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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6
    아니 거기 아직 장례 안치뤘어요?
    PP

아니 거기 아직 장례 안치뤘어요?

용산참사 유가족 정영신님 (故 이상림 열사 며느리)

1월 20일 용산참사가 벌어진지 140일이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용산은 여전히 아프고 전혀 치유되고 있지 않다. 전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스타 정치인을 전국민적으로 애도하고 있을 순간에도, 용산의 철거민들은 계속되는 국가폭력 앞에 분노해야 했다. 용산참사에서 희생된 故 이상림 열사의 며느리 정영신씨를 지난 3일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지금 문화공간으로 꾸며져 있는 레아호프에서 장사를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전에는 어땠나요? 

그 자리에서 시부모님이 갈비집을 하셨어요. 저는 강변에서 신랑은 용산에서 노점을 했죠. 부모님들 연로하시고 해서, 2006년에 리모델링을 해서 넷이서 호프집을 열었어요. 빚도 갚고, 전세방이라도 마련해보려고 했죠. 장사가 잘됐어요. 결혼을 미뤘었는데, 장사도 잘되고 하니까 작년에 결혼도 하고. 그때는 정말 좋았죠. 그런데 가게 문 열고 6개월 만에 사업승인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용역들이 들어오고 나더니, 공포분위기가 조성되고 장사가 안되고. 옆에 빈 가게에 냄새나는 것 가져다 놓고. 결혼하지 3~4개월 만에 계속 용역하고 싸웠죠.

용산참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재개발과 철거민의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철거민에 대한 시선은 아직도 곱지 만은 않은 것 같고요. 

‘재개발하면 뭔가 좋다’ 생각했는데,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갈 수 있다는 걸 알았죠. 원주민 다 내쫓고 투기꾼들 들어와서 하는 개발이죠. 주위의 땅은 오히려 오르니. 갈 데가 없어요. 또 용역이 들어오면서 눈으로 보니까 열 받더라고요. 제가 보는 앞에서 시어머니 뺨을 때려요. 신고를 해도 경찰이 와서 “쟤들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얘기뿐이죠. 그 때부터 제가 더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했죠. 억울해서 못나가겠다. 돈 없는 것도 억울한데, 니들한테 맞으면서 도망가는 것은 하지 않겠다. 

참사 이후 5달이 다되어 가네요. 많이 힘드시죠?

좀 많이 답답해요.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고. 하지만 지금까지도 철거민들이 불내서 죽었다고 하고 있고. 불리한 기록은 다 공개하지 않고. 검찰은 법을 무시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날 사건의 본질은 용역과 경찰이 같이 진압을 했잖아요. 누구의 지시로 했는지. 언제부터 철거민들과 대화가 아니라 때려잡으려 했는지. 그런 기록들은 공개를 안하고, 9명의 철거민이 죽였다고 재판을 받고 있는데, 그럼 누가 죽였냐고요. 

얼마 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세상이 떠들썩했습니다. 영결식 하는 날 가셨다고 들었는데요.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에 가서 정말 속상했어요. 우리 이야기는 잊혀지고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추모하고, 청계가 열리고. 이것도 있는 자가 죽으니까 참 다르다. 우리가 그렇게 소리 지르고 도와달라고, 다시 한 번 뭉쳐달라고 했을 때는 잘 안되었는데. 죽어도 서럽다. 철거민들은 가진 게 없어서 끝내는 그렇게 비참하게 돌아가셨거든요. 우린 진짜 억울한데, 우리는 정부가 아무것도 못하게 막고만 있잖아요. 

이명박 정부가 용산참사범대위 집회 불허는 물론 추모제까지 막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연행도 되고 구속도 되고 참 어렵게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런 부분이 또 사람들을 함께 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구요. 

아무리 지금 당장 힘들고, 공권력이 무섭고, 계란으로 바위 치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모이면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있어요. 그런데 촛불이든 연대한다는 단위든 정작 정말 저희가 필요할 때 같이 있어줄까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죠. 많이들 이 싸움에 대해 정부랑 싸워서 과연 이길 수 있겠느냐는 판단을 하기 때문에. 하지만 여러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함께 싸우면 이길 수 있어요. 

용산참사에 대해 정당들도 그렇고 얘기는 많은 것 같습니다. 특별법을 추진한다는 얘기도 들리고요.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하죠?

말은 민주당, 민주노동당 용산참사 발의를 하고 상정을 하고…. 그런데 한 번 더 현장에 와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우리가 왜 아직까지도 경찰들에게 가로막혀서 추모제를 못하는지. 이의제기를 한번이라도 같이 해달라는 거죠. 말로만 제발하지 말고. 액션을 해줘야 되는데. 나보다 어쨌든 힘세잖아요. 국회의원들 오면 전경차도 싹 빠지고. 전경차 빠지면 우리 추모제도 하고, 집회도 하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길이 열리면 우리도 조금조금 희망이 보이는 거죠. ‘용산참사 용산참사’ 하나의 타이틀 잡고 정치운동 하듯이 하지 말고. 

다행히 다시 용산참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많이 와줬으면 좋겠어요. 많이 모였으면 좋겠고. 추모대회도 다시 하고. 미사에도 많이 와서 국민들이 다 알았으면 해요. 지방가면 “아니 거기 아직 장례 안치뤘어요?”라고 해요. 다 잊혀졌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 가슴이 아파요. 용산참사는 철거민들만의 얘기가 아니고, 어느 누구나 있을 수 있는 그런 일이라는 거죠. 노동자들도 마찬가지고. 박종태 열사도 그렇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그렇고. 그래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어가자는 거죠. 나 잡아가면 다른 사람이 하지 않겠어요.

인터뷰 및 정리: 안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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