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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생활경제 움직이는 ‘내안의 지름신’ (경향, 김종목기자, 2009-10-23 16:56:16)
일반 경제 이론을 따르자면, 사람들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벌 수 있는 직장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덜 받고 일은 더 많이 하는 직장을 선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임금과 실업에 관한 일반치가 무조건 적용되지는 않는다. 윤리적 소비 개념에 따라 상대적으로 비싼 공정무역 커피를 사먹곤 한다. 비싼 줄 알면서도 동네 슈퍼에서 물건을 사는 일도 흔하다.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반감이나 슈퍼 주인과의 안면·인연도 무시할 수 없다.
책은 최근 떠오르는 ‘행동경제학’의 관점으로 일반 경제 이론 즉 표준경제학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저자는 리스크가 크면 손해를 보더라도 익숙함을 택하고, 친구나 선후배, 동료에게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고 말한다. 광고로 한순간에 불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불확실한 현실에서 기업은 이윤 극대화보다 장기적 생존을 최우선 순위로 꼽기도 한다.
저자의 목표는 인간의 경제 행위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 즉 ‘경제 본능’을 찾아내는 것이다. 담배를 다량 구입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지만, 한두 갑씩 사면 흡연량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소량 구입하는 게 경제 본능의 한 사례다. 지름신 같은 ‘충동’은 표준경제학에서 측정하기 힘들지만 실제 생활 경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저자는 표준경제학 이론이 이상적으로 실현되는 가상의 경제지역 ‘마케토피아(Marketopia)’를 설정한다. 마케토피아인들은 완벽한 ‘경제적 인간(호모 에코노미쿠스)’들이다. 물건을 사고 팔 때 독립적이고, 이기적이며 합리적이다. 시장과 상품에 관한 정부를 꿰뚫고 있다. 사과를 살 때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따라 먹을 사과 개수와 만족도를 따져 구입한 뒤 행복해한다. 표준경제학처럼 사는 게 가능할까. ‘마케토피아’는 한 편의 우화와도 같을 것이다. BBC 기자 출신인 저자가 풍부한 사례와 상상력으로 행동경제학을 쉽고 재밌게 소개하는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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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구매 설명 못하는 가짜 경제학은 가라 (한국, 박광희기자, 2009/10/23 21:57:58)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피트 런 지음ㆍ전소영 옮김/흐름출판 발행ㆍ328쪽ㆍ1만4,000원
하는 일이 술술 풀릴 때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반대로 하는 일마다 뜻과 달리 되면 자신과 세상을 되돌아본다.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간다면 경제학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재 경제가 좋다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이처럼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경제학은 그 능력을 의심받았다.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은 기존 경제학의 전제에 반기를 들고 그 오류를 꼬집으려는 행동경제학 서적이다.
기존 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견해를 바탕으로 깔고 있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그 마음 속 깊은 곳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고 그 행동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의 경제행위가 꼭 합리적이지는 않다. 가령 옷을 사러 갔다가 예산 범위를 초과하는 옷을 가방에 집어넣는 경우가 있다. 집에 돌아와 후회하지만 이미 옷값을 지불한 뒤다. 후회를 하고도 또 반복하는 게 인간이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보험금을 받지 못할 것을 알고도 자동차보험에 들거나, 광고가 속임수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광고에서 본 물건을 사게 되는 것도 기존 경제학은 설명하지 못한다. 이런 행위의 배경은 세계에는 불확실성이, 인간에게는 본능과 충동의 심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경제학은 그런 점을 간과한 채 인간의 경제행위는 효율적, 합리적이며 경제적인 인간은 행복한 인간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책은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 및 임금에 대한 시각에서도 기존 경제학은 한계를 드러낸다고 주장한다. 전통 경제학에 따르면 노동자는 돈에 의해서만 움직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노동자들이 손해를 감수하며 일한다. 임금 역시 개인의 생산성과 정비례하지 않는다. 생산성 높은 사람이 임금을 많이 받는 경향은 있지만, 개인의 임금은 생산성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며, 기업 역시 그렇게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경과학을 전공했다. 따라서 행동학적 실험을 통해 밝혀지는 인간의 경제 본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접근이 기존 경제학이 놓친 인간의 행동, 인간의 마음을 주목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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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익을 추구하고 합리적이다? 당신이 믿어온 경제학은 가짜 (서울, 문소영기자, 2009-10-24 18면)
미국의 행동경제학자이자 경제심리학자인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연구에 따르면 피실험자들 중 지폐를 잃어버린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표를 사서 영화를 보겠다고 답변했지만, 표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경우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답변하는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다. 표를 잃어버린 사람이나 지폐를 잃어버린 사람 모두 4만원을 손해 봤지만 행동은 서로 달랐다. 왜 그럴까. 인간의 인지에는 돈을 잃어버리는 것이 표를 잃어버리는 것보다 ‘돈의 낭비’이라는 구체적인 느낌이 적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행동경제학이나 심리경제학에서 사람들의 경제행위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설명한다.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피트 런 지음, 전소영 옮김, 흐름출판 펴냄)은 주류경제학에서 주장하는 ‘인간은 경제생활을 할 때 이기적이고 독립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물질주의자’라는 전제가 이처럼 오류라는 것을 다양한 실례를 통해 보여 주는 책이다. 저자 피트 런은 BBC 기자 출신으로 현재는 아일랜드 더블린 경제사회연구소(ESRI)에서 일하는 경제학자다. 24살에 런던 대학에서 인지신경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경제 문제도 인지와 신경과학의 차원에서 점검하고 있다. 그는 통화주의자나 신자유주의 등 주류경제학자들이 인간의 경제생활이 합리적이지 않은데, 합리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자원의 배분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경제사회적인 오류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근로자들의 임금격차는 당연하고, 경쟁은 좋은 것이며, 규제는 최소화해야 하며, 노동시장은 유연해야 한다거나 세율과 인플레이션은 낮아야 한다는 등 최근 정권을 잡으려는 대다수 정치인들이 내놓은 정책은 잘못된 전제를 활용한 잘못된 정책이라고 전한다. 임금격차를 예로 들어보자. 주류경제학에서 A씨와 B씨의 임금격차는 A씨와 B씨의 생산력의 차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승진과 출세에는 그 사람의 순수한 생산력의 차이뿐만 아니라 가족의 배경이나 운, 사회적 네트워크와 그에 대한 접근 능력 등 경제와 생산 외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느냐고 말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여기저기 사례로 적시한다. 당신은 옷을 살 때 왜 전국의 옷가게 가격을 다 점검해 보고 가장 저렴한 옷을 구입하지 않는가. 사람들은 왜 ‘공정무역’이란 상표가 붙은 커피나 의류, 소비재들이 더 비싸다는 것을 알면서도 구입하는가. 사람들은 왜 질레트 면도기가 다른 수입면도기보다 더 비싼데도 굳이 질레트를 고집하는가. 질레트의 시장점유율은 미국 65%, 영국 60%, 프랑스 70%, 중남미 국가 85% 등등이다.
이쯤에서 주류 경제학의 여섯 가지 거짓말을 밝혀 보자. ▲인간은 무조건 이익을 추구한다 ▲세상은 예측가능하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광고해도 아무 소용없다 ▲조직은 합리적이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추구다 등이다. 저자는 이 여섯 가지의 주류 경제학의 명제가 모두 ‘F(False)’라고 3장에서 8장까지 설명한다. 인간은 정의로운 일에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인해 발생한 2008년 세계경제 위기처럼 예측가능하지 않으며, 광고를 통해 구현된 시뮬라시옹(가상현실)에 홀려 기업들이 거액의 광고비 지출을 용인하는가 하면, 조직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게 돌아간다.
현재 주류경제학자들의 주장은 사람들의 인식은 물론 마음까지 잠식해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저자는 독자들에게 말한다. 기존 경제학의 오류를 뼈저리게 깨닫고 기존 경제학의 쇄신과 혁명을 이끌어 새로운 경제학을 만들어 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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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피트 런 지음/전소영 옮김) (매일신문, 조두진기자, 2009년 11월 04일)
전통 경제학 오류는 인간의 비합리성 외면한 탓
‘갖가지 통계와 미사여구로 무장했지만 전통 경제학은 인간의 마음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오류투성이다.’ 이 책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을 간단히 정의한다면 그렇다.
지은이는 “지금까지 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이다’는 전제 아래 이론을 세워왔다”고 말한다. 예컨대 백화점에 옷을 사러 간 사람은 자신의 예산 범위 내에서 행복을 최대화 해줄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막상 쇼핑을 시작하면 ‘합리성’에서 벗어나기 일쑤다. 이른바 ‘지름신’이 강림하면 속수무책이 돼 버린다. 합리적인 인간이 어째서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할 짓을 하는 것일까. 자신이 감당하기도 어려운 일을 저지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경제학은 ‘지름신’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책은 ‘인간은 이기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행동 경제학적 논리를 내세운다. 특히 기존의 경제학이 주장해온 6가지 전제는 틀렸다고 비판한다. 기존 경제학의 6가지 전제로는 ‘광고에 거짓말이 많은 줄 알면서도 구입하는 행위, 비싼 찻값에도 불구하고 공정무역 카페를 찾는 행위’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통 경제학은 인간이 저지르는 실수나 변덕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전통 경제학이 말해온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공간을 마케토피아로, 그곳에 사는 사람을 마케토피아인으로 설명한다. 반대로 행동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이기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불확실한 현실 세계를 머들톤, 그곳에 사는 사람을 머들톤인이라고 칭한다. 마케토피아인에게 ‘행복’은 자신이 선호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어느 정도 살 수 있는지, 그것을 사는 데 얼마나 비용이 필요한지가 관심사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고 주변 사람들의 삶은 중요하지 않다. 마케토피아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물질이다. 지은이는 바로 이점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지은이 피트 런은 신경과학을 전공한 신경경제학자다. 그는 경제학과 학생들이 방정식과 도표만 잔뜩 들어있는 경제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신경경제학’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신경경제학’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지만, ‘주경제학’이라기보다 ‘보완 경제학’ 정도가 돼야 할 듯하다. 아직 완전히 통계화하지 못했을 뿐 현대 경제학 역시 궁극적으로 인간의 심리를 연구 대상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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