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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12/15
    서울, 안녕히~
    무화과
  2. 2009/12/11
    참 고마운 말들, 참 고마운 사람들
    무화과
  3. 2009/12/09
    지하철에서 지지리궁상(2)
    무화과
  4. 2009/12/08
    책 읽고 싶다(1)
    무화과
  5. 2009/12/07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무화과
  6. 2009/11/30
    다 그렇지 뭐
    무화과
  7. 2009/11/30
    영어만 잘하면 훌륭한 사람 되나?
    무화과
  8. 2009/11/28
    살리에르라도 됐으면(2)
    무화과
  9. 2009/11/28
    토요일
    무화과
  10. 2009/11/25
    출근길
    무화과

서울, 안녕히~

오늘 집을 계약하고 왔다. 원래 봐 놨던 집은 참 좋긴 한대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집주인이 빚이 너무 많았다.

정말 좋은 집이었는데 눈물을 머금고 포기ㅠㅠ

 

딱히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심하게 거슬릴 것도 없는 집으로 계약했다.

이사 날자는 12월 29일로 잡았다. 아. 이제 이사를 가는 구나, 갑자기 실감이 난다.

 

문득 서울을 떠나게 되었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내가 태어났고, 가장 오랜시간을 살아온 서울.

뭐 파주로 이사간다고 해도 일때문에 그리고 친구들 만나러 자주 서울에 나올거라서

떠난다고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그래도 실제적인 삶과는 별개로

내 마음이 서울에서 떠나는 거라서 새삼 기분이 싱숭생숭 해진다.

 

사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주소를 엄밀히 따지면 부천이지만

모든 생활권이 서울인지라 지자체 선거 할 때만 빼면 스스로 서울시민처럼 살고있었다.

거의 10년을 살아온 이 동네에서 은근 동네친구도 만들고,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산

동네가 되었지만, 이상하게 정 붙이지 못했다. 새로 이사가는 동네도

동네 자체에 얼마나 정을 붙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많은 서울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동네에 정붙이고 살아가는 방법을

완전히 까먹어버린 일종의 불구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10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간을 살았던 도시 서울

한 때는 서울과 친하게 지내보려고 노력도 많이 했고

지금도 딱히 사이가 아주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막상 서울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왠지 서글픈 마음과

그보다 훨씬 큰 홀가분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이 도시를 이렇게 도망치듯 떠나는 것을 서울 탓을 하고 싶진 않다

서울 안에도 새로운 삶을 꾸려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이제, 서울이 지겨워졌을 뿐이다. 조용히 책을 읽을 공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다시, 언젠가, 서울로 돌아올 수도 있다.

혹은 돌아와야 할 수도, 돌아오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서울이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나를 거부할 수도 있지만.

 

문득 서울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이 어떻다고 분석하는 글이 아니라

내가 살았던 서울에 대해서

내가 바랬던 서울에 대해서

내가 돌아오고 싶지 않은 서울에 대해서

사실은 내가 그리워했지만 사라져버린 서울에 대해서

 

서울, 이젠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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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고마운 말들, 참 고마운 사람들

"세월이 가면 사회적 위치, 고민들 달라지는 게 당연하겠지만 친구인 우리 맘은 고대로였음 좋겠어"

 

참 고아운 말들. 참 고마운 사람들.

이제 더 이상 단 한 명도 떠나보내지 않고 싶은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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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지지리궁상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이계삼 선생님의 <영혼없는 사회의 교육>을 읽다가 눈물이 나 챙피해 죽는 줄 알았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이계삼 선생님이 오랫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이 친구는 대학때는 연극에 빠져 공부 안해서 선생님 못하다가 뒤늦게 30줄이 넘어서 기간제 교사를 하게된 친구다. 그런데 계속 기간제가 끝나고 정규직 채용에서는 탈락을 했다. 전교조 쪽으로 싹수가 보인다는 이유였다. 어렵사리 다른 학교 정규직 임용 공채에 합격해서 수업과 담임까지 배정받았는데, 며칠 뒤 또 탈락 통보를 받았다. 그 학교에서 전 근무지로 연락을 해본 모양이다.  그 사이 아이는 태어나고, 결국 다른지역에서 다시 기간제교사 2년 동안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벙어리로 귀머거리로 스스로를 배반하며 살았다고 한다. 헌데 이번에도 정규직 임용에서 탈락을 한다. 친구의 아내는 돈을 안써서 그런거라고 추측하고 학교에서는 나이가 많다는 핑계를 대고. 하지만 이계삼 선생님은 다른 부분에서 확실한 물증을 잡았다. 일제고사 때문이었다. 친구가 맡은 반 아이들 몇 명이 첫날 시험을 치르지 않았고, 친구분은 시험을 치지 않은 아이들을 불러서 점잖게 그래도 시험을 치르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 아이는 끝내 시험을 치르지 않았고 친구분은 그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기간제가 담임하는 학급에서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아이가 나온 꼴을 학교가 견딜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친구분은 술이 얼큰하게 취해서 이계삼 선생님한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야, 있잖아, 나 진짜 말 못하겠더라. 그 한 아이한테, 억지로라도, 꼭 치르라고, 그 소리는 정말 못하겠더라."

 

모든 아이들에게 시험이라는 고문을 행하는 정부에 대한 분노 보다도, 징계사유도 안되는 일을 꼬투리잡아 선생님들을 짜르는 이 정부에 대한 분노보다도, 그 선생님의 마음이 너무나 슬프게 다가왔다. 2년동안 그 지저분한 꼴을 다 견디고 살아냈을텐데, 그래도 차마 버릴 수 없었던 양심 한 자락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다. 그 양심 한자락의 대가에 대한 분노는 슬픔이 지나간 후의 일이었다.

 

지하철에서, 그것도 출근길 지하철 2호선에서 궁상맞게 시리 눈물이나 질질짜고 있었으니.

요새 들어 책 보며 부쩍 우는 횟수가 늘어났다. 한티재하늘 보면서도 울고, 용산참사 만화책 원고 보면서 교정교열은 안하고 그냥 울고 있고, 이계삼 선생님 책보면서 울고... 울음이 너무 헤퍼졌다. 게다가 책 읽은 공간이 거의 지하철 혹은 사무실인데, 이렇게 공개된 공간에서 책보고 울고 정말 지지리궁상을 떨고 있다. 원래 못난 놈들이 궁상떠는 법인데, 갈수록 못난 놈으로 살고 있다는 자책때문인지 암튼 오늘도 창피해서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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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싶다

책 만드는 일도 재미나지만

책 읽는 일이 더 재미나다

지금도 책을 못 읽는 건 아니지만

다른 일 하나도 안하고 책만 집중해서 몇 날  며칠 읽으면 좋겠다

참 나쁜 말이지만 울 회사 팀장님 신종플루 걸려서

일주일 집에만 있는 동안 책만 읽었다고 한다

어찌나 부럽던지

다른 생각안하고 혹은 못하고 책만 볼 수 있는 시간 있으면 좋겠다

물론 책만 읽는 일은 별로 세상에 보탬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중에 보탬되고 배워서 나중에 남주더라도

지금 당장 책만 디립다 읽으면 좋겠다

 

나 원래 이렇게 책을 좋아하지는 않았었는데... 미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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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예전에는 혼자 있으면 심심했다.

지루하고 따분한 시간을 참지 못하고 전화번호부를 뒤져

몇 번의 실패를 거치더라도 기필고 그날 같이 놀 사람을 찾아냈다.

 

지금은 혼자 있으면 외롭다.

두려움과 고요함을 참지 못하고 책을 읽게 된다.

그건 내가 특별나게 책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책에 몰두하다 보면 외로움도 까먹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정말 어쩌다가일뿐이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아버렸을 때, 아무도 만날 수 없고 다른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그저 책읽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던 그 때 습관이 들었나보다.

 

벨로주에서 하는 공연에 다녀왔다. 시와가 게스트로 오프닝을 열고 오소영이 본 공연이었다.

오소영이 마지막 앵콜곡으로 부른 노래는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였다.

오소영이 이 곡을 부르는 것을 예전에도 몇 번 들었고, 그때마다 가슴을 울리기는 했지만

오늘은 왠지 외로움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여서 그랬는지 다른 때보다도 더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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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렇지 뭐

기다리던 소식은 찾아오지 않는다.

반갑지 않은 편지만 날아올 뿐이다.

 

사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욕심을 버리고,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나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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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만 잘하면 훌륭한 사람 되나?

주말에 코엑스에서 하는 유아도서전 가판에 나갔다. 워낙 큰 행사고 사람도 바글바글하고 실내라서 답답하고 암튼 최고로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던 터라 나름 맘의 준비를 하고 갔다. 신종플루 때문에 예년의 절반 정도라고 하지만 그 정도도 너무 많아서 숨막히고 답답했다. 하기사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는 확실히 예전보다 적어 보이더라.

 

솔직히 나는 어린이 그림책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우리 회사가 또 그 쪽으로 책을 많이 내기때문에 관심을 가져볼까해서 이번 유아도서전은 규모가 크다하니 다른 회사 가판들 다니면서 구경좀 해봐야지 했다. 그런데 구경다닐 여유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막상 행사장에 가보니 내가 가 볼만한 가판은 별로 없었다. 학습만화, 완구, 이런 것을 파는 가판이 많았고 제일 많은 건! 영어교재를 파는 가판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영어관련 상품을 파는 가판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했다. 우리 회사 바로 앞 가판도 잡다한 영어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마트처럼 아예 장바구니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이 부모님들 조금은 미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가르쳐야 할까? 뭐 영어든 뭐든 배워서 나쁠 건 없지만, 마찬가지로 배우는 것이 꼭 영어일 필요는 없는거다. 그림책도 못보고, 만화책도 못보고, 영어공부를 해야만 한다면! 요새 애들은 학교가기도 전에 지옥이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영어 못해서 한 맺힌 사람들도 아니고 어른들이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나도 영어 더 잘하고 싶고, 영어 더 잘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좋은 게 많다. 영어를 많이 잘한다면 그토록 원하는, 세익스피어와 제인오스틴을 원서로 볼 수도 있을 것다. 하지만 내가 그 나이에, 10살 이전에, 영어공부를 했다면 영어는 잘 했을지 몰라도 다른 것은 지금보다 더 못하게 됐을 거다. 어쩌면 영어원서를 볼 정도로 영어는 잘하지만 소설책을 읽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감성을 형성하지 못했을 거고, CNN뉴스를 보고 다 알아들으면서도 정작 내 머리로 무언가를 판단할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영어공부 한다고 다들 그렇게 되는건 아니지만, 나의 상식으로는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다면, 결국 무언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다른 것들은 얻지못하는 수밖에 없다. 이대로 온 나라가 미쳐서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영어교육에 몰두한다면 이 아이들은 정말 영어는 잘하지만 그 잘하는 영어로 소설도 못쓰고, 자기주장도 못하는 정말이지 영어만 잘하는 바보가 될 거 같다.

 

출세하고 떵떵거리고 살고 싶다고 하더라도, 세상 사람이 죄다 영어잘하면 내가 영어 잘하는 건 장점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남들이 다 영어 잘하니까 나는 그냥 다른거 잘해서 세상에 보탬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하면 안되나? 어차피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 넘쳐나는데. 영어 잘해봤자 아무 출세도 못하는데 도대체들 왜 그리 영어에 목을 매다는지. 미국가서 학위 받아오려고 그러나? 근데 그럴 수 있는 재력이 되는 사람은 아주 많지는 않을텐데. 그냥 여행다닐 때 써먹을 정도의 영어는 지금 나 정도면 된다. 초중고 학교에서 배운영어만으로도 충분하다. 영어만 잘해봤자 아무 것도 안될텐데 마치 영어만 잘하면 다른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나 보다.

 

정말이지 이 아이들이 유창하게 영어로 된 조지오웰의 소설을 아무런 감동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술술 읽어내려가게 될까봐 두렵다. 그 뛰어난 영어실력을 가지고도 생각이 없고 가치관이 없어서 결국 지금 나처럼 초보 회화수준의 언어만 구사하게 될까봐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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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에르라도 됐으면

토요일에 일하는거 좋구나(단 주중에 하루 쉴 수 있다는 전제하에)

평소같으면 불가능했을텐데, 나랑 디자이너 선배 둘 만 있다보니

라디오를 켜놓구 일 할 수도 있다.

 

이문세가 진행하는 프로에 김광진 노래가 계속 흘러나온다.

매주 한 명(혹은 한 팀)씩 선정해 그 사람 음악을 틀어주나 보다.

진심, 편지, 마법의 성, 여우야, 송가, happy hour가 연달아 흘러나온다.

 

중학교 2학년 때인가, 내가 처음으로 샀던 앨범이 더클래식1집이었다.

그 뒤로 쭈욱 더클래식과 김광진의 앨범은 거의 다 샀다(김광진 솔로앨범 한 갠가 빼고)

김광진은 노래를 아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참 예쁘게 부른다

게다가 노래를 만드는 실력은 아주 뛰어나다.

이문세의 말마따나 서태지와 듀스 룰라 등 댄스(?)가요로 재편된 90년대 가요계에서

김광진은 자기 세파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색깔을 가진 음악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세련된 멜로디가 김광진의 어설픈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

디자이너 선배랑 김광진은 외모만 빼면 엄친아라고 농담을 주고 받는다.

 

더클래식 3집에 '살리에르의 슬픔'이란 노래가 있다.

다가설 수 없는 천재 모짜르트를 향한 살리에르의 질투가 담겨있는 노래다.

살리에르가 나쁜놈으로 그려지기 보다는 그 질투와 욕망이 참으로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노래다.

그 노래를 들으면 김광진이 스스로를 살리에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넘을 수 없는 천재앞에서 인간으로 좌절하는.

그런데 김광진 노래 참 잘 만든다. 뭐 천재는 아니겠지만 그정도 잘 만들면 어디냐

문득 살리에르가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살리에르는 분명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간이었을 터, 인간이 아닌 상대를 만난건 어쩔수 없는 일이다.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암튼 살리에르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짜르트를 만나도 질투심보다는 경외심이 앞서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살리에르도 도달하기 힘든 사람이다.

살리에르라도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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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갑자기 할 일이 조금 많아졌는데

다음주는 재판에다 사무실 정리(거의 이사가는 급이 될까 두려움)에다

암튼 일할 날이 없어서 토요일임에도 일하러 왔다.

아무리 재판간다고 해도 담주 화요일에 또 휴가 쓰니까 부담도 덜하고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사무실에서 좀 집중해서 일 속도도 내고 싶었다.

 

근데 와보니 너무 좋다. 조용하고 고요한 사무실은 말 할것도 없고

출근길이 너무 편하고 시간도 훨씬 덜 걸린다.

평소에는 7시 10분에 집에서 나오면 지하철1호선과 2호선을 타고

사람들에게 부대끼며 때때로 서서 책 읽을 수도 없이 바글거리는 지하철을 타고

2200번 버스도 앉아서 오려면 한 대 정도는 보내고

자유로는 또 안막히는 듯 하면서 은근히 막혀서 8시 40분쯤 도착하게 된다.

근데 오늘은 집에서 7시 40분에 나왔는데

1호선 2호선 모두 앉아서 편하게 오고 2200번 버스도 한 대 보내지 않고도 자리에 앉을 수 있고

게다가 자유로가 뻥뻥 뚤려서 합정에서 파주까지 20분밖에 안걸리고

그래서 8시 40분, 딱 한 시간만에 회사에 왔다.

 

앞으로 주말에 나오고 주중에 이틀 쉰다고 해볼까?ㅋㅋ

암튼 출근길이 이리 쾌적하면 참 좋으련만....

내 하는 일은 은근히 요일과 상관없이 굴러갈 수 있는데,

남들 일할 때 놀고 놀 때 일하고(같이 놀고 싶지만) 그러면 참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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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버스에서 깜박 졸다가, 아니 푹자다가 못 깨어나서 출판단지를 지나쳐 버렸다. 예전에도 종종 한 정거장 더 간 적은 있지만 눈 떠보니 낯선 풍경이 펼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가운 아침 바람에 졸음을 털어내고 주변을 살펴보니 모르는 길은 아니다. 여기서 회사까지는 대략 걸어서 30분 안쪽으로 떨어지는 거리. 어차피 파주로 이사오면 주로 자전거를 타겠지만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걷고싶은 날은 있을테고, 그럴땐 이 길을 걸을테니 뭐 잠도 쫓고 길도 익힐겸 걸어서 사무실에 왔다.

 

꾸무럭 거리던 하늘은 마침내 빗방울을 떨궈낸다.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 쓰고 아무도 없는 길을 걷는다. 옆으로 지나가는 자동차의 굉음이 무시무시하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더라도 차도에서 자전거를 타지는 못하겠다. 아무도 듣는 이 없는 노래를 목청껏 불어제낀다. 아무도 듣는 이 없으니 그렇게 크게 부를 수 있는거다. 자동차마저 없으면 좋았겠지만, 비오는 아침 혼자서 걷는 길은 충분히 좋았다. 둘레는 죄다 논밭이고 희미한 안개 덕분에 저 멀리 고층 빌딩과 아파트는 눈으로 식별이 안된다.

 

차분히 다소곳이 비는 내리고, 걷다보니 발등이 축축해온다. 요새 발이 아파 운동화를 신은 탓이다. 하기사 운동화 아닌 다른 신발은 모두 바닥이 갈라져 비오는 날은 아예 신을 수 없다. 비와 함께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오른다. 여름밤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편지를 쓰던 청주교도소가 떠오르고, 이제는 만날 수 없게된 사람들이 떠오르고, 요새 맨날 늦게 들어온다고 걱정하시는 엄마 얼굴이 떠오르고, 먼 데 살아서 자주 볼 수 없는 친구 얼굴이 떠오르고, 아름다운 노래 가사가 떠오르고, 빗속을 자전거로 달려 다다른 산골 구멍가게에서 먹었던 고로케가 떠오른다. 가을비 혹은 겨울비일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이 비가 내게 많은 것을 선물해준다.

 

사무실에와서 노래를 듣는다. 오랫만에 더클래식의 '여우야'를 듣는다. 이런날은 그냥 일 안하고 하루종일 노래만 듣고 싶다. 사진첩을 꺼내어 오래된 기억들을 불러내고 싶다. 자다가 제 때 못내린 덕분에 여러가지 생각들, 감정들이 나를 찾아왔다. 괜찮다. 가끔씩 일부러 두어정거장 지나거 내려 걸어와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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