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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300일, 300인 1인시위

 

 

 

 

11월 15일은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300일 되는 날이었다. 용산범대위는 11월 9일부터 13일까지 용산참사 300일 추모주간을 선포하고, 청와대를 비롯한 10개의 정부기관 앞에서 300인이 동시다발적으로 1인 시위를 개최했다. 사노준은 9일, 10일에 시청 앞 광장과 청와대 앞 총리공관 앞 1인 시위를 담당했다. 서울과 경기 지역 회원들이 참여했다. 10일 시청 앞 광장 1인 시위 과정에서 경찰들이 방해를 시도하기도 했고, 지나가는 시민들은 경찰들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이 1인 시위를 방해한 근거는, 지나가는 시민과 이야기를 해도 1인 시위가 아니고, 시위를 교대하며 두명이 피켓을 주고받는 동안도 1인 시위가 아니고, 여러 곳에서 동시에 하기 때문에 1인 시위가 아니고, 여러 명이 릴레이로 하기 때문에 1인 시위가 아니라는 듣도 보도 못한 판례까지 있다는 농담이었다. 총리공관 앞에서는 10명 넘는 경찰관들이 길건너 편으로 1인 시위자를 밀어내기도 했다. 경찰의 영양가 없는 방해는 결과적으로 1인 시위의 효과를 더 높여주었다.
그리고 사노준은 14일 “참사 300일 범국민추모대회”와 “아프간 재파병 반대 공동행동” 집회 뒤 참여자들과 함께 명동 일대에서 1천 여명이 동시에 1인 시위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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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사법부를 해체하라!

 

 

판결 후 오열하는 유가족. 재판부는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을 포함한 철거민들에게 징역 5~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사법정의 따윈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10월 28일 재판부는 용산참사의 실질적인 주범들에게는 면죄부를, 피해자에게는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로서 법원은 살인진압의 진실을 은폐하고 정권하수인으로 전락한 검찰과 함께 용산학살의 또 다른 가해자가 됐다. 이 날의 재판은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정치재판’으로 기록될 것이며 이제 국민들에게 더 이상 ‘사법정의’를 앞세운 사법부의 권위따윈 존재하지 않게 됐다.
9개 월동안 진행된 용산재판을 보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모든 국민들은 우려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국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참사의 진실을 밝히자는 국민참여재판을 무산시킨 것,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3천쪽에 달하는 수사기록 공개를 거부한 것 등 일련의 검찰 행보는 ‘법과 정의’는 가진자를 위한, 권력자들만의 전유물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로 인해 불공정 재판에 대한 규탄이 이어졌고 진보적인 정치사회단체들을 물론이요, 종교계, 학계까지 나서서 ‘용산참사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검찰은 정치권력자들의 꼭두각시를 자처했고,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용산참사의 모든 책임을 열사들에게, 철거민들에게 돌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미 재판 과정에서 망루 내부가 환각작용이 일어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특공대를 투입한 점, 용역들이 소방관을 위협해 불을 끄지 못하게 한 점, 망루에서 나가려고 했던 철거민들을 못나가게 막았던 점, 최소한의 대화조차도 하지 않고 살인적인 강제진압을 전개한 점 등이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또한 3,000쪽에 달하는 수사기록 중 일부 공개된 500쪽에도 경찰의 과잉진압과 경찰과 용역의 합동작전의 정황들이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진실을 외면하고 말았다. 진실을 또 다시 덮고 열사들의 명예를 또 한번 훼손했으며 살아남은 이들에 가슴에 대못을 박는, 그리하여 역사의 죄인이 되는 행위를 하고 만 것이다.

자본을 위한 살인적인 재개발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재개발은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 오세훈은 공약을 통해 서울시 50곳에 뉴타운 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김문수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64조를 투입해 경기도 권역 23개 지역에 뉴타운 재개발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 재개발을 통해 GS, 현대산업개발, 포스코, 금호, SK, 두산, 롯데건설 등 웬만한 건설재벌은 수조원의 이익을 챙겨간다. 경제공황으로 위기에 몰렸던 MB정권이 부동산 투기 활성화를 통해 거품을 만들어 자본과 정권의 위기를 감추고 정치권력자들은 내년 지자체를 겨냥해 경기회복이라는 이름으로 뉴타운을 곳곳에 지정한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정권이 철거민 5명을 죽이고도 살인적인 재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이 때문에 용산학살의 진실을 숨긴 채 사법부를 동원해 그들이 말하는 ‘법치’를 스스로 무너뜨리면서까지 그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체제 연장을 위해, 자본의 위기를 넘기기 위한 저들의 공세는 사람을 죽여도 거리낌 없을 정도로 잔혹하다. 바로 용산학살이 생생한 증거다.

노동자민중이 나서서 끝장을 내야 
이 땅 노동자민중의 생존의 권리,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저들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 제2의 살인 재개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용산참사의 진짜 주범인 이명박정권, 그 하수인들인 사법부와 경찰, 이윤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건설자본들의 범죄를 밝혀내고 진실을 찾는 투쟁에 동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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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칼럼] 정운찬 총리의 용산방문이 남긴 씁쓸함

시기에 대한 조급성을 버리고 투쟁을 조직해야

이승에서 인연을 마감한 다섯 분의 열사들이 한해의 3분의2가 넘도록 저승으로 향하지 못하고 구천을 맴돌게 하는 건 어떤 경우에도 납득하기 어렵다. 긴 고통이 누적되어 절망의 시간을 보내는 유족들은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못한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혀 있으나 열사들에게 ‘살인죄’라는 누명이 씌워졌으니, ‘누명을 벗겨야한다’는 강박관념과 ‘장례를 치러드려야 한다’는 심적 압박으로 살아도 살아있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앵무새는 아니길 기대했지만
정운찬 총리가 용산 남일당 분향소를 찾았다. 총리 방문에 대해 몇 가지 우려하는 바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범대위는 용산학살에 대한 성격규정을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하며 ‘이명박정권 퇴진’을 걸고 책임자처벌과 진상규명, 철거민의 생존권 등의 요구를 걸고 투쟁해왔다. 따라서 총리가 참사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고, 학살의 본질을 왜곡한다는 우려와 비판이 있었다. 그럼에도 추석명절을 맞고 9개월이 임박하는 시기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유족들의 처절함과 간절함 또한 외면할 수 없다는 점들이 고려되었을 것이다.
정운찬 총리가 학살현장에 와서 면담한 내용은 유족들을 위로하기 보다는 이명박대통령의 앵무새 역할을 벗어나지 못했고, 양심과 개혁의 참신함으로 치장한 그는 결국 참과 거짓의 갈림길에서 결국 거짓을 선택했다. ‘중앙정부가 용산참사 해결의 직접적인 주체로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고 ‘정부가 당사자 간 대화를 주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게 유족들에게 위로삼아 한 말의 요지였다.

오리발도 정도 것 내밀어라
정운찬 총리의 ‘중앙정부 제3자론’은 결과적으로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말았다. 용산재개발로 생존의 벼랑에 서서 망루로 올라가 생존권을 요구했던 철거민들에게 ‘경찰특공대투입’을 명령하고 지시함으로서 참사가 발생했고, 3천 쪽을 숨긴 채 진행되는 재판에서도 진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데 참사의 당사자가 제3자인 양 행세하는 건 국가권력을 장악한 그들이 꺼낼 오리발치고는 너무 유치하지 않은가?
어쩌면 정운찬 총리에게 일말의 양심을 기대했던 유족과 범대위가 어리석었는지 모른다. 이명박정권의 첨병을 자처한 그가 이명박정권의 공안탄압과 민중억압기조를 바꾼다는 건 기대하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현재의 상태에서 만약 총리가 용산학살문제에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낸다면 그건 순전히 왜곡된 형태의 해결방법이 될 것이 분명하다. 철저히 이명박정권에게 역사적 면죄부를 주는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할 것이다.
범대위의 요구는 하나도 수용되지 않았음은 물론, 요구할 자유조차도 봉쇄됐다. 용산학살 이후 추모제, 문화제조차도 모조리 불법으로 규정하고 모이기만하면 협박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에 요구는 늘 구석진 곳에서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탄압은 이명박정권이 용산문제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조급한 마음을 다스리고, 전열을 재정비해야
용산참사투쟁에는 형식적으로 모든 진보, 변혁세력이 함께하고 있는 역사적인 투쟁이다. 시기에 대한 조급성을 버리고 투쟁을 조직해야한다. 참과 거짓이 너무도 명백한 이 투쟁에 승리하지 않고 ‘반MB전선’, ‘사회연대전략’은 그 자체가 모순일 수밖에 없다.
‘추석이 지나도록 용산사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큰일이다’라는 유족들이 내 뿜는 한탄의 목소리가 가을바람을 타고 가슴을 짓누른다. 추석이 끝났다. 그러나 용산학살은 담담하게 남일당 주위에 긴 아픔에 여운을 드리우고 있다. 누적된 아픔을 분노로 모아내고 진보, 변혁진영의 자존심을 걸고 다시금 전열을 재정비하여 위력적인 투쟁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들에게 주어진 임무일 것이다.

양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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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걸림돌 용산, 결정적 한방이 필요하다

이명박정권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
이종회 공동집행위원장



용산참사가 발생한지 8개월이 지났다. 자본의 이익만을 위한 개발정책이 부른 참사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의 야만을 보여주었다. 야만은 참사 이후에도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난 9월 17일 명동성당에서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아래 범대위) 이종회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났다.

각계각층에서 요즘 용산문제를 언급하고 있고, 여론조사에서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어떻게 요즘 진전이 있나?

용산 문제는 그동안 1번은 아니어도 항상 2번의 문제로 존재했기 때문에, 해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 것 같다. 초기에 싸웠던 힘들, 신부님들의 결합, 문화예술인권 진영 등의 결합이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태도다. 여전히 재개발조합과 유족과 해결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말로는 해결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아직 먼 거리에 있다.

그러면 정부는 전혀 책임을 못지겠다는 것인가?

정부는 지금 구속되어 있는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로 표현하고, 특수공무방해치상죄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가 권력을 휘둘러서 국민을 죽여 놓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것이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위로금 수준에서 정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정운찬씨가 총리로 지명됐다. 일부에서는 해결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기도 하다. 어떠한가?

정운찬씨는 정책기조는 이명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몇 가지 차이점은 있을 수 있지만, 개발정책 수준에서 놓고 보면 비슷하다. 운신의 폭이 얼마나 있겠는가. 또 민교협 회원이었는데, 총장시절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 복직 문제로 탈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최소한의 여지가 있더라도 이쪽의 싸움을 기반으로 해야 가능한 것이지, 총리 개인에게 어떤 기대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범대위에서 정부에게 요구하고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정부의 사과다. 두 번째는 감추고 있는 3000쪽의 수사기록을 공개해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되어야 한다. 유족의 대한 배상과 보상도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쟁점으로 걸리는 것은 임시상가, 임대상가 문제다. 돌아가신 분들이 망루에 올라가 요구했던 것도 바로 이것이다. 개발 들어가면 임시상가를 보장해야 하고, 개발 후에는 임대상가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한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지역순회를 돌고 있다. 지역의 분위기와 반응은 어떤가?

용산은 모두가 갖고 있는 빚이고 부담인 것 같다. 재개발이 보편화되어 있는 서울뿐 아니고, 지역으로 내려가도 이명박의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용산참사에 대해 5·18 이후의 최대의 학살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지역순회를 통해 다시 한 번 힘을 모아내고자 한다. 서울에서 한두 번 집회하는 것으로는 넘어서기 힘들다. 
 
얘기하셨듯이 용산투쟁을 용산으로만 얘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공황시기, 이명박 정부와 맞서왔던 투쟁들을 평가해 본다면?

어제 이명박 지지도가 53%가 넘게 나왔다. 엄청난 재정지출, 부동산 거품을 유지하면서 2분기에 성장률이 2%로 돌아오고, 아파트 가격이 치솟고. 단지 수사일 뿐이라고 얘기하지만 서민, 중도실용이라고 하는 게 먹힌 것인가.
이 과정에서 큰 두 가지의 문제가 있었는데, 쌍용자동차와 용산이다. 쌍용자동차 문제 처절하게 싸웠지만, 처절하게 깨졌다. 용산도 깨지지 않았다 뿐이지 처절하게 싸움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명박정부에 맞서는 대안세력으로서 누구도 서지 못했다는 점이다. 자본의 위기 속에서 노동자민중진영 역시 대안세력으로서 보여줬느냐. 그렇지 못했다.
노동자민중진영 역시 현재 이 난국을 풀어나가기엔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에 대한 고민을 말해 달라.
참 난감한 시절이다. 우리는 그동안 뭐했냐. 끊임없이 싸우고, 신심을 보이고, 함께 싸우고 깨지고 하는 문제는 중요했다. 정치세력의 문제 뿐 아니라 민주노총 등도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들한테 적어도 나를 지킬 수 있는 세력이구나라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나를 지켜줄 수 없는 세력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 쌍용자동차 싸움 아니었냐. 실력의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대안적 전망을 내놓고 싸워야 한다. 공황은 진행형이고, 여전히 과제는 똑같이 있다.
 
그래도 뭔가 용산참사 문제가 풀리는 가닥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범대위차원에서는 어떤 고민을 갖고 있나?

한방주의자는 아니지만, 지금의 난국을 돌파할 결정적인 한방이 필요하다. 용산집회가 초기에는 1만명 가까이 모이다가 최근에는 많이 모이지 못했다. 그래서 26일 대규모로 모아보자는 것이다. 만약 추석 전에 이 문제 안풀리면, 개발 재개발 재건축 문제들에 대해 더 집중해보고자 한다. 용산문제가 어쨌든 가면 갈수록 이명박식 개발정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범대위는 흔들리지 않고 완강하게 싸울 것이다.










[인터뷰]

수배당하여 순천향병원에 갇혀있던 이종회, 박래군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과 남경남 전철연 의장은 최근 경찰의 경계망으로 뚫고 명동성당으로 거점을 옮겼다. 유가족들도 영안실을 정리하고, 참사현장에 양회성열사가 운영하던 삼호복집으로 들어갔다. 투쟁동력을 더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용산은 지금 여러분과 결정적 한방을 함께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인터뷰 안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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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이후에도 살인개발은 멈추지 않고 있다

 



수도권 지역이 살인적인 재개발로 몸살

참사 8개월, 용산유가족들과 철거민들은 여전히 용산 현장을 지키고 있다. ‘스스로 지칠때까지 내버려 둔다’는 정권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고 서울 곳곳에서는 아직도 살인적인 재개발은 지속되고 있다.
경제 위기 이후 정권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내면서 재개발을 더욱 부추기고 있고 원주민들의 생존은 벼랑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2009년 상반기 동안 남양주, 성남, 고양시, 수원, 시흥 등 경기도 권역과 서울의 상도동, 성수, 동대문, 동작, 서대문, 천왕 등 11개 지역에서 철거가 완료됐거나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상가(건물) 철거로 인한 철거민들도 대거 증가했다. 경기도 과천, 김포, 성남, 안양 등 경기지역 곳곳이 재개발로 인한 철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철거민들은 천막도 치지 못해 시(구)청 앞 노숙농성을 진행하거나 철거를 막기 위해 다 철거 대상 지역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MB의 ‘외부불법세력’ 공세는 모든 곳에 적용
특히 이명박정권이 들어서면서 재개발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이는 MB가 추진하는 개발 규제완화,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 때문이다. 이는 2002년 서울시 차원의 ‘뉴타운’ 사업을 시작으로 건설재벌들의 막대한 이익을 보장하며 전국화됐다. 이에 저항하는 철거민들의 투쟁도 끊이지 않았다. 철거민들은 ‘임시 주택(상가), 임대 주택(상가)’라는 ‘순환식 재개발’로 자신들의 요구를 정식화한지 오래됐다. 그리고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2년을 넘어서까지 목숨을 건 투쟁을 해왔고 이 과정에서 지역별로 요구를 쟁취한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명박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는 철거민들의 결사와 투쟁을 아예 법을 앞세워 봉쇄했다. 지난 용산참사 이후 전철연의 초법적 탄압이 대표적 예다. 시공사와 철거민들간의 합의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거나 투쟁했던 사람들을 ‘갈취’로 몰아세워 사법처리를 하고 ‘외부세력이 개입해서 불법 투쟁을 전개했다’며 전철연 간부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주택(택지) 사회화를 위해
서울시 오세훈은 공약을 통해 서울시 50곳에 뉴타운 재개발을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경기도 김문수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64조를 투입해 경기도 권역 23개 지역에 뉴타운 재개발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내년 지자체를 겨냥한 정치권력자들의 행보는 자본의 요구 및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따라서 용산참사가 정운찬 총리 내정을 계기로 일정하게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제2, 제3의 용산참사와 같은 살인적인 재개발은 곳곳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또 많은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한 채 내동이쳐질 것이다.
따라서 용산참사를 계기로 철거민들의 ‘순환 재개발’ 요구는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나아가 정권의 경기활성화 정책의 본질인 ‘자본 살리기와 노동자민중 생존 위협’에 대한 투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민간개발이 아닌 공영개발을 넘어 공공주택과 공공택지 확보 등의 주택 사회화로 발전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이 살인적인 재개발을 멈출 수 있다.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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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에게 위로받고 싶지 않다

-친서민 외치는 MB, 왜 용산을 외면하는가?

지난 22일 국회인사청문회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용산참사 문제에 대해 “임명되면 좀 더 전향적 태도를 취하고 유족들과 만나 현실을 파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문회 전에 제출된 서면 답변서에서는 여전히 “용산사고는 농성자들이 투척한 화염병이 사고의 원인”, “유족과 조합 간의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을 말하며 현정부의 입장과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총리후보에게 눈과 귀가 쏠려 있지만 사실 용산참사 문제의 해결은 이명박대통령의 태도변화 없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용산참사는 ‘친서민’ ·‘중도실용’의 가당치않은 수사를 남발하는 이명박정부의 위선을 가장 현실적으로 드러내주는 약점이자, 친기업적 부동산거품 개발정책의 문제점이 폭로된 사건이다. 이명박 정부가 참사발생 초기부터 끝까지 책임을 회피하고, 고사작전에만 몰입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은 바로 4대강살리기(한반도대운하), 재건축재개발 촉진, 부동산규제완화 등 이른바 ‘삽질개발’정책이다. 이는 전세값 폭등과 대란, 부동산투기광풍을 다시 가져오고 있고, 언제 꺼질지 모르는 거대한 거품을 국가가 나서서 불어넣고 있다. 용산참사를 계기로 그동안의 (재)개발정책의 문제들은 단지 철거민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이 전사회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기업과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가가 나서서 공공연하게 학살까지 자행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야만의 논리가 극에 달한 것이 바로 용산참사다. 이 논리 속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은 돈 앞에 무시될 수 있고, 이 사회에서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사항이 아님을 이명박정부는 확인시켜줬다.
만천하에 이런 문제가 드러났지만 이명박정부는 쉽게 이 문제를 책임지거나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권의 정체성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삽질개발’정책을 포기하기 싫은 것이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인권을 탄압한 것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그래서 자꾸 이 문제를 조합과 유가족 간의 개별의 문제로 떠넘기고, ‘사과’보다는 ‘위로’라는 말로 제3자적 태도를 취할 뿐이다. 답은 이명박의 ‘친서민’에 없다.
그래도 답을 얻기 위해 용산의 사람들이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추석 전에는 이 투쟁을 제발 마무리하고 싶다’는 유가족의 절규가 전국에 울려 퍼지고 있다. 용산범대위와 유가족들은 2주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26일 이를 모아내는 범국민추모대회가 예정되어 있고, 10월 18일 이명박, 오세훈 등을 국민법정에서 심판하는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용산학살의 주범 이명박대통령과 정부에게 사과를 받아내고, 다시는 용산참사가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 노동자민중진영의 온 힘을 모아야 한다. 열사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 처절하게 싸워온 유가족을 비롯한 우리의 싸움이 승리하기 위해.

한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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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용산학살, 7개월이 흐를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8월 19일 밤, 천안역에 오랜만에 촛불이 켜졌다.

 

작년 이맘 땐 충남지역 거의 모든 시군에 촛불이 켜졌다. 언제 머리에 구멍이 뚫려 죽을지 모르는 대중적 공포감이었는지, 꽉 막힌 일방통행식 통치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었는지, 아니면 신자유주의 10년이 만든 현실에 대한 분노의 폭발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땐 그랬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촛불이 켜지면 삼삼오오 모였고, 초를 나눠주었으며, 스스로 나가 발언대에 올랐다. 서울만큼은 아니었지만, 지역에서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었다.

 

지난 1월, 상상하기도 싫은 국가폭력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낸 용산학살이 자행되었을 때, 분노만큼 컸던 ‘기대’가 있었다. 2008년 촛불 처럼 거대한 자발적 투쟁이 일어날 것이라 믿었고, 작년 촛불투쟁을 통해 많은 반성과 고민을 했던 조직노동자들과 운동단위들이 벌 떼처럼 일어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 후 7개월이 지났다. 기껏해야 내가 한 것은 검찰청 앞 1인시위였고, 어쩌다 한 번 용산에 올라가는 일이었다. 지역에서는 용산대책위가 만들어졌지만, 실은 거의 아무활동도 하지 못했다. 갑갑함과 답답함에 짓눌리는 시간들이었다.

 

용산학살 유가족들과 범대위, 지역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하는 촛불문화제는 두 시간 가량 진행됐다. 용산학살을 중심으로 한 지역 집회는 사실상 처음있는 집회다. 다른 촛불문화제와 다르게 사람들도 많이 와 앉아 있다. 공연과 동영상상영, 발언들이 이어졌다.

 

다른 말들은 거의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유가족 두 분의 발언이 계속 귓속을 맴돈다.

 

“유가족과 모두의 힘이 너무 약해 여기까지 왔나 봅니다.”

 

“약해서... 이명박 정권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사랑을 주십시오, 사랑이 고파서 왔습니다”

 

사랑이 고파서 왔다는 그 말에 저절로 눈물과 한숨이 나왔다. 조직운동을 하겠다는 내가, 계급투쟁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들자고 떠들고 있는 내가 눈앞에 벌어진 폭력과 잔인한 학살에 조직적이지도 않고, 투쟁적이지도 않으며,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실천조차 하지 않는 것이 화가난다. 7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모든 것을 내놓고 투쟁한,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는 유가족들 앞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에게 또 화가난다.

 

노동자들과 민중들의 투쟁, 그 어느 것 하나 패배할 수 없는 투쟁들이다. 더욱이 용산투쟁만큼은 기필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투쟁이다. 공황기의 초입단계에 들어선 지금, 자본주의의 폭력적 재구조화를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금 현재 벌어지는 폭력과 야만에 대항한 강력한 저항과 투쟁뿐이다. 여기에 용산의 투쟁이 있다.

장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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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기는 싸움 한번 하자

쌍용차, 용산참사 모두 자본과 정권을 향한 싸움이다

  

이명박정권의 폭력성과 악랄함을 그대로 보여준 용산철거민 학살. 이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용산범대위 김태연 상황실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 3월 20일 연행돼 100일간 구속돼 있다가 얼마 전 선고공판을 남기고 석방됐다. 

 

용산투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다. 유가족도, 범대위도 이대로 계속 갈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범대위는 투쟁을 정비해서 제대로 한번 붙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유가족들도 시신을 메고 청와대로 가겠다는 결정을 했다. 7월 20일 용산참사 반년을 계기로 천구투쟁에 돌입했다. 시신을 모시고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냉동탑차도 샀다. 20일 투쟁에서 이뤄내지 못했지만 순천향병원을 폐쇄하고 용산현장으로 영안실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천구 투쟁은 다시 한다. 원래 7월말에 하기로 했는데 투쟁이 많아서 다음 주 이후로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천구투쟁과 더불어 용산 4구역 철거민투쟁도 다시 시작됐다. 용산투쟁을 하면서 진상규명이 초점이 됐다. 그러다보니 5분의 열사들이 투쟁하게 된 이유였던 4구역 재개발과 생존권 문제는 상대적으로 부각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용산 4구역 철거민들이 시청 앞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현재 13가구가 남아 있는데 대부분 노령의 여성들이다. 

  

협상은 전혀 진행되지 않는 건가?

 

범대위는 정부와 한번도 협상한 적이 없다. 하지만 야4당 공동위원회나 종교계에서는 협상 창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쪽에서는 얼마 전까지 ‘가만히 두면 제풀에 지쳐 고사될 것’으로 판단했다.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생각이겠지. 그런데 이명박정권의 바램대로 투쟁의 불씨가 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불붙고 있다. 특히 6월이 넘어서면서 종교계가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투쟁의 전열도 어느 정도 정비되고 있다. 그냥 지치게 두겠다는 기조로만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일부에서 장례 치루는 문제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는데 옳지 않다. 열사들이 망루에 올라갈 때 요구가 있었다. 바로 4구역 재개발문제다. 개발 자본들이 폭력적으로 재개발을 강행하면서 세입자들의 생존을 무참히 짓밟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열사의 뜻이고 포기할 수 없는 요구다. 

  

종교계의 결합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에 반해 제정치사회단체들의 결합은 약화됐다는 평가다.

  

전적으로 맞는 얘기다. 나와보니 실제 투쟁에 결합하고 있는 곳은 몇 조직으로 한정되어 있더라.

 

용산투쟁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투쟁이자 건설자본의 폭력적인 수탈에 맞서는 투쟁이다. 이명박정권 출범이후 너도나도 민주주의를 말한다. 특히 반민주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세다. 그렇다면 용산투쟁은 단연코 민주주의 투쟁의 핵심이다. 하지만 목소리를 내는 만큼 제대로 투쟁하고 있지 못하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면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 어제 미디업 통과됐는데 한국 민주주의 투쟁에서 매우 중요한 투쟁이다. 하지만 용산투쟁 역시 중요하다. 가장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인 무참한 학살은 방치되는데 민주주의 지키는 투쟁이 가능한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모든 역량을 모아서 이 투쟁을 해야 한다. 

 

7월 20일 용산학살 반년 범국민 추모대회. 용산범대위 조희주 공동대표는 이날 제대로 못한 천구투쟁을 곧 강행할 것을 밝히며, 용산투쟁의 참가자들이 유족을 돕는 게 아니라 유족의 마음으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이자고 했다

 

용산투쟁도 있지만 쌍용차, 미디어법-비정규법 개별투쟁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연대는 점점 약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용산은 종교계까지 결합한다. 하지만 쌍용차 투쟁은 정말 문제다. 갈수록 연대는 약화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노동내부의 문제다. 민주노총이 최악의 상태고 선두에서 투쟁을 지휘해야 할 금속노조가 전면에 서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 내부의 연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러다보니 힘 있고 광범위한 연대전선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쌍용차 노조간부 부인의 자결소식을 접하면서 용산범대위는 유가족들과 함께 병원과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쌍용차 가대위도 용산에 왔었다. 특히 제2의 용산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다. 어제는 유가족들과 천주교 사제단이 평택에서 기자회견과 미사를 진행했다. 이명박정권의 폭력에 맞선 연대를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곳곳에서 투쟁이 벌어지고 있고 이명박 퇴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대로 된 퇴진투쟁을 해야 하지 않나. 아마도 용산이 그 중심에 있을 것이다. 

 

지금껏 노동운동을 하지 않았나. 용산투쟁에 결합하면서 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거 같다.

 

26년 동안 노동운동을 했다. 전노협부터 민주노총 준비위, 그리고 3년 전까지 민주노총에서 일했다. 그런 사람이 상황실장으로 있으니 전철연 동지들도 물어본다. 글쎄,(웃음) 용산투쟁이 철거민투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철거민들이 상대하는 것은 다 자본이다. 삼성, 포스코 등 다 거대한 건설자본들과 치열하게 투쟁한다. 노동자들은 착취를 당한다면 철거민들은 아주 폭력적인 방식으로 수탈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싸우고 있는 상대가 똑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철거민들은 노동자들보다 훨씬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진짜 목숨 걸고 투쟁한다. 최근 노동자투쟁이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도 돌이켜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도 용산에 계시겠네요. 

 

용산투쟁에서 정말 이기는 투쟁의 전형을 만들어봐야 하지 않나. 이게 나만의 희망은 아닐 것이다. 이 투쟁을 이겨야 돌파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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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살인적 재개발을 멈추고 생존권을 보장하는 순환식 재개발을 요구한다 

 


 

 

유가족들은 아직도 상복을 벗지 못하고 검찰청으로, 서울시경으로, 시청으로 영정을 들고 투쟁하고 있다. 최근 시국선언이 이어지면서 종교계가 천막을 치고 정치인들이 용산을 찾는다. 다시 용산참사를 이야기하며 ‘장례도 치르지 못한 용산’이 언론에 다시 오르내린다. 그렇다. 장례도 치르지 못했다. 하지만 유가족과 철거민들은 장례를 치르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참사의 진상규명과 살인적인 재개발 중단과 생존권을 요구하는 것이다. 

 


 

 

용산참사 현장에 그려진 벽화


 

 

 

순환식 재개발을 요구하는 이유 

 

재개발이라 해도 주민의 요구에 의해 이루어지는 재개발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그 동네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돈 되는 큰 평수의 높고 화려한 아파트가 들어서다보니, 동네 주민의 재입주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서울에서의 평균 재입주율은 20%를 조금 넘을 뿐이고 나머지는 평수를 늘리려는 욕망덩어리들의 몫이다. 하물며 세입자는 꿈도 못 꿀 일이니 ‘영구임대주택’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재개발 바람이라도 불면 이미 그 동네에 땅이나 집을 사둔 외지 사람들은 물론이고 제법  번쩍이는 집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야, 재개발 기간 동안 임시로 살만한 거처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재개발이 끝나고 입주조차 쉽지 않은, 가진 것이라고는 조그만 집 한 개 달랑 지니고 있는 가옥주는 물론이고 세입자가 임시거처를 구하기란 그야말로 만만찮은 일이다. 그래서 재입주할 때까지 임시거처로 ‘가이주단지’를 요구하게 된다. 

 

이런 사정은 단지 주거만이 아닌 상가 세입자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딜 가나 철거민들은 영구임대주택과 가이주 단지가 보장되는 ‘순환식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원주민들의 삶을 유린하는 재개발 

 

재개발이 확정되는 그 순간 몸 누일 거처가 사라져버리는 실로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은 격렬하게 저항한다. 하지만 은행 금융으로 시작한 재개발에서 시간이 곧 돈인지라 투기꾼들과 건설자본은 용역과 경찰을 앞세운 무자비한 폭력으로 거주자들을 내몬다. 이것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나 재개발이 진행되는 곳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슬픈 풍경화다. 그래서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지는 재개발이라는 원칙은 깡그리 무시된 채 건설자본과 투기수요에 기초한 도시정비법과, 이에 수반하는 용역의 폭력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경비업법 등이 철거민이 거론하는 악법의 핵심이다. 

 

80년대 후반 철거민운동이 시작된 이래 줄곧 요구해 온 순환식개발은 여전히 제도적으로 외면당하고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재수 없이 철거민이 된 사람들은 그냥 쫓겨나든지 아니면 버티다 매 맞고 감옥가든지 선택을 해야 할 판이다. 임시상가, 영구임대상가를 보장하는 순환식 개발을 요구하며 용역에 쫓겨 망루에 올랐다가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 용산 철거민 다섯 분도 같은 경우이다. 하지만 시국선언 어디에도 빠질 수 없는, 천주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에서 애도하고, 단 하루도 언론에서 외면할 수 없는 그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이명박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7월 20일이면 여섯 달이 되지만 돌아가신 그들은 여전히 이명박정권에 분노하고 한편으로는 순환식개발을 외치고 있다. 다섯 분이나 돌아가신 여기 용산에서마저 순환식개발을 시행하지 못한다면 재개발은 원주민을 죽음으로 모는 살인일 뿐이다. 

 

이종회 (용산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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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녹색성장이 용산학살이었다


5월 31일~6월 2일에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담을 위해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녹색성장전시관을 15억원 들여 설치했다. 이명박은 녹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해, “이것이 녹색성장이다”라고 말했다. 이 전시관은 제주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상회의가 끝나고 곧바로 철거됐다.


 

 


 

국가차원의 토건 사업들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중요한 공통점 하나가 친환경 개발이다. 엄청난 공간과 생명을 파괴하는 새만금 방조제 사업에도, 더 큰 공간을 파헤칠 4대강 정비 사업에도, 심지어 수력원자력공사의 핵발전소 광고에도 이들은 ‘친환경 생태주의’를 선전하고 있다. 지자체 차원의 뉴타운 재개발 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서민들이 꿈도 못꾸는 명품 아파트 광고들은 또 어떤가? 이들은 이 친환경 생태주의를 내세운 개발 이데올로기를 통칭 녹색성장이라 부르고 있다. 그 정점에서 삽질의 대가가 녹색성장을 확실히 밀어붙이고 있다. 이 녹색성장에서 희생당한 생명들은 녹색 피를 흘렸을까?  

 

지난 1월 21일 용산 4구역 철거민들 또한 이 녹색성장을 가로막다가 살해되었고, 세 달이 넘어도 그 유가족들과 연대세력들이 여전히 피흘리고 있다.  

 

서울시는 뉴타운 재개발 사업을 역사·문화·환경 면에서 ‘100년 이상 고품격이 유지되는 도시를 만들어 갑니다’라고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이 말의 핵심은 ‘고품격’이다. 어떤 아파트 부녀회에서 집값 떨어질 것을 걱정해서 베란다에 빨래를 못 널게 하는 그런 ‘고품격’인 것이다. 결국은 집값이다. 역사·문화·환경은 용산 4구역 세입자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집값이 감당되는, 그러니까 뉴타운 재개발 이후 재정착할 수 있는 원주민의 채 10%에도 못 미치는 그 사람들에 해당하는 것이다. 뉴타운 재개발은 90% 이상의 원주민의 역사·문화·환경은 파괴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뉴타운 재개발 사업은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예고하고 있다.  

 

한편 용산투쟁은 그 주체들이 의식했든 아니든 녹색성장의 이데올로기와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용산투쟁은 그래서 더 중요하고,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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