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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동토론회 참관기

논쟁을 위한 논쟁이 되지 않도록 지난 2월 5일, 사노련과 준비모임 간 진행된 토론회에 참석했다. 사회주의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지 얼마 안된 초보(?)여서 그랬는데, 둘 다 사회주의를 지향한다는데 웬만하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어서 그랬는지 조금 설레었다. 일단 같이 모여서 토론을 한 것 자체가 의미 있다. 사회주의를 공론화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사노련이라는 상대방 조직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각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토론함으로써 이후 전망을 고민하고 개인적인 생각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토론회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지도 새삼 깨달았다. 우선, 연속 토론회가 ‘정세와 당’이라는 다소 원론적인 주제와 내용으로 시작됐는데, 논쟁을 위한 논쟁이 되지 않도록 이후에는 주제를 우리가 현실에서 직면한 문제와 이에 대한 실천방안 등으로 좁혀야 생산적 토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질의응답과 토론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긴 했다. 나는 여성과 생태 문제에 대한 사노련의 의견을 물었고, 한 동지는 기존의 ‘노동’ 개념이 갖는 협소함을 제기했다. 또한 이른바 민주대연합 등 개량적 정당들과의 정치연대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강령의 위상과 건설 시기,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후 토론은 이와 같은 주제를 보다 풍부하게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사노련의 주장은 다소 교과서적이지만, 우리도 내용이 많이 빈약했다. 이는 한편으로 사노련과 같이 외부단위와의 토론회를 통해 풍부해질 수 있겠지만 우리 내부 토론도 시급하다. 예컨대 개인적으로 고민택 동지의 발제문 중 동의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현재 지역별 순회토론이 진행 중인데, 우리 내부에서의 토론과 사노련과의 토론을 어떻게 상호작용하게 함으로써 우리 내용을 업그레이드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기획이 필요하다. - 전소희 어느 사회주의자의 길 찾기 “단절의 꿈이 존재를 밀고나가는 힘이 된다.”는 시인 김수영의 일갈은 여전히 의미 깊다. 파국을 향해 치닫는 자본의 축적위기는 공황의 징후와 그늘을 세계 도처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빈곤을 생산하고 생존의 기초를 파괴하는 자본운동은 노동자계급에게 필연적으로 체제 그 자체의 성격을 뿌리부터 변혁할 수 있는 전복(轉覆)의 상상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20C 사회주의의 어두운 기억(트라우마)이 새로운 세계를 향한 구상과 건축의지를 봉쇄하는 질곡으로 작용하는 현실에서 ‘사회주의’를 다시 호명하고 노동자 계급정치의 온전한 복원을 도모하는 일은 얼마나 현실적인 힘을 갖게 될까? 해일처럼 밀려오는 긴박한 정세인식의 기초 위에 “사회주의 당(노동자 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준비모임+사노련, 준비모임+노건추가 공동주최한 각각의 토론회를 참관한 사람으로서 소박한 총평을 미리 밝힌다면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으나 사람은 없다.”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당초 예상했던 것처럼 두 번의 토론회 모두 노동자 계급정치와 사회주의 정치운동을 자신의 과제로 삼고 있는 사회주의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폭넓게 담보하지 못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었는가?”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점은 해당 정치세력들이 당운동의 방향과 당건설의 경로, 그리고 당의 성격과 위상에 대해 비록 구체적이진 않지만 비교적 솔직하게 입장의 차이를 공개함으로써 중요한 쟁점을 일부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과 이후 지속적인 토론과 생산적인 논쟁지형을 형성할 여지를 남길 수 있었다는 측면이 의미 있는 성과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되는 지점은 향후 이어질 당건설 토론회 과정 전반이 해당 세력들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을 넘어 당건설의 주체를 새롭게 형성하고 체제극복의 전망을 책임 있게 밝힐 수 있는 실질적인 계기와 근거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언과 당위를 넘어 구체적인 대안을 제출하는 과정으로서 강령토론회와 변혁전략 토론회는 당건설의 내용을 구성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여기서 반드시 87년 체제의 유산으로서 민주노조운동과 10년의 실험을 거친 진보정당 운동에 대한 발본적인 평가가 전제될 수 있을 때, 비로소 기간 좌파운동 역사의 집약이자 결산의 의미를 제대로 담아내는 과정으로서 운동질서의 재편과 운동주체의 재구성을 논(論)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 부침(浮沈)을 거듭하며 여러 갈래의 지류를 형성해온 사회주의 정치운동은 이제 그 서막을 열어 젖혔다. 그것이 당건설의 결실로 이어져 사회주의 당(노동자 계급정당)의 돛을 올릴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어떠한 암초와 장벽에 부딪치더라도 새로운 사회주의 건설을 향한 우리의 항해를 멈출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21C 자본주의 오늘의 적나라한 현실이 그 이유를 극명하게 반증하고 있다. 대안사회 수립을 위한 항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 유능한 항해사이다. 부연할 것도 없이 당 건설에 요구되는 주요 목록들이다. 위에 제시한 최상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진단과 평가는 자기비판을 포함해 아주 치열하게! 해방의 기획은 담대하게! 대안사회 구상은 매우 구체적으로!”라는 제언을 하며 서툰 글을 마무리 한다. - 신현원 (진보정치포럼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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