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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108배 후유증

  • 등록일
    2008/08/25 17:22
  • 수정일
    2008/08/25 17:22

다시 [커피나무]다. 오후 5시. 그녀의 졸업식을 마치고 예정대로 [한오리]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생전 처음 오리고기라는 걸 먹었다. 맛이 ... 뭐랄까 ... 오리맛이어따!!!

앞 테이블에서 오늘 졸업식을 마친 듯한 여성 세명과 남자 한 명이 열심히 명박이를 씹고 있다. 그 중 이야기를 이끄는 한 아가씨가 말한다. "아니 지금 이명박지 지지하면 미친 거지! 그런데 내 주위에는 꽤 많아!" 옆에 있던 남자가 말한다. "다들 부자들인가 보네" 여자가 되받는다. "아냐 그렇게 잘 살지도 않아." 내가 속으로 말한다. '그럼, 뭐, 대형교회 광신자들이군. 그도 아니라면 뇌용량을 의심해 봐야하겠지.'

그나저나, 양쪽 허벅지 상박이 심하게 아프다. 그제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고 있다가 무슨 바람이 나서 조계사까지 갔는데, 간 김에 오랜만에 마음을 비우고자, 108배를 하고야 말았다. 최근의 내 체력에 비추어 보았을 때 상당히 무모한 짓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오르막 길은 그나마 괜찮은데, 내리막 길이나 계단을 내려 올 때마다 근육이 당기고, 아리다.

대책회의 천막에도 들렀었다. 이른 새벽이라 다들 잠들어 있었다. 한참 그네들이 잠 든 모습을 보다가 조계사를 나왔다.

카페에 앉아 있는 내내 약한 졸음에 절어 있다. 왜, 그, 그런 상태 있잖은가. 피곤하고 눈꺼풀은 감기는데, 잠 잘 분위기는 안되는 그런 경우 말이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오늘은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데, 그 시간까지가 꽤나 길 것 같다.

카페에 앉아 있다가 가끔 담배를 피우러 문 밖으로 나가는데, 가로수에서 송충이들이 무지막지하게 떨어진다. 아까는 무심코 담배 피우다 들어와 의자에 앉았는데, 왠, 스멀스멀한 느낌이 목덜미로부터 뺨까지 느껴지는 거다. 손으로 툭 치니, 송충이 털이 확, 날리더니, 새끼손가락 만한 오동통한 녀석이 바닥에 툭 자빠진다.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생각해 보니 이 곳 가로수들이 다 활엽수들이라 여름 끝자락에 송충이들이 길에 새파랗게 짓이겨져 죽어 있었다는 기억이 난다. 꿈틀거리며 기어 다니는 그것들을 피해(징그러워서? 아니면 죽이는 게 찔려서?) 다녔었다.

감기 기운도 있다. 애용하는(?) 감기약 '액티피드'를 반 알 먹는다. 한 알 다 먹으면 부작용이 심한 약이다. 온종일 멍하니 있어야 하니 말이다. 5시 20분이다. 학원으로 가야 한다. 피곤쿠나. 명박이는 뭣하고 있을까? 혹시 ...  응까? 확 ... 설사나 하루 종일 하길 빌어 본다. 음 그러고보니 108배 하면서 명박이를 제대로 처단해 달라고도 했구나. 결국 이 시절은 마음껏 마음 비울 수도 없게 만든다.

근데 무슨 사진을 올려야 하나...

 

 

명바기와 송충이 ... 어쩐지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 생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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