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무슨 소리를 해도

가능하면,

'그럴수 있지'

'그게 뭐 대수야?'

정도로 받아 넘기고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노동조합에 회의를 가려 하지 않는 것도

이런 노력 중의 일환이다.

괜히 한단계만 더 생각하면,

더 열이 받고,

뭔가 소리라도 질러야

직성이 풀리고,

그리고 나면 내 머리에만 열이 나니까

스스로를 학대하는  꼴밖에는 없다.

별다른, 거의 아무런 소득도 없이...



이런저런 내부 사정을 거쳐서 워크샾을 가는 사람을 찾는데,

우리 실에서는 산오리와 다른 팀장 한명 이렇게 두명이 가기로 했다.

나머지는 다들 무슨 무슨 일때문에 못간다고...

사실 우리 실장이 주관했거나,

실장이 강력하게 가라 했으면 그러지 않았겠지.

그것 땜에 열이 받아서 사무실에서 소리 한번 질렀다.

'어떤 놈 바쁘지 않아서 워크샾 가냐?(산오리는 사실 별로 안바쁘지만...)

 조직에서 하는 행사에 가야 되는 거 아냐?' 뭐 이렇게...

 

어쨌거나, 워크샾에는 가게 되었는데, 다른 팀장도 무슨 회의가 있다고 빠지고

우리 실에서는 나혼자 가게 되었다.

경영, 기획을 한다는 부서에서 연구원 발전을 위한 워크샾에 단 한명이 참가했다니..

조직이라고 참 재미있는 조직이다.

 

혁신이고, 발전이고, 무슨 세미나, 워크샾에서 강의 들으면

다 그소리가 그소리다.

'변해라!, 혁신해라!' 뭐 이런내용이다.

특히 삼성의 이건희는 단골로 등장하고,

요즘에는 이순신까지 등장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 생각없이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정부출연기관의 어느 인사가 강사로 와서

출연기관의 발전방향을 열심히 강의하고서는

(사실 그 내용은 그런대로 들을 만했다.)

잘 나가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삼천포로 빠졌다.

자기가 노동조합과의 교섭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협상에서 노조는 선후배도 없고, 뭐 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얘기했다.

강의 끝나고 질문시간이 있었으면 한마디 하려 했는데,

시간 없다고 그냥 끝나고 지나갔다.

그래서 기분이 갑자기 확 나빠져 있었던 터다....

 

강의와 토론, 발표문 작성 등이 끝나고,

뒷풀이겸 원장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산오리는 몇명 안되는 조원 가운데, 조원들에게 밀려서 조장이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조장들이 나와서 한마디씩 하라는 거였다.

우리가 1조 였는데, 이날 사회자는 맨 마지막조인 9조부터 발표를 시켰다.

조이름 설명하고, 이런저런 워크샾 감상 설명하고,

원장에게 점잖은 질문이나 건의 한마디 하는 것으로

진행해 나갔다.

산오리는 원래 그런거 잘 못하고, 하기도 싫어서

처음 시키면 만나서 반갑다고 하고, 노래나 한곡 하고 들어오려 했는데,

끝까지 가다 보니까 '잔소리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그래서 내 차례가 되었는데, 사회자는 또 뜬금없이 산오리에 대한 소개를

장황하게 늘어 놓아서(그전에는 조장 소개 하면서 한명도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영 분위기 찝찌름 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고싶은 말은 해야지 어쩌랴...

 

" 아까 어느 강사도 얘기했지만, 나이 40 넘어서 누가 강의하면 그게 설득이 되냐?

  나도 설득이 안된다. 특히나 이건희가 마누라와 뭐만 빼고 다 바꿔치라면서 변하라고

  하는 걸 무슨 교과서처럼 얘기하는데, 왜 마누라 바꾸란 소리는 안하냐? 아랫사람들만

  바꿔라 바꿔라 하면서, 수천년동안 변하지 않는 기득권, 특권의식 이런거 바꾸라고

  얘기하는 강사는 한명도 못봤다.

  그리고, 아까 노조에 대해 언급한 강사는 노조가 협상에서 선후배도 없고, 어쩌고 하는데,

  그런 선후배 찾고 아버지 같은 나이 찾으려면 뭐하러 노조 만들고 협상하느냐?

  그냥 원장님! 원장님! 하면서 고개 숙이고 처분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지...그런 생각은

  왜 못바꾸냐?

  원장한테 건의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라는데, 노조 얘기 한김에 얘기하면,

  원장 취임후 두달 되어 가는데, 노조에서는 '그저 공무원이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원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분위기 꽤나 싸늘해 졌겠지...)

 

  그리고는 지갑 꺼내서 노래가사 적어가지고 다니는 종이 꺼내서는

  조용필의 그겨울의 찻집을 부르고 들어왔다...

 

워크샾이 끝날 무렵에 한 직원이

"어제 말씀 시원하게 잘 하셨어요." 라고  말했고,

오늘 사무실에서 옆에 친구가 전해 들었는지,

"워크샾까지 가서 그렇게 말했어요?" 라고 말했다.

 

어제 오가면서, 그리고 토론결과 발표하는 중에도

'창랑지수'를 열심히  다 읽었다.

창랑지수의 결론은 '힘과 권력에 아부하라' 딱 이거였는데...ㅎㅎ

 

아부는 못하더라도,

대충 '그런거지' 라고 넘어가지 못하고, 떠들고는

나 스스로 열받는다는 데 있다.

이래서는 오래 못살지,...

 

내공을 쌓고, 그걸 드러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다시 새해를 맞아서,

내공 좀 제대로 쌓아야 하지 않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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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7 19:43 2006/01/2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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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인 2006/01/27 21: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협상에서 노조는 선후배도 없구... ㅎㅎㅎ 뒤집어지겠습니다. 예의를 지키는 것과 권력에 복종하는 것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강의라니... 그나저나 산오리님이 내공이 부족하시다고 하면 저는 얼마나 더 내공을 쌓아야 하는 건지... ㅠㅠ

  2. 2006/01/27 21:3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내공 꼭 쌓아야 돼요? 지난 이틀동안 전 내지르기만 하였답니당..
    이제 한 살 더 먹으니 저도 열씨미 친해져볼랍니다. 내공이란 녀석과..원하시는대로 많이 즐기시고 복 마~~니 받으세요. ^^

  3. 감비 2006/01/28 00: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이고/ 다른 얘기라면 몰라도/ 내공 얘기만 나오면 산오리한테 껌뻑 죽는 저 앞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면/ 제가 할 얘기는 고저/ 지나친 겸손은 오만이예요/ 하는 / 고리타분하고 구태의연한 것 밖에 없다는/......./ 짝짝짝짝짝짝짝짝!!!!!!!

  4. 산오리 2006/01/31 09: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행인//그정도 얘기는 저들이 항상 하는 야그입니다..
    단//내지르기 좀 자제하셔야지요...ㅎㅎ 내공과 좀 친해지거든 저한테도 좀 소개 시켜 주세요.
    감비// 그 상황에서 적절한 잔소리는 아닌 거 같아서요..그러고 나면 혼자 바보 된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5. 이재유 2006/01/31 16:0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님께서 말씀하시는 내공이라면 저두 일가견이 있습니다.^^ 내공 그까이꺼 뭐 대충 <니 똥 실이다>라구 쌩까면 그만이지 뭐~~~ ㅎㅎㅎ... 전 대충 그러고 삽니다*^^*... 근데 이 내공 많이 쌓이면 오래 못 삽니다. 화병 나 죽을지도 몰라요*^^*...

  6. tomoon 2006/02/01 01: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가 아는 내공은 배고프면 밥먹고, 졸리면 자고, 슬프면 슬퍼하고, 기쁘면 기뻐하고 또한 할 말을 해야 할 때는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7. 산오리 2006/02/01 09: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재유//내공 많이 쌓아서 오래 살려고 하는데,,그게 아닌모양이죠?ㅎㅎ
    tomoon//내공의 개념도 다양하네요,, 내공 많이 쌓고 계세요?

  8. 김영수 2006/02/03 14: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글쎄말여요.. 그러려니 하고 사는 것이 왜 그리 안되는지.. 덕분에 감투만 자꾸 많아져서 걱정이에요.. 근데 성격대로 살 줄 아는 것도 내공인 것 같아요. 지르는 게 성격이면 질러야지 별 수 있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