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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몰락- 미국의 패권은 어떻게 무너지는가〉가브리엘 콜코 지음·지소철 옮김/비아북

“상황은 숨가쁘게 변하고 있고, 무엇 하나 일반화할 수 없다. 언제라도, 심지어 내일이라도 변할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일단 현실을 이해하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 기반이 확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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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과 한권의 책] ‘역사학계의 촘스키’ 美 패권 몰락을 ‘경고’하다 (세계, 박재호 비아북 편집장, 2009.11.27 (금) 17:42)
  
세계적인 패권을 휘두르기 위해서는 총(군사)과 달러(경제), 그리고 관용이 필수인데, 미국은 관용이 사라지고 있어서 제국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제국의 미래’의 저자인 에이미 추아는 분석한 바 있다. 그런데 이에 한술 더 떠서 미국은 관용뿐만 아니라 총과 달러까지 모두 잃어서 미국이 지배하던 세기는 끝났다고 경고하는 학자가 있다. 그는 가브리엘 콜코 교수다. 
 
그의 최신작 ‘제국의 몰락―미국의 패권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에서 콜코는 군사력 만능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핵무기의 확산과 값싼 미사일의 대량 보급 등 최첨단 군사기술은 중동국가들을 넘어 동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의 국가뿐 아니라 게릴라 조직에게로 팔려나갔기 때문에 더 이상 세계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으며, 미국 또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더불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 경제의 위험수위가 도를 넘어섰음을 알렸고, ‘경찰국가’로 대변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하드파워 정책은 국제사회에서 외면받으면서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새롭게 부상하는 패권국들에게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국의 몰락’은 미국 패권이 약화된다는 주장에 머무르지 않고, 그 배후세력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지방정부를 먹여살리는 무기업자와 출세욕이 강한 정치 엘리트 세력의 결합, 고위험 고수익을 선호하는 미국 금융투기꾼, 군사력 만능주의에 빠진 정부 관계자가 그들이다. 또한 미국의 중동정책 개입을 비판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 등의 중동문제 해법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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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화근?…치료제 없는 ‘패권 중독증’ (한겨레, 한승동 선임기자, 2009-11-27 오후 08:21:36)
〈제국의 몰락- 미국의 패권은 어떻게 무너지는가〉가브리엘 콜코 지음·지소철 옮김/비아북·1만4500원 
 
미국의 실패와 몰락을 다룬 담론들은 이제 새삼스러울 게 없을 지경이 됐지만, 가브리엘 콜코(77) 캐나다 요크대 명예교수의 새 책 <제국의 몰락>은 그 주제를 달리 보게 만드는 중량감이 있다. 미국의 초기 신좌파(뉴레프트)를 이끈 수정주의 역사가로, <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브루스 커밍스 등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콜코의 책에 붙은 원래 제목은 ‘위기에 처한 세계- 미국 세기의 종언’(World in Crisis: The End of the American Century)이다. 이는 이 책이 비중있게 다루는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 등의 네오콘(신보수주의)적 세계관에 대한 야유로도 들린다. 미국의 세기가 끝났다고 했을 때 콜코는 <위클리 스탠더드>를 운영한 네오콘의 이론가 윌리엄 크리스톨이나 로버트 케이건이 주도한 싱크탱크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roject for the New American Century)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2001년 9·11사태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 ‘테러와의 전쟁’ 선포 등을 거치면서 세계를 압도하듯 기세등등했던 미국의 ‘새로운’ 세기는 부시의 짧았던 치세와 더불어 그야말로 신기루처럼 사라져가고 있다. “미국의 리더십은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에도 좋다”며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을 외치던 그들의 위세와 오만은 옛말이 됐다.
 
콜코는 미국의 실패와 몰락을 크게 세가지 방향에서 살핀다. 하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를 계기로 적나라하게 그 모순을 드러낸 미국경제의 금융투기자본주의화. 세계화와 ‘워싱턴 컨센서스’를 무기로 한 신자유주의정책은 미국 등 강국들의 자본이 파생금융상품 등을 앞세워 경제적 약자들로부터 일시적으로 막대한 이윤을 뽑아올릴 수 있게 만들어주었지만 탈규제와 자유화가 통제불능 상태로 치달아 자본주의 자체를 자살로 이끌고 있다는 게 콜코의 생각이다.
 
금융자본은 통제불능 상태다
대외정책은 수렁에 빠졌고 첨단무기 독점체제도 깨졌다
세계를 동반자살로 내몬 ‘제국’ 자본주의 이후에 희망은 있을까…
 
또 하나는 신무기 개발에 집착하는 군사주의. 원래 소련과 바르샤바조약기구 동맹국들과의 전면전에 대비해 집중화된 목표물을 파괴할 목적으로 개발된 미국의 무기체계는 미군이 처음으로 승리할 수 없었던 한국전쟁 때부터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베트남전, 최근의 아프간·이라크 침공에 이르기까지 게릴라전에서 모조리 미국에 패배를 안겼다.
 
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비롯해 크루즈 미사일, 견착식 대공미사일 등 최첨단 무기들에 대한 미국의 독점적 우위는 최근의 급속한 기술발전에 따라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예컨대 2006년 이스라엘이 기습작전을 펼친 제2차 레바논전쟁에서 미국제 첨단무기와 통신망으로 무장한 이스라엘군은 사상 처음으로 헤즈볼라 저항군에게 사실상 패배했다. 헤즈볼라 쪽도 러시아와 중국제 첨단무기로 무장했을 뿐 아니라 통신감청 기술은 부패와 오직, 사기저하로 휘청거리는 이스라엘군을 오히려 능가했다. 이스라엘 첨단 메르카바 탱크 20여대가 헤즈볼라의 대전차 로켓에 당했다. 콜코가 보기에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항공모함을 비롯한 함정과 전투기들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항상적 현상이다. 이젠 누구나 쉽고 싸게 첨단무기들, 심지어 핵무기까지 입수해 활용할 수 있다. 파괴력의 ‘민주화’ ‘평준화’다. 미국은 장차 첨단무기로 무장한 정체불명의 적들과 미국 영토내에서 싸워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콜코는 미국의 실패를 부시와 공화당, 네오콘 탓으로만 돌려선 안 된다고 말한다. 미국의 실패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 3월, 그리스와 터키의 ‘좌파’혁명 위기를 과장하면서 냉전의 깃발을 올리고 미국의 패권을 위해 제3세계 등 외부세계에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한 트루먼 독트린 때부터 본격화했다. 미국은 그때부터 이미 방향을 잘못 잡았고 그러지 않았다면 도래했을지도 모를 신세계 창출 역량을 소진하고 말았다. “1947년 미국이 은밀하게, 때로는 공개적으로 그 많은 정권들(미국은 위협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대부분이 중립적이고 개혁적이고 합법적이었다)을 전복하려 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미국이 그토록 걱정스러워하는 극단주의자들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트루먼이 민주당이었지만 이런 공세적 대외정책을 펴는 데 공화당과 민주당이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부드러움으로 위장한 조지프 나이류의 민주당식 소프트파워가 실은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콜코는 지적한다.
 
이런 대외 개입주의가 콜코의 세번째 접근 포인트. 지금 미국이 당면한 대외문제 가운데 가장 중대한 문제는 이슬람세계와의 갈등이다. 이 문제는 1차 세계대전 뒤 해체된 오스만터키를 유럽 제국주의국가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마음대로 갈라놓고 그 한복판에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관철하기 위한 일종의 유럽 위성국 이스라엘을 만들어놓은 게 화근이다.
 
콜코가 볼 때 이스라엘이 아랍국들과의 대결정책을 고수하는 한 출구가 없다. 이스라엘은 앞으로 무력 우위를 급속히 상실해갈 것이며 전쟁 스트레스 속에 고급 인력들 중심으로 해외이민이 급증하면서 인구학적으로도 불리해질 수밖에 없어 화해 없는 대결은 이스라엘 쪽의 비극으로 끝나게 될 공산이 크다. 석유 국유화를 도모한 이란의 모사데그 민족주의정권을 영국과 합작해 전복하고, 사담 후세인을 지원해 시아파의 이란과 전쟁을 벌이게 했으며, 아프간에선 소련을 무너뜨리기 위해 탈레반을 키웠던 미국의 중동공작이 앞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프간·이라크 침공은 석유 가격을 올려놓아 결과적으로 미국이 가장 꺼려온 이란의 중동내 영향력을 오히려 압도적으로 키우는 역효과만 낳았다. 미국은 이란을 공격할 여력이 없다.
 
콜코는 1949년에 출범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미국이 유럽의 독자세력화를 막고 자국에 복속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며, 소련과 그 동맹체제의 위협이나 반공주의는 구실에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마치 해방공간에서 친일파들의 반공주의가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숨기고 정적들을 제거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았듯이. 그 나토도 유럽과의 이해대립으로 조만간 해체될 것으로 콜코는 본다. 동맹해체와 전쟁 포기가 해법이다. 냉전붕괴 뒤 적들의 부재 속에 방만한 금융투기와 막대한 재정·무역적자를 조장하고, 군산복합체와 출세주의·기회주의에 사로잡힌 정치적 야심가들만 살찌워 놓은 채 전 세계를 동반자살로 몰아가는 미국. 콜코는 기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이후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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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BOOK] 미국의 쇠락을 말하는 여러 가지 징후들 (중앙, 이은주 기자, 2009.11.27 19:37)
 
콜코는 제국의 필수요소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중심으로 한 미국이 더 이상 초월적 힘을 발휘하는 패권국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 이유로 중앙은행이 통제 할 수 없는 금융시스템, 미국의 불안정한 대외정책, 특히 중동정책의 한계 등을 꼬집었다. 금융위기에 대해 저자는 “정말 심각한 것은 구조적인 것”이라고 지적한다. 각국의 중앙은행들과 IMF등 현존하는 국제기구가 지금과 같은 현실에 대처할 수 있게 설계돼 있지 않으며 현실을 통제할 힘과 지식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좌파들만이 미숙하고 순진한 건 아니다”며 “사건의 진로를 바꿀 수 있다고 여기는 보수주의자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이념의 시대가 막을 내린 것도 미국의 혼란을 부추겼단다. ‘공산주의’란 적(敵)이 없어져 동맹이 시들해졌고, ‘테러리즘’에 맞서고자 했지만 오히려 적의 힘을 강화시키는 역효과만 낳았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그는 2차대전 이후 가장 비싼 전쟁이 된 이라크전, 이란과의 대치,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는 유럽, 자기기만과 정치적 편의성으로 자초한 정보의 한계 등을 쇠락의 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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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美 패권은 없다 (서울, 박록삼기자, 2009-11-28  18면)
 
가브리엘 콜코(77)가 쓴 ‘제국의 몰락(World in crisis)’(지소철 옮김·비아북 펴냄)은 경제학, 군사학, 정치학, 역사학, 철학을 넘나들며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란, 이라크, 이스라엘 등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대 중동정책, 중앙은행의 통제를 넘어선 불안정한 금융 정책, 미 엘리트 그룹의 허술한 의사결정 시스템, 세계적으로 만연한 핵 확산, 값싼 무기의 세계적 대량 보급 등 미국 안팎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통렬히 지적한다.
 
그의 메시지는 간명하다. 공산주의가 무너지며 미국의 쇠퇴가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의도는 반공산주의가 아니라 전 세계적 헤게모니의 추구임을 고스란히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는 베트남 전쟁에서 이라크 전쟁까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서 세계 금융위기까지 풍성한 사례를 들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EU)과 중국, 이슬람 등 새로운 세력의 출현 자체가 이미 미국의 패권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콜코는 미국의 패권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1부 덫에 걸린 자본-미국의 금융위기 ▲2부 소멸하는 패권-불안한 미국의 대내외 정책 ▲3부 준비된 재앙-중동 정책의 한계 ▲4부 정보와 기술, 그리고 미래의 전쟁-향후 국제관계의 미래 등 네 부문으로 나눠서 풀어낸다.
 
1부에서는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금융투기꾼들과 예측 불가능한 금융상품의 등장으로 인한 미래 예측 불확실성, 리스크의 불명료성 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등이 야기되고 자본주의가 불안정해짐을 지적한다. 핵심적인 문제는 미국 중앙은행은 물론 각종 금융관련 국제기구들이 이러한 현실에 대처하고 통제할 법적인 힘과 지식도 없다는 점임을 강조한다. 두 번째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비용이 들고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이라크전쟁이 미국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다고 분석했다. 콜코는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이 자신의 힘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은 채 50년 전에 품었던 야망을 고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세계 지배력이 쇠락하는 배경 또는 한 근거로 중국 양안(兩岸)관계의 해빙 상황을 든 점과 한국이 미국의 통제와 지배에서 벗어나고 있는 사례라고 든 점 등은 동아시아의 상황을 피상적으로 인식하고 있거나 무리하게 논리를 편 듯해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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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그렇게 건방떨고도 멀쩡할 줄 알았나?" (조선, 이한우 기자, 2009.11.27 22:17)
 
"해외에서 벌이는 모험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에 경제적 모순들이 더해져서 미국의 힘은 필연적으로 쇠약해질 것이며 미국이 누리던 오만의 시대는 끝날 것이다." 저자의 생각은 이 한마디에 다 녹아 있다. 특히 21세기 들어 미국의 극심한 국제수지 적자, 과도한 국고채 차입,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쟁 등에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미국은 사면초가의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위기는 2007년 여름에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규제철폐'와 '세계화'라고 완곡하게 불리며 20년간 계속돼온 방종의 결과이다."
 
저자는 석유와 원자재 가격의 폭등 또한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 메커니즘을 풀어낸다. 석유는 러시아와 이란의 경제력을 급속도로 강화시켜 주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부시 정권을 거치며 두 나라와 적대적 관계로 바뀌었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의 탈미(脫美) 도미노 또한 유가 급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물론 지금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들 국가가 위기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이 유대를 강화해온 것도 반미(反美) 코드를 공유하게 된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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