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재앙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05/27
    인간이 부른 재앙, 전염병
    PP

인간이 부른 재앙, 전염병


 


내가 의과대학 학생이었던 십여 년 전의 일이다. 예방의학이라는 과목의 수업시간에 역학[각주:1]을 전공하신 교수님은 ‘전염병의 시대는 끝나고 만성병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전염병이 전공이셨던 교수님은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가고 효과적인 백신과 항생제들이 개발되면서 (최소한 선진국에서는) 전염병은 치료가 가능한 약한 질병이 되었고 이제는 암과 심장병, 뇌졸중과 같은 만성병이 보건학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시기라고 했다. 보건학에서 역학적인 대전환(?)이 일어나 이제 중요한 문제는 감염병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신 것이다. 전염병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은 그렇게 내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 다시 전염병의 시대가 온 것 같다. 뉴스에서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한 이야기와 수족구병, A형 간염에 대한 이야기가 동시에 나온다. 작년 촛불 투쟁의 시작은 또 하나의 전염병인 광우병이었다. 다시, 전염병의 시대로 돌아온 것일까?

최근 유행했던 전염병인 조류인플루엔자나 신종 인플루엔자의 특징은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서 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성 질환이라는 것에 있다. 먹기 위해 사육되는 동물들의 특징은 누구나 알다시피 해당 동물의 자연적인 일생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서 살이 찌워진다는 것에 있다.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주고 동물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좁은 공간에 가둬키우고 한 마리라도 더 키우기 위해 다양한 약물을 투입한다. 어딘가에 기생해야만 살아 갈 수 있는 운명인 바이러스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동물의 몸에서 적합한 유전자를 찾아 이식하고 이는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는 질병의 원인이 된다. 더군다나 세계화된 지구에서 엄청나게 움직이는 상품들과사람들 사이에서 바이러스는 자유롭게 지구를 떠돌게 되고 전 지구적 문제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어디선가는 의료 시설도 없는 곳에서 약값이 없어 치료제를 구하지 못해 인간이 죽어간다. 그들의 죽음의 원인은 다시 전 세계로 퍼지게 되면서 전염병은 전 인류의 재앙이 되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존하기 위한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인간이 쫓아가고 있지 못하며 이들이 이동하는 다양한 경로를 인간이 차단하기에는 세계가 너무 빠르게 돌아간다. 치료제를 팔아 돈을 벌어들이는 제약자본이 제 배만을 불리 우고 있는 사이,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생사의 기로에 몰아넣을 만한 전염병의 대 유행이 멀지 않았다고도 한다. 


예방의학 수업을 듣던 그 시기, 병리학을 전공한 한 교수님은 크로이츠펠트-야콥병[각주:2]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 ‘인간이 만들어 낸 재앙’이라는 표현을 쓰셨다. 그렇다. 백신과 항생제의 개발로 치료 가능하고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 생각되었던 질병들이 다시 창궐하고 있다. 먹겠다는 인간의 욕구에 부응하여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그리고 돈을 벌겠다는 자본이 결합하며 인류는 재앙의 길에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해미

 

  1. 역학. 질병의 발생 ·유행 ·종식에 미치는 자연적 ·사회적 모든 조건을 밝히고, 그것에 의해 예방이나 제압의 방법을 구하려고 하는 의학의 한 분과.
  2. 크로이츠펠트-야콥병. 뇌가 스폰지처럼 구멍이 뚫리면서 사망하게 되는 질병으로 흔히 광우병이라고 불리움. 인간 광우병은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