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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이 남긴 과제] 주거권 확보와 도시공간의 사회생태적 전환을 위한 운동으로 이어져야

재개발 사업은 ‘사는 곳’ 개선이 아니라 이윤을 위한 ‘시장판’
용산참사를 낳게 한 원인의 하나인 재개발사업은 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등 사업의 성격과 범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불린다.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환경정비, 도심재생사업, 도시환경정비 등으로 불리고 있기도 하다. 겉으로는 노후 및 불량주택 등 주거환경, 놀이터·공원·소방도로 등 환경개선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공동체 보전과 생계터전 유지와 같은 사회적인 목적도 아울러 내세운다. 최근에는 생태친화적인 공간과 환경의 창출 같은 목표도 제출한다. 하지만 내세우고 있는 목적과는 달리 재개발 사업은 땅주인, 소수의 건물주와 가옥주를 중심으로 한 조합, 개발사업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자본에게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주는 사업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게다가 건설회사에 자금을 대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의 금융상품, 부동산 담보대출 등으로 대출 장사를 하는 금융자본의 이해와 맞물리면서 재개발사업은 ‘사는 곳’의 개선이 아니라 이윤을 위해 사고파는 ‘시장판’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주택공급의 원활이라는 목표와 다르게 뉴타운사업의 완료된 곳에서 원거주민 정착률은 15%미만에 그치고 있다. 원거주민의 전출과 이주수요로 주변의 전월세값은 뛰어 부담은 늘어나고 상가세입자들은 생계수단마저 빼앗기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민들은 주거권과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 저항에 나설 수  밖에 없다.

멈추지 않고 있는 시한폭탄의 시계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서울시 시정자문위원회에서도 인정해, 뉴타운사업에 대해 실패라는 판정을 내리고 전면적인 검토를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용산참사 이후에도 재개발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은 시늉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는 그린벨트까지 해제하면서, ‘보금자리주택’이라는 그럴 듯한 포장까지 하고, 재개발 사업을 더 빨리, 더 많이 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이러한 재개발사업은 뉴타운사업의 경우 서울에서만 34개 지구 190여 곳에 달한다. 이는 서울 전 면적의 20%에 달하고, 인구수로 따지면 서울인구의 15%가 해당된다. 서울만이 아니다. 대구에는 270여 곳의 도시정비사업구역이 있고, 광주에도 31개소의 사업지구가 있다. 재개발사업에서 자유로운 도시는 없다. 더군다나 2010년까지 도시재정비 10개년 계획(?202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수립토록 되어 있어, 2010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또 다시 전국이 뉴타운 욕망에 휩싸일 우려가 있다. 용산참사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한폭탄’의 시계는 멈추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해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를 강제할 ‘사회적 힘’이 필요
재개발사업은 민간개발이든, 공영개발이든 위의 문제를 안고 있는 점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없다. 건설사와 조합의 수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시장중심의 방식을 고수하는 한에서는 그렇다. 이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주거,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주민들의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생태적인 공간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주거권과 생존권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과제는 단기간에 동시다발적으로 민간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달성 불가능하다. 토지 등은 공공소유로 전환하고, 계획수립부터 세입자대책까지 세입자를 포함한 주민들의 참여하에 사회적으로 통제되고, 공공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사실 현재 재개발사업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는 답은 이미 알려져 있다. 핵심은 이러한 답을 강제할 ‘사회적 힘’이 조직되지 못한 데에 있다. 아직은 ‘개발이 이루어지면 내가 더 잘 살 수 있고, 좋은 집을 가질 수 있다’는 욕망이 지배적이다. 세입자, 가옥주, 재개발조합, 건설자본, 지자체, 보수정치권이 이러한 욕망의 굴레에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굴레를 끊어내는 힘은 현재까지 철거민과 세입자의 저항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많이 부족하다. 이것이 세입자, 영세가옥주, 영세상가세입자 등을 중심으로 주거권과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운동과 흐름이 용산 이후 이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강동진(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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