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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국유화, 제대로 된 처방 맞아?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가 전 세계를 덮친 가운데, 세계 각국이 수조 달러의 천문학적 구제금융을 쏟아 부었지만 좀처럼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각국 정부는 이제 국유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미 미국 정부에 의해 경영권이 인수된 모기지 업체들에 이어서, 씨티 그룹이 사실상 국유화 되었다. 향후 AIG 보험을 위시한 수백 개의 부실은행들도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 국유화와 관련하여서 시장 효율성을 떨어뜨려 더욱 위기가 가속될 것이라는 고전적인 시장 만능주의자들은 아직 정신 못차리고 있는 것으로 논외로 한다고 하더라도, 은행 국유화를 통해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이는 GM 등 제조업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든지, 은행 국유화를 사회주의의 핵심적 요구가 재등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등 다양한 입장들이 제출되고 있다. 자본주의 안에서 국유화의 한계 무엇보다도 먼저 분명한 것은 지금의 금융위기는 단순한 ‘금융’위기가 아니라 ‘자본’ 자체의 위기로 단순한 은행 국유화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위기에서 출발한 지금의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저변에는 지난 시기 자본의 투기화와 지구화로 표현되는 지구적인 자본의 축적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은행 국유화를 통해서는 환율 불안정, 주식 시장의 폭락 등 미친X 널뛰기 하듯 요동질치는 ‘금융’ 부분의 불안정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는 있어도 거대하게 축적된 자본과 이를 생산을 통해 이윤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모순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제조업의 붕괴, 고용 파괴, 대량 실업, 임금 하락, 비정규직 증대, 일하는 빈곤으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빈곤의 등장 등으로 쥐어 짤대로 쥐어짜서 더 이상 짜낼 데가 없는 조건에서 자본 자체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한편 ‘국유화’는 시장의 무정부성에 대한 대비책은 될 수 있어도 국가와 정부의 성격이 어떠한 가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빚어낼 수 있다. 따라서 그 자체로서는 사회주의도 아니고 새로운 것도 아니다. 지난 시기 시장의 무정부성을 공격하며 (소위 시장실패) 기간산업의 국유화가 진행되었다가, 다시 국가의 비효율성이 공격당하며 (소위 국가실패) 시장화가 진행되는 등 국가와 시장 사이를 왔다 갔다 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증폭되어온 역사적 과정을 거쳐 왔다. 한편 최근의 국민연금 기금 운용과 관련하여 기금이 자본의 투자손실을 보전하는 식으로 주식시장에서 활용되거나, 운용위원회 위원을 모두 투자전문가로 바꾸려고 하는 등, 국가가 나서서 ‘자본’을 위해 기능할 수도 있다. 국가는 언제나 시장에 대해 조절하고 통제하는 중립자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틀 내의 은행국유화는, 자본위기 심화의 반증 다양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기 진행되고 있는 은행 국유화는 시장의 자기 규제라는 스스로의 신조를 버리고 자기를 규제하지 않으면 살아 남지 못할 정도로 자본의 위기가 더욱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할 뿐이다. 또한 다분히 구시대적인 은행국유화라는 케인즈주의적 처방이 다시금 제시되는 것은 자본주의의 위기극복전략이 자본주의의 틀 내에서는 더 이상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케인즈주의,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충분히 경험한 지금은 무엇보다도 모순의 지양을 가능케하는 새로운 전략의 모색이 요구된다. 이때 ‘시장’은 서로 대립하고 있는 자본과 노동으로 찢어져 있고, 이러한 노자간의 계급적 균열이 ‘국가’에도 역시 투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 국가 내의 공무원 노동자는 국가 내에서의 노동으로 볼 수 있으며, 국가를 매개로한 정치에는 다양한 계급의 이해가 반영되어 있다 - 국가와 시장 내부를 가로질러 존재하는 새로운 주체의 형성과 전복의 정치 모색이 요구된다. 이러한 관점이 전제된다면 기존에 국가적/조합적/사회적/개인적 소유 등 주로 소유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논쟁은 다분히 테크니컬한 문제가 되며, 잘못된 국가/시장의 대당 속에 전개되었던 논쟁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될 것이다. - 남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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