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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9

  • 등록일
    2009/04/19 12:29
  • 수정일
    2009/04/19 12:29

광주, 전남대 예대 뒤, 카페 'Kenya', 오후 12시 11분.  어제 2시 쯤 도착했다. 광주 시내에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버스를 타고 바로 갔고, 그녀는 거기 서 있었다. 화사한 모습으로 웃으며. 봄날에 외출 나온 새같이. 배가 고프다는 그녀. 곧장 인도식 카레집으로 갔다. 카레 두 접시, 란(인도식 빵) 한 접시, 그리고 밥까지 먹으니 배가 불렀다.

 

우린 둘 다 인도를 가고 싶어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녀는 예전부터 또 남미가 가고 싶다고도 했다. "따뜻하니까"라고 그녀는 말한다. 내 전공이 전공이니 만큼 프랑스로 가자고 해도, 그녀는 "거긴 너무 추워"라며 근심어린 얼굴을 한다. "아니야 남쪽 지방은 그리 춥지 않아요"라고 해도 그 표정이 가시지 않는다. 하긴 조금이라도 찬 바람이 불면 몸을 오도도 떠는 사람이니 걱정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시내를 좀 돌아 다닌다. 내가 청바지를 하나 사고 싶어 한다는 걸 아는 그녀는 연방 청바지 쪽으로 눈이 가고, 그녀 여름 구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난 연신 여자 구두 쪽으로 시선이 간다. 결국에 그녀가 "나 구두 때문에 형 청바지 안 사려는 거지?"라고 묻는다. 난 "아냐, 그게 아니고, 당신 구두가 먼저니까 ... "라며 웃으며 말끝을 흐린다. 괜찮다, 난 청바지가 많으니까, 그리고 면바지도 몇 벌 있다. 서울 가서 돈이 더 생기면 여름 난방이나 하나 사면 된다.

 

나와 그녀, 경임이와 나리를 만나는 찻집. 둘 다 더운 날씨에 급히 와서 그런지 약간 지쳐 보인다. 나리는 더위를 많이 타니까 더 그럴 것이다. 게다가 과외 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했다. 아무리 일을 해야 하지만 일주일에 하루는 쉬어야 한다고 말해 준다. 그래야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 경임이는 우리 둘을 신기한듯 살핀다. 그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이 아이는 이제 곧 애인이 제대한다. 앞으로 지낼 일들을 꿈꾸며, 또는 걱정도 살짝 하며, 우리 둘을 롤모델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이 아이들에 비해 우린 정말, 산전수전 다 겪은 연인이다. 이제 다음 달이면 9주년이고, 그 사이 한 번 헤어졌으며, 여러 번 싸웠고,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지금도  둘이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구구는 그새 더 촐삭거리는 녀석이 되었다. 온 방 안과 부엌을 뛰어 다니고, 긁고, 몸을 곧추 세웠다가는, 휭-하니 달리더니, 신발 안으로 기어이 들어 가려고 애쓴다. 난 간혹 '쥐꼬리' 장난감으로 같이 놀아 준다. 나 없을 때 구구가 있어 그녀가 그래도 소소하게나마 재미날 것이라 생각하니 녀석이 무척 기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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