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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맥낼리의 『글로벌 슬럼프』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64590
자본주의 위기극복, 소통과 연대로 대안 창출해야 (참세상, 배성인(편집위원) 2012.01.09 17:42)
[신간안내] 글로벌 슬럼프(데이비드 맥낼리, 그린비, 2011)
“이러한 저항들의 정기적인 분출과 혁명의 유령은 실은 글로벌 슬럼프 때문에 촉발된 어떤 질적인 구조 변화의 산물이다. 우리의 도전은 이러한 시대의 임무를 완수할 능력과 결단을 갖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도전은 정말 오랜만에 급진적이고 대중적인 반자본주의 운동을 조직하화 함으로써 이 국면에 대응하는 것이다.(312쪽)”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대중들은 크게 네 가지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첫째, 이번 위기가 일시적인 위기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자본주의 위기인가. 둘째,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셋째, 위기가 지속되면 비정규직을 비롯한 약자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넷째, 자본주의 위기 국면에서 어떻게 투쟁하고 저항해야 하나 등이다.
캐나다의 대표적 진보학자인 맥낼리가 세계경제위기의 성격을 명료하게 설명하기 위해 『글로벌 슬럼프』를 발간했는데, 이를 강수돌/김낙중 두 분이 친절하게 번역을 하면서 우리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맥낼리는 이번 경제위기가 곧 극복될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주장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수준에서 상당히 오래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은 2차대전 이후 등장한 케인즈주의가 60년대의 베트남전쟁과 70년대의 오일쇼크로 인해서 균열되기 시작하면서 ‘슬럼프’에 빠졌고, 80년대에 등장한 신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로 인해 다시 ‘슬럼프’에 빠졌기 때문이란다. 저자는 이를 ‘글로벌 슬럼프’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우리도 상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라 별로 새로운 것은 없다. 그래서 자본은 항상 경제위기시 나타나는 자본의 위기를 민중의 위기로 전가하는 것이다. 문제는 민중들이 궁금해 하는 문제의식에 대해서 저자는 크게 세 가지의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서’ 위기에 빠진 정치경제 체제를 자본의 입장에서 구출하는 것이다. 일종의 ‘신-신자유주의’가 나올수 있겠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이 방법은 심할 경우 극우 민족주의나 파시즘이 부활할 수도 있으며, 동원메카니즘과 착취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자본에게 이 방법을 민중들로 하여금 선택하게 만들려고 왜곡·조작하고 있으며, 실제 그러한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둘째, 착실하게 허리띠를 졸라매던 사람들이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다”라고 외치면서 어느 정도 노동의 입장에서 기존 정치경제 체제를 ‘개혁’하는 것이다. 노동과 자본의 공생을 추구하는 일종의 ‘신케인즈주의’를 말한다. 이러한 입장도 현재 일부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일부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게만 가능하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
셋째, 첫 번째의 ‘신-신자유주의’도 두 번째의 ‘신케인즈주의’도 아닌 완전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다. 역자는 이 길을 어떻게 호명할지 모르지만 현실 자본주의나 현실사회주의를 모두 극복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길도 역시 세 번째 길이며, 이 책을 통해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30년대의 세계대공황 이후 자본주의 흐름을 쉽게 정리하면서 현재의 위기를 ‘체제의 일반적 위기’가 아닌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위기라고 단호히 주장하고 있다. 물론 문제의 근원이 자본과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국가권력이나 자본에 의한 소외감과 두려움을 깨고 아래부터의 변화가 모색되어져야 한다. 성찰과 연대를 통한 대중운동의 조직역량과 인프라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각 부문운동사이의 활발한 소통과 연대가 이뤄져 저항을 넘은 대안의 창출까지 건강한 논의와 역량을 계속 이어 가야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반자본주의 및 인간적 자유를 향한 대의가 바로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는 배경이며, 이런 희망을 안고 우리는 일상적 조직화 작업과 함께 다양한 이의 제기, 선전선동, 저항운동을 엮어내 필요가 있다”(315쪽)고 강조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한국의 좌파들도 그렇게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실천운동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으며, 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굶주림과 배고픔이 인내력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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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8913
세계적 하청 시스템, 위기는 극복된 게 아니라 변형됐을 뿐 (미디어오늘, 박장준 기자, 2011-12-05  01:05:37)
[서평] 글로벌 슬럼프, 회복되는 경제 통계와 후퇴하는 인간의 삶
“이윤에 대한 청구권의 형태로 존재하는 자본가치 부분, 다른 말로 대출·주식·채권 등 다양한 형태로 표시된 지불 약속 증서는 자본의 미래 예상 수입이 하락함과 동시에 철저히 평가절하되고 만다. …… 미래의 특정한 날에 지불하기로 한 약속들이 서로 맞물려 수십 수백 군데서 어긋나고 만다. 나아가 이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동안 자본의 발달과 함께 융성하게 된 금융체제 자체의 붕괴를 부른다. 결국 이 모든 것이 폭력적이고 고통스런 위기 상황을 초래한다.” - 칼 마르크스
19세기 쓰인 오래된 문장을 길게 인용하는 목적은 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을 특권화시키고자 함이 아니다. 그를 탁월한 예언가로 만들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만 자본주의의 동역학에 대한 그의 분석을 곱씹어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어서다. 왜냐하면 바로 지금이 폭력적이고 고통스런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글쓴이 맥낼리는 오늘날 고통스러운 경제위기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본다. 그는 이 위기가 20세기 헤게모니 국가 미국을 포함해 세계체계 중심부에 위치한 국가들과 그 주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자본의 빚을 국가의 빚으로 바꾸는 자본-편향적인 위기 극복 과정을 두고 (오바마의 경제 자문위원 래리 서머즈를 인용해) ‘회복되는 경제 통계와 후퇴하는 인간의 삶’이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문장을 반전시킨다. “인간의 삶에서의 후퇴가 있기 때문에 경제 통계가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명백한 모순을 착목한 맥낼리는 지금의 위기를 ‘글로벌 슬럼프’(Global Slump)라고 부른다.
자본주의와 그 특수한 정세(conjuncture)로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인식은 좌와 우가 제각각 다르고, 2008년 가시화된 경제위기에 대한 분석과 전망도 엇갈린다. 맥낼리는 ‘위기를 극복했다’는 주류경제학자의 견해를 단호하게 반박한다. 그는 유로존 내 국가들의 위기를 거론하며 “은행권 위기는 주권국가의 채무 위기로 그 형태가 변화된 (것)”이며 “위기는 형태만 변화되었을 뿐이다”고 단정한다.
맥낼리는 ‘만성적 위기론’을 주장한 급진적 정치경제학자에 대한 반론으로 1982년 이래 25년간 꾸준히 상승한 이윤의 추세를 보여준다. 좌파 지식인들이 브레턴우즈체제가 붕괴한 이후 40년을 통틀어 불황으로 보는 분석하는 것이 “자본주의 생산의 사회적·기술적·공간적 재구성을 무시하거나 혹은 철저히 평가절하했다”고 비판한다. 그에게 신자유주의는 ‘위기의 반증’임과 동시에 ‘회복’인 것이다.
맥낼리는 자본주의 재조직화로서 신자유주의의 특징을 ‘세계적 하청체계의 강화’와 더불어 ‘금융화’로 보고, 이에 조응하는 통치전략으로 ‘노동 규율 강화’와 ‘인종·여성에 대한 억압’을 든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자를 성과 인종을 기준으로 분할하면서 전체 노동자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형성되는 세계적인 금융적 축적체계’이란 뜻이다. 그리고 맥낼리는 위기의 원인으로 ‘자본의 과잉 투자’, ‘이윤율의 저하’를 지목한다. 그러나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의 진단법과는 다르다. 브레너의 ‘장기 침체’나 하먼의 ‘공황’ 개념으로는 신자유주의의 팽창을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맥낼리는 신자유주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지침을 제시한다. ‘세계경제를 이해할 때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몇몇 나라나 경제 대국들의 총합만을 살펴서는 안 된다는 것’, ‘세계 자본주의 평가는 국민경제 지표에만 초점을 맞출 수 없다는 것’, ‘2차 세계전쟁 이후 호황에 견줘서 이보다 못한 경우를 모두 공황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5년간 신자유주의가 “⓵노동자 계급 조직들을 공격하고 개발도상국의 주권을 훼손함으로써, ⓶착취율을 증가시키고 제조업의 물리적 공간들을 재배치함으로써, ⓷거대한 전 지구적 신규 산업예비군을 창출함으로써, ⓸특히 동아시아 지역에 대규모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⓹린 생산방식과 같은 작업조직과 노동 강화의 새로운 체제와 신기술들을 도입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새로운 성장 물결을 창출해 냈다고 분석한다. 또한 맥낼리는 “1980년대 초반 이후의 이윤율 상승 추세는 자본주의적 경기팽창 물결을 실증해 주었다”며 “이러한 변화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자본주의 금융의 대대적인 재조직화가 전개되었다”고 말한다.
맥낼리는 신자유주의의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이에 저항하는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시작은 신자유주의의 가장 약한 고리인 주변부 국가부터다. 볼리비아에서는 2000년 수도 민영화에 반대한 운동이 성공했고, 이 과정에서 ‘적녹동맹’에 원주민이 결합해 새로운 ‘계급’을 보여줬다. 과거 프랑스의 노예 식민지였던 과들루프와 마르티니크에서는 2009년 초반, 수만 명이 수십 일 동안 대중파업을 해 최저임금 인상 등 더 나은 노동 조건을 만들었다. 2006년 멕시코 남부 오아하카에서는 1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빈곤에 저항했고, 스스로 ‘민중의회’를 꾸려 도시를 운영했다. 맥낼리는 이 투쟁을 1871년 ‘파리코뮌’에 빗대어 ‘오아하카 코뮌’이라고 한다.
중심부 국가에서도 저항은 이어졌다. 맥낼리는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등 국가를 가리지 않고 노동자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소개한다. 특히 흑인, 이주민, 노동조합이 결합된 새로운 운동주체들과 이들에 의한 새로운 운동방식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바로 여기서 맥낼리는 자신의 역할을 끝낸다. 맥낼리는 ‘이윤압박설’이나 ‘위기순환론’에 빠지지 않고, 세계경제를 분석단위로 설정하고, 이윤율의 운동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만든 ‘새로운 계급(투쟁)’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세계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월러스틴과 아리기의 ‘역사적 자본주의론’에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자본주의의 동역학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윤율의 운동’을 주장의 주된 근거로 삼으면서도 이를 기반으로 하는 ‘이론적 모델’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맥낼리 자신에게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시간대가 부재하다는 데 기인한다. 그에게는 이윤율의 이론 궤도가 없기 때문에 경험적 연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슬럼프’는 ‘신자유주의의 역사와 진실’(강상구/문화과학사/2000)을 읽은 독자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역사 강의’(백승욱/그린비/2006), ‘일반화된 마르크스주의 개론’(윤소영/공감/2006)과 함께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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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1182102415&code=900308
[책과 삶]신자유주의 붕괴, 자본과 타협보다는 저항을 (경향, 문학수 선임기자, 2011-11-18 21:02:41)
“우리의 가난은 그들의 풍요로움의 원천이고, 우리의 고통은 그들에겐 이득이다.” 셰익스피어의 <코리올라누스>에 등장하는 대사다. 신자유주의 30년의 팡파르가 끝난 지금, 99%의 사람들이 처한 현실은 400년 전의 연극 대사와 극적으로 맞아 떨어진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맥낼리(58)에 따르자면, 2008~2009년의 위기를 촉발한 악성 은행 채무는 “주권국가의 채무로 형태가 바뀌어” 사람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채무의 증가를 막고자 “긴축시대를 선포”했다. “연금, 교육예산, 사회복지, 공공 부문의 임금과 일자리를 대폭 삭감”하면서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물론 그 압박은 99%의 몫이다. “세계적 은행들이 받은 구제금융 비용을 노동대중과 가난한 사람들이 대신 지불”하고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 책을 쓰던 2010년에 벌어진 몇몇 사례를 거론한다. “라트비아는 교사의 3분의 1을 해고했고, 아일랜드는 공무원 연금을 22% 축소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90만 빈곤아동의 건강보험을 하루아침에 없애버렸다.”
이 모든 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본주의 지켜내기”다. 자본주의 엘리트들의 부와 권력을 어떻게든 보호하려는 것이다. 물론 “정부 개입을 배제한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를 기치로 삼았던 신자유주의자들은 “정부로부터 역사상 가장 많은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당혹감으로 위세가 약간 꺾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은 “정부 지출의 대폭적 삭감”이라는 “가혹한 필연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논리를 바꿨다. “이데올로기의 정당화 방식”을 변경함으로써 “위풍당당하게 경기후퇴를 견뎌내려는 것”이다. 여기에도 물론 음흉한 속내가 숨었다. 저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부의 지출을 줄이는 것은 부자들에게 매우 이롭다”면서 “지출삭감은 가난한 이들로부터 부자에게로 엄청난 부를 이전하는 장치”라고 강조한다. 그리하여 99%의 비참한 삶을 담보로 “통계상 회복”이 겉으로나마 이뤄진다. 그것은 당연히 “대대적 해고와 임금 삭감, 사회 서비스의 대폭 축소를 통해 노동대중이 대가를 치른 결과”다.
캐나다 토론토의 요크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가 걸어온 길을 책의 두번째 장에서 잠시 일람한다. 그는 1948년부터 1973년까지를 “유럽·일본·북미 등 세계를 지배하는 경제주체들의 경기가 급상승하면서, 서구 자본주의가 황금기를 구가했던 시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생산량을 3배로 키운 서구 자본주의”는 1970년대 초에 이르러 “이윤율 하락과 과잉축적이라는, 친숙한 패턴에 따른 호황의 둔화”와 필연적으로 직면했다. 이어진 “위기의 10년”을 거치며 “자본주의를 지켜내려는” 새로운 돌파구로 등장한 것이 신자유주의라는 얘기다.
저자는 그것을 “자본에 의한 노동의 패배, 새로운 불평등의 도래”라고 규정한다. 각국 정부는 “노동 유연화”를 부추기면서 “고용주들이 노동자들과 노조를 공격하는 것을 지원하고 격려”했다. 대량 해고와 공공부문 일자리 축소, 비정규직 확대 등으로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구사하는 음흉한 전략이라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아닌 게 아니라 영국 대처 정부의 수석 경제자문이었던 앨런 버드는 “실업 상승은 노동계급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고용 불안정은 “규율과 처벌에 의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조에 따라 1980년대 초 북미와 유럽 각국에서 일어났던 노동자 파업은 차례로 분쇄됐다. “칠레,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남미 국가들의 노조 조직률도 어처구니없이 하락”했다.
지난 30년간 신자유주의가 열성적으로 추진했던 “자본주의의 지리적 재편”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요약된다. 약자의 입장에 선 국가의 노동자들이 더 열악한 삶으로 내몰렸음은 물론이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의 실험장이었던 칠레”의 국민소득에서 노동자 소득이 차지하는 몫이 “1970년대에는 47%였지만 1989년에는 19%로 급락했다”고 예시한다. “유사한 사태는 에콰도르, 페루, 아르헨티나, 멕시코에서도 발생”했다. 캐나다·미국과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혜택을 봤다는 멕시코에서는 “NAFTA가 체결된 지 15년 만에 인구의 80%가 빈곤 상태에 빠졌고, 상위 0.3%의 사람들이 전체 부의 50%를 차지”했다.
세계경제를 파국으로 몰고간 주범이 금융 부문이라는 것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저자는 “1973년 미국 경제에서 금융 수익은 전체 이윤의 16%였지만, 2007년에는 무려 41%를 차지했다”면서 “급증하는 부채의 부담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핵심적 특징”이라고 말한다. “백인과 유색인종 간 차별과 분리에 근거한 종전까지의 대출관행으로는 이윤 창출에 한계가 있음”을 깨달은 은행들은 “보다 약탈적인 편입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빈곤층 유색인종들은 과거에 받지 못했던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그 대가로 터무니없는 조건들을 감수”해야 했다. “피부색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노동자들이 금융 수탈의 새로운 차원을 경험하는 와중에, 유색인종 노동자들은 더욱 강탈적인 착취”의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의 중요한 특성으로 “노동자 계급의 점진적인 소득 감소”를 꼽으면서 “인종차별을 받는 노동자 집단이 가장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잘라 말한다.
신자유주의의 전 지구적 확산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은 막강했다. IMF 관리들이 구조조정 대상국의 재무장관에게 들이미는 전형적 조항들은 “혹독한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포함”한다. 예컨대 “공공 부문을 민영화할 것, 사회복지 서비스를 대폭 줄일 것, 수천명의 교사·간호사·사회복지사를 해고할 것, 생필품에 대한 정부 지원을 철폐할 것, 금융 부문을 해외시장에 개방할 것, 최저임금을 인하하고 연금을 축소하며 노동조합을 약화시킬 것” 등이 그것이다.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겪은 나라들은 “100여개 국”이다. 그 결과는 이미 확연하게 드러났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고용은 더 불안해졌다. 다국적 기업들은 공공 자산을 더 싼값에 구매할 수 있게 됐고, 해외 은행들이 금융을 통제하게 됐다. 지역과 세계 엘리트들은 그 나라 바깥으로 재산을 손쉽게 이동시킬 수 있게 됐으며, 경제성장은 하향 곡선을 그렸다. 교육과 보건 의료 수준은 급격히 추락했고 유아사망률은 증가했다.”
저자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작금의 파탄이 “단순한 주기적 불황이나 체제의 일시적 일탈이 아니다”라고 진단한다. 그가 말하는 “글로벌 슬럼프”는 “만성화한 전 지구적 경기침체”를 뜻한다. 그것은 ‘더블딥’과도 다르다. “(서로 연관된) 다차원적인 위기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졌다가 국가 부채 위기가 터지고, 사회복지가 후퇴하고 실업률이 솟구치는 등 여러 종류 위기들이 장기간에 걸쳐 터져 나오는 것”이다. 결국 한계에 봉착한 자본주의가 중환자실에서 보여주는 위태로운 증세들인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저자가 앞으로의 변화와 관련해 주시하는 것은 “소위 서발턴(subaltern)이라 불리는 하위계급의 움직임”이다. “실업자, 비정규직, 여성, 이주민, 소수자, 사회적 약자들이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가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논리적으로 보자면 우리 앞에는 세가지 길이 있다. “(하위계급이)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위기에 처한 체제를 구하는 데 협조”한다면 “신-신자유주의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자본에 의해 잠식되지 않은 공유지와 틈새시장, 사유화할 수 있는 공공 부문 등 “착취의 소재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하위 주체들이 파시즘적 자본주의에 포섭된다면 “앞으로도 50~100년간 착취 구조가 건재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또 다른 하나의 길은 “좀더 인간적인 자본주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유지하되, 국가가 공공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직접 제공하는 사회복지국가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모델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국가는 부채더미에 오르고 사적 자본이 막강해진” 현재의 상황에서 “공공 부문은 계속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이 먼저인가 이윤이 먼저인가 하는 근원적인 문제” 앞에서 “둘 다 추구하겠다는 절충은 모순”일 뿐이며 “이분법 속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얘기다.
저자가 결론적으로 제시하는 ‘길’은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한 6장 ‘거대한 저항의 물결’에서 드러난다. 그는 신자유주의적 착취에 반기를 든 전 세계의 대항운동에 주목한다. 볼리비아의 코차밤바 주,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섬, 멕시코 오아하카 주에서 일어났던 대중봉기를 차례로 소개한다. 그리스의 급진좌파연맹(SYRIZA)과 프랑스의 반자본주의 신당(NPA), 남미의 신좌파 운동, 점점 급진화 경향을 보이는 미국 각지의 노동운동도 상세히 거론한다. 그 모든 대항운동의 공통점은 “노동자 대중의 직접적 이해에 기반을 둔, 급진적이고 조직화된 운동”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국가가 통제하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민중과 노동자의 공동체가 통제하는 새로운 형식의 사회주의를 고민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저자는 ‘민주주의에 기반한 사회주의’를 강조했던 로자 룩셈부르크의 계승자다.
그는 바야흐로 세계 곳곳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하는 대항운동들을 “급진적 참여 민주주의”로 명명하면서 “새로운 진보 좌파 운동은 과거의 방식을 답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좌파의 역사는 항상 새로운 좌파의 역사였다”는 것이다. 결국, 자본과의 절충이나 타협을 거부하고 “민중과 노동자의 직접 참여를 통해 정치와 경제를 재구성하는 새로운 사회주의”를 상상하라는 것이 저자의 주문이다. 책의 말미에는 번역자들이 캐나다에 있는 저자의 집에서 나눈 대담을 수록했다.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111/h2011111822363786330.htm
작금의 경제위기… 그 이면엔 '정치'라는 변수가 있다 (한국, 이윤주기자, 2011.11.18 22:36:37)
글로벌 슬럼프/데이비드 맥낼리 지음·강수돌 김낙중 옮김//그린비 발행·392쪽·1만7,000원
2008년 이후 경제위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크게 둘로 나뉜다. 주류경제학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탓한다. 돈도 없는 사람들이 주택융자 신청을 많이 해서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시발점인 서브프라임 사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비주류 학자들은 정부의 금융권 탈규제와 지원을 문제 삼았다.
캐나다 요크대학 정치학과 교수 데이비드 맥낼리는 이 이분법적 진단에서 벗어나 경제 변수에 정치를 포함시킨다. 마르크스주의와 여성주의, 반인종주의를 연구하는 그는 정치적 지형에서 좌파에 속하며 그가 연구하는 경제란 상품 가치에 노동을 포함시키는 정치경제학이다. 책을 번역한 강수돌 고려대 교수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장하준 등 자유주의적 케인스주의자와는 다른 각도와 방법론을 가지고, 현재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린다"고 평했다.
저자는 작금의 경제위기가 일시적 경기 침체를 뜻하는 더블딥과 구별되며 오랜 기간 다차원적 위기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슬럼프'라고 규정한다. 이 현상이 다국적 차원에서 진행되니 책 제목대로 세계는 지금, 글로벌 슬럼프에 처해있다. 저자는 이 위기의 원인이 자본의 과잉 투자, 이에 따른 이윤율 저하에 있다고 본다. 얼핏 마르크스의 공황이론에 빗댄 분석 같지만, 저자는 전통적 마르크스주의에서도 한걸음 물러나 있다.
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위기와 팽창, 금융화 과정의 역사를 정치 변수와 함께 정리하며, 전후 글로벌 자본주의를 네 시기로 나눈다. 지속적 팽창기(1948~1973), 세계적 경기침체기(1973~1982), 다시 지속적 팽창기(1982~2007), 그리고 글로벌 슬럼프(2007~?) 시기다. 특이한 것은 그가 1982~2007년을 '장기 침체기'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팽창기로 본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정치적 토대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 레이건과 대처의 노조 파괴, 자본의 구조조정과 해외 직접투자로부터 형성됐다고 주장한다.
금융위기의 결과는 곧바로 서민 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진다.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반자본주의 운동은 이런 위기의 신호탄이다. 책의 후반부, 볼리비아 국민들의 물 민영화 반대 투쟁, 시카고 전기노동자연합 소속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 사례 등 선진 자본주의에 대한 하위주체들의 저항을 소개하며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다음과 같다. 급진적 직접 민주주의 실천, 과거 노동운동과 청년 운동의 교류, 진보그룹의 분파주의 극복, 반자본주의 운동에 노동운동과 여성운동, 인종차별 반대 운동 혼합, 풀뿌리 민중 권력의 제도화, 저항세력의 인프라 형성….
원서는 2010년 1월 캐나다에서 출간됐는데, 국내 번역본에는 번역자가 올 7월과 10월 두 차례 저자를 인터뷰한 내용을 덧붙였다. 저자는 최근의 월가 시위에 대해 "볼리비아, 멕시코의 대중 항쟁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로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실업, 주택 압류, 사회복지 삭감 등으로 고통받는 노동계급과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결합하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촛불시위, 희망버스 등 일련의 사회운동에 대해서는 "자본가들이 가장 경쟁력 높은 최고의 작업방식을 찾느라 혈안이 된 것처럼 사회운동 진영도 가장 훌륭한 실천 방식을 찾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자의 대안은 윤리적 당위성이 충분하지만,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이상적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글로벌 슬럼프에서 탈출할 수 있는 힘은 99%의 저항이 아니라, 1%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하지만 작금의 경제위기가 은폐하는 정치적 의미를 읽어낸 체계적인 분석만큼은 탁월하다.
 
http://economy.hankooki.com/lpage/entv/201111/e20111118175407118180.htm
[책과 세상] 경제 위기 원인은 자본가에게 있다 (서울경제, 김지아기자, 2011.11.18 17:54:07)
책은 현재의 위기 원인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며 살벌한 경쟁을 부추기는 자본가와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고 허리띠를 조르는 식으로는 위기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악성 은행 채무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공공 부채로 이전된 것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리스 재정위기에서 드러나듯이 은행권의 위기는 주권국가의 채무위기로 그 형태가 변화됐다는 것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지표들 중 공황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가장 명료한 것은 통화와 신용의 공급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투자와 지출이 향상될 때 신용은 확대되는데 선진 주요 7개국(G7)에서 상업 대출과 산업 대출이 감소되는 등 경기침체로 진행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향후 한 세대 동안의 정치와 경제는 아주 새롭게 '재구성'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책은 이 '재구성'을 위해 사람들간의 연대와 저항 활동이 활발히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강제 퇴거당한 사람들, 인종차별과 분리로 인해 억압받은 사람들 등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에 기반한 정치를 위한 운동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함께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동력임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이 때의 저항운동은 신자유주의가 보여주지 못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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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정책, 타임오프 관련 글

 

 

“실업·해고자도 노동자 포함시켜라” 공문도 외면 고용부, 인권위 권고 또 묵살 (한겨레, 강희철 전종휘 기자, 2011-01-21 오후 07:56:10 )
“노동관련 법체계 흔들린다” 수용 거부 
고용노동부가 최근 실업자와 해고자도 노동자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부 노사관계법제과는 21일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면 국내 노동관련 법체계를 뒤흔들어야 하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14일 보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10월20일 △노동자의 개념에 실업자와 해고자를 넣고 이들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는 노조법을 고칠 것 △기존 노조가 고용부의 시정명령을 듣지 않으면 그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노조법 시행령을 고칠 것 △노조 설립신고 심사 때 법에도 없는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관행을 바꿀 것 등을 고용부 장관에게 권고한 바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헌법상 근로3권은 근로자의 권리인데, 여기에 실업자 등을 포함시키면 국민의 권리가 돼 버린다”고 권고 수용 거부의 이유를 밝혔다. 과다한 자료 요구 관행을 개선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도 “그동안 법원이 인정한 범위 안에서 자료제출 요구를 했는데, 인권위가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했다”며 개선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노동계는 이처럼 고용부가 인권위 권고를 무시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인권위는 지난해 3월에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하고 청소년 노동자의 주간 법정 노동시간을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이라는 권고를 했으나 고용부는 거부했다. 2007년 10월에도 학습지 교사와 보험설계사, 대리운전 기사 등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주라고 권고했지만 아직껏 실현되지 않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는 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지 우리가 꼭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노동위원장은 “인권위 권고는 되도록 그 취지를 정책에 반영하라는 것인데, 정부 부처가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사설] 이명박 정부, 언제까지 노조 설립에 간섭하려는가 (한겨레, 2011-01-21 오후 08:27:25)
고용노동부가 최근 노조 설립 절차와 조합원 자격에 대한 간섭을 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거부했다. 일시적인 실직자나 구직자도 노조 조합원으로 인정하라는 요구를 외면한 것을 비롯해, 노조설립 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영하는 행태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노조의 활동을 정부가 정한 엄격한 틀 안에서만 용인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태도다. 이명박 정부가 노조를 관리·통제의 대상쯤으로 여긴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나온 국가인권위의 권고는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다. 기존 대법원 판결 취지 등에 비춰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을 제시했을 뿐이다. 인권위는 노조설립 신고제의 취지를 살려 설립신고서와 규약에 큰 문제가 없으면 신고 필증을 내줘야 한다고 권고했다. 신고제가 노조 설립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게 아니라 자주성과 민주성을 갖춘 조직이 되도록 지도·감독하기 위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결 취지를 존중하라는 뜻이다.
그 전에는 노조 설립 절차가 말썽이 되는 일이 드물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툼이 많아졌다.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노조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신고제를 악용했기 때문이다. 2009년엔 통합 공무원노조에 대해 온갖 꼬투리를 잡으면서 설립 필증을 내주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목표로 등장한 청년유니온에 대해 비슷한 식으로 필증 발급을 거부했다. 이들 사안과 관련해 노조 탄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마침내 인권위까지 나선 것이다.
정부의 통제 위주 발상은 실직자나 구직자의 노조활동을 허용할 수 없다는 방침에서도 확인된다. 실직·구직자의 노조활동 허용은 국제적인 추세일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노동계가 오래전부터 요구해온 사안이자, 대법원도 2004년 실업자나 구직자의 노동3권을 인정한 바 있다. 인권위의 권고 직후인 지난해 11월에는 서울행정법원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내려졌다. 고용노동부만 여전히 편협한 태도를 고집하는 상태다.
지역별 노조, 산별 노조 등이 확산되고 복수 노조도 곧 허용되는 등 노사관계가 변화하는 데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정부의 지나친 노조활동 간섭은 사라져야 한다. 정부는 노조를 불순세력으로 여기던 시절에나 어울리는 편협한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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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취재수첩]노동계 들러리 세우는 노동부 (매노, 조현미 기자, 2010-12-31 오전 8:03:21)
매해가 그렇지만 올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교섭으로 노동 현장이 들썩인 한 해였다. 상대적으로 관심은 덜 받았지만 올해는 노동안전보건 분야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다.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쥐도 새도 모르게’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기능을 지방으로 이양하기로 결정하고 대통령 재가까지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노동부가 보여준 태도는 실망을 금치 못하게 한다. 자신들이 맡고 있는 안전보건기능이 지방으로 이양될 위기에서도 노동계에 전혀 언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이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진 상황이었다.
노동계를 노동부 사업에 들러리 세우려는 태도도 문제다. 노동부는 당사자인 노사의 의견은 사전에 들어보지도 않고 다른 부처까지 동원해 ‘안심일터 만들기 중앙 추진본부’라는 것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추진본부에서 재해 감소 정책개발과 제도개선 활동을 하겠다는 데 정작 당사자의 의사는 어떤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노동부의 중장기 산재예방 대책인 ‘제3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을 ‘제3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바꿔 내용을 개정하고도 노동계에는 계획이 대체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이름 그대로 내용이 ‘플러스’되는 줄로만 알았던 노동계는 “노동부로부터 기만당했다”는 분위기다.
형식적인 심의기구에 그치고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심의위원회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현재 논의 방식은 정부가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모두 마련해 놓고 심의위원회에서 형식적으로 심의하는 수준에 거치고 있다. 노동계가 문제점을 지적해도 그대로 공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해를 줄이기 위한 노동계의 좀 더 치열한 고민도 필요하다. 노동계는 질판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어떻게 하면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인가’를 주제로 노사정이 주최한 토론회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죽고 다치지 않고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내년에는 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한 노사정 간 논의가 좀 더 활발하게 진행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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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자동차 3사 불법파견 면죄부 논란 (참세상, 김용욱 기자 2010.11.24 19:04)
“노동부, 지시내용 결정권자를 판단한 대법판결에 위배”
고용노동부 사내하청 실태조사에 노동계 강력반발

고용노동부가 24일 발표한 사내하도급 실태조사 결과를 두고 불법파견 업체 면죄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고용노동부 실태조사는 지난 7월 22일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를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하면서 시작됐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조사결과 발표에서 기아차 소하리 공장. GM 대우, 르노 삼성자동차 3개 사업장 모두 불법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노동부는 “점검을 완료한 GM대우,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 르노삼성자동자는 원·하청근로자의 작업내용이 구분되고, 작업공정이 분리되어 혼재작업을 하지 않는 등 적법 도급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단기준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외형적 계약관계에만 형식적으로 의존한다는 지적을 전혀 개선하지 않은 결과”라며 “대법이 주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은 업무의 종속성에 대해서는 아예 점검조차 안했다”고 비판했다. 대법 판결은 누가 업무를 전달하느냐가 아닌 누가 지시내용을 결정하느냐를 중요하게 봤다. 민주노총은 “심지어 지난 12일 서울고법은 혼재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의장부의 컨베이어 라인뿐만 아니라, 차체와 엔진 공장 그리고 보조공정의 도급 역시 위장이며 불법파견에 해당된다고 판결한 바 있지만, 노동부는 이러한 법의 판단도 완전히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실태조사 결과를 발효한 권영순 고용노동부 고용평등정책관은 “기본적으로 ‘사내하도급이 파견이냐’?를 판단할 때 ‘사내하도급업체의 독립성이 있느냐?’는 것과 ‘원청이 직접적으로 노무지휘권을 행사했느냐?’를 판단 한다”며 “자동차 3개 업체는 작업공정이 분리되어 있고, 실제로 노무인사 채용에 있어서 사내하도급업체가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따라서 현대자동차 같이 혼재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정 자체가 분리되어 있고, 실제 노무지휘는 사내 하청에서 직접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파견으로 보지 않았다”고 판정 이유를 밝혔다. 권 정책관은 이어 “사내 하도급으로 줬다 하더라도 실제로 사용을 원청에서 했을 때 파견이라고 보는데 실제 노무지휘권 행사는 직접 사내하도급업체에서 행사하더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 업무지시나 근태관리에 누가 영향 미쳤나를 봐
그러나 대법 판결은 제조업 컨베이어벨트 업종을 중심으로 내렸지만 판결의 핵심은 업무지시나 근태관리에 실질적으로 누가 영향을 미쳤는가를 중심으로 봤다는 데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특히 대법원은 사업주가 위장도급의 전형으로 내세운 현장대리인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내렸다. 대법의 판단은 도급사 현장대리인이 업무지시를 전달했어도 실질적인 원청 사용주의 역할을 누가 했는가를 봤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7월 22일 대법은 “누가 업무를 전달하느냐가 아닌 누가 지시내용을 결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봤고, 도급인이 전달하거나 지시 명령이 도급인에 의해 통제되어도 원청이 업무지시를 한 걸로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당시 판결을 두고 “도급사 현장대리인에 대한 판시를 한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 동안 노동부나 1심 법원 등은 현장대리인이 작업지시를 하는 방식으로 도급인과 원청인이 업무협의를 해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내리지 않기 때문에 불법파견이 아닌 도급계약이라 인정해 왔다. 대법이 이렇게 판단했는데도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실질적인 작업 지시자를 판단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점규 금속노조 교섭국장은 “06년 7월 1일 서울지방법원에서 현대차 하청업체 근로자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승소하자 기아차는 마치 독립성이 있는 것처럼 조치를 다 했다. 라인을 한 쪽으로 몰거나 비정규직 만 모아서 일을 하거나 부수적인 작업지시서나 근태관리를 업체가 하게 한 것”이라며 “그러나 대법이나 고법판결은 거대한 컨베이어 시스템 첫 시작부터 완제품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독립적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다. 누가 작업 지시서를 썼느냐는 아무 판단 근거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박 국장은 “처음 대법 판결이 나오자 노동부가 7월 29일 밝힌 입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혼재작업과 의장 라인만 해당한다고 했다. 이때 이미 대법 판결을 은폐 왜곡 축소하려는 의도를 보였다”며 “심지어 노조가 실태조사를 거부하자 몰래 숨어들어가 면죄부만 줬다. 파렴치한 행위다”라고 맹비난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발표에서 조선업종은 5개 사업장 점검결과 원?하청업체 간에 불법파견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대우조선해양만 사내하도급 업체 간 불법파견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7~8월 사내하도급 업체 8개소 32명이 다른 사내하도급 업체 2개소에 근로자 1인당 8~9시간 파견사실을 확인했다”며 “파견시간이 8~9시간에 불과하고, 인력운영에 여유가 있는 업체에서 작업량이 많은 업체로 유휴인력 활용차원으로 이루어졌으므로 향후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고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도 민주노총은 “조선업종은 정규직 보다 많은 수의 불법파견이 만연돼있다고 정평이 난 부문임에도, 노동부는 원?하청 불법파견은 없다고 안이하게 판단했다”며 “경쟁관계에 있는 하청업체 간에 상호 인력파견이 이뤄졌다는 점은, 원청의 지시와 감독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임에도 노동부는 이를 추가로 파악하지 않고 단지 경고조치만 내렸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2011년 사내하도급 실태점검은 올해 점검결과 불법파견이 확인된 전자·IT업종과 금년에 점검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대형마트 등 서비스·유통을 중심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노사정위원회 의제별 위원회에서 12월 중으로 사내하도급·파견 제도개선 등을 위한 의제별 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이다.

   


 

[사설]엉터리 ‘해고대란설’로 신뢰 잃은 고용노동부 (경향, 2010-07-15 23:05:03)
고용노동부의 정책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노동부가 비정규직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 1년을 맞아 엊그제 발표한 첫 공식 비정규직 고용실태 통계가 그렇다. 4월말 현재 고용기간 2년이 끝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이 83.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고용기간 1년6개월에서 2년 미만의 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바뀐 비율도 70%를 넘었다면서 “비정규직 해고대란은 없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법 무력화를 위해 유포했던 ‘100만명 해고대란설’이 유언비어였음을 노동부 스스로 실토한 것이다.
엉터리 예측으로 법률 개정에만 매달렸던 노동부는 객관적 통계도 불비하고, 시장 상황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었노라고 변명하고 있다. 군색한 정도를 넘어 무책임한 발뺌이다. 노동부의 해고대란 ‘예측’은 정보 부족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위해 정보를 왜곡하려 했던 데서 비롯했다. 노동부는 해고대란의 불안을 부추기기 위해 공기업 비정규직을 기획 해고하고, 정규직 전환에 적극적인 기업에 실태조사 압력까지 서슴지 않았던가. 법개정에 반대하는 야당과 노동계를 ‘해고대란의 구경꾼’이라며 악어의 눈물을 쏟아냈던 게 노동부다. 시행 한달여 만에 해고대란이 거짓으로 판명나자 노동부가 한 일이라곤 비정규직 문제에서 손을 뗀 것이 고작이다. 노동부의 직무유기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이 나름대로 비정규직법에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노동부는 예측 실패만 시인하고 어물어물 넘어가려 해선 안된다. 잘못을 인정했으면 뼈를 깎는 반성이 뒤따라야만 한다. 노동부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기조 아래 노동자를 더 가난하고 불안정하게 만드는 비정규직화를 확대하려 했고, 이를 위해 해고대란의 허구를 ‘고안’했던 것이다. 해고대란이 엉터리로 판명된 지금 노동유연화 정책 기조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뒤따라야 마땅하다. 하지만 해고대란 유포 기도가 무산되자 노동부는 비정규직법 보완대책은 손놓고 노동조합법 개악에 매달린 게 고작이다.
대량해고의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지만 비정규직 고용안정과 차별해소의 과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무기계약직으로 바뀌었어도 정규직에 비하면 여전히 처우는 열악하다. 850만명을 헤아리는 비정규직 가운데 500여만명의 간접고용(하청·파견) 노동자는 여전히 법의 보호 밖에 있다. 노동부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차별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지 않는 한 ‘고용’노동부는 이름값을 할 수 없을 뿐더러 땅에 떨어진 정책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타임오프 사업장 수’ 못믿을 통계 (경향, 유정인 기자, 2010-07-18 18:14:47)
ㆍ노동부 “절반이 기준 지켜”
ㆍ금속노조 타결 101곳 중 “90%가 전임자수 안 줄여”

지난 1일부터 공식 적용된 타임오프(유급인정 노조활동) 제도 시행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많은 사업장이 타임오프 법정한도를 지켜 타임오프제가 자리를 잡아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정부가 잘못된 통계를 앞세워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별조직인 금속노조는 18일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170여개 사업장 중 101곳이 타결(또는 잠정 타결)을 이뤘으며 이 중 90.1%(91곳)가 노조 전임자 수를 줄이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6곳(5.9%)은 ‘추후 재협의’라는 문구를 넣어 단협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4곳(4%)은 별도 수당 등으로 합의했거나 사실상 이면합의한 상태다. 타임오프 한도에 맞춰 전임자를 줄이는 사업장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노동부가 파악한 내용과 크게 다르다. 노동부는 지난 8일 기준으로 타임오프 관련 노사간 임단협을 타결(또는 잠정 타결)한 금속노조 사업장 38곳 중 18곳이 타임오프 한도를 준수키로 했다고 10일 발표한 바 있다. 절반 가까이 한도를 지킨다는 얘기다.
이처럼 양측의 통계가 다른 이유는 정확한 상황을 집계하기 힘든 상태에서 서로 유리한 측면만 강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속노조는 산하 사업장에 단협을 맺더라도 이를 관청에 신고하지 말도록 지침을 내렸다. 따라서 단협 내용을 정부가 즉각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노사간 이면합의를 통해 전임자 수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한 경우에도 한도 준수 사업장에 포함될 수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노동부가 합의 사업장에 포함시킨 곳 중 최소 2~3곳은 노사간 이면합의를 통해 현행 전임자들의 임금을 회사 측으로부터 받기로 해 노조 측에서 이면합의 사업장으로 집계한 곳”이라며 “이 밖의 사업장도 사업주의 말만 듣고 잘못 집계된 곳들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도 “정부가 과소계상하고 노조가 과대계상했을 수 있어 현 상황의 통계차는 큰 의미가 없다”며 통계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전운배 노동부 노사협력국장은 “금속노조 사업장 중 단협 신고를 한 곳이 없기 때문에 지방관청에서 노사 양측을 상대로 일치하는 경우로 신중하게 집계하고 있다”며 “7월분 노조 전임자 임금이 지급되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더 정확한 수치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7월분 전임자 임금이 지급되는 시점에도 이면합의로 전임자 임금을 보전하기로 한 곳은 즉각 통계에 잡히지 않아 당분간 통계치를 둘러싼 양측의 기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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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현장에서] 설립신고 안 내주고 노조조직률 하락했다고 우기는 노동부 (매일노동뉴스, 조창형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 2010-07-09 오후 12:00:04)
노동부가 지난달 30일 2009년 공무원의 노조 조직률이 20%포인트 이상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노동부의 발표는 허무맹랑하다.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2009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노조 조직률은 10.1%로 2008년에 비해 0.4%포인트 감소했다. 전체 조합원수는 164만명으로 역시 전년에 비해 2만5천833명 줄었다. 특히 노동부는 공무원노조의 조직률 하락이 두드러졌다고 발표했다. 공무원노조 조직률이 2008년 75.3%에서 54.9%로 20.4%포인트 감소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전공노에 노조 설립신고 취소처분을 하면서 전공노 조합원 4만9천명이 조합원에서 제외돼 공무원노조 조합원수는 전년보다 6만3천여명 줄어든 17만8천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노동부의 발표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마치 공무원노조를 탈퇴한 조합원이 많다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으며, 아울러 민주노총의 조직률도 떨어지고 있다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노동부는 지난해 10월 공무원노조 통합을 앞두고 옛 전공노(조합원 4만9천명)의 설립신고를 취소처분했다. 이어 통합된 전국공무원노조(조합원 13만명)의 설립신고를 받아 주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중앙행정기관에 압력을 넣어 일부 지부를 탈퇴시켰다. 실제 노동조합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고서 공무원 노조 조직률이 떨어졌다고 말하고 있으니 얼마나 우스운가.
재벌과 보수언론들은 대한민국이 ‘노조 공화국’이라고 떠든다. 하지만 노동부는 최근 공무원노조를 비롯한 청년유니온 등의 노조설립신고를 받아 주지 않다. 그 이유의 핵심은 민주노총이다. 이날 노동부는 공공부문의 민주노총 탈퇴로 민주노총이 조직률이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발표했다. 민주노총 최대 조직인 공무원노조를 통계에서 빼고, 공공부문노조의 일부 탈퇴로 민주노총 조직률이 매우 줄어든 것처럼 호도한 것이다. 노동부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숫자 놀음의 최종 종착점은 민주노총 죽이기다.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함으로써 민주노총이 조합원 규모면에서 명실상부한 제1노총으로 거듭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만일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가 난다면 현재 13만명 규모인 조합원이 18만~20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노총 조합원이 73만9천857명이고 민주노총 조합원이 59만386명으로 조합원의 차이는 14만9천471명이다.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와 이에 따라 조합원수가 늘어나면 민주노총은 제1노총의 자리를 탈환하게 되는 것이다. 제1노총은 정부가 구성한 각종 위원회에 더 많은 근로자위원을 참석시킬 수 있는 권한이 생기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앞장서 왔던 각종 노동 쟁점 사항에 대한 대정부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된다는 논리를 앞세워 민주노총에 가입한 공무원노조에 대해 설립신고 반려와 자치단체 교부세 삭감 등을 무기 삼아 공무원노조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얼마 전 조합원이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다고 무더기로 기소하고 파면과 해임 등 중징계를 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부의 주 업무는 건전하고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하도록 노조가입을 권장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노조의 노조가입률 감소를 자랑인 양 발표하는 것을 보며 측은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의 공무원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기를 선언한 13만 공무원노조는 국민에게 다가서기 위해 받아야만 하는 고통이라면 당당하게 받겠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 공무원노조는 새로 당선된 단체장과 소통과 화합을 통해 국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는 노동조합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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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도 '경총 타임오프 지침' 따르나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2010-07-08 오전 9:50:07)
노동부 고시보다 타임오프 한도 축소시켜
이달부터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이 금지된 가운데 공공기관 노사도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와 관련한 협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공공기관 사용자측이 제시한 요구안의 경우 대부분 한국경총의 ‘표준 단체협약안’을 참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공공기관 노사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노조에 타임오프 협상을 요구하면서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한도를 밑도는 9천시간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원수가 2천431명인 공공노조 가스공사지부는 노동부 고시에 의하면 최대 1만시간(1천명부터 2천999명까지)의 타임오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공사는 조합원 규모에 따른 시간한도 구간을 다시 500명 단위로 쪼갠 뒤 "9천시간만 인정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폐공사와 한국공항공사도 가스공사와 비슷하게 타임오프 구간을 재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합원 규모에 따른 면제한도 구간 재설정’은 경총이 회원사들에게 배포한 표준단협안에 명시돼 있다. 경총은 표준단협안에서 “조합원 규모별 근로시간 면제한도는 상한을 정한 것이므로 기업 실정을 감안해 최소화해 단협에 규정하라”고 주문했다. 경총은 이어 "사용계획서를 사전에 받아야 한다"고 밝혔는데, 공공기관 사용자들이 이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한국철도공사는 노조로부터 근로시간면제자의 사용계획서를 사전에 통보받아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업무종료 후 최종확인을 거쳐 정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밖에도 공공기관 사용자들은 타임오프 대상업무를 노동부 매뉴얼보다 축소시켜 요구하는 등 경총의 지침을 대부분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노동계는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 사용자들이 오히려 경총 지침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며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임의적인 해석으로 노사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Tip]) 사용계획서
노동부는 타임오프 매뉴얼을 통해 근로시간면제자로 지정된 자는 근로시간면제자의 활동업무 및 사용시간에 대해 사후 정산하도록 했다. 노동계는 "노조법에 근거조항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한국경총은 근로시간면제자의 사전 사용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기관 전임자 정부 지침 폐기됐다” (매일노동뉴스, 연윤정 기자, 2010-07-09 오후 12:15:30)
한국노총 ‘공공기관 타임오프 지침’ 배포 … “개정법에 따라 교섭 임해야”
한국노총은 8일 “공공부문 전임자수를 제한해 온 기존의 정부 지침은 폐기됐다”며 “앞으로 전임자(또는 타임오프) 관련 교섭에서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을 산하조직에 배포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공공기관 노조전임자 기준 적용방향’ 보고안건을 통해 “개정 노조법 시행에 따라 현행 공공기관 전임자 기준은 효력을 상실했다”며 “노조법상 전임자제도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기존 공공기관 전임자 기준은 △100인 이하 0.5명 △100~300인 1명 △301~1천인 2명 △1천~1만명 2명+1천명당 1명 추가 △1만명 이상 11명+1천500명당 1명 추가 등이었다. 반면에 이달부터 시행되는 타임오프 한도의 경우 300인 이하는 2명까지, 1천인 이하는 3명까지, 3천인 이하는 5명까지 전임자를 둘 수 있다. 기존 지침보다 전임자수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표 참조>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공공부문에서는 93년 정부가 만든 전임자 지침과 노동부가 고시한 타임오프 한도·내용이 달라 혼선이 있었다”며 “기존 지침이 폐기되고 노조법상 전임자 제도로 변경됨에 따라 현장교섭에 참조해 조합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최근 타임오프 관련 교섭에서 사용자가 기존 공공기관 전임자 지침을 핑계로 전임자를 축소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며 “노조가 교섭에서 피해를 입지 않고 교섭에 임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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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 노사협약에 정부 개입"…문건 공개 (CBS정치부 정영철 기자, 2010.06.22 14:36)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22일 정부가 가스공사 단체협약 해지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5월 11일 해지된 가스공사 단체협약은 노동부와 청와대의 압력 행사로 인한 것이며 현 정부는 단협 체결 전부터 조직적으로 개입해 온 사실이 내부문건을 통해 드러났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가스공사 노사는 거의 1년 동안 교섭을 진행해 77개 조항에 잠정합의를 했고 쟁점이 되는 조합원 범위와 노조전임자 2개 조항만이 남겨 뒀지만 청와대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 등이 단체협약 타결에 제동을 걸어 사측에서 이를 철회했다"며 지난해 9월7일 있었던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주재 노사관계 회의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 따르면 이 비서관은 "철도공사는 적극적으로 노조대응을 하고 있으나 가스와 발전은 계획만 있지 실천이 없다"며 "인사권, 경영권에서 양보하지 말고 원칙적으로 대처하고 노사관계가 선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준 차장은 "해당 기업에서 고소, 고발하면 경찰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 "지난 5월 3일 가스공사 주강주 사장은 본 교섭에서 정부의 강경입장으로 체결된 합의서를 이행할 힘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 본 교섭 녹취자료에 그대로 나와 있다"고도 했다. 이어 "노동부는 노사관계를 다루는 주무부처로서 단체협약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가스공사 측의 노동조합 탄압은 노동부장관이 나서서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업 단협해지, 청와대 조직적 개입" (레디앙, 2010년 06월 22일 (화) 19:22:31 이은영 / 정상근 기자)
홍영표 의원 문건 공개…청와대 비서관, 노사 합의에 제동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가스공사 단체협약 해지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홍 의원은 “지난 5월 11일 해지된 가스공사 단체협약은 노동부와 청와대의 압력 행사로 인한 것”이라며 “현 정부는 단협 체결 전부터 조직적으로 개입해 온 사실이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가스공사 측이 작성한 '노사관계 주요현안 보고' 문건을 공개하며 “가스공사 노사는 거의 1년 동안 교섭을 진행해 77개 조항에 잠정합의를 했고, 쟁점이 되는 조합원 범위와 노조 전임자 2개 조항만이 남겨뒀지만 (지난해 9월 7일 열린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주재 노사관계 회의 내용에 따르면) 청와대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 등이 단체협약 타결에 제동을 걸어 사측에서 이를 철회했다”고 폭로했다.
가스공사 노사는 지난 4월 30일 단체협약 합의서를 작성했으나, 공사 측은 5월 4일 돌연 합의사항 철회를 노조에 통보했다. 이에 홍 의원은 “지난 4월26~28일, 5월3일 정부 및 청와대 사전 설명 및 설득과정에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이 단체협약 타결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이 폭로한 문건에 따르면 이 비서관은 “철도공사는 적극적으로 노조 대응을 하고 있으나, 가스와 발전은 계획만 있지 실천이 없다”며 “인사권, 경영권에서 양보하지 말고 원칙적으로 대처하고 노사관계가 선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에 대해 “지난 5월 3일 가스공사 주강주 사장은 본 교섭에서 정부의 강경 입장으로 체결된 합의서를 이행할 힘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 본 교섭 녹취자료에 그대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해당 녹취자료에 따르면 주강주 가스공사 사장은 “여러분도 많이 협조했고, 그쯤이면 정부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했는데 정부가 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며 “과연 공기업장의 능력이 정부 정책과 위배될 수 있는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홍 의원은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짓밟고 있는 것”이라며 “노동부는 노사관계를 다루는 주무부처로서 단체협약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므로 가스공사 측의 노동조합 탄압은 노동부장관이 나서서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도 이날 환노위 질의에서 “2007년 4건에 불과하던 단체협약 시정명령이 2010년 5월 이미 45건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2009년부터 급증한 시정명령의 대상은 모두 공무원과 교사들이 가입한 노조의 단체협약”이라며 “법적용의 대상이 특정노조에 집중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정명령의 내용 또한 상당히 억지스럽다”며 “대표적으로 ‘기능직과 일반공무원간의 차별금지 및 시정, 고위공무원의 업무추진비 내역공개’ 등과 같은 것인데 비정규직등의 차별금지 및 시정은 이미 다른 법에 명시하고 있고, 업무추진비내역공개는 이미 대법원판결로 확정되어 당연히 공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노동부가 막가파식 사전검열로 공무원노조의 단체협약을 불법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으로, 이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며 “더구나 노동위원회도 노동부의 의결요청을 그대로 이행하고 있는 단순 거수기에 그치고 있어 노동위원회의 전문성과 공정성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고 지적했다. 홍희덕 의원은 “고용노동부로 이름만 바꾸고, 실제로는 고용문제보다 노동조합을 길들이는데 노동부가 앞장서고 있다”며 “노동위원회도 전문성과 공정성을 잃고 정부의 정책실현수단으로 전락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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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하는 政, 교섭 미루는 使, 반발하는 勞… ‘충돌’ 양상 (경향, 유정인·박재현 기자, 2010-06-21 18:18:33)
ㆍ노·사·정 타임오프 갈등
ㆍ노동부 “부당행위 처벌”사용자측에 강공 압박
ㆍ유급활동범위 등 해석 노사 제각각 혼란가중

노조 전임자 수가 대폭 줄어들게 되는 타임오프(유급인정 노조활동)제 시행이 1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노사정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이달 말까지 합의 시한이 촉박한데도 노사간에 유급인정 노조 전임자 수에 합의한 사업장은 소수에 불과하다. 회사 측은 합의되지 않아도 손해볼 것 없다며 교섭을 미루고 있어 시한 내 타결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에서 “노동부가 노사관계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노사정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지지부진한 임금·단체 교섭 = 21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금속노조 산하 2010년 임단협 대상 사업장 260여개 가운데 지난 18일 기준으로 41개만 합의를 도출했다. 지난 20일까지 노조의 전임자 요구 수용의사를 밝힌 20여개를 합해도 60여개에 그친다. 주로 타임오프 적용에 따른 전임자 축소가 적은 500인 이하 중소 사업장들이다.
대규모 사업장의 임단협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파국으로 가고 있다. 전임자 181명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 기아자동차 노사는 지난 4월 단체교섭을 시작한 이후 아직 노사 상견례조차 하지 못했다. 노조는 임단협 요구사항에서 현행 전임자 수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전임자 문제는 이미 법에서 규정된 만큼 노조의 요구는 불법을 강요하는 초법적 행위”라며 교섭장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만도 역시 노조의 현행 전임자 수 보장 요구로 사측과의 실무교섭조차 끊겼다. 노조 전임자가 220여명에서 24명으로 줄게 되는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말 타결된 단체협약이 내년 3월31일까지 유효한 만큼 당장 불씨는 적지만 지회별로는 전임자 문제 때문에 교섭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타임오프 매뉴얼이 논란의 핵심 = 노동부는 지난달 14일 타임오프 고시에 이어 현장에 적용할 매뉴얼을 발표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매뉴얼의 적법성과 적용범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매뉴얼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노동계는 사측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와의 교섭에 타임오프 대상자 우선 참여’ ‘대상자 변경시 사용자와 협의’ ‘유급인정 대상 업무가 아닌 업무의 소요시간은 사후 정산’ 등의 지침은 노조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모법의 위임 한도 안에서 하위 기준을 만든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나아가 다음달 1일 이후 타임오프 대상자 이외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주를 엄중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기아차도 다음달 1일부터 원직에 복귀하지 않는 노조 전임자를 무급 휴직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동부 부당개입 논란 = 노동계는 노사협상 과정에 노동부가 개입해 노사간 자율협상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임단협이 진행 중인 기아차지부에는 노동부에서 나온 특별근로감독관을 위한 ‘특별근로감독관실’이 설치됐다.
(주)만도의 경우 실무협의장에서 사측이 “노동기본권을 수용하면 노동부가 특별세무감사를 하겠다고 했다”며 협상 불가를 밝혔다고 노조가 전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설명회에서 노동부 관계자가 “(타임오프의 핵심은) 현장경영권이 관리자에게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이를 근거로 “노동부의 행정지도와 노사관계 개입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전운배 노사협력정책관은 “노동부는 고시와 매뉴얼에 따라 타임오프 제도가 현장에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기아차에는 특별근로감독관이 파견된 적도, 사측에 감독관실을 요청한 적도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근로감독관의 당연한 권한에 따라 현재 임단협이 법을 위반해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부당노동행위 점검은 법 시행 이후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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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적 노조는 노사자율로, 대립적 노조는 일일이  감독” 노동부, 타임오프, 정치적으로 악용 (홍희덕 의원 보도자료, 2010. 6. 22)
전운배 노사협력정책관,  대한상공회의소 설명회에서 강한 노조는 일일이 감독하겠다 …
1. 노동부 전운배 노사협력정책관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10. 6. 10. 목요일에 진행한 ‘근로시간면제제도의 내용과 기업의 대응방안 설명회’에서 ‘현재 이 자리에 노동조합 측 관계자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말씀을 드린다, 기자 분들은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는 기사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하면서 ‘협력적 노사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굳이 일일이 사용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지만 대립적 노사관계가 유지되고 있거나 노동조합의 힘이 강해서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곳은 당연히 일일이 체크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2. 이는 노사간에 공정한 중재자가 되어야 할 노동부의 관료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언행이다. 정부가 대기업·공기업 노조 몇군데 찍어서 직접· 일일이 통제하고 길들이겠다는 것이다. 홍희덕 의원은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소위 강성 노조에만 엄격히 적용하여 노사자치를 파괴하는 것은, 국가에 의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다. 당장 이를 중지하고, 진상을 조사해 전운배 국장을 징계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노동부, 단체협약 시정명령 남발, 거칠 것 없는 막가파식 사전검열 (홍희덕 의원 보도자료, 2010. 6. 22)
2007년 4건에 불과하던 단체협약 시정명령이 2010년 5월 이미 45건에 달해...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1조제3항에는 ‘행정관청은 단체협약의 내용 중에 위법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조항에 대해 법학자들은 단체협약은 노사의 자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내용 중에 위법·부당한 것이 있을 때에는 협약 당사자들이 이를 스스로 시정하거나 무효·취소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므로, 행정관청에 대하여 시정명령권을 준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 연간 시정명령 의결 건수가 3∼4건 정도에 불과했고, 의결에 따른 시정명령은 1건 내외였다. 사실상, 사문화된 법조항이었던 셈이다.  
<시정명령 의결건수>
연도  2007  2008  2009  2010.5.31. 합계 
건수    4       3      35       45        87
 
2. 건수가 급증한 이유가 무엇일까?
시정명령의 대상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2009년부터 급증한 시정명령의 대상은 모두 공무원과 교사들이 가입한 노조의 단체협약이었다. 법적용의 대상이 특정노조에 집중된 것이다. 또한 시정명령의 내용이 상당히 억지스럽다. 공무원 노조법 제8조 제1항(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항)위반이라는 것이 명확한 기준이 없을뿐더러, 상식에도 어긋난다.
대표적 시정내용은 ‘기능직과 일반공무원간의 차별금지 및 시정, 고위공무원의 업무추진비 내역공개,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 조합원에 대한 상급자의 인권침해에 대한 감사, 부정부패감시, 업무효율화를 위한 불필요한 업무 없애기, 근로조건과 관련 있는 조례나 규칙 제개정시 조합과 협의’와 같은 것들이다. 비정규직등의 차별금지 및 시정은 이미 다른 법에 명시하고 있고, 업무추진비내역공개는 이미 대법원판결로 확정되어 당연히 공개되는 것이다. 내부고발자 보호도 부정부패감시와 투명한 행정을 위해 오히려 권장할 사항이다. 업무효율화를 위한 불필요한 일 없애기 등 사무관리규정에(대통령령) 있는 내용이다.
노동부는 막가파식 사전검열로 공무원노조의 단체협약을 불법으로 몰아가고 있다. 노사자치의 원칙에 정치적 목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3. 더구나, 노동부의 의결요청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노동위원회의 행태는 어처구니가 없다. 무조건 근로조건과 관계없고, 기관장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했다. 관련 법, 관행, 당사자 의사, 구체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노동위원회 내에서도 동일한 내용에 대한 판단이 다르다. 이유도 없다. 노동위원회는 노동부의 요구를 따르는 단순 거수기에 불과하다. 노사간의 분쟁에서 공정한 중재자로서, 준사법적기관으로 노동자의 권리구제를 담당하는 노동위원회의 전문성과 공정성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홍희덕 의원은 ‘고용노동부로 이름만 바꾸고, 실제로는 고용문제보다 노동조합을 길들이는데 노동부가 앞장서고 있다’며, ‘노동위원회도 전문성과 공정성을 잃고 정부의 정책실현수단으로 전락하였다’고 하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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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타임오프로 노조활동 옥죄겠다는 노동부 (경향, 2010-05-03 23:00:31)
노동부가 과연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오래된 의심을 임태희 장관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새삼 환기시켜줬다. 임 장관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가 법정 시한을 넘겨 강행한 타임오프(유급근로시간 면제) 한도 결정을 절차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적극 두둔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노조의 상급단체 활동을 제한하고, 향후 복수노조를 통제하는 수단으로서 타임오프를 적극 활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노사자율 원칙을 주장하는 노동계에 대해 임 장관은 타임오프 위반을 ‘강력히 단속’ 하겠다는 말로 대신했을 뿐이다.
대기업의 경우 노조 전임자 수를 최대 90%나 줄이도록 한 이번 타임오프의 지나친 한도 결정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노조전임자 급여 문제를 근면위에 넘길 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근면위가 시한을 넘겨 반대 위원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표결을 강행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노동계가 ‘날치기 처리’를 원천무효라며 사법대응에 착수한 것은 그래서이다. 그런데도 임 장관은 “근면위 활동규정은 일종의 훈시규정일 뿐”이라며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훈시규정’ 따위는 어겨도 된다는 뜻인가. 가뜩이나 노동계의 반발이 뻔한 상황에서 절차상의 논란에 대한 임 장관의 발언은 ‘법과 원칙’을 입에 올리기 민망한 수준이다.
절차 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임 장관의 타임오프에 대한 유권해석이다. 그는 노조의 상급단체 활동에 대해서는 소속 기업과의 상관 여부에 따라 타임오프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컨대 노조 전임자의 활동을 노동부가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는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타임오프 한도를 기업 단위로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힘없는 후발 노조를 타임오프에서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노동부가 노조경비를 노조 스스로 마련한다는 ‘자주주의’를 앞세워 노사자율이란 대원칙을 훼손하는 것일뿐더러 복수노조와 산별노조를 옥죄겠다는 의도를 선명하게 밝힌 것과 다름없다.
임 장관은 “노사관행이 법규에 맞지 않아도 합의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그릇된 관행이 있다”면서 타임오프를 새로운 노사관행이 정착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노사자율에 맡겨야 할 사안을 정부가 통제하고, 노조를 탄압해야 노사관계 선진화가 이뤄진다고 보는 노동부의 반(反) 노동자적 발상부터 바꾸지 않는 한 새로운 노사관계는 요원하다.

 
“한국 노동권 악화 OECD 개입 필요” (경향, 유정인 기자, 2010-05-13 17:57:14)
ㆍ노조자문위, 구리아 사무총장에 서한
한국의 노동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국제 노동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노총(ITUC)이 지난해 한국 노동상황을 점검조사한 데 이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가 OECD 사무총장에게 국제적 개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OECD-TUAC 존 에반스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정부가 1996년 OECD 가입 당시 노동법을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정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한국 노동상황은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에반스 사무총장은 “타임오프(유급인정 노조활동) 한도 설정은 특히 우려스럽다”며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는 단체협상을 통해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반복해 권고했으며 법률로 규제하는 것은 노조운동을 심각하게 약화시키려는 시도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법 및 노사관계 개혁에 관한 한국 정부의 이행 보고서를 오는 17일 파리에서 열리는 OECD 고용노동사회위원회(ELSAC)에서 논의하고 하반기 위원회 회의에서 재차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OECD-ELSAC는 2007년 한국에 대한 특별감시활동을 종료하며 2010년 봄 노동법 개혁 이행사항을 위원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서면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나 위원회의 안건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OECD 노조자문위원회는 이번에 열리는 위원회에 지난 10일 방한해 3일 동안 한국 노동상황을 점검한 롤랜드 슈나이더 정책위원의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국제 노동계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는 ‘타임오프’ 한도를 14일 발행되는 관보에 장관고시로 게재한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성명을 내고 “(타임오프는) 하한선을 정하는 외국과 반대로 상한선을 둬 노조활동을 무력화시키려는 현대판 단결금지법”이라며 “이는 절차상 원천무효일 뿐만 아니라 형식도 엉망인 사실상 집행불가능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타임오프 노사갈등’ 부추기는 노동부 (경향, 유정인 기자, 2010-05-20 18:16:14)
ㆍ“6월까지 합의 못하는 사업장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켜야”
노동부가 오는 6월30일까지 ‘타임오프(유급인정 노조활동)’ 한도를 합의하지 못하는 사업장은 7월1일부터 모든 전임자의 임금 지급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정부가 타임오프를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을 사측에 알려주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0일 성명을 내고 “지난 18일 노동부가 지난해 말까지 단협을 갱신한 사업장을 제외한 각 사업장의 노사가 6월30일까지 타임오프 한도를 합의하지 못하면 7월1일부터 모든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며 “이는 노사 갈등을 부추기고 파국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노동부가 7월1일부터 적용되는 타임오프를 지난 14일 고시함에 따라 각 사업장 노사는 6월30일까지 유급 노조활동 시간과 인원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노조는 여기에 따라 전임자들의 임금을 보전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부가 ‘협상 결렬시 자동으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방침을 밝힘으로써 사용자들이 협상을 고의로 지체하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사용자들에게 알량한 타임오프조차 무력화시킬 수 있는 편법을 알려준 것”이라며 “이번 노동부의 설명만 봐도 정부와 사용자에 의한 노사 파국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절감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타임오프가 그 결정의 절차와 내용 모두 위법적이므로 원천무효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다”며 6월에 타임오프 전면 재논의를 촉구하는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8일 회원사를 대상으로 개최한 타임오프 설명회에 참석한 노동부 관계자는 “올해 1월1일 이전에 체결한 단협의 유효기간이 7월1일 이후까지 남는 사업장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된다”며 “타임오프 한도에 대해 노사교섭이 진행 중이더라도 7월1일부터는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마저 우롱하는 노동부 (민중의 소리, 현석훈 기자, 2010-04-08 10:32:40)
노동부가 전교조의 '규약'을 개정하라고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1일 “전교조 규약 중 일부 내용이 교원노조법을 위반했다”며 5월 3일까지 규약을 개정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노동부가 시정을 요구한 전교조 규약은 모두 6개 영역으로 △해고된 교원의 조합원 자격 유지, △쟁의행위에 관한 조합원 결의, △교육위원 및 교육감 등의 조합원 자격 유지 규약이 해당한다. 전교조가 이 같은 규약 시정명령을 거부할 경우 노동부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개정을 할 때까지 재차 시정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
노동부가 전교조에 '규약개정 시비'를 걸며 근거를 든 조항은 교원노조법 2조와 8조, 노조법 16조 2항이다. 노동부는 "조합의 합병, 분할 또는 해산에 관한 사항과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하여 조합원 과반수의 참여와 과반수의 찬성으로 가결하도록 규정한 전교조 규약 13조 제5항은 노조법 제16조 2항에 위반한다"며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규약의 제정과 변경, 임원선거와 해임, 단체협약, 예·결산, 기금의 설치·관리 등의 사항은 총회의 의결사항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노동부가 문제삼는 것은 전교조는 총회가 아닌 대의원 대회를 통해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지난 3월 공무원노조의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최종 반려해 비난을 샀다. 노동부는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과정에서 '규약'을 문제삼았고 '총회'를 요구했다. 공무원노조가 규약을 개정하고 총회 대신 조합원 투표를 진행하자 조합원 명부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조합원이 아닌 사람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공무원노조는 '투표함을 열어보겠다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노동부가 전교조에 '규약'을 개정하라고 시비를 거는 이유는 불보듯 뻔하다. 규약개정을 시비로 '총회'를 요구하고 '투표'를 했을 경우 공무원노조처럼 '조합원 명부'를 요구하면서 노동조합을 옥죄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총회'를 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총회 성원이 정확하게 맞는지 관련 자료를 요구하거나 총회 성원을 확인해야 한다며 총회 참가자 명단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같은 노동부의 처사는 노동조합의 헌법적 권리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조합의 민주적 의사절차를 무시하고 강제하려는 '터무니 없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이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등과 같은 유럽국가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공무원들의 단체행동권까지 보장되고 있다. 또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도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의 경우에 허용되고 있다. 미국은 공무원의 정당 참여나 선거활동까지 보장된다. 심지어 프랑스의 경우에는 공무원의 선거 출마까지 허용된다.
뿐만 아니라 ILO(국제노동기구)는 노조 설립을 허가제로 운영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하면서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법적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라고 털어놓았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 33조 1항에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 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하위 개념인 '노동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엄연히 '하위법이 상위법'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 2009년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서 "노동3권 중 단체교섭권과 행동권은 제약해야 한다"고 밝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같은 발언에 여당 의원마저 강하게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이에대해 한나라당 이화수 의원은 "노동부 장관이 헌법 33조 1항에 명시된 근로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중 두 가지를 제약할 수 있다고 발언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주무부처 장관이 대놓고 헌법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상황에서 '법과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길 리 없다. 법치와 국제기준을 강조하는 정부가 스스로 이 모두를 어기고 있는 셈이다.
 
"레미콘 기사는 자영업자? 정권 따라 변하는 노동부"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2010-04-28 오후 6:02:51)
건설노조 총파업…민주노총 총파업은 '천안함' 이유로 연기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김금철)이 28일 총파업을 벌였다. 레미콘 기사와 덤프 기사 등 지난 정부에서 노조 설립을 인정해 준 특수고용 노동자를 건설노조에서 배제시킬 것을 노동부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노조는 이런 노동부의 '시정 요구'는 건설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에 대한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1만여 명(경찰 추산 4500명)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건설노조는 "덤프, 레미콘 노동자는 '위장된 자영업자'일 뿐 당연히 노조법상 보호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라며 "노동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노동부가 오히려 조직된 특수고용 노동자마저 노동자성을 부정하려는 태도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비난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상경 투쟁 이후 지역별로 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하루 8시간 근무를 둘러싸고 현장에서 이미 갈등이 시작된 강원도와 울산의 경우 장기간 파업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노조 조합원으로 소속된 덤프와 레미콘 기사들의 '노동자성' 문제를 노동부가 새삼스럽게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지난 2008년. 지난 정부에서는 이들의 노조 설립을 인정해줬던 노동부가 정권이 바뀐 뒤에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활동에 대해 다시 후퇴된 기준을 들이대기 시작한 것이다. 노동부는 2008년 12월, 건설노조에게 처음으로 '자율 시정 명령'을 내렸고 2009년에도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다시 시정명령을 내렸다. 핵심은 '덤프와 레미콘, 화물 기사에게 노조 조합원 자격을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 노동부의 이런 시정명령은 경총, 대한건설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 14개 관련 단체들이 공동으로 진정을 내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정부가 건설노조의 전신인 전국건설운송노조에 설립필증을 교부한 것은 지난 2000년. 당시에도 '자영업자냐 노조법상 노동자냐'는 논란의 중심에 있던 레미콘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것이었지만, 노동부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2007년 토목건축, 건설기계, 타워크레인, 전기원 노동자들이 모여 산별 노동조합인 건설노조를 만들었을 때도 노동부는 설립필증을 내주었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기본권 문제는 아직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지만, 노조 활동 자체를 걸고 넘어진 것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부터다. 노동부는 3차례에 걸친 자율시정명령에 이어 지난 1월에는 노조 대표자 변경 신고를 반려하기도 했다. 건설노조가 새로 선출한 임원을 인정해주지 않은 것이다. 이유는 특수고용 노동자를 배제하라는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건설노조는 지난 3월부터 총파업을 준비해 왔다. "노동기본권 쟁취" 외에도 8시간 근무제 쟁취 등 노동조건 개선 요구도 함께 내놓았다.
홀로 파업을 강행한 건설노조는 천안함 희생자 추도 기간임을 의식한 듯 "건설 노동자는 현장에서 떨어져서, 자재에 맞아서, 타워가 넘어져서, 감전을 당해서 등 하루 2명씩 죽어나간다"며 "어떤 죽음이라도 그 누군가에겐 슬픈 일이고 그 무게도 다르지 않은 만큼 정부와 자본이 합리적 수단을 '원천봉쇄'한 상황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살리려면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노동부는 이날 건설노조의 파업에 대해 "노조법상 보호 가능한 쟁의행위가 아니며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이번 집단운송거부의 주축인 건설기계분과 구성원은 덤프와 레미콘 차주로 이들은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재확인했다. 

 


 

노동정책? 기획재정부에 물어봐!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2010-01-25 오전 9:17:50)
돌아온‘모피아’, 노동시장 쥐락펴락
올해 이명박 정부의 화두는 일자리다. 경기는 회복단계에 들어섰지만 실업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지난 21일 첫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열고 “산업정책과 재정∙세제 등의 지원제도 전반을 고용친화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틈타 화려하게 부활겉으로 보기에‘고용을 동반한 성장’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경제운용의 키를 쥐고 있는 이명박정부 3기 경제팀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1년 전 이맘때 이명박 정부 앞에 놓인 숙제는 세계 금융위기와 함께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치던 실물경제지표였다. 지난해 1월19일 단행된 개각에서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이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기획재정부장관에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행시 10회)이, 청와대 경제수석에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장관(12회)이, 금융위원장에 진동수 전 재정경제부차관(17회)이 각각 임명됐다. 모두 옛 재무부, 그것도 금융정책라인 출신이다.
재무부 금융정책실(국) 출신 관료의 전진배치는 곧 모피아의 화려한 부활을 의미한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의 영문약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강한 인맥으로서 밀어주고 끌어주며 정부의 핵심 요직을 장악하는 형태가 마치 마피아와 같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모피아 경제관료의 장점은 거미줄 같은 인맥과 일사불란한 팀워크다. 뛰어난 실무능력으로 최고인사권자의 가려운 곳을 콕 짚어 긁어 준다. 무엇보다 위기에 강하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경제관료에대해 부정적이었다. 2008년 3월 국무회의에서 “기획재정부 조직슬림화를 주문했더니 TF(테스크포스)를 만들어 잉여인력을 한 방에 모아놨다”며“이러니까 모피아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이 부른 촛불시위로 정치기반이 흔들리자 입장이 바뀌었다. ‘ 친기업’에서 ‘친서민’으로 이동하면서 관치기술자의 손길을 필요로 했다. 대공황이라는 말이 퍼질 정도로 위급했던 경제사정도 모피아 부활의 신호탄이 됐다.
2기 경제팀의 등장과 함께 노동정책에 대한 경제관료들의 입김이 거세졌다. 윤장관은 지난해 2월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제위기를 맞아 비정규직 사용기간제한은 폐지하는 것이 옳다”며 “기간제한이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어 윤 장관은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올해 경제는 -2% 성장하고 취업자는 20만명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노동시장 대책으로 비정규직법 완화와 최저임금법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취업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논리는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고용정책의 지상과제가 됐다.
경제관료들이 고용정책을 주도하면서 그나마 노동부가 추진했던 양질의 일자리창출 사업은 대거 칼날을 맞는다. 대표적인 것이 정규직 전환지원금이다. 노동부는 당초 올해 예산안에 정규직 전환지원 명목으로 일반회계 1천245억원, 고용보험기금 3천931억원을 편성했으나 기재부는 단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해 이른바 ‘슈퍼추경’에서 진통 끝에 편성됐던 정규직 전환지원금 1천185억원도 비정규직법이 개정되지 않아 관계법령이 없다는 이유로 불용처리했다. 기재부는 앞서 ‘2009년 세제 개편안’을 통해 그동안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30만원씩 세액공제를 해 주던것마저 중단시켰다. 이로써 정규직 지원혜택이 모두 사라졌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비정규직법 개정논쟁 당시 국회에서는 ‘노동부장관이 기재부 인사노무과장이냐’는 조롱이 나왔다. 지난해 8월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을 비롯한 야3당 의원 10명은 노동부장관의 사퇴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비정규직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이영희 전장관이 해고대란설을 굽히지 않고 임시국회 직권상정 처리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노동부가 비정규직법 발효를 대비해 정규직 전환대책은 준비하지 않은 채 터무니없는 100만 해고설을 유포해 비정규직 해고를 조장했다”며 “노동부장관이 기재부 인사노무과장이냐”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지난해 8월31일 3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이 정책실장을 겸하고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경제특보로 임명됐다. 그리고 노동부장관에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이 임명됐다. 임 장관은 행시 24회 출신으로 재정부외환정책과∙금융정책과를 거쳐 모피아출신 국회의원으로 분류된다. 당시 개각에서 모피아들의 입지가 굳건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하반기는 13년간 유예됐던 복수노조∙전임자임금 지급금지를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노조법) 처리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막강해진 경제라인의 행보에 노동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사실상 노조법 처리의 칼자루를 정부가 쥐고 있는 상태에서 청와대가 정책실장을 신설하고 윤 수석에게 겸임하게 함으로써 국가정책 전반을 조정∙총괄하도록 맡겼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결국 개각 두 달여 만인 10월4일 이른바 ‘청와대 비서관 활극사건’이 터졌다. 사건의 내용인즉 사회정책수석실 소속 비서관이 경제금융비서관실을 찾아 고함을 치고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부렸다는 것이다. 청와대 경제비서관들이 노동 파트를 배제한 채 대통령에게 노사관계 업무까지 독단적으로 보고하면서 두 팀 간에 쌓여왔던 갈등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어 10월8일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윤증현 장관과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 등 정부의 핵심경제관료들이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는 노동배제 정책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노조말살 비밀TF 운영’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6자 회담 등 노조법 개정을 위한 대화국면이 열리면서 노조말살 비밀TF 의혹은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경제관료들이 노동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쥐락펴락하는 것에 노동계가 경고장을 던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경제관료들은 노조법 국회통과 직전까지 ‘현행법 시행에 자신 있다’는 태도로 밀어붙였다”며 “비록 노조법 개정안이 부족한 면은 있지만 경제관료들의 뜻대로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관료와 정면승부를 하기에는 노동계의 실력이 너무나 부족한 상태”라며 “앞으로도 모피아가 노동정책을 쥐락펴락하는 하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피아 경제팀 출범 이후 노사관계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개별 사업장의 임금∙단체협상까지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철도파업은 당사자인 노사 간의 대화는 실종되고 이명박대통령과 장관들의 ‘입’에 의해 좌지우지됐다. 지난해 11월28일 철도노조 파업 사흘째 이명박 대통령은 ‘공기업노조와 적당히 타협 말라’고 주문했고, 엿새째에는 윤증현 장관 주도로 정부부처 장관 합동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경제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고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등 합법적인 범위를 벗어난 불법파업”이라며 엄정대응 방침을 밝혔다. 철도의 공공적 성격이 아무리 중요하다해도 일개 사업장의 노사관계에 대통령과 장관들이 우르르 나서 ‘타협불가’를 외치는 경우는 전례가 없었다. 이에 대해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노동현장에 노동부장관이 3명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윤 장관이 정책집행을 하고 이 대통령이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 개입은 비단 철도노조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기재부가 공공기관 선진화정책 추진과제 1순위로 ‘노사관계 선진화’를 꼽은 이후 각 공공기관마다 ‘사용자의 단체협약 개정 요구→노조 반발→단협 해지통보’로 이어지는 사태가 줄을 이었다. 기재부는 최근 4차 기업환경 개선대책을 통해 “현장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해 임단협과 관련한 노조의 불합리한 행태를 개선하겠다”며 “공기업의 선도적인 노사관행 개선 노력을 민간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7월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시행과 맞물려 개별 사업장 임단협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경제운용 방향은 첫째도 일자리, 둘째도 일자리에 맞춰져 있다. 윤 장관은 21일 국가고용전략회의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성장하면 고용이 저절로 생겨난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고용을 동반하는 성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민간에서 투자확대에 따른 고용창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 과정에서 고용안정을 위한 제도적 빗장이 대거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국가고용전략 추진은 2008년 대통령인수위원회 당시 노동부가 제안했던 사업이다. 일자리창출 부진에 대한 진단이나 사업방향도 상당부분 노무현 정부말기인 2007년 대통령 직속 사람입국∙일자리위원회가 보고서로 제출했던 ‘일자리창출과 사회통합을 위한 국가고용전략’ 내용과 일치한다. 다만 이번 국가고용 전략 내용이 지난 정부와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참여정부가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사회적 대화’를 강조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노동계를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시장 유연화정책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노정 간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청와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연근무제에 대한 노동계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근로기준 선진화’를 내걸고 탄력 근로시간제도 확대와 단시간근로 시범실시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백성균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이제라도 정부가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은 다행스럽지만 국가고용전략회의가 청와대 ‘벙커’회의라고 불리는 비상경제대책회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백 부대변인은 “노동부도 아닌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주무부처로 돼 있고 여전히 민간과 노동의 참여나 협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우려했다. 계산이 빠른 경제관료들의 머릿속에 고용의 질은 없고 고용률만 들어 있다면 고용과 성장∙분배의 선순환 구조는 점점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요양보호사가 개인사업자? 고용산재보험 반려 잇따라 (레디앙, 2009년 10월 07일 (수) 09:57:14 이은영 기자)
노동부 '개인사업자' 행정해석…공공서비스노조 "개인사업자의 요양서비스는 명백한 위법"
'서울 ○○구에서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 김 씨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어느 날 직원 교육 시간에 기관장이 “이제부터 요양보호사는 ‘개인사업자’이니 개인소득세를 납부하도록 하고 대신 4대 보험은 혜택이 없습니다”라고 말한 것. 그동안 기관과 근로계약서를 체결, 직접 고용돼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을 해왔는데 하루아침에 ‘개인사업자’라니?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을 위한 교육을 받을 때에도 요양보호사는 ‘근로자’라고 배웠는데(보건복지부 요양보호사 표준교재) ‘개인사업자’는 웬 말인가?'
지난해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시행된 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의 수는 50여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 중 요양기관에 고용돼 일하는 요양보호사만도 약 12만 4천여 명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지난해 8월 이들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며 “개인사업자”라고 행정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 근거로 노동부는 △요양보호사의 출퇴근시간이나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점 △업무수행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점 △다른 요양보호사로 업무대체가 가능한 점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고객으로부터 서비스 요청이 오면 이를 거절할 수 있는 점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르면 ‘장기요양기관 요양보호사는 기관의 장과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는 각 요양기관이 요양보호사와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계약서 작성 및 사회보험을 가입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부의 행정해석 이후 각 기관에서는 요양보호사의 고용·산재보험 가입신청이 반려되는가 하면, 재가장기요양 현장에서 운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요양보호사의 5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고 편법적으로 개입사업소득자로 등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공공서비스노조에 따르면 최근 노인장기요양기관의 인사노무관리를 하는 컨설팅 업체에서 요양보호사의 근로형태별로 근로자 또는 자유직업소득자로 분류하여 근로계약서 및 계약서 등 법률적인 계약관리를 해준다는 마케팅을 벌이기도 한다.
이에 공공서비스노조는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요양보호사가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요양보호사를 '개입사업자'로 간주하는 것은 요양보호사를 개인사업으로 둔갑시켜 공적 사회보험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요양보호사가 대거 양산됨에 따라 노동부는 이들에 대한 적절한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과 근로감독 등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오히려 노동부에서 재가 요양보호사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개인사업자’(자영업자)로 취급해 이로 인해 각종 피해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공공서비스노조는 "무엇보다도 수급정책 실패로 인해 50만이 넘게 양산되어 실업과 반실업 상태를 오고가는 등 불안정한 처지에 놓인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을 개선하여야 할 책임기관인 노동부에서 오히려 요양보호사의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데에 앞장서다니,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동향1] 공공연하게 시비 만드는 노동부- 요양보호사 근로자성 부정의 경위 (월간 복지동향 통권 제134호, 2009/12/01 13:38, 최영미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사무처장)

 


 

[기고] ‘노동자 분신’ 뒷짐 진 노동행정 (경향, 김남근 변호사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2007년 11월 01일 18:11:20)
참여정부 들어와 집값 안정을 위한 신도시개발, 도시재개발·재건축, 지역균형개발, 기업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도시특별법, 관광개발 등 수없이 많은 개발의 명분이 제공되면서 전 국토가 개발 건설 현장이 되고 있다. 2002년 2만8692건, 2003년 3만7140건, 2004년 4만9756건, 2005년 5만1698건, 2006년 6만3637건 등 매년 30~40%씩 급증하는 개발행위 허가 건수가 개발건설의 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대선에서는 경부운하 건설 등 대형 개발공약들이 개발붐을 부추기고 있어 한국은 개발로 먹고 사는 토건국가라는 비난이 일고 있지만, 21세기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개발건설현장의 근로조건, 노동기본권은 19세기 전근대성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천의 건설노조 조합원이었던 40대 전기노동자 정해진씨의 분신은 이러한 열악한 근로조건과 노동권의 무법지대라는 현실이 야기한 것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전기재해통계 분석 자료에 의하면 전기공사 현장에서 감전사고를 당한 건수는 2005년 130명, 2006년 128명이다. 그러나 건설산업 연맹의 자료에 의하면 건설현장에서의 재해가 산재처리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여 어쩌면 위와 같은 통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 생명이 위협 받는 열악한 근무 여건에도 불구하고 정해진씨가 근무하는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부당노동행위, 임금체불 등으로 사용자가 진정·고발된 건수가 100건이 넘었다고 한다. 건설산업기본법, 전기공사법 등에서 다단계식의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지만, 각종 건설현장과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 원청회사가 발주하는 공사현장에서는 이러한 불법 다단계식 하도급이 관행화되어 말단의 하청업체에 일용직 등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건설노동장의 임금 등 근로조건은 매우 열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비단 정씨의 분신이 아니더라도 최근 경기지역 건설노동자들의 올림픽대교 첨탑점거농성, 포항지역 건설노동자들의 포항제철 본사점거 농성 등 건설노동현장에서 극단적인 투쟁이 빈발하고 있는 데에는 형사처벌 위주의 공안적 개입에만 의존하면서 뒷짐지고 있는 노동 행정도 한몫하고 있다. 공안기관은 건설노동조합간부들이 사용자에 대하여 단체협약체결, 전임 인정 등을 요구한 것이 공갈죄에 해당된다며 여러 차례 기소한 바 있다. 19세기 자유국가 원리에 입각하여 재산권 보호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시민법 규범인 형법의 시각에 의하면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설립이나 파업 등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공갈, 업무방해 등의 범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빈민화, 사회적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갈등 악화, 근로대중의 빈곤화에 따른 소비수요 창출의 곤란이 가져오는 공황 등 시민법적 규범만을 고집할 경우의 사회적 부작용을 목도하며 20세기 현대국가들은 모두 단결권, 단체행동권의 노동권을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노동조합 설립과 파업을 형법적 시각의 처벌에서 제외시키는 노동법을 비롯하여 경제법, 환경법 등의 사회법적 규범을 도입했다. 결국 현대국가는 끊임 없이 시민법적 규범과 사회법적 규범을 조화시켜 사회적 안정을 도모하는 기반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공안기관이 노동문제에 빈번히 개입하여 어느 한쪽을 형사적으로 단죄하려는 방식의 노동행정은 이미 역사적으로 소멸해간 19세기형의 전근대적인 방식이다. 사용자 측은 공안기관의 개입에 의한 일방적인 해결을 기대하며 노사교섭에 소극적이게 되고 노동자들의 분신,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극단적인 투쟁 등 많은 부작용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이번 정해진씨의 분신사건뿐 아니라 이랜드 사태 등 많은 노동분쟁 사건에서 노동행정은 없고 공안행정만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21세기의 현대국가는 노동부의 뒷짐행정이 아니라 적극행정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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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의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0071945205&code=900308
[책과 삶]기득권층 불편하게 하는 ‘것’들의 의미와 가치 (경향, 김종목 기자, 2011-10-07 19:45:20)
철학에서 존재론은 엄숙한 것이었다. 후기 하이데거로 대표되는 존재론에서, 인간만이 존재 의미에 접근할 수 있는 ‘존재자’였다. 저자 이진경(48)은 기존 존재론의 밑동을 뽑아낸 그 자리 위에 새로운 존재론을 정립한다.
이진경의 존재론에서 ‘존재자’들은 ‘볼온한 것들’이다. 이 불온한 존재자들은 ‘남에게 폐 끼치는 자’로 여겨지는 장애인, 반정부적이거나 반골 기질로 가득한 사람들일 뿐만 아니라 ‘인간도 아닌 것’ ‘미천한 것’ ‘하등한 것’으로 천시받는 것들이다. 이진경은 사이보그와 박테리아까지 ‘존재자’들의 범주를 확대해 존재 문제를 탐구한다.
불온함, 불온성은 무엇일까. 이 불온성은 “어떤 뜻밖의 만남에서 느끼는 ‘저들’의 기분”이다. ‘저들’은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며 세상을 지배한다고 믿는 자들”이다. 볼온한 존재자들은 고귀한 존재자들이 말하는 인간·민족·국가 같은 엄숙한 것들에 낙서하는 자들이며, 탁월한 자들의 빛나는 시선을 ‘생까는’ 자들이다.
이진경은 추상적 철학 개념에서 “그 불온한 것들에서 가지를 쳐나가는 현실의 구체적 사태들”을 이야기한다. 존재론이란 추상의 장에서 가장 정치적인 사유의 장을 펼쳐나간다. 조직력이 형편없던 1970년대 노동조합과 힘·영향력이 막강한 1990년대의 노동조합 중 어느 쪽이 불온한가. 불온하고, 미천한 존재자들은 ‘우리’와 다른 존재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남에게 폐를 끼치는 장애인’이다. 우리가 먹고 입고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친 덕이다. 노동자들은 타인을 위한 노동을 중지할 때, 즉 남들이 끼치는 폐를 받아주길 중단할 때 세상의 불편을 초래하는 자로 비난받으며 불화한다.
교환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노동자는 지불수단이 없어 폐를 끼치는 걸 자각하며 살지만, 재벌은 그 지불수단으로 폐를 망각하고 산다. 재벌의 부는 수많은 노동자가 과로에 시달리며 상품을 생산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다. 세금으로 움직이는 관료와 ‘졸개’가 없다면 권력 또한 있을 수 없다. ‘공적자금’이라는 거대하고 실질적인 민폐조차 자본가들은 폐로 느끼지 못한다. 남에게 폐를 끼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재벌과 권력자들이 더 많이 남들에게 폐를 끼치며 사는 것이다. 존재론으로 돌아가면, 존재란 “어떤 존재자가 다른 무수히 많은 존재자에, 우주 전체에 기대어 살고 폐를 끼치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인 것이다.
이진경은 미물의 존재 문제를 인간의 영역으로 연장한다. 동물 신체에서 이루어지는 면역계에 빗대 이주노동자 같은 ‘무력한 외부자’와 장애인 같은 ‘결함 있는 내부자’를 배제하고 추방하는 체제 문제를 비판한다. 면역이란 뜻의 ‘임무니스(immunis)’는 ‘증여’ ‘의무’의 ‘무니스(munis)’에 ‘면제’를 뜻하는 ‘임(im)’이 붙은 말이다. 배제와 추방은 바로 면제를 통한 자기보호이며 개체성을 위협하는 외부 타자들의 침입에 대한 자기방어다. 이 면역개념은 ‘적들을 퇴치하는’ 군사주의적 통념과 인접해 있다.
이진경은 인간에게 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사육되는 소·돼지나 닭에서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사유하고, 암세포를 갖고 태어나는 온코마우스(종양생쥐·종양을 뜻하는 onco와 mouse의 합성어)에서 시뮬라르크 문제를 사고한다.
책은 철학과 윤리학, 정치학을 아우른다. 이진경은 문학적 글쓰기를 시도했다. 그는 “설명하고 해석하는 기존의 사유와 글쓰기를 과감히 버리고, 압축적이고 응축적인 글쓰기를 하려고 했다. 강하고 밀도 있는 저 자신의 문체를 찾아가는 첫 시도”라고 말했다.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110/h2011100721024286330.htm
사이보그·박테리아·프레카리아트… 우리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존재 (한국, 이윤주기자, 2011.10.07 21:02:42)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이진경 지음/휴머니스트 발행·368쪽·1만8,000원
"인간 통해 인간을 사유한다? 우월하다는 특권 의식일 뿐
타자를 보는 관점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 생기죠"

사상가 발터 벤야민은 지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지금 여기'에서 철학적 장면을 포착해 예민한 글로 남겼는데, 이 방법은 역설적으로 현재의 한국 독자들이 그의 글이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우리는 벤야민처럼 1930년대 파리 아케이드를 거닐 수 없으니까.
2000년대 독자가 벤야민의 문장을 이해하려면 길잡이의 도움이 필요한데, 가장 탁월한 길잡이로 미국 이론가 수전 벅 모스가 손꼽힌다. 1970,80년대 벤야민 연구로 이름을 알린 그는 1990년대 이후 벤야민을 넘어서 자신만의 독특한 이론을 펼치고 있다. 국내 번역된 에세이 <꿈의 세계와 파국>은 그 터닝 포인트가 된 책으로, 미국 월트 디즈니 이미지 분석을 통해 포스트모던 사회의 정치를 말한다. 이제 그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게 됐지만, 당연하게도 이 목소리의 언저리에는 벤야민의 숨결이 남아 있다.
철학자 이진경씨를 소개하며 생뚱맞게 벤야민과 벅 모스를 소개한 것은 신간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이 꼭 벅 모스의 <꿈의 세계와 파국>과 닮은 꼴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이진경은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사유를 펼치고 있지만, 동시에 이 책에는 그를 있게 한 마르크스와 들뢰즈의 사상이 깨알처럼 녹아 있다. 6일 연희동 '수유너머N'에서 만난 그는 "이제 도제 생활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의 돌파구는 하이데거다. "하이데거의 위대한 점이 존재를 의심하는 '존재자'의 발견이잖아요. 하지만 인간을 통해서 인간을 사유하려는 시도에는 인간을 다른 존재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일종의 특권의식이 있는 셈이죠. 저는 인간이 아닌 것들로 인간을 사유하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컨대 저자는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전복하며 사상의 아버지들을 넘어서려는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인 이진경 식의 존재론은 책 2장에 담겨 있다.
책의 또 다른 키워드는 '불온함'인데, 들뢰즈의 '탈주' 개념이 변형된 꼴로 읽힌다. 그는 "불온함이란 통념이나 분명한 구별들이 깨질 때 발생하는 불안감과 결부되어 있다. 그것은 확실하다고 믿던 것들을 와해시키고 그 경계를 횡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책 1,2장에서 불온함과 존재론의 개념을 정리한 후 3~8장에서 사이보그, 박테리아, 프레카리아트(파견, 하청, 계약직 등 극도로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같은 불온함을 지닌 존재자들을 소개한다. 존재자의 범위를 인간보다 넓혔기 때문에 책에서 '장애인'은 '장애자'로 썼다. 이씨는 "이들의 공통점은 중간적인 존재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존재자, 즉 인간의 구획에 따라 명료하고 뚜렷하게 구별된 것들이 아니라, 반대로 그런 구별을 깨거나 와해시키거나 중간에 끼어 있는 존재자를 의미한다.
"사이보그는 인간도 기계도 아니지만 동시에 인간, 기계이기도 합니다. 박테리아는 생물이라고 할 수도 없고, 생물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죠. 프레카리아트 역시 노동자이면서 노동자가 아니기도 합니다. 이 중간적 존재자들이 기존의 경계를 해체시킵니다."
이씨는 "마르크스의 위대한 점은 프롤레타리아를 착취 당하는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사회를 전복시킬 수 있는 주체로 보았다는 것"이라며 "타자를 보는 관점을 바꿀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나온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인 장애자, 프레카리아트 등은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사회의 결핍을 보여주어 기성 체제를 전복시키는 존재자라는 설명이다.
철학 책을 자주 접하지 않았던 독자라면 이 책이 버거울 것이다. 분량도 300여 페이지나 된다. "일반인들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저자는 "어려운 책이 꼭 안 팔리는 건 아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제가 읽은 책 중에 가장 아름답고 충격적인 책이 <벽암록>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도 이해가 안 가는데도 손에서 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놀랍지 않아요? 이해되지 않는데도 끌리는 책. 이 책이 그런 매혹을 주는 책이기를 바랍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9835.html
결국엔 평화를 불러오는 ‘불온함’의 두가지 정체 (한겨레, 최원형 기자, 20111007 21:21)
질문을 던져보자. 100만명의 조합원을 자랑했던 1990년대 전국적 규모의 노동조합 총연맹이 불온한가? 아니면 1970년대 단칸방에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 손글씨로 대자보를 쓰던 1970년대 노동조합이 불온한가? 전반적인 사회 개혁이나 체제 전복을 내세웠던 90년대의 노동조합보다, ‘근로기준법 준수’ 등 지금의 눈으로 볼 땐 훨씬 수위가 낮은 목소리를 냈던 70년대의 노동조합이 훨씬 더 ‘불온성’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외부’와 ‘탈주’의 철학자로 불리는 이진경씨가 최근 펴낸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은 제목 그대로 ‘불온한 것들’을 통해 사유하는 존재론이다. 지은이가 활동하고 있는 인문학 공동체 수유너머엔(N)에서는 올해 초 ‘불온한 인문학’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학문 활동을 시작한 바 있다. 자본과 국가의 권력에 의해 순치된 현재의 인문학은 인문학 본연의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 인문학에 담긴 불온성을 다시 끄집어내야 한다는 것이 주요 취지다. 같은 맥락 위에 놓여 있는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을 전개해나가기 위한 철학적 기반을 다진다는 의미도 갖는다.
흔히 정부에 대한 비판, 체제에 대한 비난 등을 불온함의 근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은이는 불온함이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는 정서인지 더 깊은 곳에서부터 따져본다. 그는 “불온함이라는 감정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서 오며, 공감과 반감이 뒤섞인 불안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우리의 사고나 행동을 규제해왔던 어떤 틀이나 경계를 무너뜨리는 무언가가 나타났을 때 우리는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한편, 내가 그것에 의해 뜻하지 않았던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감을 갖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당혹과 예감은 불온성의 두 가지 성분이다. 낯설고 불편한 것에 대해 단지 반감만 있다면 그저 외면하고 잊어버리면 그만일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그 속에는 쉽게 떨칠 수 없는 무의식적인 공감이 있어서, 우리를 기존의 낡은 감각에서 벗어나도록 만든다”고 한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부신 빛이나 칠흑 같은 어둠은 우리의 현행적 감각을 지워버리고,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불온함에 대한 이런 풀이는 존재론과 어떻게 연결될까? 지은이는 “위대한 것을 모델로 하는 보편화, 탁월한 것에서 시작하는 보편화는 모든 존재자를 포괄하는 일반성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며 장애인, 박테리아, 사이보그, 온코마우스(암 실험을 위해 나면서부터 암을 가지게 만든 실험용 쥐), 페티시스트, 프레카리아트(극도로 불안정한 노동자층) 등을 들어 존재론을 펼친다. 어떤 존재자의 탁월성이나 위대함을 기초로 삼는 존재론은 필연적으로 그렇지 못한 것들과 위계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지은이는 여기에서 벗어나고자 “미천한 것, 별 볼 일 없는 것, 인간도 아닌 것들의 가치와 의미를 밝히는” 작업을 벌인다. 겉으로 보기엔 불온해 보이지 않지만, 장애자나 박테리아, 사이보그 등등은 ‘인간은 탁월한 존재’라는 낡은 통념을 깨고 인간을 미천하고 소소한 것으로 끌어내린다는 점에서 모두 ‘불온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장애인에 대해 흔히 ‘남에게 폐를 끼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든 존재는 다 다른 존재에게 폐를 끼치며 산다는 점에서 장애인이다. 자신이 선택한 기계에 의해 변이된다는 점에서 인간은 또 사이보그와 다르지 않다. 자신의 개체성을 넘어 무언가에 이끌려 사랑하는 한 우리 모두는 페티시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지은이는 우리에게 낯익은 통념들을 깨는 대신 저 불온한 것들을 우리와 함께 엮어주려고 한다. 이 세상은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이름의 ‘보편성’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끝없는 적대와 대결의 굴레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가 낯설고 불편하게 여겼던 존재, 곧 불온한 것이 되자는 제안이다. 지은이는 인간의 자긍심으로 동물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서 벗어나 동물이 되고, 이주노동자와 불법체류자를 추방하기보다는 나 스스로 그들의 자리에 서는 것처럼 미천하고 보잘것없고 버려지는 것들의 끄트머리에 가서 설 때, 비로소 평화와 평온을 발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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