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늙은 여성노동자의 눈물과 소망

[노동운동 혁신하자!]
“따뜻한 콩국 한 그릇이 너무 먹고 싶습니다”

김주익, 곽재규, 그리고…

지난 1월 19일 민주노총 부산본부 홈페이지에는 13일부터 한진중공업 공장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동지의 글이 올라왔다. 김진숙 동지, 그녀는 6년 전 김주익, 곽재규 열사 장례식에서 읽어 내려간 추모사로 많은 노동자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그녀는 이번 글에서 51년 자신의 삶과 20년 민주노조운동을 되돌아본다. “교육은 있어도 학습은 없는 운동, 회의는 있어도 토론은 없는 운동. 전지전능한 몇 사람이 방침을 내오고 조합원들에게 지침이 내려올 뿐”이라며 현실을 개탄한다. 그녀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발표를 앞두고 이미 공장에서 쫓겨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이야기한다. “그 아저씨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그녀의 글에는 1천 명에 달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만 있지 않다. 아니 그녀의 글은 이미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 그저 이미 쫓겨난 노동자들과 쫓겨날 것이 두려운 노동자들의 불안한 눈빛이 함께 그려질 뿐이다.

진심으로 비정규직의 현실이 아프다면
그녀는 또 말한다. 민주노총 선거를 앞두고 “민주노총을 정말로 바로 세우고 싶다면 그리고 진심으로 비정규직의 현실이 아프다면 결의 했던 그 자리에 눌러 앉으세요” 라며 선언이 아닌 실천을 강조한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투쟁하지 않는다면 수 만 번을 결의해도 소용없는 일일 뿐, 오히려 그 결의한 숫자와 세월만큼 민주노조운동의 한 숨도 깊어진다. 그녀는 그 세월을 함께 한 사람이기에 더 크게 좌절하고 아프다. 결국 지금은 ‘실천’의 문제다.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새록새록 새겨야 하는 말이 됐다.
“잘난 사람은 많은데 노동자들은 왜 패배할까요?”라는 그녀의 어리석은 질문에, 노동자투쟁은 잘 사람들 때문에 승리하는 것도 아닌데 하면서도 동화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활동가들의 실천이, 간부대오의 성찰과 혁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소박한 소망
한진중공업, 박창수 열사를 비롯해 김주익, 곽재규 열사까지 많은 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그 투쟁이 밀알이 되어 조선업종 전체에 불어오는 어용의 바람을 막아내고 있는지 모른다. 자본의 공격을 피해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한진중공업 자본은 노동자들을 죽이겠다고 달려들고 있다. 그 거대한 공격 앞에 그녀는 혼자 서 있다. “엿새를 이러고 있어보니 김주익은,,,, 우리가 죽였습니다. 내가..” 라는 말 속에서 그녀의 흘렸을, 잴 수조차 없는 눈물이 떠오른다.
노동운동의 혁신, 정말 하지 않으면 이렇게 평생을 바쳐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한 선배노동자들의 삶을 부끄럽게 만들 것이다.
그녀의 글 속에 사실 해답이 있다. 이미 쫓겨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 정리해고를 앞두고 있는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투쟁하면 이길 수 있다’는 그 승리의 가능성을, 쌍용차 투쟁을 보며 숙연해졌던 활동가들이 제2의 쌍용차를 만들지 않겠다는 결의를, 현장에서부터 정리해고에 맞선 전체 노동자 파업을 조직해내는 것만이 20년 민주노조운동, 추락해 있는 민주노총을 되살리는 길이다.
“그럼에도 저는 따뜻한 콩국 한 그릇이 너무 먹고 싶습니다” 라는 그녀의 작은 소망이, 하지만 우리에게는 쉽지 않은, 그러나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선지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