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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요한 것은 ‘연합’이 아니라 운동의 복원

유령처럼 나타난 ‘5+4회담’이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대표하면서 민주당 양보론을 전제로 민주대연합론을 의도적·자의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민주대연합론의 핵심은 이번 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권을 중간심판하고, 2012년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더욱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최대다수연합을 구성하여 자중지란에 빠진 한나라당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목적이 달성되기 어려울 정도로 변수가 널려있다. 첫째, 현재 세종시 수정안 둘러싸고 싸움의 주역이 박근혜로 바뀐 지는 이미 오래며, 민주당의 존재감은 사라졌다. 또한 세종시가 이번 지방선거에 영향을 끼친다는 보장도 없다. 게임의 성패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둘째, 이번 선거가 중감심판의 성격을 갖는 것은 많지만 근소한 차이의 야권 승리는 2012 대선에서의 정권 획득을 담보할 수 없다. 물론 한나라당이 대패한다면 정권 획득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독점으로 휘두르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행태를 보면 3년은 너무 길다.
셋째, 이명박 정권의 지난 2년 동안 독선적 국정운영이 민주주의마저 후퇴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연대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 중심의 연합은 매우 곤란하다. 이명박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단순비교하면 노무현 정권이 낫지만 그러한 것이 이유가 될 수 없다. 공안정국 강화, 언론 통제 그리고 정권의 일방향적 소통과 노동·사회운동의 탄압 등을 제외하면 과연 무엇이 다른지 이해하기 어렵다.
신자유주의를 강화해서 노동자 민중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면서도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노무현 정권과 그러한 정책을 계승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반민중적·반민주적인 이명박 정권은 동일한 선상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요, 도토리 키 재기에 불과하다.
여전히 민주당은 본질적으로 신자유주의 정당이며 개혁적 자유주의의 허구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무리 일부 진보세력이 민주당에게 좌경화와 탈패권주의를 요구한다고 해도 민주당은 진보진영을 교환가치가 아닌 사용가치로 여기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민주대연합에서 진보세력이 선거를 주도할 수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관망자로 전락할 것이다. 설령 기득권을 양보한다고 해도 그들을 신뢰할 수가 없으며 연합의 정당성도 없다. 이념과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선거연합은 불가하며 오히려 그 과정에서 진보의 가치를 관철시킬 힘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민주대연합론은 명확히 부등가교환이자 불공정거래일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민주대연합은 진보세력을 독자적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세력이 아니라 외곽세력으로 파악하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토사구팽 격이다. 지금의 위기는 반MB를 안 해서 온 것이 아니고 대동단결을 못해서 이명박이 독주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반MB의 선봉에 박근혜가 있지 않은가. 특히 국민참여당처럼 자연인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대중들의 한 조각 낭만을 판돈으로 다시 과거 노무현 시절로 돌아가자는 선동은 정말 추악하고 우매한 짓이다.
지금 진보세력에게 필요한 것은 운동의 복원이다. 운동이 죽어가고 있는데, 연합이 무슨 필요가 있나. 진보의 재구성, 가치의 재구성, 운동의 재구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진보세력의 정치적 역할은 지지도로만 환산되는 것이 아니다. 희망적인 대안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배성인(한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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