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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6
    파업현장! 노동자의 로망, 계급의 로망
    PP

파업현장! 노동자의 로망, 계급의 로망

5색천을 기둥에 집단으로 감는 놀이. 기둥을 잡은 자들, 천을 잡은 자들의 힘조절과 협업의 난이도가 매우 높은 집단놀이다. 
5 색천이 거의 감겨 기둥이 알록달록 꾸며졌을 때 진행자 멘트, “서로 협동하느라 수고했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이명박도 합니다. 이명박이 많은 문제를 꼬아놓고 풀지 못하잖아요? 우리가 이명박보다 낫다는 걸 보여줍시다. 어렵지만 이제 반대로 꼬인 천을 풀겠습니다. 에헤라디야~ ”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라고들 말한다. 노동자 개개인의 생존의 이유들로 파업이 시작되지만, 파업의 양상은 개인적인 이유를 넘어서 계급의 이해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또 그 과정에서 노동자 개인은 계급으로 각성한다는 의미가 바로 노동자의 학교란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골방 좌파들의 이론이거나 늙은 노동자들의 전설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2시간 파업, 4시간 파업, 하루 파업을 두고 노동자의 학교라고 말하면 그 말이 맞다 틀리다 판가름하기 전에 동시대인으로서 현실감각을 의심받을지 모른다. 지금은 그런 시대다. 그래서 파업이 노동자의 학교라는 건 하나의 로망이 되었다.
6월 6일 쌍용차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조합원들은 그날의 일정을 정리하며 어떤 조들은 간단한 술자리를 가졌다. 창원지회 한 조합원은, “지금은 전쟁 중이라 원칙적으로 술을 마시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강력한 금지보다는 조합원들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술을 마시지만 파업일정에 피해를 안 주는 만큼에서 조합원들의 단합을 도모하는 정도”라고 했다. 현재 창원 조합원 131명이 결합하고 있고, 스스로 131특공대라 부를 만큼 파업 대오에서도 결의가 가장 높은 대오라고 소개했다. 그 자리에 모인 10여명 중 2명은 정리해고 대상에서 제외된 소위 ‘산자’인데도 함께 투쟁할 만큼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술자리 간담회의 첫번째 관심사는 6월 5일 있었던 노사정 교섭이었다. 내용이 정말 없는지, 있는데 모르는 것인지 의심하는 조합원들에게 그 자리는 규정력없는 비공식 자리였다는 점과 사측이 정리해고를 철회할 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공유했다. 그리고 6월 8일부터 창원 공장 재가동과 평택 공장의 회사측 집회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 지도부의 방향이 어떤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구체 전술에 대해 어떤 행동이 좋을지를 두고 자유토론도 이어졌다. 이들은 평소 오전에 결의대회와 간담회, 오후에 전술 훈련, 야간에 촛불문화제를 하며 수시로 상황을 공유하고 훈련하기 때문인지, 속도감 있는 토론과 높은 실행의지를 보였다. 
파업 상황에 대한 공유가 끝나자, 삼삼오오 자유로운 분위기가 됐다. 창원에서 지역 연대투쟁의 경험이 많은 노동자가 신참 노동자에게 자기 경험에 기반한 민주노조운동사를 읊다가, “우리가 연대투쟁이 절실해서 많은 곳에 연대를 호소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동안 우리가 연대 투쟁에 나간 적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염치없는 호소다. 이 파업이 승리하면 지역과 금속에 신경써서 연대해야 한다. 월차를 내서라도 해야 지금 연대하는 동지들에 대해 보답하는 길”이라 말했다. 다른 경험 많은 노동자는 “우리가 한 것도 없지만, 이렇게 연대대오가 많은 것은 운이 좋은 것이다. 공황에 우리가 깨지면 다른 데도 깨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우리 쌍용차가 중요해 진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다. 귀가 의심스럴 정도로 파업 뒤에 숨은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술은 남았고 주당은 울겠지만, 자리는 일찍 끝났다.  
지면에서 생략한 자세한 이야기는, MB시대 만큼이나 아주 황량했던 시절 민주노조운동의 무용담을 재현할 조건을 갖췄다. 무기한 공장점거 옥쇄파업! 또 한편으로 이들의 분위기는 옛시절 지사풍의 무거움 보다는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이 있다. 하루가 다르게 결의를 높이며 쌍용차 조합원들은 노동자의 로망을 실현하고 있다. 이제 계급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금속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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