황이 발생하면서 경기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말 그대로 미시적 동기와 거시적 행동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다.
 
이처럼 미시적 동기와 거시적 행동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찾아내 정리한 책 《미시동기와 거시행동(Micromotives and Macrobehavior)》이 나왔다. 30년 전에 출간돼 많은 찬사를 받아오다 이번에 새롭게 개정된 것이다. 저자는 게임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2005년)을 받은 토머스 셸링.게임이론의 대가이면서도 굳이 복잡한 게임이나 산식을 들먹이지 않고 독자의 흥미와 이해를 이끌어낸다.
 
당신이 강연장으로 들어서고 있다고 하자.당신은 십중팔구 중간쯤 어디에 앉고자 할 것이다. 그런데 좀 늦게 도착했더니 중간자리는 물론 뒷자리까지 가득 차 있다. 반면 앞자리는 몇 줄이나 덩그러니 비어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 가서 앉기 보다는 머뭇거리면서 빈자리를 찾고 있지 않을까? 최악의 경우 앞자리는 비어 있고 뒤에는 서서 듣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개개인의 미시적 선택이 강연장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거시적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 이때 만약 주최 측이 먼저 오는 사람들을 앞에서부터 앉게 한다면 이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백인 손님들이 앉아 있는 식당에서 흑인 손님들이 한두 테이블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흑인들이 많아진다 싶은 순간 백인들이 서둘러 자리를 뜨기 시작하고 들어서던 백인들도 발길을 돌린다. 거주구역의 이주에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티핑(tipping)'을 적용한 사례다. 어떤 동네에 소수인종 몇 사람이 들어가면 이전에 동질적인 인구 집단을 구성하던 사람들 중 일부가 떠나거나 떠날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동호인 클럽이나 공공해변,공원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수년 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도 셸링의 이 같은 아이디어를 첨단 유행과 전위예술,상품의 대박 등에 적용한 것이다.
 
이외에도 셸링은 반대편 차선에서 일어난 사고가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까닭,중고차 시장에 레몬(겉만 멀쩡하고 속은 썩은 차)만 몰리는 이유,핵무기 개발 경쟁이 치열했으면서도 히로시마 이후 60년 동안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은 배경 등을 사례로 들고 있다.
 
셸링의 폭넓은 시각과 번뜩이는 분석력이 경제 현상은 물론 군비 · 핵 경쟁,범죄,테러,인종 또는 성 · 나이 · 소득에 의한 분리,아이의 성별 선택과 같은 군사 · 외교 · 사회 · 심리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 정책입안자와 기업의 임직원,자영업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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