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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20
    원하지 않는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PP

원하지 않는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강령토론]

 

이제까지 인류사에서 ‘노동’없이 인간들이 존재할 수 있었던 시기는 없었으며 앞으로도 상상할 수 있는 기간 내에는 없을 것 같다. 지금 시대도 노동, 일자리가 핵심 쟁점이다. 특히 신자유주의를 거치면서 대량 실업, 저임금의 나쁜 일자리, 일하는 빈곤 등은 나라와 국경을 불문하고 주요 쟁점이다.
완전 자동화를 통해 모두가 일을 안하고도 살 수 있고, 노동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주장은 생산력 향상과 함께 일자리의 상실이 지구적인 재앙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설득력이 없다. 앞으로 서비스 노동이 증대하여 제조업 노동이 사라지는 추세이므로 ‘노동의 종말’을 이야기해야한다는 주장역시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적 일자리가 나란히 3층밥 구조 속에 온존하고 있는 현실과 맞지 않다.
분배의 영역에서 기본적인 소득 보장을 통해 사회의 악을 근절할 수 있다던 복지국가 패러다임은 신자유주의 등장 이래 노동, 복지가 공격당한 지금 설득력을 상실했다. 근대적 패러다임을 넘어서 ‘탈주’하라든가, 노동 자체를 거부하라는 주장을 들을 때 우리는 질문한다. ‘노동은 누가 하지? 생산은 어떻게 하나?’ 인류사는 아직 노동 패러다임으로부터의 안녕을 이야기할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노동 자체’라기보다는 일단은 노동 ‘착취’의 문제다. 즉 타인 노동을 사적으로 전유해 가는 문제다. 물론 노동이 착취되는 방식은 사회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노예주가 채찍을 들고 일하는 노예들을 노동현장에서 감시 감독하는 노예제 사회, 신분적 구속 아래 놓여져 있는 농민이 장원의 영주에게 일주일에 며칠 하는 식으로 의무적으로 일을 하는 중세 사회, 신분적 구속에서는 해방되었으나 생산수단의 소유에서 배제되어 생존을 위해서는 임금을 받고 자본가와의 계약관계 아래 일을 해야만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사회의 특수한 형태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노동이 착취당해 왔던 것이다.
생산과정에서의 이러한 모순은 사회의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어 교육, 의료 등 사회적 재생산의 전 과정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심지어는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운동 내에서도 피보는 자와 빛보는 자, 투쟁하는 자와 성과를 챙겨가는 자 사이의 모순으로 나타났다. 동구 사회주의에서의 역사에서도 ‘직접 생산자’들이 소위 노멘클라투라로 불리우는 특권 계급의 아래 위치해 사회의 실질적 주체로 올곧게 서지 못하는 경우를 보았다. 생산성이 높은 노동자가 영웅 칭호를 받으면서 노동이 신성시 되었으나, 이는 동원전략의 수준에서 선포된 것일 뿐 타인 노동의 결과로 특권을 누리는 이전 사회의 모순을 지양하지는 못했다.
그런 점에서 강령안 초안에 제출된 ‘원하지 않는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문제는 노동의 착취 문제를 자본주의적 착취의 문제에서 기존 사회주의에서의 강제노동, 의무노동으로 확산하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사회적인 수준의 문제를 다분히 심리학적인 문제로 치환함으로써 본래의 의도가 불명료해지고, 역사 사회적인 형태의 차이가 간과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한편 직접 생산자의 노동에 대한 착취가 폐지된 이후에도 전체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은 존재한다. 이 때 이러한 노동을 어떻게 전 사회적으로 조직해 나갈 것인가하는 문제는 남게 될 것이다.
사회적 필요 노동의 개념은 이러한 문제를 담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구분과 함께 노동의 질적 차이에 따른 차별이 사라지고, 생산력 발전을 통해 노동시간이 단축되면서 노동, 스포츠, 예술 활동, 취미 활동 등의 구분이 사라질 때, 요컨대 노동이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 자아를 실현하는 것으로서의 자기 활동으로 바뀔 수 있을 때 우리는 참다운 자유의 공동체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원하지 않는 노동으로부터 해방’의 문제는 노동의 진정한 해방이 무엇인가라는 관점까지 내적으로 장착한 수준에서 논의 전개가 필요하다.   
 
남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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