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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4
    [서울] “작은 거인들 시대의 바리케이드 앞에 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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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작은 거인들 시대의 바리케이드 앞에 서다”

- 파견법 철폐투쟁의 불꽃을 다시 점화하는 기륭비정규 투쟁의 치열한 시간들을 생각하며



지난 10월 20일을 전후하여 우리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두 가지 사건과 마주하게 되었다.
하나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골리앗투쟁의 현장에서 임태희 노동부장관과 비정규직의 투쟁을 해태하고 기각함으로써 민주노총에서 제명당한 현대중공업 노조간부와 몇몇 조합원이 집행부 선거를 목전에 두고 이른바 노사화합 선언이란걸 연출한 서글픈 촌극을 관람하게 되는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또 하나는 그리고 우리의 심장을 두드리며 노동자의 양심을 흔들어 깨운 다른 하나의 사건은 바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빼앗긴 철거민들과 살인적인 국가폭력에 맞서 77일간의 정리해고 저지투쟁의 끈을 놓지 않았던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비정규직 전면철폐의 요구를 걸고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렀던 98일간의 장기단식을 멈추지 않았던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로의 어깨를 걸고 “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건강한 노동이 살아 숨 쉬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작지만 큰 또 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철의 노동자로 불리며 수천 명의 전사를 길러냈던 한 시대의 상징! 골리앗이 조합주의와 즉자적 이해에 기반한 경제주의, 그리고 운동을 녹슬게 하는 관료주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저렇게 무너져 가는 동안 가리봉 5거리의 구석진 작은 공장에선 야생초처럼 스스로 단련된 노동자들이 여성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성큼 성큼 공장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으로 지역을 넘어 광장으로 투쟁의 불씨를 퍼뜨리고 있었다. 그들이 바로 기륭전자 비정규노동자들이다. 그녀들은 불법파견에 맞선 투쟁을 거쳐 직접고용 정규직화 쟁취투쟁을 넘어 비정규직 철폐투쟁 일반의 요구를 자신들의 당면투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극히 길고 험난한 과정을 통과하고 있었다.

대중의 관심을 재보선이나 물적 이해가 직접 걸린 세종시를 비롯한 토건의제, 행정구역 통합 논의 등으로 유도하면서 총자본은 두 개의 칼날을 숨긴 채 슬그머니 근기법상 정리해고 요건완화와 [근로자파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바꿔 파견업종을 무한 확대하려는 의도를 본격화 하고 있다. 그들이 숨긴 비수는 다름아닌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를 비롯한 민주노조운동의 씨를 말리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복수노조를 형식상 허용하면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여 노동조합운동을 입맛에 맞게 길들여 철저히 체제 안에 가두어 두려는 치밀한 계산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노사관계 로드맵 안에 파견업종 무한확대라는 자본에 바치는 또 하나의 선물이 숨겨져 있다. 이럴 때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륭투쟁에 박수만 보내고 있을 순 없다. 우리 자신이 스스로 기륭노동자가 되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어 그들과 함께 자본주의 체제모순의 한 가운데 서서 계급분할을 강화하는 파견업종 확대를 비롯한 비정규 불안정노동의 일반화에 맞서 노동유연화의 이데올로기를 현실에서 지워버리기 위한 투쟁의 밑불이 될 수 있을때 비로소 동지의 숨결이 변혁의 맥박으로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우리 다시 신발 끈을 단단히 묶자. 그리고 차가운 거리를 우리들의 체온으로 녹이며
비정규직 전면철폐의 꿈을 더불어 함께 눈앞의 현실로 만들어 가자. 그 길에 그들, 그녀들이 함께 설 것이다.
 

경찰의 날 하루 전인 10월 20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용역깡패의 하수인 폭력경찰 추방의 날 선포” 기자회견 및 집회에서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이 “정리해고, 비정규직으로 노동자 살해”라고 적힌 종이를 태우고 있다.

 

신현원(기륭공대위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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