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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경제학, 마이클 셔머 지음 | 박종성 옮김 | 한국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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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이코노미쿠스의 멸종! 돌연변이가 경제위기 불렀다 (한경, 황규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과학기술인력공동연구센터소장, 2009-11-19 17:45)
진화경제학, 마이클 셔머 지음 | 박종성 옮김 | 한국경제신문사 | 516쪽 | 2만5000원 
 
'경제학'하면 수식과 그래프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진화경제학》은 제목에서부터 우리를 매우 낯설게 한다. '진화'라는 생물학 용어를 가지고.
 
그간 신고전파 경제이론은 설명요인을 확대하며 분석 능력을 높이고자 했으나 '설명요인과 피설명요인 간''각종 설명요인 간' 상호 연계는 여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테면 '내생적 성장모형'은 기술혁신-교육 등을 추가하며 경제성장이론을 설명하려 하지만 기술혁신이나 교육 투자가 어떻게 성장을 추동하는지는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진화경제학》은 진화론의 틀로 여러 요인들의 상호작용과 그 변화를 설명한다. 한마디로 '경제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으로,단순한 단계로부터 진화 · 발전하며 환경에 맞춰 적응하고 변화해왔다'면서 '진화경제학은 경제학을 진화 · 발전하는 복잡한 적응시스템으로 보고,생존을 위해 무리생활을 하는 영장류의 길을 택했던 인간의 특성과 관련짓는 경제학 연구의 한 갈래'라고 설명한다.
 
이 책의 문제 제기는 △경제는 어떻게 수렵채집경제에서 소비교역으로 진화했는가 △수렵채집경제에 맞도록 진화 · 적응한 인간의 두뇌가 어떻게 소비교역 경제시스템 안에서도 기능하는가 △어떻게 도덕적인 감정이 진화해서 서로 협력하게 하고 또 공정하고 자유로운 교역을 촉진시켰는가 하는 것이다. 아울러 사회와 경제 시스템의 행태,시장과 경제 시스템에서 작동하는 인간의 심리,도덕적 면모 등을 검토하고,이를 통해 인간이 도덕적 감정을 진화 발전시켜왔다고 분석한다.
 
이 책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진화 현상을 설명하며,전통적 경제학 개념을 진화주의 관점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를 심리학,뇌과학,행동경제학을 동원해 조명한다. 특히 경제현상 내 협력,도덕적 선택,신뢰가 어떻게 인간의 본성으로 진화된 것인지 살피면서 시장기능에 대한 지지를 역설하고 있다.
 
또 '현실 경제의 시장실패는 신뢰의 환경이 붕괴되고 도덕적 행동이 발현되지 않은 데서 생긴다'며 이에 대응한 정책은 인간의 최대자유에 최소한의 제한을 가하는 것임을 입증한다. 따라서 교역과 신뢰를 이어줄 수 있는 도덕적 감정이 지속적으로 진화했듯이 이를 더욱 촉진시키기 위해 자유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를 확산시키고,개인 간 그리고 국가 간 신뢰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정치 · 경제권력의 투명성을 유지하고,어디에서든 누구나 모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하며,정치적 경제적 국경을 개방해야 한다.' 이 같은 진화경제학적 입장이 '자유주의에 기반한 시장경제'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경제 제도의 진화에 주목하면서 자유주의와는 상당한 거리를 가지는 시각도 있다.
 
진화경제학에 접목된 진화는 다윈의 이론보다 라마르크의 이론과 더 가깝다. 생물체의 유전 정보가 다윈의 돌연변이와 적자생존으로 설명되는 것에 비해 사회경제에서는 성공 경험이 반복 · 증폭될 수 있으며 학습을 통해 확산되고 발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라마르크의 용불용설 이론에 가까운 것이다.
 
유기체의 진화는 변이와 누적적 선택(도태)에 의해 움직이나 사회경제에서는 인간의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진화는 '이미 온 결과'를 해석할 때는 유리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결과'를 전망할 때는 불리할 수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 진화론이 유전공학과 바이오 혁명의 모태가 됐듯이 진화경제학은 수식과 그래프에 의한 도식적인 설명을 넘어 살아있는 유기체로의 경제 현상을 설명하고 경제문제 처방과 정책 개발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경제학과 생물학,진화이론,심리학,행동경제학,진화경제학을 넘나드는 저자의 박식함이 놀랍다. 그래서 번역의 어려움도 더 컸으리라. 많은 이론들을 아우르면서 이해하기 쉽게 우리말로 옮긴 역자의 소감이 개정판에는 포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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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경제이야기]경제는 ‘불안’을 먹고 산다 (내일, 박준규 기자, 2009-11-20 오후 12:54:55)
“고전적 경제학은 태생적 실패” … 진화론적 관점이 불황 해법
 
전통적인 경제학은 ‘서브프라임사태’ 앞에서 말을 잃었다. 특히 미국발 위험이 우리나라까지 전염되는 부분을 ‘효율성’과 ‘생산성’ ‘균형’이라는 기존 경제학의 코드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시장이 탐욕과 방탕에 노출될 때를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작은 요동이 시스템 내에서 증폭과정을 통해 일파만파 확산된 경로를 알 수 없었고 지금도 모른다. 금융위기가 마무리국면에 접어들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원상태로 돌아갈 따름이다. 모르는 것은 덮어두자는 것이다.
 
마이클은 ‘진화경제학’이 원인을 풀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 두 개의 변수로 극단적인 수치화를 거쳐 이론을 만들어낸 전통적인 경제학과는 달리 복잡해진 경제현실을 반영한 또다른 해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변이와 다양성을 중시하고 동태적으로 시장을 관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진화’로 경제학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화는 다양성 중 일부가 강화되고 확산되는 연쇄작용이다. 한 특징이 많은 무리에 의해 채택되면 균형이 그 쪽으로 옮겨간다는 ‘경로 의존성’과 한 특징을 많은 무리가 선택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전략적 보완성’은 균형이 합리성이나 효율성과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마이클은 ‘진화론적’ 관점이 시장을 이해해 돈의 흐름을 읽고 불황의 원인뿐만 아니라 해법도 찾아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새로운 고객과 블루오션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유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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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정교하던 판다의 발가락, 편리한 ‘드보락 자판’이 도태한 이유 (중앙일보, 정강현 기자, 2009.11.21 01:51)
 
 정통 경제학은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와 같은 비합리적 시장 상황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다. 합리성과 균형의 잣대론 미국 시장에서의 작은 요동이 글로벌 경제 위기로까지 번진 것에 대해 해명하기란 어렵다. 그러니 경제는 생물 어쩌고 하며 발뺌을 하곤 하는 게다.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그러나 ‘경제=생물’이란 등식에 주목했다. 예측 불가능한 시장에 대한 변명거리가 아니라 경제학의 핵심으로 이 등식을 불러들였다. 시장 경제는 물리학의 세계처럼 질서정연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경제가 생물이라면, 생물학적 관점에서 경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화경제학’이란 학문의 틀은 그렇게 빚어졌다. 경제의 진화 역시 생물의 진화와 구조적인 유사성을 띄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책은 경제를 진화·발전하는 복잡한 적응 시스템으로 간주한다. 경제도 생물처럼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진화해가며 성장·학습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학의 ‘경로 의존성’이란 개념은 진화생물학과 묘하게 포개진다. ‘경로 의존성’이란 특정 전략을 채택하는 사람이 많으면 균형이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는 이론이다. 더 나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도 경로 의존성이 낮을 경우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것이다.
 
‘쿼티 컴퓨터 자판’에 비해 훨씬 정교했던 ‘드보락 자판’이 시장에서 외면당한 것이 좋은 예다. 저자는 판다의 진화를 예로 들며 경제학과 진화생물학의 유사성을 살핀다. 판다의 엄지발가락은 원래 오밀조밀했지만, 대나무 잎사귀를 훑어 먹기에 편하도록 투박하게 변화됐다. 정교함이 무력화되곤 하는 시장의 경우와 딱 맞아 떨어진다.
 
책은 이와 유사한 다양한 경제적 진화 현상을 심리학·뇌과학·행동경제학 등의 메스로 집중 해부한다. 그러면서 생물학적 진화가 그랬듯, 진화하는 시장의 방향을 인간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도탄에 빠진 시장을 살릴 해법을 진화생물학의 눈으로 모색했다. 종종 예측의 실패를 거듭했던 정통 경제학의 구멍을 넉넉히 메워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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