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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보라색 네티즌이 나섰다

12월 5일 로마. 베를루스코니 반대의 날을 맞아 행진 중인 참가자들.


온갖 추문에도 질긴 정치생명력을 유지하던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10대 모델, 성매매 여성과의 섹스 스캔들이 탈세 및 부패 혐의와 마피아 결탁설 등과 함께 불거지면서 지지율은 60%대에서 40%대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의 90%를 소유하고 있는 베를루스코니는 그동안 텔레비전 채널권을 사들이면서 탈세와 분식회계를 한 혐의와 재판과정에서 변호사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위증을 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에 대한 검찰수사를 막기 위해 ‘최고 공직자 면책특권’ 조항을 올 하반기 의회를 통해 통과시켰지만, 지난 10월 대법원은 이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NO B DAY에 "베를루스코니 반대" 페이스페이팅을 한 어린이

 

끊임없는 스캔들과 부패 의혹에도 베를루스코니가 세 차례나 총리연임에 성공하고 높은 지지도를 유지한 것에 대해 언론사의 왜곡, 편파 보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계속됐었다. 그는 이탈리아 민영언론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고, 국영방송마저 측근을 앉히는 등 언론사를 철저히 장악했었다. 인터넷을 통해 실현시킨 이번 ‘NO B Day’는 미디어 독점과 장악의 문제점과 인터넷의 위력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또한 베를루스코니의 문제점에도 그동안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참아왔던 이탈리아인들의 인내심이 이제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폭발된 분노에 대한 대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보라색이 그들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해도 너무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탈리아는 지금 ‘NO B(베를루스코니의 이니셜)’가 울려퍼지고 있다. 지난 5일 로마에서 시위대 10만 명이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거리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이날을 ‘NO B Day(베를루스코니 반대의 날)’이라 불렀다. 흥미로운 점은 이날 시위가 10월부터 한 인터넷 블로거 모임의 제안으로 시작돼 36만 명의 베를루스코니 사퇴 서명을 이끌어낸 결과의 연장선이라는 점이다. 이날 시위대는 이탈리아 정당들이 사용하지 않는 색깔인 보라색을 상징으로 하고 보라색 스카프와 셔츠를 입었다.

베를루스코니는 사퇴요구에 대해 “총리 임기를 채우지 않는 것은 지지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조기 총선을 거부하고 있고, 총선을 하더라도 재신임을 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 대규모 시위가 있었던 5일에도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축구단 AC밀란 경기를 관람하는 등 성난 민심을 무시하는 정치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13일 밀라노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집회에 참석했다가 피습을 당하는 봉변까지 입는다. 지지자들의 집회에서 연설 뒤에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는 과정에서 한 중년 남성이 던진 조각상에 얼굴을 맞아 코뼈와 치아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한다. 이탈리아 보수정당들과 언론들은 이 사건을 ‘테러리즘’이라고까지 하며 사퇴압박의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언론을 강력하게 장악하고 있는 베를루스코니는 이번 사퇴요구에 대해 ‘나는 모른다. 나는 결백하다’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된 베를루스코니 퇴진운동이 금방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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