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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불편 1

오늘 심마담에게서 텀블러를 선물 받았다. (고맙습니다아!!!!)

주신 건 감사한 마음으로 넙죽 받고,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이걸 어떻게 유용하게 쓸 것인가 살짝 고민되었다. <스타벅스>라고 크게 찍혀있어서 조금 거시기하기도 했는데, 아아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 그래, <스타벅스>라고 써 있든 <커비빈>이라고 써 있든 그게 무슨 대수겠니, 그냥 잘 쓰면 되는 거지. 그래서 잘 쓰자고 생각한 방법인즉, 들고 다니는 거다!

내 가방은 항시 짐보따리답게 크고 튼튼하니 한 켠에 잘 넣고 다니는 거다. 그 대신 일회용 컵은 안 쓰는 거다. 그러니까 다방에서 음료를 테이크 아웃할 때도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쑥- 내미는 거다. 위풍당당하게.


"여기다 담아주세요."

 

소심한 목소리는 이때만이라도 갖다 버리고, 또렷하게('안녕하세요, 강OO 선생님'을 외치던 그 목소리처럼) 발음하는 거다. 여.기.다.담.아.주.세.요!!

 

자,

행동 개시!

 

 

+) 메뉴 제목/글 제목은 후쿠오카 센케이(성이 너무 대놓고 지역이름)가 쓴『즐거운 불편』에서 땄다. 이 메뉴에는 남이 먼저 시작했던 실천 사례든 (아마도) 내가 처음 시작한 사례든, 그냥 '루냐가 하기로 한' 즐거운 불편에 대한 얘기를 올리려고 한다. 

설마 여기다 올려놓고 실천 안 하진 않겠지...-ㅁ- (반쯤은 자기 협박용인 거다) 

 

++) 언니, 나 일 안 하고 있어;; 이렇게 >ㅁ<;;

 



(자료: http://shogun.egloos.com/300953)

 

(삽질9단님..^^) 이것이 텀블러라고 불리는 녀석입니다; 납닥하고 뚱뚱한 녀석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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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울 때면 그들을 생각해, <삼거리 극장>

울지 마라, 외로운 소녀야

서글픈 사람이 너뿐이더냐

 

<삼거리 극장>은 아주 판타스틱하고도 아릿했다. 겨울 휴가를 보내는 나는, 대낮의 하이퍼텍 나다 ㅡ 그 암실 같은 공간에 있었다. 스크린이 붙은 한 벽을 향해 시선을 멈추고, 빈 줄에 혼자 앉아 몸을 웅크린 채 열심히 열심히 극을 따라가다가 때로는 유령극단의 춤과 노래에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다.

 

소단의 두렵고, 외로운 느낌.

그것은 내가 늘 끌어안고 있는 느낌이다.

 

두려워진 소단이 떠나려고 할 때, 모스키토가 한마디 한다.

[울지 마라, 외로운 소녀야, 서글픈 사람이 너뿐이더냐]

그 한마디에 눈물을 뚝 그친 아이처럼 나도 모스키토를 바라봤다.



자 봐라는, 처음에 (소단을) '잡아라'로 들리다가, 잠깐 성적 의미의 '자봐라'로 들렸다가, 너 자신을 '자, 봐라'로 들린다. 소단은 그들과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조금 더 단단해진다.

내 눈 앞의 것은 정말 두려운 게 아니거든.

 

고마워, 친구들.

그리고 지금도 가끔 두렵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그들을 생각한다.

 

+) 이 영화는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의미를 붙이기 나름이므로. 오늘은 여기까지만 쓸란다- 더 자세히 쓰려다간 시간이. 켁.

++) <뮤직 인 마이 하트>에서 봤던 한애리 씨가 완다를,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비행양말을 신고 나왔던 사람 역할을 했던 분이 에리사 공주 역할을 맡았다. 아, 다들 멋진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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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데이트

어제는 휴가 첫날.

원래는 휴가 기간에 엄마랑 어딘가 경치 좋은 곳에서 광고에 나오는 모녀처럼 "와~ 바다다~"하면서 깔깔대며;; 돌아다니려고 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휴가 때 몸이 안 좋아져서 힘들어 하니까 엄마도 어디 가잔 말을 하지 못해;; 시내 데이트를 했다. ㅠ_ㅠ

 

코스는 

광화문에서 점심- 혜화에서 <세 번째 시선>- 역시 혜화에서 저녁&산책



점심을 먹는 동안 엄마는 내내 미안해 하셨다(아, 왜~)

휴가를 이렇게 보내서 어떡하냐고.

이런 데(그래봤자 샐러드 부페;;)는 친구들이랑 와야 재미있지 않냐고.

다음 번에는 친구들이랑 오라고.

 

ㅜ_ㅜ 엄마는 바보.

그런 쓸데없는 생각에 신경쓰면 밥이 맛있겠어요?

그래서 나는 아니라고 아니라고 하면서, 식당이 마음에 안 들어서일까 내가 재밌는 얘기를 안 해줘서일까;; 생각해봤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이게 맛있으니 너 많이 먹으라고 챙겨주는 엄마는 밖에 나와서도 스스로 즐기기보다는 내것을 챙겨주느라 바빴고, 그걸 보는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엄마, 난 엄마가 그냥 엄마를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어"

결국 이 말을 뱉어버렸고, 엄마는 그냥 "괜찮다"고 했다.

아 그게 아니라요, 난 정말 안 괜찮다고요!

 

영화도 보고 저녁 산책도 했지만 엄마의 표정이 마냥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어찌나 꾸벅꾸벅 주무시는지, 괜히 바깥에 모시고 나와서 고생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마저 들었다;; (이게 아닌데.. ㅠ_ㅠ)

 

나는 엄마를 가끔 도와드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엄마의 노동을 앉아서 편하게 받아먹기만 했다. 그런데도 엄마는 그런 나에게 불평도 좀처럼 하지 않으신다. 엄마가 내게 그렇게 해주기만 하면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그냥 내가 엄마 곁에 있는 것이었다. 이런 엄마에게 "엄마를 위해서 살라"고 하는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다. 어느덧 엄마가 존재하는 이유가 나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어디 먼 곳에 갈 수도 없을 것만 같았다. 낮게 깔린 구름처럼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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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퇴근 무렵

야근했다.

집에 가려고 할 때가 9시 반.

선배랑 둘이 나가기로 했다.

 



...

허걱, 열쇠가 없다.

 

선배, 버럭버럭한다.

 

그런데 나는 그게 마냥 웃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온 책상과 가방을 뒤졌는데도 열쇠가 없다.

아. 아무래도 J선배와 K선배가 갖고 있나보다.

지난주에 야근하느라 열쇠를 내내 갖고 다녔던 나는

열쇠를 내가 갖고 있는 줄로 착각했던 거다;

 

선배, 찾다가 시간만 흐르니까 또 버럭한다.

[이리 와, 손바닥 대!]

 

실제로 때리는 건 아니지만 30cm 자 들고 책상을 척척 친다.

결국 K선배 댁에 어렵사리 전화를 걸어 퀵으로 열쇠를 받기로 했다.

 

(이렇게 사건의 해결 방법을 찾기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선배는 열쇠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다시 작업모드

간간이 궁시렁거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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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회생활 5계명 제1조

지금 작업 중인 『한국의 근대화와 물』 본문에 나오는 인용문이다.

아휴, 이런 거 너무 좋아~ (게다가 이 글이 한국의 물 정책이 어떻고, 박정희식 난개발이 어쩌고 하는 책에서 난데없이 나타나 주었으니 말이다!)

옛날 글은 낯선 단어들 때문에 읽는 속도가 더디긴 해도 표현이 참참참 직설적이어서 귀여우며, 묘사도 생생한 것 같다. 괜시리 박태원 아저씨의『천변풍경』이 생각난다.

 

(인용문이라 5계명의 제1조밖에 볼 수 없다. 찾아봐야겠어!!)



제1조

이발사와 목욕탕 주인을 친하라.

제군이 도회에서 살려면 첫째, 이발사와 목욕탕 주인을 먼저 친해 두어야 한다.

돈 육전이 없어 몸에서 악취가 물쿵물쿵 나고 불과 삼사십 전 이발료가 없어서 얼굴이 털투성이가 되고 장발이 되고 보면 혹 별종 색맹객이 있어 사상가나 철인으로 보아준다면 천행이지만 날카로운 시대처녀들의 눈이 잔나비 상판을 연상할 우려가 매우 많으니 연애하기는 벌써 빗나간 일이다. 그러니 돈 없을 때라도 마음 놓고 자가용처럼 쓸 이발관, 목욕탕이 있어야 한다.

 

 

- 모던 모세.「도회생활 5계명」.《별건곤》,193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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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에 웅크리고 앉아서

낮게 깔린 구름 속에 묻혀버린 것 같은 오늘

나는, 조금, 서럽다.

 

이러다가 어쩌면,

느끼지만 말하지 않는 식물이 되어버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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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꿈

꿈을 기록하기로 했다.

 

'도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해?'나 '에이 말도 안 돼~' 싶은 얘기들이지만

어쩌겠어, 꿈인데.

 

그래도 가끔 꿈 때문에 행복하기도 하고

꿈 때문에 서럽거나 괴롭기도, 심지어 몸살 날 것처럼 피곤하기도 해서

꿈이란 나에겐 무시할 수 없는 존재.

 

꿈을 기록해야겠다!

 

해몽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



누군가로부터 '상을 줄테니 나가서 시를 쓰라'는 권유를 받았다.

중고등학교 사생대회 때처럼 무슨 공원으로 공간이 슉 바뀌었고,

어느새 나는 시를 쓰려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그리고

시가 다 완성될 때쯤

갑자기 코피가 났다.

 

태어나 처음으로 흘린 코피였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아침부터 내내 컨디션이 안 좋다. 어지럽다.

 

 

꿈에서 우주선을 타거나

새의 등을 타고 다니거나 아니면 내가 새의 둥지에서 살거나

모험을 하거나...  하여튼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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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피삼돌이와 나

사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출근길에 버스와 지하철을 탈 때마다 숨이 막힌다.

 

버스는 참치 통조림, 나는 참치 살코기가 되어 지하철역에 도착할 때까지 나를 비롯한 참치 살코기들은 창밖 가로수에 나뭇잎이 얼마나 남았나 쳐다볼 겨를조차 없다. 팔과 다리는 경직되고 옆 사람들과 손이라도 닿으면, 서로 흠칫 놀라 몸을 더욱 움츠린다.

캔뚜껑(버스 뒷문)이 열리자 마자, 사람들을 게워내는 버스. 사람들은 마치 버스의 토사물처럼 줄줄줄 밀려나와 다시 줄줄줄 지하철의 입속으로 꾸역꾸역 들어간다.

 

지하철은 생닭유통터널.

출근길 지하철은 지하 터널로 빠르게 운송되는 미래의 생닭유통시스템을 연상시키는데, (미래에는 아마 신선한 생닭 및 각종 생선/주스/유제품을 위해 지하 터널을 이용해 아주 신속/정확하게 배달할 것 같다는 망상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 터널을 생닭 대신 직장인(노동자겠지)들이 이용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소음도 굉장하고 공기도 탁하고 몸이 꽉 눌려버린, 좁아터진 공간에 서서

책도 읽을 수 없고 창밖도 볼 수 없고(5호선은 특히) .... 우울한 30분을 견디는 동안 

내가 의지할 것은 ㅡ mp삼돌이다.

 

그래,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좋아!라고 하던 나는,

얼리어답터는 안 되겠다고, 쓰던 cdp 고쳐 쓰겠다고 하면서

이 친구를 안 사려고 버텨봤으나.......... 결국 사버렸다;

그리고 내 손에 들어온 뒤로 왜 이제 만났냐는 듯 아주 한몸이 되어 다니고 있다;;

 

난 이 조그만 기계 안에서 재생되는 음악 파일에 위로를 받고, 감정을 맡긴다. 이 음악 파일은 기계의 힘을 빌려 돌아가고, 음악을 만든 사람보다 기계를 만든 회사가 훨씬 돈 많이 버는 세상이 되었다.

 

메마른 도시공간에서 늘 허덕이며 늙어가던 나는, 어릴 때 듣던 음악에 다시 열여섯 살이 된 것 같았다가도 저 조그만 기계ㅡ엠피삼돌이를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너무 콱 꼬집어 내 필요를 채우는 저 물건,

내가 저 물건에 의존하지 않고 살 방법은 없었을까ㅡ

 

 

내가 사는 곳이

도시가 아니었다면, 아니 도시에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다면

이 도시에 광고판, 광고글, 자동차, 시계, 바쁜 걸음, 아스팔트, 온갖 빌딩빌딩빌딩만 있는 게 아니었다면, 나무도 좀 더 많고, 하늘도 좀 더 넓고, 밤하늘 별의 반짝임도 좀 더 분명하다면

언제든 사람들과 편하게 얼굴을 마주하고 조금만 더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저깟 기계에 이렇게 의존하지 않을 수도 있을거다.라는,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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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3일

눈이 왔더랬다.

다이어리 확인 안 한, 내 기억에 의하면 그렇다.

 

다른 분들은 작년 12월 3일,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에 

무엇을, 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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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나리고 나와 세상은 어지럽고

"루냐ㅡ 눈 와"

 

"어어엇, 어디? 오오와-"

 

한참 반FTA 게시판에 올라온 덧글이며, 요즘 신문 기사에 나오는 망언에 슬퍼하며 분노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내 뒤에 앉은 선배가 "루냐, 눈 와요"라고 해서 깜딱 놀랐다(일을 안 하고 있어서?).

 

허이구,

눈이 나리고 세상이 예뻐보일 수록 슬픈 마음은 더 커지는지 마음이 더 짠하다. 세상은 이렇게 때로 아름답기도 한데, 여기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 안타깝고 한심해서.

 



나 자신만 봐도 너무 한심해서 자꾸 고개를 떨구게 된다.

이탈리아어 문법 책을 두 권 한꺼번에 내느라고 나름 땀을 뻘뻘 흘렸지만

결과물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 가제본을 보는데 자꾸 한숨이 나왔다.

"어이쿠, 여기, ...... 어쿠, 여기도!!"  ㅠ_ㅠ  엉엉

게다가 표지-책 날개 관련 도서 소개 부분에 들어갈 책 이미지도 하나 틀리는 바람에

(왜 난 그걸 못 봤던가!!! 숨은 그림찾기야 ㅠ_ㅠ)

문법책 제2권은 표지를 다시 인쇄해야 하는 사고가 났다. 끄엑ㅡ

 

 

좌절,은 안 하겠지만

내 일 하나 잘 못하는 내가 너무 못났다는 생각에 오늘은 orz ,

세상일 걱정하다보면 어느새 고개를 드는 사악한 생각ㅡ'니 일도 못하면서'ㅡ에 

세상 걱정은 곧 그만둬버린다.

물론 그게 바람직한 생각은 아니니 그런 건 가볍게 무시해야겠지만, 말이다.

(쉽지 않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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