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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9
    여성주의 글쓰기, 그리고 말하기
    PP

여성주의 글쓰기, 그리고 말하기

성폭력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성폭력사건을 가해자개인이 저지른 파렴치한 일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많이 변했습니다) 성적권력에 의한 구조적 폭력이 성폭력이고, 그것은 개인의 문제를 떠나 성별위계적인 사회구조적 문제, 가부장제적인 조직문화에 따른 일이라 규정합니다. 그런데 가부장적이고 성별위계적인 조직문화를 어떻게 쇄신하고 혁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습니다.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이 단순히 반성폭력교육 또는 성평등 교육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년 교육프로그램을 하는데 머무르구요. 그래서 조직 뒤에 숨은 ‘비주체적 개인’이 조직을 이루는 ‘주체적 개인’으로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한 실천으로 ‘여성주의적 말하기와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주의 글쓰기와 말하기
“여성주의 글쓰기? 그럼 남성주의 글쓰기도 있나?”라는 소리를 하시는 분이 있겠지요. 통속적인 예입니다만, 제주도에서 봤을 때 우리가 소위 말하는 남해(南海)바다는 어디일까요? 제 3세계는 어디죠? 유색인종은 누구인가요? 우리가 아는 언어는 누구의 언어이고, 지금까지 객관이라고 불리던 것은 누구의 시각일까요? 여성주의 글쓰기와 말하기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기존의 언어와 해석틀이 (남성)지배권력의 경험을 보편화한 것과 다르지 않음을 지적하는 일입니다. 동시에 배제되어왔던 타자의 시선에서 새로운 시각과 언어, 해석틀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남성)지배권력 중심의 기존인식, 언어, 법, 제도, 규범 등의 사회적 구조를 여성중심으로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남성)지배권력중심의 구조가 형성되어 왔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배제되어왔던 타자들의 눈과 목소리로 세계를 인식하자는 것입니다.
그럼 또 다시 질문이 생깁니다. “여성주의 글쓰기와 말하기는 알겠는데, 그게 조직문화랑 뭔 상관?”

여성주의 글쓰기와 말하기를 통한 조직문화 혁신
여성주의 글쓰기와 말하기는 단지 개별 단어들의 표현뿐만이 아니라 문장구조, 사유방식의 변화까지 요구합니다. 노동형제를 쓰지 말자는 주장이 단순히 형제가 남자가족만을 부르는 단어라서가 아니라, 형제로 표현되는 운동사회내의 가부장제적인 문화를 지적하는 일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동안 알았던 하나의 목소리(남성중심)말고도 또 다른 목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하나의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답과 모색을 가능하게 하자는 겁니다. 권위주의와 성별위계적인 조직문화에서 만들어진 논리적이고 인과관계를 따지는 말하기 방식(report-talk)에서 벗어나 타인에 대해 배려하고 관용하며 공감하는 말하기방식(rapport-talk)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주의 글쓰기와 말하기는 남성위계질서로 굳혀져있는 운동사회 조직문화 전반의 변화와 구조적 혁신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여성주의 글쓰기와 말하기와 조직문화 혁신은 아주, 매우 상관있는 일이구요.
마지막으로 여성주의 글쓰기와 말하기가 왜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하는 일인지 뤼스 이리가레이의 「나, 너, 우리」의 한 구절로 대신하려 합니다.

“사회 정의, 특히 성과 관련된 정의는 언어의 법칙과 사회질서를 구성하는 진실과 가치의 개념을 바꾸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문화적 수단의 변경은 엄밀한 의미에서 물질적 재산의 분배만큼이나 장기적 차원에서 중요하다. 다른 하나가 없이는 나머지도 얻을 수 없다.”    - 뤼스 이리가레이, 「나, 너, 우리」
 

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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