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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와 토건족, 시대착오적인 관료 시스템을 혁파해야 재벌 개혁도 가능(선대인)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483
문재인-안철수, 당신들 주변에 누가 있나 봐라 (미디어오늘, 선대인·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2012-10-12  11:39:04)
[선대인 칼럼] 모피아와 토건족, 시대착오적인 관료 시스템을 혁파해야 재벌 개혁도 가능
문재인 대선 후보가 어제 노무현정부가 재벌개혁에 실패한데 대해 “참여정부의 역량 부족을 인정한다. 그러나 두 번 실패는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재벌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여러 방안들이 발표됐기에 각론 하나하나에 대해 세세히 평가할 생각은 없다. 다만 대체로 이 방안들만 잘 실천해도 재벌들의 횡포와 경제력 집중을 상당히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는 부분이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재벌이나 건설업계와 유착했거나 그들에게 휘둘렸던 고위 전직 관료들이 자문단에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문후보가 정말 재벌개혁을 제대로 하겠다면 이 같은 전직 관료들을 과감히 내쳐야 한다. 이건 꼭 문 후보뿐만 아니라 안철수 후보에게도 똑같이 하고 싶은 말이다.
왜 그래야 하는가. 내가 진행에 참여하는 ‘나꼽살’ 방송을 통해 그동안 기성 언론에는 잘 등장하지 않았던 모피아와 토건마피아(또는 토건족)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 모피아란 기획재정부나 그 전신인 재정경제부 출신 경제관료들이 현직에 있을 때나 퇴임 후 ‘낙하산’이나 정치인 등으로 변신해 재벌업계 및 금융기관 등과 유착해 이들에게 유리한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부의 영문 머릿글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의 합성어라고 보면 된다. 토건마피아는 모피아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건설 및 부동산업계와 유착해 불요불급한 토건개발사업을 벌이는 국토해양부 출신 관료들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무능하고 부패하며 시대착오적인 관료 체제의 핵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때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으로서 칭송받던 한국 관료체제가 왜 이렇게 됐을까. 사실 지금도 한국의 관료들 개개인은 똑똑하다. 하지만 시스템으로서는 매우 무능하고 시대착오적이다. 알다시피 한국 관료 시스템은 일제시대부터 이어져온 고시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런 고시체제는 일사불란한 의사결정과 표준화된 대량생산방식이 주가 되던 시대에는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시체제는 기술집약적인 경제패러다임과 지식정보화 및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지속적 혁신이 강조되는 시대를 이끌어가기에는 부적합한 체제다. 더구나 민간 부문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전문화되고 있는데, 고시체제로는 민간 부문의 전문성을 따라갈 수가 없다. 물론 개발연대 초기에는 관 주도의 경제성장을 추진하면서 정책 집행권과 자원 배분권을 가진 관료들의 힘이 막강했고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력들이 관료로 몰렸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이후로는 민간의 수준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관료들은 큰 틀에서 과거 개발연대의 경제정책과 관행의 틀 속에 갇혀 있다. 그들은 개발연대 시절 독재 권력에 굴종하며 스스로 정책을 창의적으로 기획하고 집행하는 구조를 갖출 수 없었다. 그래서 전문성을 키우기보다는 독재 정권 아래에서 사후 평가나 책임 소재를 따지지 않고 군대식으로 일사분란하게 정책을 집행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었다. 이를 지탱해온 것이 고시 기수에 따른 서열식 승진제도라고 할 수 있다.
고시체제 하의 관료들에게 나타나는 전문성 부족은 결국 외환위기 이후 급속한 환경 변화에 노출되면서 잇따라 문제가 되었다. 김영삼정부 당시 급변하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에 대응하지 못한 채 외환위기를 맞은 것을 시작으로 이후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시절 카드 빚 사태와 부동산 거품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이다.
관료들의 전문성 부족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관료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이익집단’이라고 할 정도로 스스로 강력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사실상 ‘관료 독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국민 대다수의 진정한 뜻과는 동떨어진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하게 된다. 국민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한-미 FTA의 추진 과정부터 국회 비준까지 국회는 말할 것도 없고, 전문가 그룹과 국민들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한 번 생각해보라.
사실상 김현종 전 외교통상교섭본부장 등 통상 관료들과 이들의 판단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만이 진로를 좌우했을 뿐이다. 미국과 같은 대통령 중심제라고는 하지만 입법부의 민주적 통제 권한과 전통이 취약한 한국의 경우 ‘관료 독재’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국회에서 통과되는 법안과 예산안의 95%는 결국 행정부에서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이 사실상 제대로 견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미 FTA는 최근 국민의 눈에 도드라진 사례일 뿐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국내 관료들은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이 관주도 경제성장을 추진해오면서 막대한 권한을 배경으로 재벌 기업 및 토건산업 등과 유착해왔다. 이들은 퇴직 후 산하 공기업 또는 민간 기업에 취업한 뒤 몇 년간 연봉 수억 원씩을 챙기며 현직에 있을 당시의 상대적 박봉을 일거에 만회한다.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경제 관련 부처 국장의 2~3년 후 직장이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산하 금융기관이나 개발공기업, 각종 관련 재벌 기업, 금융업협회나 건설업협회 등이라고 생각해보라. 그들이 이해관계에 초연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더구나 이미 그들의 숱한 선배와 동료들이 그들 산하 공기업이나 관련 기업들에 가 있다고 생각해보라.
결국 그들이 겉으로는 국민과 서민을 외치면서도 늘 그들의 ‘1차 고객’인 금융기관, 건설업계, 정유업계, 정보통신업계 등 공급자들을, 그것도 대기업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정책을 펼쳐온 것도 바로 자신들의 밥그릇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각종 부동산 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주택 소비자인 국민들을 위하기보다는 늘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 위주로 집행되어왔던 것이다.
그 때문에 민간건설업체의 미분양 물량을 세금으로 매입해주고 다주택투기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며 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게 하는 선분양제와 아파트 전매 같은 정책들을 허용해온 것이다. 또한 카드 빚 사태를 초래한 각종 재벌계 카드사들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제해준 반면 수백만 명의 저소득층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것도 그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에 편승한 무분별한 대출 관행을 방조하고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서라면 DTI 규제와 같은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조차 허무는 것도 바로 그런 관성에서 나온 것이다. 인천공항철도 등 수많은 민자 사업을 재벌 건설업체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주고 막대한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는 것도 이 같은 유착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시대착오적인 정부조직과 관료 시스템이 연명하기 위해 계속 시대적 소명이 다한 사업들을 끊임없이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늘리기 위해 무분별하게 각종 정책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유령 공항과 텅 빈 도로 등 사업성이 없는 온갖 개발 사업들을 곳곳에서 목도할 수밖에 없다.
LH공사나 수자원공사 등 시대적 소명을 다한 공기업들이 막대한 공공 부채를 쌓아놓고 막가파식 토건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국민경제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모피아와 토건마피아로 상징되는 시대착오적인 관료 시스템을 혁파하지 않으면 국민경제 전체를 위한 건전한 경제정책 수립은 불가능하다. 이제라도 이들 낡은 관료 시스템을 혁파하기 위한 과감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대선 후보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들은 바로 모피아와 토건족들을 멀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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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관련 글(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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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한 스푼-그리고 질문 하나』(우석훈),『한미 FTA, 소송 당하는 대한민국』(김익태) 서평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0831132224
삼성, 애플에 'FTA 펀치'를 날려라! (프레시안, 남희섭 변리사, 2012-08-31 오후 6:49:54)
[프레시안 books] 김익태의 <한미 FTA, 소송 당하는 대한민국>
법이 사회 구성원 어느 일방의 이익을 대변하더라도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보편적 이익을 추구하는 외양을 갖춘다. 그래야 모두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법의 이데올로기적 기능이라 하는데, 그래서 법 조문만 검토해서는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만 하더라도 서문에 "새로운 고용 기회를 창출하고 일반적 복지를 향상시키기를 희망"한다는 문구를 두고 있다.
그런데 한미 FTA에는 일방의 이익을 대놓고 옹호하는 조문이 있다. 바로 제11장 투자 챕터다. 특히 투자자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분쟁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투자자-국가 분쟁(ISD)' 해결 제도는 투자자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대표적인 것으로 국제법의 이단아로 불리기까지 한다.
(ISD를 '투자자-국가 소송'이라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이런 점에서 서평 대상인 책 <한미 FTA, 소송 당하는 대한민국>(김익태 지음, 꿈꾸는터 펴냄)의 제목에서 "소송"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 ISD는 법원의 공권적 판단을 구하는 소송이 아니라, 개인 법률가들에게 사적 판단을 구하는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한다. ISD가 중재이기 때문에 중재인을 당사자가 직접 선정하고, 중재 절차로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양 당사자의 사전 합의가 필요하다.
이런 합의가 없으면 중재 결정에 한 쪽이 승복하지 않더라도 강제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소송에서는 재판부를 당사자가 정할 수 없고, 피고의 동의가 없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판결에 불만이 있어도 승복해야 한다. 판결은 공권적 판단이기 때문에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의 신분을 보장하고, 절차적 공정성을 담보하는 여러 제도들을 둔다. 그러나 ISD에서는 이런 게 없다. 이처럼 순전히 사적인 판단을 통해 국가의 공공 정책까지도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에, ISD로 인한 사법 주권의 훼손까지 우려하는 것이다.)
투자자는 자기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기가 간접으로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기업을 대신해서도 ISD를 제기할 수 있다. 국가의 모든 조치, 심지어 입법 행위까지 문제 삼을 수 있다. 분쟁은 투자자만 제기할 수 있고 국가는 절차 진행에 반대하지도 못한다. 투자자가 분쟁을 제기하면, 국가는 일단 끌려가야 한다. 아무리 공공 정책이라고 항변해도, 중재 판정부를 구성하는 세 명의 법률가가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더구나 분쟁을 해결하는 기준도 투자 유치국의 법률이 아니라, 투자 보호를 위한 별도의 규칙을 적용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이 투자자에게만큼은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투자자에게 투자 유치국의 법률을 따르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투자자의 독자적인 판단만으로 분쟁이 개시되도록 하면, 투자자는 자기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ISD를 제기할 수 있다. 그래서 <한미 FTA, 소송 당하는 대한민국> 저자 김익태가 앞으로 ISD 분쟁에 휘말릴 대한민국을 상상한 것은 원래 미국식 FTA가 목표로 했던 각본을 정확히 간파한 결과다.
이미 론스타가 ISD 절차를 시작했고,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인천공항 매각과 지하철 9호선 요금 인하 정책이 유력한 분쟁 후보다. 실제로 분쟁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공공 정책이 위축되는 효과는 더 무섭다. 저자가 잘 설명한 것처럼 돈 냄새를 맡은 국내 대형 로펌들은 앞으로 있을 ISD 분쟁 사건을 수임하려고 진작부터 준비를 서둘렀다. 과거에도 없었고 그래서 앞으로도 없을 거라는 정부의 예측을 "초국적 자본과 그의 검투사들"은 믿지 않는 모양이다.
ISD의 본질을 알고 나면 이게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진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을 보면서 재미난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삼성이 미국 법원의 판결에 ISD를 제기하면 어떻게 될까? 마찬가지로 애플도 한국 법원의 판결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로 끌고 간다면? 설마 사법부의 판결이 ISD 대상이 될까 의문을 품을 수 있겠지만, 이런 사례는 많다. 내가 아는 것만 열 건이 넘는다. 책에서는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갔지만, 미국을 상대로 한 최초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ISD 사건(Lowen 사건)도 미국 미시시피 주법원의 판결을 문제 삼은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캐나다 제약사 아포텍스가 미국 연방고등법원의 판결이 NAFTA를 위반했다며 분쟁을 제기했다.
알다시피 미국 법원에서 배심원은 삼성이 애플의 특허와 디자인,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약 1조2000억 원의 손해 배상을 평결했다. 반면 애플은 삼성의 특허를 하나도 침해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이 평결로 삼성전자는 주식이 폭락하는 손해를 보았고, 모방꾼이란 오명까지 안았다. 그런데 아홉 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불과 스물두 시간 만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삼성이 요청한 질문만 수백 개가 되고, 전문가도 하기 어려운 결정을 너무 빨리 내린 것이다.
더구나 배심원은 손해액을 잘못 계산하여 판사의 지적을 받고 여러 군데를 고쳤다. 또 배심원장이 애플 제품에 적용될 수 있는 특허를 가지고 있어서 편향된 평결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만약 이런 결정이 그대로 확정되면(법원 판결을 ISD로 끌고 가려면 판결이 확정되어야 한다), 삼성 입장에서는 배심원 평결이 외국인 투자 보호를 위한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의무(한미 FTA 제11.5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할 만하지 않을까?
통상관료들이 늘 얘기하듯 우리 기업이 외국에서 제대로 보호받으려면 ISD가 필수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가상의 사례를 든 이유는 저자가 누누이 강조하는 사법 주권이 ISD를 통해 무력화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ISD에서 이기고 지는 문제를 떠나 삼성이나 애플은 한미 FTA의 투자자라는 외피를 뒤집어쓰면, 3심제를 근간으로 하는 사법 제도를 무력화할 수단을 갖게 된다.
궁금했다. FTA에 대한 찬반 입장을 얘기하지 않고 침묵하던 다수의 법률가들은 한미 FTA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미국 법에 정통한 저자는 이렇게 요약한다. 한미 FTA는 "미국식 법제의 이식과 ISD라는 신무기"라고(22쪽). ISD라는 틀로 한미 FTA를 분석한 저자는 그 동안 정부가 얘기했던 거짓말을 조목조목 폭로한다. 우리나라가 한 번도 ISD 분쟁을 당한 적이 없다는 게 사실이 아니라는 저자의 지적에는 허탈감마저 느낀다.
"미국의 국내법과 미국식 분쟁 해결 모델을 수출함으로써 미국의 해외 투자와 기타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118쪽)이 FTA의 목적이라는 미국 무역법의 조문만 봐도 미국의 의도는 처음부터 분명했다. 이를 두고 제도의 선진화라는 정부의 주장은 근거 없는 선동에 불과하다. 복잡한 법률 문제이긴 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의 효력을 부인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매들린 판결(Medellin vs. Texax)과 미국 이행 법을 예로 들면서 미국은 ISD를 인정하더라도 사법 주권 훼손을 막을 수 있다는 저자의 지적(183쪽 이하)은, 한미 FTA의 불평등성을 또 다른 시각에서 드러낸 예리한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제기하는 매우 중대한 문제를 살펴보자. 저자는 '진실 6: 한미 FTA 서문에 숨겨진 미국의 꼼수'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한미 FTA 협정문 서문에 따르면(내용이 너무 길어 인용은 하지 않는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투자자보다 더 많은 권리를 부여받을 수 없으며, 이 규정은 미국에만 적용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한국 투자자는 미국에서 미국의 국내법 이상의 투자 보호를 받을 수 없지만, 미국 투자자는 한국에서 한국법 이상의 투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저자의 주장대로 한미 FTA가 해석되고 적용된다면, 이는 실로 중대한 문제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FTA를 추진한 이유 절반 이상이 날아간다. 한국 투자자는 미국에서 미국 법에서 정한 것 이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미 FTA를 하나마나란 소리다.
그런데 협정문 서문을 저자와 같이 해석하기는 만만치 않다. 한미 FTA를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미국의 시민 단체 '퍼블릭 시티즌'의 분석을 보자("May 2007 Preamble Changes Fails to Resolve Concerns with FTA Investment Rules", 2011년 6월 14일).
미국이 체결한 FTA나 양자 간 투자 협정(BIT)에 따른 ISD 결정문 마흔다섯 건을 분석한 결과, 80퍼센트가 서문 규정을 아예 무시했거나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항만 참조했다고 한다. 서문 규정에 독자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90퍼센트나 된다. 그리고 나머지 사건도 공공 정책에 유리한 서문 조항은 제대로 의무 부여를 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도 서문이 협정 의무의 본질을 변경할 수 없으며 협정 당사국에게 별도의 의무를 부과한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펼친 바 있다.
미국의 꼼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서문의 이 조항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이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0831133404
경제 민주화? 한미 FTA 앞에선 수수깡 놀이! (프레시안, 송기호 민변 외교통상위원장, 2012-08-31 오후 6:50:01)
[프레시안 books] 우석훈의 <FTA 한 스푼 그리고 질문 하나>
우석훈이 권하는 질문, "대통령 후보의 통상 정책은 무엇입니까?"

지금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질문이다. 이것이 우석훈의 <FTA 한 스푼 그리고 질문 하나>(레디앙 펴냄)의 결론이다. 동감이다. 시민에게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모든 문제에 대한 지식보다 더 필요하다.
그러면 우석훈이 독자에게 요구하는 질문은 무엇일까? 그는 독자에게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하기로 마음먹은 정치인에게 이 질문을 꼭 한 번 던져 달라고 한다. 질문하는 데에 돈이 들지 않는다.
"당신의 통상 정책은 무엇입니까?"
왜 이 질문이 중요한가? 우석훈의 말처럼, 국내에서는 사람이 죽거나 말거나, 자살을 하거나 말거나, FTA만 체결하면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된다는 주술사들의 통상 독재 시대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이다. 나는 이 질문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이 질문을 좀 더 세련되게 만들고 싶다.
우석훈이 말한 주술사들이 소원한 대로 2011년 7월에 한-EU FTA가, 올해 3월에는 한미 FTA가 발효되었다.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나?
발효 후 1년간 유럽연합(EU)으로 수출되는 한국 제품은 70억 달러나 줄었다. 한국의 유럽 무역 흑자는 FTA가 있기 전의 7분의 1로 급락했다. 유럽의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FTA를 하면 유럽으로 연 3.6억 달러씩 더 수출할 수 있다고 말하던 주술사들은 어디에 있는가?
프랑스는 한국산 자동차 수입을 견제하기 위하여 '긴급 수입 제한 조치' 집중 감시 제도를 EU에 요청했다. 이것은 FTA 협정문에도 없는 부당한 절차이다.
미국은 어떠한가? 가장 최신 통계인 2012년 7월 자료를 보면, 미국에로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0.4퍼센트 증가했다. 그러나 한미 FTA가 없었던 2011년 7월에는 어떠했을까? 2.5퍼센트 증가했다. 한미 FTA가 발효되었음에도 오히려 수출 증가율은 떨어졌다.
삼성-애플 소송은 그저 미국에서 벌어지는 구경거리가 아니다. 미국인 배심원들이 삼성 휴대전화의 둥근 모서리 디자인이 애플의 디자인을 침해했다고 결정한 것을 놓고 미국식 사법 제도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를 놀리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그것은 더 이상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벌어질 일들이다. 이제는 눈을 한미 FTA에 돌려보자. 왜냐하면, 그 안에는 한국의 법을 바꾸어 디자인을 미국식으로 강력히 보호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침해를 당했다며 엄청난 돈을 받아 갈 장치들의 출생 신고서가 가득 들어 있다. 그 틀이 자리 잡게 되면, 미국인 배심원단 판결이 앞으로는 한국에서 일어날 것이다.
삼성-애플 소송은 장차 한국에서 미국이 어떻게 새로운 부를 창출할 것인지를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한미 FTA는 미국식 특허 질서를 한국에 이식하여 막대한 부를 미국으로 가져간다. 이것을 한국의 대통령들은 알지 못했을까? 그렇지 않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국회에 보낸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첫 쪽은 너무 똑같고 너무 분명하다. "지적 재산권 보호 강화 등 제도 선진화"라고 되어 있다.
18대 대통령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우석훈의 주장처럼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당신의 통상 정책은 무엇이냐고 묻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한미 FTA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한미 FTA의 본질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관계없이 국제 금융 회사와 대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틀을 미리 만드는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18대 대통령은 국제 금융 자본에 의해 투자자-국가 분쟁(ISD) 중재(해결) 제도로 끌려가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론스타는 11월에 한국을 ISD에 회부할 것이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요구한 손해 보상 액수는 '수입억 유로', 곧 수조 원이다. 한미 FTA는 세계무역기구(WTO)와는 반대로, 강제 중재에 무역 보복을 결합시켜 놓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는 쌀 수입 자유화를 선언해야 할 최초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늦어도 2015년 1월 1일에는 쌀을 수입 자유화하겠다고 WTO 157개 회원국들과 협정을 맺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는 유전자 조작 미국 쌀의 수입을 허가할 최초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많다. 노무현 정부의 관료들은 2007년 4월, 미국과 한미 FTA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 기술 양해 각서'를 미국에 건넸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외국의 유통 회사들은 한국 국회가 대형 마트를 지금보다 더 강력히 규제하는 법을 만들 때에, FTA를 무기로 강력히 저항할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는 영리법인 병원 제도를 없애지 못할 것이다. 한미 FTA는 영리법인 병원 제도에서는 한국 정부의 정책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은 중국과 북한을 고립화시키는 환태평양 경제 협정(TPP)에 한국이 가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할 것이다. 이미 미국과 한미 FTA로 엮인 한국은 이 요구를 거부할 논거를 찾지 못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TPP에 편입되는 순간, 아시아 경제 통합의 주도권은 더 이상 한국과 일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프라자 합의가 일본의 장기 불황을 가져왔듯이 TPP는 한국과 일본의 성장 시대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미 FTA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하지 않고 자기 논리를 강요한다. 이 틀에서는 한국의 경제 민주화는 수수깡 놀이다. ISD에서 한국 헌법 조항을 읽고 있을 중재인은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 헌법은 강제 중재에서 판단 규범이 될 자격조차 없다.
해결책은 한미 FTA라는 괴물을 경제 민주화 침대에 올려놓고 침대에 맞게 수술을 하는 것이다. 경제 민주화를 잘 하는 대통령을 원한다면 한미 FTA를 잘 수술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여기에는 주도면밀한 FTA 모니터와 국민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미국과의 끈질긴 협의가 필요하다. 미국에 달랑 팩스 한 장 보내면 된다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팩스는 한미 FTA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석훈이 오랜만에 한미 FTA을 책을 내면서 간명한 결론으로 제시한 질문은 훌륭하다. "대통령 후보의 통상 정책은 무엇입니까?"라는 그의 질문은 내겐 '한미 FTA를 어떻게 수술할 것입니까?'라는 질문으로 읽힌다. 우석훈처럼 나 역시 질문의 힘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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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국제적 호구’로 만들어, 한미FTA는 삼성이 밀어붙인 것? (레디앙 / 2012년 7월 14일, 1:31 PM)
[새책] 우석훈 『fta 한 스푼』… 대선 긴급 의제 ‘통상 독재’
“국내에서는 사람이 죽거나 말거나, 자살을 하거나 말거나 fta만 체결하면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된다는 주술사들의 통상독재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그게 우리가 대선에 올려야할 주제이고 질문이다.”
“2012년 대선은 아마도 토건이 시험대에 올라가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이것은 큰 싸움이다. 작게는 한국 경제의 명운이 걸려 있고, 크게는 동북아 경제가 걸려 있는 싸움이기도 하다. 한국의 상황에서 복지냐 아니냐, 이건 오히려 이념적이지만 토건에 비하면 작은 싸움일 수도 있다.” - 본문 중에서
지난 3월 한미 fta 발효에 저항하면서 삭발을 했고, 자신의 대표작인 『88만원 세대』의 절판을 선언한 바 있는 우석훈 박사가 새 책 『fta 한 스푼-그리고 질문 하나』(레디앙, 15000원)를 펴냈다.
한 때 한미 fta 반대 여론이 70%에 달한 적도 있었으나, 2012년 총선을 거치면서 한미 fta이슈는 의제들이 경쟁하는 연단에서 사라졌다. 2012년 대선 때 이 문제가 의제로 부각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높지 않아 보인다. 우석훈의 삭발이 ‘총성이 멈춘 전쟁터’ 한미 fta를 향한 ‘단독 선전포고’이고, 『88만원 세대』의 절판이 ‘교전 행위’였다면 『fta 한 스푼-그리고 질문 하나』의 출간은 ‘확전’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한미 fta나 동시다발적인 묻지마 fta 체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제대로 된 통상전략의 부재라고 지적한다.
그는 △통상 독재의 주 집행부서인 통상교섭본부의 해체와 △‘동시 다발적 fta 전략의 폐지’ △장기적으로는 노무현 컨센서스의 해체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통상정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꼭 하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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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는 삼성이 밀어붙인 거다?
『fta 한 스푼-그리고 질문 하나』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fta가 노무현, 이명박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고, 체결을 밀어붙인 배경을 다각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2장에서는 저자가 왜 한미 fta를 공포라고 생각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과 계층이 피해를 보게 될지 자세하게 분석했다. 3장에서는 한미 fta, 동시 다발적 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fta를 넘어서 ‘통상전략’ 자체를 사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장에서 저자는 한미 fta 추진 배경을 음모론과 내인론, 두 경로로 파헤친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갑작스런 한미 fta 추진은 측근들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됐으며, 그 배경은 아직도 일종의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저자는 이와 관련 ‘삼성 음모론’을 언급해 흥미롭다.
“이건희의 ‘샌드위치 위기론’과 결합해서 한미 fta를 추진한 동력 중 하나는 당시 삼성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던 금융허브론이었다. … 여기에 삼성의 의료 부문 강화 혹은 물 민영화 주장 등이 결합되면서 … 삼성이 한미 fta를 자신들의 그룹 전략으로 보았고, 그래서 참여정부에게 진간접적으로 한미 fta 추진을 종용했다는 정황 정도는 추정해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결국 협상을 건의하고 추진한 당사자(김현종)가 삼성전자의 해외법무 사장으로 갔으니, 당사자나 삼성 혹은 주변의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는 이상, ‘삼성이 한 거다’는 음모론은 그 자체로 완결된 고리를 갖는다.” (본문 중에서)
노무현 정부의 fta를 선의로 분석해보면
저자는 이어 ‘내인론’의 접근법으로 한미fta 협상 개시의 배경을 따져본다. 여기서도 예의 삼성이 등장한다. 참여정부 초기에 한국 경제 지향점의 참고 대상으로 이른바 스웨덴 모델과 네덜란드 모델이 언급된 적이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그룹의 핵심 인사들과 함께 그 즈음 스웨덴을 방문해 그 나라의 재벌 ‘발렌베리’ 모델을 살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삼성은 까다로운 유산 승계와 도덕 기준에 따라 이 모델을 선호하지 않았다. 이후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장했던 네덜란드 모델도 사회적 파급력을 갖지 못했다. 이에 따라 그 다음에 제시된 것이 ‘미국 모델’이다.
“‘개방이냐 아니냐.’ 그렇게 얘기하던 찬성론자들의 얘기는, 단순히 시장을 열고 닫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개화된 미국 경제의 운용방식과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였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이 정도가 가장 선의로 이해한 노무현 시대의 한미 fta 추진에 관한 내인론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 한미 fta를 날치기까지 동원해서 통과시킨 것의 배경도 정치, 경제, 외교 분야 등 3개 측면을 음모론적 시각에서 흥미롭게 분석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날치기의 배경
우석훈이 한미 fta의 시작과 통과의 전 과정을 설명하면서 ‘워싱턴 컨센서스’와 유사한 개념으로 ‘노무현 컨센서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가 말하는 노무현 컨센선스의 정의는 이렇다.
“여당, 야당의 구분과는 상관없이 fta를 중심으로 정치인, 관료, 재계에 이르기까지, 한국 지배층들이 포괄적으로 가지고 있던 한미 fta에 대한 거대한 합의 같은 게 존재한다. 이걸 노무현 컨센서스라고 부르기로 하자.” (본문 중에서)
우석훈은 노무현 컨센서스 동맹군으로 참여정부 당시 여당, 지금은 야당에 속한 인사들을 세 부류로 나눈다. “스스로 바보임을 자청하거나, 자신의 신념을 강조하며 통상파라는 입장을 가지거나 혹은 어정쩡한 입장에서 비겁함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바보 그룹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국회 fta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송영길 현 인천시장, 후에 스스로 잘못은 고백은 했지만 정동영 전 의원과 참여정부 시절 대부분 여권 인사들이 포함됐다. 신념파는 나중에 ‘전향’한 정세균, 박지원 의원이 들어가 있으며, 김진표 의원을 비롯한 통상파들이 해당된다. 비겁파는 소위 ‘착한 fta와 나쁜 fta’를 구별하면서 일관성을 잃은 한명숙 전 총리가 대표적 인물이다.
저자는 시급하지도 않고, 한국 경제에 이롭지도 않은 게 분명한 한미 fta가 왜 이렇게 갑작스럽고, 신속하게 처리됐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사실과 자신의 추론을 통해 1장에서 그 전모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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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괴물과 한미 fta 괴수가 다른 점은?
저자는 당초 이 책의 제목을 ‘모든 공포의 총합’으로 하려 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괴수 영화로는 특이하게 괴물의 모습이 영화 전반부에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괴수영화는 괴물이 영화 중반부 이후에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한미 fta의 괴수적 성격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2장의 제목이 ‘고질라는 언제 등장하는가’라고 정해진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고질라는 ‘모든 공포를 총합’한 것의 상징이다. 그는 한미 fta 효과와 관련해서 특정 분야에 대한 이익과 손실을 따지는 것은 필요하긴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주장한다. 주로 한국의 외교통상부가 이런 접근을 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이 “우리 앞에 이미 등장하기 시작한 고질라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지금부터 나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다시 현미경으로 아주 좁게 들여다보게 만든 화각을 뒤로 빼서, 광각의 스크린으로, 아주 원거리에서 한미 fta라는 영화를 재구성해보려고 한다.”며 자신이 재구성한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 fta의 모습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한미 fta는 물론 한-EU fta도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말한다.
“무슨 엄청난 컴퓨터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무지막지하게 통상 전문가가 되어야 알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어쩌면 이건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얘기이다. 경제학과 학부 1학년 아니 그게 좀 무리하다면 학부 3학년이면, 한미 fta가 경제적으로 유리하게 되기가 어렵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기본적인 경제 이론과 구체적인 수치 등을 언급하면서, 미장원과 골목 상권이 한미 fta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불리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면서, 자신의 논거를 풀어나가고 있다.
괴수가 숨어 있는 곳, ISD
저자는 특히 한미 fta 내용 가운데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이는 “1% vs 99% 사회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이 조항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한미 fta라는 극장에서, 찬성 측이나 반대 측이나, 만약 여기에 괴수가 숨어 있다면, 그 본체는 ISD일 것이라는 데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ISD가 특별한 것은, 이 뒤에는 90년대 이후에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축으로 떠오른 다국적기업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ISD는 다국적기업에 의한, 다국적기업만을 위한 그런 제도이다. 생산 분야든, 금융 분야든, 일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나 우리가 시민으로 부르는 개개인은 이 제도를 통해서 이득 볼 일은 거의 없다.” (본문 중에서)
한미 fta는 총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에게 손해라는 점이 이 책을 통해 밝혀진다. 그리고 그 피해자들은 다층적이고 중층적이다. 어떤 사람은 직접 피해를 받고, 어떤 사람은 그 피해자로 인해서 간접 피해를 받게 된다. 이 책에서는 “국익에 도움이 된다.”라는 주장이 실체도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현실과 다른 신기루를 걷어내고 나면, 우리는 한미 fta를 통해서 우리 모두 사실은 직간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만나게 된다.
저자는 한국 경제 내의 약자들에 관한 얘기로 들어가면, 그곳이 바로 한미 fta라는 괴수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놀이터라며, 이런 약자를 위한 국가는 없다는 점을 고발한다. 저자는 특히 한미 fta 피해 그룹은 청년, 소상공인, 농업 종사자 그리고 재앙적 의료비 피해자들이라는 점을 밝히고, 관련 논의를 상세하게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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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통상전략
3장의 제목은 ‘fta 한 스푼, 팩스 한 장’이다. “우리는 fta, 아니 통상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는가? 눈을 조금 키워서 아주 긴 시간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딱 ‘한 스푼’만큼, 독자 여러분들이 무역 혹은 통상에 대해서 생각해보시기를 바란다.”
정부, 특히 외교통상부와 이를 받아쓰는 주요 언론사들의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스푼’만큼의 비판적 사고와 질문이다. 의도적 오독과 비판적 읽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이 장에서 미국과의 fta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앞서 우리나라의 통상정책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비판의 핵심은 정책 자체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 개별적 국가 혹은 지역과의 통상 정책이나 전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무조건 많은 fta, 다다익선, 이게 우리의 기본 통상전략이 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회적 논의도 국민적 합의도 없이 어영부영, 은근슬쩍 결정됐다고 꼬집는다. 이는 한국이 특정 국가들과의 fta가 어떤 폐해를 가져올지, 어떤 실익을 줄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동시다발적 fta 추진이라는 기상천외한 통상전략’을 추진하는 국가가 돼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의 통상정책이라는 것은 fta가 알파요 오메가라는 비판이다.
자신이 fta 반대론자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어느 정파가 권력을 잡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통상 정책 또는 통상 전략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미 fta 폐지 불가론 근거 비판
하지만 저자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저자는 ISD를 ‘국제 표준 약관’ 정도로 이해했던 박근혜 진영에서, 다른 건 몰라도 통상 부문에서 별도로 자신의 정책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앞으로도 그렇게 전격적인 ‘박근혜식 통상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그렇게 높아 보이지도 않는다고 평가한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야권의 통상파들은 여권의 입장과 다르지 않으며, 착한 fta, 나쁜 fta처럼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만들어내는 쪽은 여당에 질질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한미 fta에 대해 ‘한 스푼’ 더 생각을 한다면 ‘팩스 한 장’으로 그것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미 fta 개정은 양쪽 당사자의 합의가 있어야 되지만, 종료는 한쪽의 의사만으로 성립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기후변화협약의 이행 계획에 해당하는 교토 의정서를 클린턴 이후 집권한 부시 행정부에서 성명서 한 장으로 폐기해버린 적이 있다고 저자는 상기시켜준다.
“서정적으로 표현하면, ‘팩스 한 장’으로 우리는 한미 fta를 종료시킬 수 있다. 물론 그 전제는 노무현 컨센서스를 극복하고, 최소한 앞으로의 한국 통상에 관한 방향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데에 어느 정도는 국민적 합의가 생겨나고, 그리고도 그 내용에 대통령이 동의하는 경우이다. 민중의 정부 혹은 시민의 정부가 전격적으로 출범하는 경우 외에는 상상하기 어렵다.”
우석훈은 한미 fta 폐기에 대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의 근거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무역 보복이 가능하지 않은 이유, 조약이 파기될 경우 국제적 신뢰도가 저하된다며 이를 가지고 협박하는 주장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무역 환경과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한다. 그는 “단기적으로 청와대와 백악관의 사이 관계가 경직”되는 것은 감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문제는 대한민국 국내 노무현 컨센서스 그룹의 반발이라고 지적한다.
1년 후 재평가 통해 폐기 여부 결정
하지만 저자는 한미 fta의 즉각적 폐기 주장에서 한 발 양보한 제안을 내놓는다. 한미 fta 발효 이후 1년 동안의 재평가 기간을 거친 이후 폐기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국민 투표급’ 절차를 거쳐 이를 확정하자는 얘기.
저자는 한EU, 한미, 이런 거대 경제권과의 fta를 했으면, 상식적으로 조금 시간을 가지고 효과를 살펴보면서 중간평가 등 효과 분석을 하고, 기존의 전략을 점검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한미 fta를 했으니, 나머지 것들은 더 빨리 속도를 내서, 더 먼저 하자고 한다며, 이건 경제도 아니고, 외교도 아니고, 그냥 이념일 뿐이라고 힐난한다. 저자는 “이 정도면 종교적 수준이다. 역사가 보여주는 건, 이렇게 극단적인 통상주의자들이 경제를 이끌고 나갔던 나라들은 다 망했다는 사실이다.”라고 경고한다.
그는 이에 앞서 fta 피해자는 과소 대표되고, 통상파 정치권력은 과잉된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동시 다발적 fta 추진 전략 폐기를 공약으로 내놓은 후보를 지지할 것이며, 이런 후보가 민주통합이나 야권 연대 세력에서 나타나지 않을 경우 진보 진영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본부(본부장 장관급)을 해체 수준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국내 경제와 연관성 속에서 통상 문제를 바라보지 않고, fta 체결을 성과로 삼고 있는 외교통상부로부터 교섭본부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석훈은 통상교섭본부를 과거 상공부인 지식경제부로 재편하든지, 청와대 직속이나 국회 소속으로 배치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는 대선까지는 아직은 시간이 있으며, 역동적인 대한민국에서는 순식간에 fta가 들불처럼 타올랐던 것처럼 또 다른 흐름으로의 전환 역시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으면서, “그게 한국에서 살아가는 골치 아픈 일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 나라의 매력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통상교섭본부는 지식경제부, 청와대, 또는 국회로
“우리가 결국 박정희, 전또깡으로 이어지는 그 군부독재도 극복한 나라 아닌가? 모든 경제적 문제가 한꺼번에 밀려왔던 토건과 통상독재 그리고 금융관료의 문제, 결국은 하나씩 극복해서 우리도 선진국이 되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믿음을 아직 버릴 필요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정말로 시민이라는 존재가 하나의 흐름으로 등장해야 하고, 그들이 fta에 대해서 ‘한 스푼’만큼의 질문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그리고 그가 이 책의 전편을 통해 강조하고자 했던 메시지 가운데 하나는 이런 것이다. “한미 fta는 미국도 한국도 승자가 아니다. 시민으로 규정되는 사람들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패배하게 된다. 이긴 것은 국적과 상관없이 다국적 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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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내부의 적』(츠베탕 토도로프) 서평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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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신자유주의, 어디로? 대한민국의 미래 정치 모델을 찾아서' 공동 토론회(2012.5.25)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_facebook.asp?article_num=60120526222717
끝물 신자유주의, 그 너머엔… (프레시안, 김덕련 기자, 2012-05-27 오전 10:23:12)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새사연, '신자유주의 이후' 공동 토론회
2008년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이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거론하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이후 한국과 세계가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는 아직 안갯속이다.
2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104호에서 이 문제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이 '포스트-신자유주의, 어디로? 대한민국의 미래 정치 모델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공동 주최한 토론회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과 정태인 새사연 원장이 발표하고 김기준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자, 전창환 한신대 교수, 최태욱 한림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사회는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이 맡았다.
홍기빈 "신자유주의, 인위적 정치경제 모델의 하나에 불과"
홍 소장은 '세계 경제의 위기와 정치경제 모델의 교체 : 한국의 선택은?'이라는 주제에 대해 발표했다. 홍 소장은 신자유주의를 "정치경제 모델"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를 "자연적 질서"로 이해하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옹호자들의 주장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따져보면, 신자유주의는 나타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유한하며,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정치경제 모델의 하나에 불과하다."
홍 소장은 자본주의의 변화 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폈다. "19세기 자본주의는 자연적인 작동 법칙에 따라 경제가 굴러가도록 내버려두자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였다. 정치와 경제를 서로 분리된, 완전히 구조가 다른 것으로 파악했다."
1929년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국제적인 금 본위제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박살이 났다." '거대한 전환'의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대공황을 거치면서 사람들에게 분명해진 명제가 있다. 우선 자본주의를 이대로 내버려두면 산업 생산의 조직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경제학 논리에서는 자꾸 이 이야기가 빠지는데, 민주 사회에서는 정치경제 체제가 (대중으로부터)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최소한의 삶이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1930년대에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산업 생산의 조직과 정당성 확보. 이 두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도의 인위적인 질서를 새로이 창출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합의"가 만들어졌다고 홍 소장은 말했다. 홍 소장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참정권의 폭발적 확대와 맞물려 진행됐다고 말했다. "민주주의가 전면적으로 확장되는 순간이 오면 정치 질서와 무관한 경제 질서는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정치경제 모델이 1970년대 들어 쇠퇴하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신자유주의적 금융 자본주의다. 신자유주의적 금융 자본주의는 산업 생산의 조직과 정당성 확보라는 두 과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었을까?
첫 번째 과제에 대한 신자유주의의 해법은 자본 시장과 금융 시장에 최대한의 자유를 주는 것이었다. "거칠게 비유하면 고스플란(옛 소련의 국가계획위원회) 같은 위치를 지구적인 자본 시장이 차지하고 있었다. 금융 시장과 자본 시장에서 최대한 규제를 없애고 지구적으로 통합하면 가장 합리적인 가격 산정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통용됐다."
홍 소장은 정당성 확보 문제와 관련해 "계속 간과됐으나 하나의 정치경제 모델로서 신자유주의를 떠받친 대단히 중요한 장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가계 부채를 증가시키고 이를 자산 시장으로 환수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가계 대출로 조달한 자금은 급박한 소비의 필요를 충당하고 남은 금액만큼 자산 시장으로 환수됐다. 가계 부문에서 유입되는 대규모 자금으로 자산 시장 규모가 확대될 뿐만 아니라, 자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전체 모델에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 자산 가격의 지속적 상승은 가계 대출을 통해서나마 자산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했다."
1970년대 이전이라면 공공 지출을 통해 사회 구성원에게 돌아갔을 혜택이, 신자유주의적 금융 자본주의에서는 금융 기관에 이자를 내고 사적으로 거래해 조달하는 서비스로 바뀌었다는 말이다. 홍 소장은 이를 "사유화된 케인즈주의"라고 불렀다.
자산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이들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신자유주의적 금융 자본주의는 "조세 감면으로 행복한 상류층과 포트폴리오를 통해 미래를 도모하는 일부 중산층의 적극적 지지를 얻으면 될 뿐"이었다. "하층 계급의 분노는 대출로 막으면 되고, 노조와 좌파 세력이 거의 와해됐으니 조직적인 반란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었다."
홍 소장은 2008년 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적 금융 자본주의 시스템이 근본부터 무너져가고 있다고 봤다.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에 유령처럼 떠돌아다니는 생각인데 누구도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는 것 같다. 신자유주의는 히스토리(history)가 됐다. 산업 생산의 조직, 대중의 정당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먹힐 수 없다."
금융 시장과 자본 시장에 무제한의 자유를 주면 잘될 것이라는 믿음이 산산조각 나면서 "지적 기초"가 무너진 데다,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제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성 문제와 관련해 홍 소장은 지난해에 진행된 '점령하라(occupy)' 운동에 주목했다. 홍 소장은 이 운동을,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역사적 블록'에서 가장 중요한 우군이 신자유주의에 등을 돌렸음을 드러낸 사건으로 해석했다.
"이 운동에 참여한 미국인은 압도적으로 백인이 많았다. 대체로 대학 교육을 받은 중산층이었다. 이들이 외친 건 '부동산 대출, 대학 학비 대출 때문에 죽을 맛인데 자산 가격이 하락하니 어떻게 미래를 도모하라는 것이냐'였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미국 백인층에서 거의 날아갔다."
홍 소장은 이러한 세계사적인 전환기를 맞아 한국에서도 새로운 정치경제 모델을 구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홍 소장은 하나의 정치경제 모델을 구성하는 여러 정책과 제도들 사이의 상호보완성을 강조했다.
정태인 "양극화 추세 못 꺾으면 보편 복지 불가능"
홍 소장에 이어 정 원장이 '지속가능한 사회국가의 가치와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정 원장은 성장에 관한 국가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수출을 늘려서 파이를 키우면 구성원이 모두 잘 살게 된다는 '흘러내림 효과(trickle-down effect)'는 1990년대 중반부터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기 때문이라는 것.
정 원장이 제시하는 대안은 소득 주도 성장 전략이다. "바깥으로부터(수출 주도), 위로부터(흘러내림 효과)" 성장을 추동하는 방식에서 "안으로부터(내수와 사회적 경제), 아래로부터(차오름 효과)" 성장하는 것으로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원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소득 불평등이 심해졌는데 이는 임금과 생산성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1980년대까지는 생산성과 실질임금이 거의 같은 속도로 늘어났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생산성은 과거와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데 비해 실질임금 상승 기세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생산성과 임금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2분의1로 결정하는 것이 소득 주도 성장 전략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생산성 향상에 상응하는 실질임금 상승이 거시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끈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조직률, 단체협상 적용률을 높이는 것도 소득 주도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제시했다.
소득 주도 성장 전략은 정 원장이 제시하는 거시 정책의 세 축 중 하나다. 나머지 둘은 재벌 체제 개편과 자본 통제다. 정 원장은 특히 자본 통제와 관련해 동아시아 공동의 토빈세(외환거래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토빈세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 원장은 가라앉은 세계 경제를 회복시키는 전략에서도 동아시아가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
"(동아시아는) 2000년대에 이르러 세계 제조업을 제패했다. 그 힘이 동아시아의 대규모 무역 흑자, 4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 보유고를 낳았다. (……) 동아시아 협력은 역내 외환보유고 공동 관리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 (……) 이 중 최소 1조에서 2조 달러는 중국의 내륙, 북한, 몽골, 나아가서 동시베리아 개발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 부흥을 통해 세계 경기를 진작한 마셜플랜처럼 동아시아를 스스로 개발하면서 세계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
이러한 거시정책과 함께, 미시경제 차원에서 정 원장은 중소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사회적 경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원장은 이러한 총체적인 전환 없이는 현재 "국민적 합의"인 복지국가도 불가능하다고 봤다. 정 원장은 특히 "시장에서 진행되는 양극화 추세를 꺾지 못하면 보편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던 때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2004년 11월, 노무현 대통령이 두 가지 지시를 내렸다. 하나는 양극화를 교정할 정책을 내놓으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정부의 정책들 중 서로 부딪히는 건 없는지 분석하라는 것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지금 정책 기조대로 가되 (양극화를 줄일) 보완책을 만들면 된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나와 이정우 교수는 정책 기조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졌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때 복지 지출은 늘었지만 시장에서 진행되는 양극화 추세가 그보다 컸다. 그 결과 불평등지수가 더 나빠졌다. 핵심 과제는 시장에서 이뤄지는 양극화를 막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한미FTA까지 했다."
전창환 "월스트리트 주도 금융 자본주의, 쉽게 목줄 끊기지 않을 것"
토론자로 나선 전창환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운명'에 관해 홍 소장과 다소 견해를 달리했다. "'신자유주의는 히스토리가 됐다'고 했는데, 비틀비틀하면서 꽤 갈 여지가 있다. 2008년에 위기를 겪었지만, 신자유주의는 히스토리로 가는 중이라고 본다."
전 교수는 2008년 위기 이후 월스트리트의 거대 금융 기관들의 수익성이 생각보다 빨리 회복됐다는 데 주목했다. 거대 금융 기관들이 어마어마한 로비 자금을 뿌리며 월스트리트 규제 법안을 무력화하는 등 금융 자본주의 개혁에 불리한 정치 지형이 형성됐다는 점도 눈여겨봤다.
또한 전 교수는 "미국이 월스트리트 금융만으로 이뤄졌다고 보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의 증권화, 극단적인 시장주의, 단기 수익 극대화와는 체질적으로 다른 금융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을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전 교수는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신용조합과 협동조합 조직의 금융 기관을 그 사례로 제시하며, "월스트리트 금융만 존재했다면 2008년에 망가졌을 때 미국 금융 시스템이 훨씬 큰 타격을 받았을 텐데, 신용조합 등이 범퍼 역할을 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고령화 추세로, 노후 생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월스트리트 금융 기법을 원하는 수요자가 꽤 탄탄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런 사항들을 고려해볼 때 "월스트리트가 주도하는 금융 자본주의가 쉽게 목줄이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금융과 관련해 전 교수는 "금융은 그동안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영역"이라며 "금융 민주화 작업을 시민운동, 노동운동 쪽에서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제안했다.
전 교수는 정 원장이 제시한 동아시아 협력 방안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이 대목에서 전 교수는 13개국(한국, 중국, 일본, 아세안 10개국)이 2000년에 "동아시아 역사상 최초의 금융 통화 협력"인 치앙마이 협정을 체결했지만,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졌을 때 회원국들은 이 협정을 적극 활용하는 대신 미국 연준에 손을 내민 것을 그 사례로 제시했다.
다른 토론자인 최태욱 교수는 신자유주의 이후 "한국형 조정시장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준 당선자는 투기자본 규제를 통한 금융 공공성 강화,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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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품에 안긴 FTA 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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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시평]재벌 품에 안긴 FTA 관료 (경향, 김광기 | 경북대 교수·사회학, 2012-03-26 21:08:05)
2012년 3월15일 마침내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벌기업들은 환영하고 농축산으로 먹고사는 이들은 내켜하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얼마 전 개운치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한·미 FTA협상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통상관료들이 줄줄이 공직을 버리고 곧바로 삼성행을 택했다는 소식이다. 그 중 한 명은 한·미 FTA를 추진한 장본인으로 유엔대사를 거쳐 2009년 3월 삼성전자 해외법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다. 그는 지난해 말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 명은 한·미 FTA 협상 당시 기획단 총괄팀장을 맡았으며 2009년부터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통상현안을 담당했던 김원경 전 경제참사관이다. 그는 올 2월 사직하고 3월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런 행보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매우 따갑다. 물론 삼성은 ‘세계 통상중심 국가’를 표방한 이명박 정권의 원대한 포부(?)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통상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며 한·미 FTA 실무자들을 잇달아 기용한 구실을 애써 둘러대려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에는 이런 행보가 그저 볼썽사나울 뿐이다. 한·미 FTA의 필요성을 애써 강조하며 이를 성사시킨 핵심관료들이 과업을 달성하자마자 재벌기업으로 직행한다면 그들이 내세웠던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한·미 FTA는 체결되어야 한다”는 명분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행보를 보고 그들의 한·미 FTA 체결을 위한 협상행위가 결국 재벌기업을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강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국민들이 믿기 힘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미 FTA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정황들을 그 누구도 아닌 정부가 스스로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정부(주무 핵심관료)가 겉으로 내세운 명분을 국민들로 하여금 곧이곧대로 믿게 하고 싶었다면 의심받을 짓은 아예 하지 말았어야 한다. 자고로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고, 오이밭에서는 신발끈 고쳐 매지 말라 했다. 의심받을 짓은 애초부터 하지도 말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이다. 만일 이런 가르침에 삼성과 해당 관료들이 귀를 조금이라도 기울였다면 해당 관료들의 삼성 영입은 자제했어야 옳다. 아무리 끌어오고, 또 가고 싶었어도 말이다.
하기는 상대를 봐가며 바랄 것을 바라야 하는 법. 국가의 법도 하찮게 여기며 그 법 위에 군림하는 안하무인의 모습을 보이는 삼성이 그깟 국민들의 시선쯤이야 신경 쓸 리 있겠는가? 그것을 바라는 국민이 바보다. 또한 명석한 두뇌로 개인의 영달만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게다.
하지만 고시에 붙어 국민의 혈세로 미국 연수를 가서 공부해 변호사 자격증까지 땄다면 적어도 그만큼은 국가에 값을 치러 보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자신이 후안무치가 되어 이를 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법률을 만들어 강제해야 함이 마땅하다.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백주 대낮에 국가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던 관료가 공직을 떠나 하루아침에 관련 사기업으로 직행하는 일들이 벌어진단 말인가?
사기업체 임원이 정부의 고위관료로 가고 다시 사기업체 임원으로 돌고 도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은, 이제는 쇠락에 접어든 미국에서나 벌어지는 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들의 손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일들이 결정되었다는 게 참으로 서글프다. 그런데 이보다 더 서글픈 것은 한·미 FTA 문제가 이제 야권의 총선 10대 정책에서도 슬그머니 빠진 한물간 사안으로 잊혀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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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규제, 한·미 FTA와 충돌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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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휴업 무시 코스트코, 투자자소송 제기할 수도 (경향, 김지환 기자, 2012-10-03 21:43:07)
ㆍ전문가들 “한·미 FTA 조항상 가능…재협상 시급”
의무휴업일을 무시하고 ‘배짱 영업’을 강행하고 있는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국내 520여개 단체로 구성된 경제민주화 국민본부는 코스트코 서울 양평점 앞에서 2주에 한번씩 집회를 열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의무휴업일을 지키지 않는 대형마트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코스트코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갈수록 거세짐에 따라 이번 갈등이 국제중재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유통법과 한·미 FTA는 정면 충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2장(국경간 서비스무역)은 한국 정부가 한국의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미국 투자자에게 영업시간, 영업일 제한 등 규제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영업일을 제한한 지방자치단체 조례의 근거가 되는 유통법이 한·미 FTA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코스트코로선 한·미 FTA에 위배되는 법령에 따라 지자체가 영업일을 제한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자체가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는 코스트코로부터 요청이 들어올 경우 한·미 FTA가 정하고 있는 ‘국가간 분쟁해결절차’를 밟을 수 있다.
■ 코스트코, ISD 제기 가능하나
외교통상부 이호열 서비스투자과장은 “코스트코는 한·미 FTA 12장 위반이라는 이유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12장의 어떠한 규정도 투자자-국가소송제에 따른 분쟁해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국가소송제를 규정한 11장에서 규정한 의무를 한국 정부가 위반할 경우 투자자-국가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외교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코스트코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를 할 의무(11.5조)를 한국 정부가 위반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코스트코, 아직 공식 문제제기 안 해
코스트코는 아직 공식적으로 외교채널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진 않았다. 외교부는 무소속 박주선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 “외교부 내의 관련 부서에 문의한 결과 미국 측 투자자로부터 받은 의견서는 없다”고 밝혔다. 2010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1000억원을 웃도는 당기순이익을 낸 코스트코엔 수천만원의 과태료가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또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법정에 세울 경우 한국에서의 영업에 악영향이 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 근본 해결책은 원포인트 재협상

외교부는 “현행 유통법 등을 합리적으로 운영할 경우 미국으로부터의 문제제기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과태료 제재 수준이 높아지거나 유통법 개정 등으로 규제가 더 강화될 경우 코스트코는 언제든지 투자자-국가소송이라는 칼을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코스트코가 아직까진 과태료 등의 규제조치를 용인하고 있지만 향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며 “정부는 (국내 규제를 정당화할 수 있는 예외를 만드는) 원포인트 재협상 등을 통해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130000005&code=910402
새누리의 자가당착… 중소도시 대형마트 규제, 한·미 FTA와 충돌 (경향, 김지환 기자, 2012-02-13 00:00:00)
중소도시에 대형 할인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입점을 제한하려는 새누리당의 정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충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FTA를 날치기 처리한 새누리당이 총선을 앞두고 한·미 FTA와 충돌하는 중소상인 보호정책을 추진하는 게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12일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 시도는 한·미 FTA와 충돌한다”며 “새누리당이 진정성을 갖고 일관성 있게 중소상인을 보호하려는 정책을 펼치려면 한·미 FTA를 발효시키기 위한 절차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지방 중소도시에 대형 할인마트와 SSM의 신규 입점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정하기로 했다. 입점이 금지되는 지역은 도시별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 12장(국경 간 서비스무역)은 “지역적 소구분에 기초해 자국의 영역에서 경제적 수요심사에 따라 서비스 공급자의 수를 제한하는 조치를 채택하거나 유지할 수 없다”며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접근 보장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중소도시라는 지역적 구분에 따라 대형마트, SSM의 수를 해당 지역에서 제한하려는 새누리당의 정책은 한·미 FTA 규정과 충돌하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한·유럽연합(EU) FTA 역시 같은 이유로 새누리당의 정책과 충돌한다”고 말했다. 외국 유통업체뿐 아니라 한국의 대형 유통서비스 기업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도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정책이 도입될 경우 주가 하락 등으로 재산권이 침해됐다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게 송 변호사의 설명이다.
현행 유통법,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관한법률(상생법)도 한·미 FTA, 한·EU FTA와 충돌한다. 유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통상업보존구역, 상생법의 사업조정제도 역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시장진입을 인위적으로 막는 장벽이기 때문이다. 특정 중소도시에 입점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은 지금보다 더 높은 장벽이어서 외국 업체들이 분쟁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지난해 말 한·미 FTA를 날치기한 새누리당이 협정 위반을 감수하고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 정책을 관철시키려 한다면 한·미 FTA 재협상 혹은 폐기에는 왜 반대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132206025&code=910402
새누리 유통법 개정안 FTA 12.4조와 모순… 자가당착 논란 커져 (경향, 강병한·김지환 기자, 2012-02-13 22:06:02)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3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지방 중소도시 신규 진출을 5년간 금지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한나라당 때 국회에서 날치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충돌해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에도 강행 뜻을 밝힌 것이다.
비대위는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연 후 인구 30만명 이하 지방 중소도시에 한해 5년간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신규 입점을 금지하는 유통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50개 중소도시와 군 지역이 대상이고, 국민의 25%에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해당사자인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가 허용하거나 소비자 요구로 지방의회 의결을 거치면 유통업체 입점을 허용키로 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상대방 국가에 시장접근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한 12.4조는 새누리당 정책을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는 의무와는 별도 의무”라며 “이 때문에 입점을 제한할 경우 한·미 FTA 위반이 된다”고 재반박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132156095&code=910402
새누리 “대형마트 제한, FTA와 충돌 없다” 거짓 해명 (경향, 김지환 기자, 2012-02-13 21:56:09)
ㆍ전문가 “협정문 12.4조 시장접근 보장의무 위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중소상인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새누리당의 발걸음이 엉키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중소도시 입점제한 조치는 FTA 위반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정책은 명백히 한·미 FTA 위반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지방 중소도시 신규 진출을 5년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소 상공인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김종인 비대위원(72)은 브리핑에서 “미국 기업하고 한국 기업하고 차별을 하면 (한·미 FTA와) 충돌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유통기업에 대해서 하는 것이라서 충돌의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61)도 “전통시장의 경계로부터 1㎞ 이내에는 기업형 슈퍼마켓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유통법이 지난해 제정됐다. 당시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상임위에서 합의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한·미 FTA, 한·유럽연합(EU) FTA 등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국경 간 서비스무역을 규정한 한·미 FTA 협정문 12장을 보면, 한·미 양국에는 내국민대우 의무를 규정한 조항(12.2조)이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유통기업을 한국 기업에 비해 불리하게 대우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내·외국인 간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새누리당의 항변처럼 중소상인 보호대책이 국내외 기업을 함께 규제한다면 내국민대우 위반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12장은 내국민대우 의무만 규정한 것이 아니다. 제12.4조는 ‘어떠한 당사국도 지역적 소구분에 기초해 자국 영역에서 경제적 수요 심사와 관계없이 서비스 공급자 수를 제한하는 조치를 채택하거나 유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적 수요심사에 따라 특정 지역에서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등 서비스 공급자의 수를 제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상대방 국가의 서비스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미FTA저지를위한범국민운동본부 정책자문위원인 남희섭 변리사는 “내국민대우(12.2조)와 시장접근(12.4조)은 별도의 의무”라며 “기존의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법도 국내외 기업을 함께 규제한다. 하지만 현행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법 역시 시장접근 의무를 위반한 것이어서 한·미 FTA, 한·EU FTA와 충돌한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역시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법이 한·미 FTA, 한·EU FTA 등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영국 테스코사의 네빌롤프 부회장은 2010년 9월 김종훈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에게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법 시행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남 변리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소상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면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고 조정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 개입과 조정을 어렵게 하는 것이 한·미 FTA, 한·EU FTA다. 한·미 FTA와 중소상인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외국 기업에 대해 차별대우를 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협정 위반을 피해 갈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중소상인을 위한 정책적 노력은 의미가 있지만 한·미 FTA 등에 대해 성실한 검토를 하지 않아 자가당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132154305&code=910402
김종훈도 2010년 “유통법·FTA 서로 충돌” (경향, 강병한 기자, 2012-02-13 21:54:30)
국회는 지난해 7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재래시장 1㎞ 내에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입점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과 ‘프랜차이징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하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을 처리했다. 새누리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13일 국회 브리핑에서 “지난해 전통시장 보호 차원에서 (기업형 슈퍼마켓의) 규제 거리를 500m에서 1㎞로 늘렸다. 그것도 국내 기업하고 외국 기업하고 차별하지 않는다면 무방하다고 국회 상임위에서 합의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이날 발표한 기업형 슈퍼마켓의 중소도시 신규 입점 금지 대책이 FTA와 충돌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당시 유통법 개정안 등을 두고 한·EU FTA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반대한 인물이 있다. 새누리당이 4월 총선 전략공천으로 영입을 추진 중인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다. 2010년 4월 당시 김 본부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에 출석해 “한·EU FTA가 발효되는 시점에서는 이 법들이 문제가 된다. 합의 위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EU FTA 서비스 양허 조항에서 한국은 도매서비스, 소매서비스, 프랜차이징에서 입점 제한과 사업조정제도를 따로 유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2010년 10월 민주당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국회가 쌍둥이법(유통법과 상생법)을 모두 처리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는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13일 기업형 슈퍼마켓의 중소도시 입점 금지라는 강력한 처방을 내놓으면서도 과거 이런 정책이 FTA와 모순적이라고 주장한 김 전 본부장을 총선 후보로 ‘인재영입’하려는 딜레마 상황에 빠져버렸다. 김 전 본부장의 영입 논란은 FTA 처리의 당위성을 강변하는 동시에 이와 모순되는 총선용 골목상권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새누리당의 어정쩡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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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임금 양극화 심화 … 최대 5배 이상 벌어져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411
공공기관 임금 양극화 심화 … 최대 5배 이상 벌어져 (매노, 김은성 기자, 2012.10.25)
사회보험개혁 공대위 "임금수준별로 차등인상률 적용해야"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에서도 기관별로 임금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보험개혁 공동쟁의대책위원회(위원장 성광)가 기획재정부의 예산통제를 받는 285개 공공기관의 평균 연봉을 지난해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다. 공대위에는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국민연금지부, 보건의료노조 근로복지공단의료지부, 한국노총 산하 공공연맹 국민건강보험공단직장노조·근로복지공단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24일 공대위에 따르면 공공기관별로 최대 5.4배까지 임금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285개 기관 중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금융위원회 산하 한국거래소로 1억900만원을 받았다.<표 참조> 꼴찌를 기록한 국토해양부 산하 코레일네트웍스는 평균 연봉이 2천만원에 그쳐 한국거래소 연봉의 18%에 불과했다.
 
소관부처별로 보면 힘 있는 부처에 속한 기관의 연봉이 높았고, 힘 없는 부처의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8천600만원)과 금융위원회 산하기관(8천100만원)은 평균 연봉 1·2위를 차지했다. 최하위인 산림청 산하기관은 3천700만원, 여성가족부 산하기관도 3천800만원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입사할 때부터 임금격차가 존재하는 데다, 힘 있는 부처의 경우 승진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아 임금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 가운데 기재부가 획일적인 임금인상률을 적용하면서 차별이 심화되고 있다. 기재부가 제시한 올해 임금인상 가이드라인 3.9%를 지속할 경우 올해 누적 임금인상액은 최고기관과 최하위기관 사이에 347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10년 뒤에는 1억3천48만원으로 격차가 확대된다.
조창호 공대위 대변인은 "공공기관의 임금은 산업·업종·유형별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기관별로 5.4배 이상의 차이가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개선하지 않고 단일한 임금인상률을 고집하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탁상행정"이라며 "기재부에 '공공기관 임금차별 해소 위원회'를 만들어 임금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대위는 △사회보험제도 개혁을 논의하는 국회 내 사회보험발전 특별위원회 설치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로 분산돼 있는 사회보험 관장업무 부처 일원화 △공공기관에 대한 임금수준별 차등인상률 적용을 요구하며 31일 전면파업에 돌입한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1025011008
2000만원 vs 1억900만원… ‘신의 직장’도 연봉 양극화 (서울, 이두걸기자, 2012-10-25 11면)
285개 공공기관 임금 분석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공기관 사이에도 연봉 양극화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는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지만 코레일네트웍스 등 일부 기관은 2000만원대에 그쳤다. 사회보험개혁 공동쟁의대책위원회는 285개 전체 공공기관의 평균 임금 차이가 5.4배나 벌어져 있다고 24일 지적했다.
공대위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정보시스템(알리오)에 올라 있는 285개 공공기관 평균 임금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기관은 한국거래소로 1억 900만원이었다. 그 뒤는 한국기계연구원(1억원)이 차지했다. 3~5위는 한국예탁결제원(9700만원), 한국전기연구원(9500만원), 한국교통연구원(9400만원) 순이었다.
반면 연봉이 가장 낮은 곳은 코레일네트웍스로 2000만원이었다. 거래소 연봉의 18.3%, 전체 평균 연봉(6000만원)의 3분의1에 불과하다. 이어 ▲강릉원주대학교치과병원(2900만원) ▲예술경영지원센터(3200만원) 등의 순으로 평균 임금이 낮았다.
기관별 임금 격차는 신입 직원의 초임 임금부터 상당히 벌어져 있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초임 임금은 3765만원이었지만 강릉원주대치과병원은 1655만원에 불과했다.
조창호 공대위 대변인은 “금융 공공기관들의 임금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5배가 넘는 임금 차는 과도한 수준”이라면서 “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임금차별개선위원회’를 구성, 저임금 기관에 대한 불평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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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물 관리 관련 기사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557136.html
새누리, 기록물 목록 미작성을 “역사 폐기” 공세 (한겨레, 안창현 신승근 기자, 2012.10.23 19:53)
긴급 최고회의 열어 “노무현 역사폐기 대통령…문건폐기 지시 역사훼손” 기록물법 개정 추진
당시 청와대 관계자 “비공개 기록물 처리 논의하면서 목록도 안넘기기로 했을 뿐”

새누리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 논란을 계기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나섰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 기록을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취지로 여야가 합의해 만든 국가기록물관리법의 기본 취지를 거스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23일 긴급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기존의 ‘민주당 정부의 영토주권 포기 등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민주당 정부의 영토주권 포기 및 역사 폐기 등 진상조사특별위원회’(현역 의원 15명 참여)로 확대 개편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노 대통령의 엔엘엘 포기’ 주장을 놓고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을 민주통합당 쪽에 요구해왔다. 정상회담 대화록은 법적으로 일정기간이 지난 뒤에야 공개되는 ‘지정기록물’로 분류돼 여야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공개가 가능하다. 새누리당은 이날 <조선일보>가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5월 다음 정부에 넘겨줄 대통령기록물의 목록을 폐기하도록 지시했다’는 보도를 근거로 북방한계선 논란을 참여정부의 기록물 훼손 논란으로 확대시키면서 전선을 넓히고 있다.
새누리당은 또 조만간 본회의를 긴급 소집해 이번 의혹을 둘러싼 현안 질의를 하고, 현직 대통령이 임의로 기록을 비밀에 부치거나 파기하는 일을 막기 위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박근혜 후보 선대위의 이정현 공보단장은 최고위원회의 뒤 “사초를 폐기하려고 한 (노 전 대통령의) 시도가 정말 있었다면, 이것은 5천년 내 최초의 ‘역사 폐기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의 엔엘엘 관련 내용도 이렇게 폐기한 것인지 규명해야 한다”고 맹공격했다. 이 단장은 이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회의 전말을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면서 문 후보를 몰아세웠다. 박근혜 후보도 이와 관련해 “소식 듣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생각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공격하는 노 전 대통령이 주재한 2007년 당시 회의는 다음 정부에 인계하지 않는 ‘비공개 기록물’에 대한 처리를 논의하면서 목록도 넘기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따라서 이는 ‘폐기 지시’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최근 움직임은 국가기록물관리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새누리당의 지적처럼 대통령 지정기록물을 서둘러 열어볼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경우, 현직 대통령들이 자신의 기록을 남기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퇴임 뒤 자신이 남긴 자료가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활용될 판에 어느 대통령이 자료를 남기겠느냐는 것이다. 가능하면 역사의 기록물을 많이 남기도록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 오히려 기록물 폐기를 부추기는 법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야당이던 한나라당도 이 법안에 찬성했다. 특히 북방한계선 논란을 처음 제기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2005년 11월 최장 50년 동안 대통령기록물을 비공개로 하는 ‘예문춘추관법안’을 공동으로 입법발의했던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대통령기록관리법에서는 최장 15년(개인기록의 경우 30년) 동안 접근이 제한돼 있다.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원장은 “미국을 비롯해 비밀기록의 보호 기간은 30년이 전세계적인 추세”라며 “지정기록을 지정하는 주체도 본인, 즉 현직 대통령이 돼야 하지 다른 데서 지정하려 한다면 정보의 보호가 이뤄지지 않아 폐기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영삼 정부가 국민의 정부로 바뀌는 과정에서 임기말 문서를 소각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국가기록원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자료 825만여건(웹문서 500여만건 포함)을 소장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이후 4년 동안 54만여건의 기록만 생산하는 데 그쳐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57141.html
참여정부 기록물 생산 보니 역대 합친 양의 25배 (한겨레, 안창현 기자, 2012.10.23 19:58)
참여정부, 문서이관 어떻게 했나
모두 825만건…MB 4년 54만건 불과
‘민감 문서’ 공무원들 폐기 막기위해
15년이상 공개금지 ‘지정기록물’ 지정

새누리당이 ‘10·4 남북 정상회담록 폐기 지시’ 의혹을 제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825만건의 대통령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 그 이전 55년동안 8명의 역대 대통령이 남긴 33만건보다 25배 많은 방대한 분량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대통령 기록물은 폐기나 은폐, 누락이 없어야 하고 가급적 많은 기록물이 사회와 시민들에게 공개돼야 한다”며 기록물 생산과 보존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그는 재임중 각종 정상회담, 국방·부동산·교육 등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공식·비공식 회의는 물론 장관의 임명과 낙마를 결정하는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 논의 내용까지 기록으로 남길 것을 지시했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사적 영역인 청와대 관저에서 밤새 장관들과 대화하고 지시한 내용까지 다음날 꼼꼼히 구술하며 기록으로 남기라고 지시할 정도로 기록물 보존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임기 중반기를 넘긴 2006년 3월부터 자신이 생산한 방대한 기록물의 체계적 이전과 관리 문제를 고민했다. 기록물이 다음 정부에 의해 정치적으로 악용될 경우 닥칠 논란, 그에 앞서 문서를 작성한 담당 공무원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기록물을 폐기하는 상황 등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도 이런 고민에 동의해 2007년 4월 1급 비밀 이상 주요 기록을 ‘지정기록물’로 지정해 15년~30년 동안 공개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제정에 동의했다.
노 대통령은 이후 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자신이 생산한 기록물을 공개기록물, 비공개기록물, 지정기록물 등 3가지로 분류했다. 공개기록물은 그 목록과 내용이 언제든 공개되는 것으로 참여정부가 국가기록원에 넘긴 825만건 가운데 60%인 500여만건이 이 범주로 분류됐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언제든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밖의 기밀기록은 3~5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공개되는 비공개기록물로 분류했고, 공개될 경우 외교적 논란이 예상되는 정상회담록 등 외교문서와 인사 등에 관한 주요 논의 기록은 15년 이상 공개가 금지된 지정기록물로 묶었다.
당시 기록물 관리 및 이전에 관여했던 참여정부 고위인사는 “대통령 임기중에 민감한 문서를 작성한 공무원들은 나중에 정치쟁점이 되고, 청문회 등에 불려갈까 이런 기록을 남기는 걸 꺼려했다”며 “노 대통령은 정부 기록물을 온전히 남기되 정치적 악용 소지를 없애기 위해 지정기록물로 묶어 국가기록원에 모두 이관했다”고 말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923011012
대통령기록물 현정권 3년간 60만건… 盧정권 825만건 최다 (서울, 박록삼·윤설영기자, 2011-09-23  11면)
이명박 정부 현황은
이명박 정부 들어 대통령 기록물이 확 줄어들었다. 참여정부가 남긴 양의 8분의1에 불과하다.
22일 행정안전부 소속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지난해 청와대 대통령실과 16개의 대통령 자문위원회, 민주평통자문회의 등에서 남긴 자료는 모두 18만 7739건(경호처 제외)으로 집계됐다. 기록물 생산현황을 따로 통보하게 돼 있는 경호처는 법정 통보 기한(매년 8월 말)이 지났지만 기록물 생산 현황을 아직 전달하지 않았다. 경호처의 지난해 기록물 건수가 3만건 정도임을 감안하면 모두 21만건 남짓이다. 대통령 기록물은 청와대 업무관리 프로그램인 위민시스템(옛 e지원 시스템)과 정부종합 온라인 업무프로그램인 온나라시스템 등을 통해 생산한 전자기록물과 사진, 시청각 자료, 종이기록물, 해외 선물 등 비전자기록물을 통틀어 가리킨다.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대통령실 14만 1399건, 자문위원회 3만 3031건, 민주평통 1만 3309건 등이다. 특히 대통령 자문역할을 하는 ‘국가우주위원회’는 전자기록물 5건을 남기는 데 그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임을 보여 주기도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008년 18만 2640건, 2009년 20만 6564건, 2010년 약 21만건(추정) 등 3년 동안 생산한 대통령 기록물은 모두 60만건 정도다. 참여정부는 5년에 걸쳐 825만 3715건을 남겼다. 연평균 170만건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 기록물은 참여정부 기록물의 8분의1 수준이다. 대통령 직무 수행과 관련된 모든 기록물을 후대에 충실히 남기기 위해 제정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2007년 4월 제정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청와대는 매년 8월 말까지 전년도 대통령실 등에서 생산한 모든 대통령 기록물의 수량을 대통령기록관에 보고해야 한다. 어떤 종류의 기록물이 생산됐는지는 알 수 없다. 실제 기록물의 이관 작업은 임기를 마치기 6개월 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현 정부는 최종적인 결과 자체를 중시하기 때문에 대조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록물은 대통령 개인 또는 정권 차원의 소유가 아니라 국가의 소유이기 때문에 사사롭게 보유하거나 파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관 측은 이에 대해 “관련 법을 처음으로 적용하고 있어 개별시스템 집계가 곤란한 부분도 있는 등 두 정부의 기록물 생산을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임기 말 즈음에 자료를 이관 받으면 전체 규모는 더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의 기록물 건수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정부의 기록물 건수는 인터넷 관리자의 이메일, 홈페이지 기록 등을 모두 포함한 건수이고, 이번 정부의 경우 아직 순수 공식문서만 집계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측은 개별 업무시스템에서 발생된 기록은 아직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퇴임 시점에 반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07년 제정된 기록물관리법이 이번 정부에서 처음 적용되고 있으며, 그 이전에는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기록물을 보관해 왔다.”면서 “대통령의 수기 메모, 회의 자료 등이 한 건으로 등록되어 있어 수치가 적어보이는 것뿐이다.”라고 설명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923011011
“李대통령 결과 중시… 최종기록만 남겼을 것” (서울, 박록삼기자, 2011-09-23  11면)
역대 대통령 기록물 비교
대통령 기록물의 양은 대통령 업무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대통령 기록물의 양은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명박 대통령 기록물의 양이 전임 대통령의 8분의1이라고 해서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8분의1만큼만 일했을 리는 없다. 정책 논의 과정보다는 최종 결정 단계에서만 전자기록이나, 종이문서를 남겼을 수 있다. 아니면 불필요한 사진, 오디오·비디오 테이프 등은 굳이 남기지 않았을 수 있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에서 빚어진 결과라는 분석들이 많다.
정권 운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역사 앞에서 평가받겠다는 의도로 통치와 관련된 모든 기록물을 남기고자 제정된 것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다. 대통령 전자기록물은 청와대 업무관리 프로그램인 ‘위민 시스템’ 또는 ‘온나라 시스템’에서 주로 생산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간행물, 종이문서, 기타 종이기록물, 선물, 사진 등 비전자기록물이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1만 885건, 2009년 5669건에서 올해는 4299건으로 줄어 전체 대통령 기록물의 5%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5년 동안 120만건이 넘는 비전자기록물을 남겨 전체 기록물의 15% 가까이 되는 전임 정부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전자기록물은 고스란히 흔적이 남는 공식적인 성격을 띠지만, 종이문서 등은 아무래도 좀 더 비공식적인 것일 가능성이 높아 파기의 유혹도 많이 느낄 수 있다.”면서 “권위주의적 속성을 가진 권력일수록 내부를 비공개하려는 특성이 강하지만 미국 등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민주적인 정부일수록 더욱 투명하게 정책의 결정과 집행 과정 등을 공개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보면 어떤 기록을 남길지 어떻게 분류해서 남길지 등에 대한 임의재량권이 너무 많다.”면서 “정치학자, 행정학자는 물론 서지학자들까지 포함해 공청회를 갖는 등 좀 더 정교한 방향으로 법 개정을 논의할 때”라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대통령기록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역대 전직 대통령 기록물은 모두 868만 352건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제정하는 등 기록물 보존에 열의를 보였던 참여정부가 남긴 825만 3715건을 제외하면 42만 6637건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김대중 정부 때의 20만 2348건까지 빼면 50년 동안 남긴 대통령 기록물은 22만 4289건 뿐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기록물을 거의 남기지 않고 사실상 모두 폐기처분했거나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모두 싸가지고 갔음을 보여준다.
정치적이나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기록 등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특히 2007년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대통령으로서 임기 중 통치기록을 후대에 남겨야 할 어떤 법적 의무도 없었기 때문에 자료 파기가 더욱 관행화한 측면도 있다. 세계기록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가진 후손으로서 부끄러운 모습이다.
역대 전직 대통령 기록물의 소장 현황을 보면 이승만 정부가 7만 4279건을 남겼고, 전두환 정부 4만 3078건, 박정희 정부 4만 1328건, 김영삼 정부 3만 9528건 등 순이었다.
이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감탄하는 왕실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사실 관계에서 어긋남이나 빠짐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내용적으로 충실했을 뿐 아니라 형식에 있어서도 후대 왕이 기록을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드는 등 정교하고 치밀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대통령 기록물 관리의 정교한 운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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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자루로 ‘기록물’ 버리는 나라 (경향, 정영선 기자, 2010-10-27 00:11:05)
ㆍ정부·공공기관, 전문인력 없이 관리 엉망
ㆍ처벌 규정 미비… 기록원, 현황파악도 못해

지난달 7일 민주당 의원들은 상지대 사태와 관련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 회의록 공개를 교육과학기술부와 사분위에 요구했다. 시민단체의 회의록 공개 요구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섰던 사분위는 국회에 회의록을 폐기했다는 답변을 보냈다. 시민단체는 사분위원장과 전 교과부 장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정부부처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가 엉망이다. 법에 정해진 기록물관리요원을 두지 않은 곳이 많고, 문서 폐기에 앞서 문서에 대한 중요도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공공기관의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기록물관리법) 50조에 따르면 ‘기록물을 무단 파기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이 기록물 폐기와 관련해 해당 국가기관이나 정부부처를 고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국가기록원은 한 해 동안 공공기관이 얼마나 많은 양의 기록물을 만들고 폐기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국가기관은 매년 8월 말까지 전년도 기록물 생산현황을 국가기록원에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는 3년 연속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기록물관리전문요원도 두게 돼 있지만 이 역시 지키지 않아도 처벌규정이 따로 없어 자치단체가 전문요원 채용을 미루고 있다. 전국 246개 자치단체 중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이 배치된 곳은 지난달 말 현재 169곳으로 69%에 불과하다. 국가기록원 강성찬 사회기록관리과장은 “관리 부실을 인정한다”면서 “체계적인 기록물 관리를 위해 올해 ‘통합온나라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1년에 기록물 수천~수만권 한 명이 심사 (경향, 정영선 기자, 2010-10-27 00:20:42)
ㆍ기록물관리전문요원들이 말하는 실태
ㆍ심의위는 한두 시간 만에 폐기여부 결정

정부부처의 기록물관리전문요원 ㄱ씨는 지난 1월 열린 기록물평가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지난해 10~12월 석달 동안 4000여권의 기록물이 각 부서에서 넘어왔다고 전했다. 그는 “바쁜 부처가 아니어도 이 정도인데, 문서가 많은 국토해양부 같은 곳은 해마다 수만권이 넘을 텐데 혼자서 어떻게 관리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회계문서는 대부분 보존기한이 5년인데 이 문서의 중요도를 일일이 따져보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또 “문서 제목이나 내용이 명확하면 그나마 낫지만 문서를 만든 부서는 ‘일반서무’ 식의 모호한 제목으로 넘기기 때문에 중요 문서도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부처, 광역시, 시청과 군청의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은 대부분 1명씩이다. 한 사람이 많게는 수만건의 기록물을 관리해야 한다. 터무니없이 적은 인원이지만 기록물관리법 시행령 규정에 따라 위법은 아니다.
중앙부처의 경우 매년 폐기 여부를 따져봐야 할 기록물만 해도 적게는 수천권에서 많게는 수십만권까지 쏟아져 나온다. 한 권당 종이기록물은 대략 A4용지 200장, 전자기록물은 수천장 이상으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기록물 폐기 심사는 요식행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전문요원이 있다 하더라도 중요한 문서가 그대로 버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경기도 모 기초자치단체의 전문요원 ㄴ씨는 기록물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 시간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의위가 1년에 한 번 열리는데 심의위원들은 전문요원이 올린 재심의 안건에 대해 원본 문서를 몇 개 살펴보고는 한두 시간 만에 보존이나 폐기 결정을 내리고 끝낸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요원이 재심의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으면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서들도 사장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요원 ㄷ씨는 일선 공무원의 불성실한 태도를 꼬집었다. 그는 “과거에 문서를 관리해 온 담당자들이 ‘이런 거 대체 왜 하느냐, 나도 기록물 관리만 하라고 하면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공무원들은 기록물 보관·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기록물 관리 교육을 해도 다른 교육에 비해 참여도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일부 공무원은 ‘만든 사람이 제일 잘 안다’는 식으로 기록물을 무단 폐기하기도 한다. 전문요원 ㄹ씨는 “심지어 ‘보내지 않는 기록물은 (담당 공무원이) 판단한 결과 중요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다 이유가 있어서 없앤 걸로 생각하라’고 말하는 공무원도 있다”고 전했다.
 
일선 부서 직원이 “우리가 더 잘 안다” 멋대로 폐기 (경향, 정영선 기자, 2010-10-27 00:15:04)
ㆍ허술한 정부 기록물 관리… 심사·심의 안 거치고 주먹구구식
ㆍ“대면보고 많아서…” 기록물 생산도 허점

1999년 기록물관리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는 여전히 허점투성이다. 공공기관이 기록물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고 자신의 입맛대로 폐기 또는 보존한다면 투명한 행정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지적된다.
기록물관리법은 보존기한이 다 된 기록물에 대해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이 생산부서 의견을 조회한 뒤 문서를 심사하고, 담당 공무원과 관련 대학 교수,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기록물평가심의위원회가 심의해 폐기 또는 보류(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의위가 중요문서라고 판단하면 보존기한을 다시 책정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기록물 폐기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부산의 한 구청 기록물평가심의위는 ‘폐기를 해도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며 폐기 보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문서를 제작한 공무원들은 “우리가 더 잘 아는데 이건 폐기해도 된다”며 절차도 밟지 않고 서류를 없앴다. 당시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은 “여러 부서에서 수시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대부분의 지자체에 기록물관리요원이 1명밖에 없으니 감시할 방법이 없어 알려지지 않은 폐기 사례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이 없는 지자체도 여전히 많다. 관련 법령이 개정돼 기초자치단체도 지난해 12월 말까지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을 두도록 했지만, 행안부 감사 결과 강원 인제와 전남 목포·강진은 전문요원을 채용하지 않고 심의위도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록물 생산 관리도 기관마다 들쭉날쭉이다.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2010년도 기록물관리 생산현황’에 따르면 특임장관실은 지난해 단 15권의 기록물을 생산했다고 통보했다. 15권의 기록물 중 회의록은 한 권도 없었다. 특임장관실 관계자는 “대면보고가 많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기간 농림수산식품부는 10만139건, 법무부는 9만7299건의 기록물을 생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신대 국사학과 조영삼 교수는 “기록물 생산현황은 문서에 대한 일종의 ‘출생(생산)증명서’로, 기록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기록물을 무단 폐기할 경우 처벌조항을 추가하고,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을 석·박사 학위 소지자로 채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불감증’… 국가기록원 위상도 약화 (경향, 정영선 기자, 2010-10-27 00:20:26)
ㆍ공공기관 110여곳 현황 미제출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정부 산하 9개 공공기관과 한국철도대 등 9개 국·공립대 등 모두 110여곳이 국가기록원에 기록물 현황을 내지 않았다. 법에 따라 그 해 8월까지 전년도 기록물 현황을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어긴 것이다. 그러나 국가기관이 기록물 현황을 제출하지 않더라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은 없다. 해당 기관이 얼마나 많은 문서를 만들어내는지 국가기록원에서 먼저 파악해야 하지만, 이 또한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기록원의 한 관계자는 “전자기록물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올해 ‘통합온나라시스템’을 도입했다”며 “그러나 아직 이 시스템이 각 기관에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황 제출이 늦어졌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44개 기초자치단체가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을 두고 있지 않은 데 대해선 “인구 15만명 미만 기초단체는 조그만 시골인데, 기록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아무래도 좀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지자체의 사정도 감안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명지대 기록정보전문대학원 이승휘 교수는 “조선시대 사관들은 왕의 치부까지도 실록에 기록하면서 철저히 기록물 관리를 했다”면서 “그런데 현 정부에서는 어떤 기록물이 생산됐고 이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폐기되는지조차 알 수 없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보공개율(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공개 비율)도 떨어졌다. 참여정부에선 평균 78%였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에는 68%, 2009년에는 67%를 기록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전진한 사무국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기록관리 절차 등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는 빨리 보고하는 데만 신경을 쓰다 보니 국가기록원의 위상이 많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사설] 국가기록물이 마구 버려지는 현실을 개탄한다 (세계일보, 2010.10.27 (수) 21:24)
법에 따라 반드시 보존해야 할 국가기록물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마구 폐기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국가기록물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국가기록원이 출범했지만 크게 나아진 것은 없는 것이다.
처벌 조항을 추가하고 무엇보다 관련법을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국가기록원이 기록물 폐기와 관련해 해당 기관을 고발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또 정부부처와 시·군 등 자치단체는 대부분 1명의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을 두고 있는데 이들이 맡는 업무가 과중한 현실 또한 개선돼야 한다.
현 정부 들어 국가기록물 관리 의지가 약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국가기록원이 국가기록물을 지금보다 쉽게 폐기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그런 지적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기록물을 소홀히 다뤄서는 국가가 바로 설 수 없고 선진국이 될 수도 없다. 국가기록물에는 국가 차원의 역사와 진실이 담겨 있다. 정부 차원의 각성이 절실하다.
 
[사설]기록물 관리 제대로 해야 국격 높아진다 (경향, 2010-10-27 21:30:24)
공공기록 보존의 목적은 공공기관 행정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 국정운영의 전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함으로써 정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데 있다. 국가기관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공문서뿐 아니라 회의록, 비공식보고서, 비밀기록, 메모노트까지 보존하도록 법으로 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가장 책임있게 기록을 관리해야 할 공직자들이 관리 절차를 귀찮은 일로 여기고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렇게 기록들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마구 버려지면 감사원이나 검찰이 무엇을 근거로 공공기관을 감사·수사하며, 언론과 시민단체는 어떻게 권력을 감시할 수 있겠는가. 기록물 폐기 규정을 무시하고도 처벌받지 않으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우리는 이 같은 공공기록물 관리 부실이 우연히 나온 게 아니라고 판단한다. 현 정부는 올 들어 공공기록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관련 규정의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보존기간이 1년 또는 3년인 기록물의 평가·폐기시 기록물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 생략이 가능하도록 하고, 전문관리 요원의 자격도 관련학과 석사학위 이상 보유자에서 학사 학위자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법제정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다. 정부는 이런 행정편의주의적인 법규 개정에 매달릴 게 아니라 현행 기록물관리 규정이 엄격히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기록물의 관리보존은 한 나라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도 된다. 말로만 국격을 높이자고 할 게 아니라 이런 데서부터 내실을 다져야 한다.

  


 

행정정보 DB구축 ‘주먹구구’ (한겨레, 김민경 기자, 2010-05-04 오전 08:16:25)
기록원, 5년간 예산 307억 지원…44% 부실 드러나
국가기록원이 2005년부터 3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했던 ‘행정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돼 막대한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 행정기관이 종이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과정에서 서로 규격을 달리해 활용이 어렵게 됐고, 이런 문제를 보완하려면 추가로 인력과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업은 애초 청년고용 촉진대책 중 단기 일자리 제공을 위해 시작된 것으로, 종이 자료를 스캔해 전산화한 뒤 이를 각 기관에 보관하는 한편, 일부 자료는 국가기록원 등에서 통합관리할 목적으로 추진됐다. 국가기록원은 이 사업을 위해 지난 5년 동안 70개 중앙행정기관에 307억여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국가기록원이 각 행정기관에서 이 사업의 추진 실태를 점검한 결과, 각 기관에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부실하게 정리돼 국가기록원이 다시 정리·보완한 분량이 전체 사업의 44.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데이터베이스는 규격이 달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더라도 활용이 어렵고, 각 행정기관이 원문을 스캔해서 보내준 데이터 19만권의 활용 대책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국가기록원은 파악했다. 이런 지적은 3일 <한겨레>가 입수한 국가기록원 내부보고서 내용으로, 국가기록원이 지난해 말 내부 업무 개선을 위해 용역·위탁 사업의 현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것이다.
또 보고서에는 행정기관 기록물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과 관련해 “데이터베이스 입력 항목, 스캔 사양 등 구체적인 규격 제시 노력이 부족했고, 체계적 사업 추진 미비로 기록원에 자료가 이관된 뒤 다시 정리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소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덕성여대 교수·문헌정보학)는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사업 자체가 갑작스럽게 추진되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규격 일치화 문제, 입력된 기록물의 품질 검수 문제 등은 국가기록원뿐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 추진중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에서도 계속해서 지적됐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보고서는 국가기록원 용역 사업을 내부적으로 점검한 것이라 공식적으로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사업의 실무를 맡았던 국가기록원 담당 부서는 “행정 데이터베이스 사업은 타 기관 소관 사항이고, ‘표준 자료관시스템 규격’이 있었다”며 “다른 기관이 정리한 기록물이라도 추가적인 확인 등은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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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참 엇나가고 있는 총리실의 규제개혁 (경향, 조영삼 | 한신대 초빙교수·기록학, 2010-02-04 18:15:11)
그동안 국무총리실은 행정 내부 규제를 없애기 위해 논의를 수차례 진행해왔다고 한다. 여기에는 기록관리 분야도 포함된다고 하는데 그 내용이 국가기록관리 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어서 매우 우려된다. 그것은 5년 이하의 보존기간인 기록을 외부 전문가의 심의없이 폐기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기관의 기록관으로 이관된 기록 중 비공개 대상 기록의 공개 여부 검토 조항을 삭제하자는 것이다. 또 각급 기관에 배치될 ‘기록관리 전문요원(아키비스트·Archivist)’의 자격을 석사학위에서 학사학위 소지자로 낮추는 것도 포함돼 있다.
기록 폐기를 신중히 하자는 것이 규제라는 발상은 터무니없다. 기록의 폐기는 언제나 신중해야 하고 공개 활성화를 위한 재검토 절차가 결코 규제가 될 수 없다. 업무가 과중하다고해서 국가재산의 처분을 신중하게 하지 않거나,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지방의 어느 기록관을 방문해 그곳 전문요원에게 기록관리 실태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보존기간이 5년으로 책정되어 해당 부서에서 폐기의견을 낸 기록을 검토해보니 역사적 가치가 높아 장기적 보존이 필요한 대통령의 방문 기록이었다고 한다. 업무담당자가 더 이상 보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을 기록관리 전문요원은 역사적 안목으로 보존을 결정한 것이다. 이 정도는 학부 졸업만으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절대 그렇지 않다. 기록관리는 문서수발 같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다. 문서 하나가 아닌 업무행위의 맥락과 연원을 총체적으로 표현하는 기록을 잘 관리하여 국민에게 온전히 돌려주기 위하여 노력하는 전문가이다.
기록관리를 잘하는 선진국에서는 석사학위 이상의 전문가를 요구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인식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기록관리는 행정의 한 부분으로 학부 수준의 전문성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긴다. 또 유사한 학예연구직과 편사연구직도 석사의 자격을 정해 놓지 않았다고 하여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학예연구직과 편사연구직에 학부 졸업생을 임용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이들 연구직은 수십년 동안 석사학위 이상의 전문성이 아니면 해당 연구와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지만 기록관리는 그렇지 않다. 공공기록의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록관리 전문가가 필요없다고 여긴다. 이렇듯 낮은 인식 때문에 굳이 법령에 석사학위 소지자로 정해 놓은 것이다.
한편 현재의 기록관리 규제 개선 논의는 절차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기록관리 정책은 국가기록관리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한 법률 규정을 무시했고, 규제 개선 과제의 선정도 총리실의 주장을 대변할 수 있는 기관들만 불러 모았다. 애초에 반대 의견을 들을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국무총리실은 이제라도 전문가에 의한 과학적이고 합리적 기록관리를 통한 투명행정, 책임행정,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 규제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리하여 “기록물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창조적으로 활용하여 글로벌화시키겠다”고 약속한 ‘기록관리 선진화 전략’을 꼭 지켜 7개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한 ‘국격’에 걸맞은 수준의 기록관리가 되도록 매진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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