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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비정규직이 아니라 싸우는 노동자와 싸우지 않는 자로

쌍용차 노동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없이 죽기를 각오하고 
정리해고 분쇄, 총고용 보장을 위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금속노조 간부동지들, 이 투쟁을 엄호해주십시오. 
금속총파업을 조직해주십시오. 연대를 호소합니다
- 쌍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설 중에

쌍용차 노동자파업이 전개되자 ‘정리해고’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500명 희망퇴직, 976명 정리해고라는 숫자 속에는 이미 쫓겨난 300명의 비정규직은 포함되지 않았다. 36명의 무급휴직자들의 해고 통보도 포함되지 않았다. 해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남아 있는 300명의 비정규직도 이 숫자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비정규노동자들은  정규직노동자들과 함께 공장점거파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전체 노동자들을 향해 ‘총파업을 조직해주십시오’라고 호소한다. 쉬어빠진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나있다. 왜 그들은 언론의 관심밖에 벗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는 걸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하는 쌍용차 노동자파업
쌍용차 파업 현장 곳곳에 '총고용 보장'이란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쌍용차 지부와 비정규직 지회가 공동으로 내거는 슬로건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투쟁하는 파업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70미터 굴뚝의 고공 농성도, 파업지도부의 기자회견도, 촛불문화제의 상징의식 때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하고 있다. 계급의 단결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을 그렇게 하고 있다.

결코 다르지 않은 노동자 처지
그러나 파업 그 전후의 행동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쌍용차 구조조정이 예상되었지만 아직 가시화되기 전인 2008년 11월에 정규직의 전환배치에 따라 비정규직 640여명 중 300명이 강압적 희망퇴직을 당했다. 아니, 쫓겨났다. 이것을 거부한 35명에게는 강제 휴업이 진행되었다. 아니, 잘렸다. 2009년 3월 9일에 짤린 게 맞다며, 정리해고를 통보해 왔다. 이 35명의 다수가 쌍용차 비정규직 지회의 임원과 조합원들인 점을 보면, 남은 300명을 저항없이 자르기 위한 수순이었던 것이다. 6월 안에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모두 폐업과 정리해고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비정규직 정리해고는 이후 정규직 구조조정과 맞물린 문제다. 3월 말부터 하청업체들이 폐업에 들어갔고, 이는 쌍용자동차 분사를 위한 정지작업이란 점이다. 분사를 통한 정규직의 대량해고와 비정규직화라는 어두운 계획을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희생된 것이다.

총고용 보장의 적용 원칙은 싸우는 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조건이 다른 상황이지만, 총고용 보장의 기준이나 원칙을 다르게 적용할 수는 없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현재 파업투쟁의 과정에 있고, 함께 대오를 형성한 것을 중요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규직 조합원들도 싸우지 않는 조합원들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고 있으며, 함께 싸우는 비정규직에 대해 함께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높다. 자연스럽게 총고용 보장의 기준은 싸우는 노동자와 싸우지 않는 노동자가 되었다. 남은 것은 현장에서 인정된 소중한 원칙을 파업 이후까지 관철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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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현장! 노동자의 로망, 계급의 로망

5색천을 기둥에 집단으로 감는 놀이. 기둥을 잡은 자들, 천을 잡은 자들의 힘조절과 협업의 난이도가 매우 높은 집단놀이다. 
5 색천이 거의 감겨 기둥이 알록달록 꾸며졌을 때 진행자 멘트, “서로 협동하느라 수고했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이명박도 합니다. 이명박이 많은 문제를 꼬아놓고 풀지 못하잖아요? 우리가 이명박보다 낫다는 걸 보여줍시다. 어렵지만 이제 반대로 꼬인 천을 풀겠습니다. 에헤라디야~ ”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라고들 말한다. 노동자 개개인의 생존의 이유들로 파업이 시작되지만, 파업의 양상은 개인적인 이유를 넘어서 계급의 이해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또 그 과정에서 노동자 개인은 계급으로 각성한다는 의미가 바로 노동자의 학교란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골방 좌파들의 이론이거나 늙은 노동자들의 전설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2시간 파업, 4시간 파업, 하루 파업을 두고 노동자의 학교라고 말하면 그 말이 맞다 틀리다 판가름하기 전에 동시대인으로서 현실감각을 의심받을지 모른다. 지금은 그런 시대다. 그래서 파업이 노동자의 학교라는 건 하나의 로망이 되었다.
6월 6일 쌍용차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조합원들은 그날의 일정을 정리하며 어떤 조들은 간단한 술자리를 가졌다. 창원지회 한 조합원은, “지금은 전쟁 중이라 원칙적으로 술을 마시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강력한 금지보다는 조합원들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술을 마시지만 파업일정에 피해를 안 주는 만큼에서 조합원들의 단합을 도모하는 정도”라고 했다. 현재 창원 조합원 131명이 결합하고 있고, 스스로 131특공대라 부를 만큼 파업 대오에서도 결의가 가장 높은 대오라고 소개했다. 그 자리에 모인 10여명 중 2명은 정리해고 대상에서 제외된 소위 ‘산자’인데도 함께 투쟁할 만큼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술자리 간담회의 첫번째 관심사는 6월 5일 있었던 노사정 교섭이었다. 내용이 정말 없는지, 있는데 모르는 것인지 의심하는 조합원들에게 그 자리는 규정력없는 비공식 자리였다는 점과 사측이 정리해고를 철회할 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공유했다. 그리고 6월 8일부터 창원 공장 재가동과 평택 공장의 회사측 집회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 지도부의 방향이 어떤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구체 전술에 대해 어떤 행동이 좋을지를 두고 자유토론도 이어졌다. 이들은 평소 오전에 결의대회와 간담회, 오후에 전술 훈련, 야간에 촛불문화제를 하며 수시로 상황을 공유하고 훈련하기 때문인지, 속도감 있는 토론과 높은 실행의지를 보였다. 
파업 상황에 대한 공유가 끝나자, 삼삼오오 자유로운 분위기가 됐다. 창원에서 지역 연대투쟁의 경험이 많은 노동자가 신참 노동자에게 자기 경험에 기반한 민주노조운동사를 읊다가, “우리가 연대투쟁이 절실해서 많은 곳에 연대를 호소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동안 우리가 연대 투쟁에 나간 적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염치없는 호소다. 이 파업이 승리하면 지역과 금속에 신경써서 연대해야 한다. 월차를 내서라도 해야 지금 연대하는 동지들에 대해 보답하는 길”이라 말했다. 다른 경험 많은 노동자는 “우리가 한 것도 없지만, 이렇게 연대대오가 많은 것은 운이 좋은 것이다. 공황에 우리가 깨지면 다른 데도 깨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우리 쌍용차가 중요해 진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다. 귀가 의심스럴 정도로 파업 뒤에 숨은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술은 남았고 주당은 울겠지만, 자리는 일찍 끝났다.  
지면에서 생략한 자세한 이야기는, MB시대 만큼이나 아주 황량했던 시절 민주노조운동의 무용담을 재현할 조건을 갖췄다. 무기한 공장점거 옥쇄파업! 또 한편으로 이들의 분위기는 옛시절 지사풍의 무거움 보다는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이 있다. 하루가 다르게 결의를 높이며 쌍용차 조합원들은 노동자의 로망을 실현하고 있다. 이제 계급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금속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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