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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4
    네트워크 시위문화와 풀뿌리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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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시위문화와 풀뿌리 미디어

중국 천안문 광장의 학살이 팩스, 전화와 함께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하여 즉각적으로 전세계에 알려지며 항의집회가 조직된 것, 인터넷을 통해 곧바로 국제연대와 지원이 이루어진 1994년 멕시코 사빠띠스따 민족해방군의 봉기,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파업 관련 웹사이트를 만들고 글, 사진, 동영상을 통한 파업의 정보를 신속히 배포한 1997년의 총파업 통신지원단의 활동, 그리고 10년전인 1999년의 시애틀 전투와 인디미디어센터의 활동은 네트워크 시위문화가 만들어진 역사적 계기들이었다. 점차 확산된 네트워크 시위문화는 풀뿌리 미디어 행동을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우선 미디어를 통해 시위를 조직한 것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이 임박했던 2003년 2월 15일 동시다발 반전행동이다. 전세계적으로 천만 명을 넘는 대규모의 시위는 미디어 활동가들의 노력과 독립적인 풀뿌리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화는 아주 단순하게 시작되기도 한다. 2002년 촛불시위는 한 네티즌의 제안이 여러 게시판들에 퍼날라진 것으로 시작되었고, 2008년 촛불시위 역시 연애인, 패션, 요리, 쇼핑, 성형수술, 스포츠, 디지털 기기, 동문 등의 비정치적인 온라인 공동체들에서 반정부 여론이 형성되고 시위 제안이 삽시간에 퍼져나간 것이 지속적인 대규모 시위 동원의 근거였다. 휴대전화의 문자 메시지 활용 사례도 점차 많아져 왔는데, 2001년 에스트라다 독재정권을 끝장낸 필리핀의 민중권력 운동의 ‘문자의 힘’(txtpower)이었다. 이러한 모바일 미디어는 시위를 조직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거리 행동과 전술을 실시간 조정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2008년 말 그리스 봉기는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유럽 전역의 연대 투쟁으로 확산되었고, 촛불시위에서는 휴대전화와 함께 인터넷 생중계가 결합하여 시위 행진의 경로나 전술에 대한 조율과 조정이 현장에서 곧바로 그리고 온라인과의 실시간으로 연결된 채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네트워크 시위와 풀뿌리 미디어의 위력이 높아져온 만큼 그에 대한 탄압과 법제도적 억압도 거세지고 있다. 이란, 온두라스, 중국(위구르) 등에서 인터넷과 모바일 네트워크에 대한 정치권력의 통제는 빠짐없었다. 우리의 인터넷 실명제, 모욕죄 신설 시도, 인터넷과 휴대폰의 도감청, 저작권법의 삼진아웃제 도입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피츠버그에서 지난 9월에 있었던 쥐(G)20 반대 시위에서 ‘트위터’를 이용해 경찰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시위대에 제공한 활동가들은 체포되고 말았다. 사이버 망명과 같은 수동적인 대응보다는 익명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독립 미디어 기술과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활용하는 일이 향후 네트워크 시위문화를 결정할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다.
 

촛불집회에서 교보생명 빌딩에 한 레이저 낙서

그러나 네트워크 시위문화라고 해서 꼭 첨단기술과 뉴미디어만 적극 활용된다고 봐서는 안 된다. 2008년 촛불시위에서도, 다양한 길거리 미디어·낙서, 손팻말, 현수막, 티셔츠, 사물놀이와 거리악단, 민중가요나 대중가요, 율동, 경찰해산방송 패러디, 거리 퍼포먼스, 페이스페인팅에서 대형 집단그림까지 다채로운 직접 표현 양식들이 있었다. 특히 길바닥이나 차벽의 낙서는 온갖 풀뿌리 미디어 실천 중에서도 가장 참여적이고 적극적인 자기 발언이자 직접 행동의 미디어 행동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영화 포스터나 예고편, 광고음악 등을 이용한 패러디나 ‘정치적 되섞기’(political remix) 같은 미디어 제작이다. 친숙한 대중 상업 문화의 이미지를 차용하며 정치적 의미를 되섞는 손쉬운 방법으로 정권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단순하고 명쾌하게 이미지화하는 것이다. 오픈소스 문화와 대중 미학에 기반을 둔 대중문화의 정치화는 이전과 다른 분위기의 시위문화를 만들어 내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하도록 독려한 것이었다.

조동원 (dongwon@riseup.net 미디어운동/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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