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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0/02/17
    개 꿈?
    무화과
  2. 2010/02/16
    [내가 살던 용산] 상현이의 편지 -앙꼬
    무화과
  3. 2010/02/15
    새해(1)
    무화과
  4. 2010/02/11
    눈오는 파주 (2)
    무화과
  5. 2010/02/10
    2010/02/10(1)
    무화과
  6. 2010/02/09
    2010/02/09(1)
    무화과
  7. 2010/01/31
    나는 왜 책만 보면 졸릴까?
    무화과
  8. 2010/01/28
    자전거 타다 넘어졌다.
    무화과
  9. 2010/01/27
    조율(2)
    무화과
  10. 2010/01/24
    말 좀 아끼라구?
    무화과

개 꿈?

며칠 전, 아마 설 연휴 때 였을 텐데.

아주 인상깊은 꿈을 꿨다.

지금은 구석구석 자세한 내용까지는 기억나지는 않지만

가장 핵심적인 줄거리는 기억이 생생하다.

 

1. 서점에 갔다. 교보였는지, 영풍이었는지,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이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분야별로 매대도 있고 하는 걸로 봐서 대형서점이었다. <내가 살던 용산>이 이쁘게 배치되어있는지 살피다가 문득 <안녕, 전우치?>가 눈에 띄었다. 서점 직원한테 이 책은 잘나가냐고 물었는데, 서점 직원 대답이 "완전 대박이예요!"

 

2. 두 번째 꿈은 거의 기억은 안나는데, 자전거를 잃어버린 꿈이었다. 화들짝 놀라서 생각해보니 내 자전거는 회사에 고이 모셔두었다. 자전거를 너무 방치해둬서 자전거가 나에게 경고했나보다. 기름칠도 좀 하고 묵은 때도 닦아야겠다.

 

두 꿈다 개꿈인가? 자전거 잃어버린 꿈은 개꿈이면 좋겠고 안녕, 전우치? 대박나는 꿈은 현실이 되면 좋겠는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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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용산] 상현이의 편지 -앙꼬

<내가 살던 용산> 가운데 다섯 번째 편인 '상현이의 편지'

교정보면서 여러번 울었다. 이 이야기를 읽고난 뒤 이성수 님의 영정 사진을 볼 때,

표정이 너무 평온해 보이는 거 같아서 울음이 왈칵 쏟아지게 만들었던 만화.

장례식날 먼발치에서 염색한 소년의 뒷모습만 보고도 그 소년이 상현이인줄 알 수 있었다.

 

"정직한 게 죄라면 우리가 벌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라는 고 이성수 님의 말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솔직히 내가 보기엔 이놈의 나라에선 정직한 게 죄다. 그리고 정직한 사람들은 벌을 받는다. '가난'이라는 벌을. 가난은 원래 죄 될것이 아닌데, 오히려 떳떳하고 거룩할 수 있는 일인데, 이놈의 나라에서는 가난함이 무능력한 일이 되고, 무능력한 사람은 죄인이거나 인간 이하 취급하거나 한다.

 

이 만화의 화자인 상현이는 얼마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하던데...

상현이에게, 그리고 나에게,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한 미래가 기다릴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는 수밖에 없다. 그 방법 밖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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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2010년으로 접어들 때는 책마감중이라 정신이 없었다.

2009년이 가는지, 2010년이 오는지 그런거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벌써 2월도 중순이 지났지만, 설날을 핑계삼아 새해가 되었다는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내 나이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자꾸 떠오르는 2009년의 시간들과

2010년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하는 마음이

새해가 활짝 열렸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2009년은 역시나, 그러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냈고,

예상하지 못한 궤도로 삶이 접어들면서 전혀 만날 일이 없었던 사람들도 만나게 되었다.

아직도 정신이 없다. 내가 처한 상황과 조건들이 어떤건지 가늠이 안된다.

그냥 살던대로 살면 되는건지, 어떤지 모르겠다.

나를 이야기하고 표현할 수 있는 언어들이 점점 사라진다.

언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언어로 표현될 내 삶이 혼란스러워진거다.

나는 이제 평화활동가도, 인권활동가도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그렇다고 그냥 회사다니는 회사원도 아니다.

결국 남는 것은 '병역거부자'다. 내가 갇히기 싫어하면서도 때때로 이용해먹었던

'병역거부자라는 사실'

 

하지만 역시나 나는 그 한 단어로 설명되긴 싫다.

내가 누군지 설명할 길은 갈수록 막막해지지만,

여전히 2010년도, (어쩌면 죽을 때까지) 결국 내가 누구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아가야겠다.

 

새로운 길,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나를 떠나지 않은 사람들.

올해도 모험같은 일들이 펼쳐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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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파주

아침에 일어나보니 핸드폰으로 간밤에 눈이 내려 출근길 정체 예상이라는 방송문자가 와있다. 일어나서 창문을 열어보니 음. 눈이 제법 쌓여있다. '오늘은 걸어서 출근해야지.' 마음 먹는다.

 

파주로 이사오고 며칠 안돼서 큰 눈이 왔다. 사람들은 지각하거나 파주까지 못들어왔다. 나는 같이 사는 친구와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날은 정말 갑작스레 대단히 많은 눈이 왔고 길이며 나무며 차, 집, 세상에 하얗지 않은 것은 없었다. 발목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아무도 없는 길을 룰루랄라 걸어오는 기분이 참 좋았다.

 

등산화를 챙겨신고 출근길에 나섰다. 저번만큼은 아니었지만 제법 많은 눈으로 세상이 온통 하얗다. 눈이 오는 날은 확실히 파주로 이사온 것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눈오면 출근길 막히는데 편하게 오는 건 사실 덤이고, 정말 좋은 거는 사방을 둘러서 하얗게 눈 덮인 겨울을 만날 수 있다는 거다. 겨울은, 이래야 제 맛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을 덮고 있는 눈이 왠지 포근하게 느껴진다. 두꺼운 솜이불을 덮고 논과 밭이, 땅 속 씨앗들이 봄 기지개를 킬 것만 같다.

 

저 눈처럼 말없이 조용히 살고 싶다. 실없는 소리를 너무 많이 떠들며 살고 있다. 입을 열 때마다 몸 속 무언가가 빠져나가 가슴에 구멍이 뚤리고 점점 넓어지는 기분이 든다.

 

아침부터 일은 안하고 눈 내리는 거 보고 있다. 자유로에 사고 났다고 하던데 역시나 사람들이 늦는다. 키보드 소리와 눈 내리는 소리만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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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0

자전거로 출근하는 길도 좋지만, 걸어서 출근해도 참 좋다.

자전거로 오면 10분밖에 안걸려서 시간 단축되는 건 좋지만

시간이 너무 짧아 안타까운 감이 있다.

걸어오면 30분 정도 걸린다. 자전거 타는 길과 비슷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

노래를 들으며 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면 어느새 회사에 도착해 있다. 좋다. 굳이 시간을 따로 내지 않아도 복잡한 생각들, 재미있는 상상들을 할 수 있다.

 

오늘 아침은 걸어서 출근했다. 할머니한테 전화를 했다.

설날도 다가오고 해서 할머니한테 용돈을 보내드렸는데 고맙다고 하신다.

전화를 하는데 계속 울먹거리신다. 참 난감하게시리. 사실 할머니와 정이 아주 많이 쌓여있지는 않다. 같이 산 적도 없거니와 할머니가 옛날 분이다보니 외손자인 나와 내 동생보다는 외삼촌네 사촌들을 더 가깝게 느끼신다. 뭐 서운하거나 한 건 아니다. 암튼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걸 보니 전화도 더 자주 드리고 용돈도 종종 보내드려야겠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출근길은 교통량이 많은 길은 아니지만 그 때문에 차들이 무지무지 쌩쌩 달린다.

옆에 화물차라도 하나 지나갈때면 귀에 꽂은 엠피쓰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논둑길로 돌아 걸어간다. 논둑길로 접어들면서 한가지 걱정이 들었다.

커다란 개. 이상하게 나는 개가 너무 무섭다. 개한테 딱히 나쁘게 한 일도 없고

어렸을 때 개한테 물린 일도 없는데, 어렸을 적엔 우리집도 개를 키우기도 했는데

나이 먹을 수록 주사바늘과 더불어 개가 무서워진다. 얼마전부터 논둑길 비닐하우스 앞에

커더란 개가 살기 시작했다. 물론 줄에 묶여 있지만 내가 지날 때면 크게 짖어댄다.

자전거로 지날 때는 그래도 내가 휙 지나가고 혹시나 목줄이 풀려서 개가 쫓아와도

도망갈 자신이 있어서 덜 무서운데 걸어가자니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길을 더 돌아 논과 밭을 가로질렀다. 어제 내린 비에 촉촉한 흙이 신발에 엉겨붙는다.

그렇게 돌고 돌아서 개를 피해가는데, 어떤 젊은 여성분이 아무렇지 않게 개 옆을 지나간다.

크엉 크엉 짖어대는 개 옆을 유유히 걸어간다. 아... 왠지 좀 부끄러웠다. 그냥 저렇게 걸어가면 되는구나.내가 무서워하니까 개가 그걸 알고 더 짖어대는 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일부터는 나도 당당히 개 옆을 걸어서 지나가야지! 물론 그 길을 맞닥뜨리면 또 어떤 판단을 할지, 그건 닥쳐봐야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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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9

출근하려고 나서는데 땅이 촉촉하게 젖어있다.

이미 자전거 탈 생각으로 가방과 장갑과 모자를 챙겨 나왔다. 

빗줄기가 가는걸 보니 이미 한차례 지나간 거 같다. 그래서 그냥 자전거로 출근하기로 했다.

비오는 날 자전거를 타는 일은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동시에 아주 상쾌하고 즐거운 일이다.

물론 위험하니까 이런 날은 어지간하면 차도로 내려가지는 않는다.

조금 돌아도 한적하고 아름다운 논둑길로 내려간다. 노래가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다.

 

머리를 짧게 잘랐다. 무언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

일전에 수원구치소에 있을 때 삭발을 했다. 그 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애써 부여잡고 있던 무거운 짐을 털어버린 기분. 머리를 밀고 방에 들어와서

그동안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었던 한겨레21과 전쟁없는세상 수감자 우편물과 인권오름을

필요한 자료만 남기고 모두다 버렸던 기억이 난다.

 

일요일에 잠실에 있는 트리지움이라는 아파트에 갈 일이 있었다.

신천역 옆인걸 보니 예전에 잠실 3단지가 있던 부지 같다.

고등학생 때 헤집고 다녔던 동네인데 알아볼 수 없게 변했다. 서울은 기억을 삭제한다.

아파트 들어가는 절차가 복잡했다. 무슨 테러리스트 검색하는 것도 아니고 기분이 확 상했다.

다지원 공동체 강의를 들었다. 한겨레 두레 공제가 이번주 주제였다.

나는 잘 관심이 없던 상조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알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으로 안 된 것이 없고,

죽음을 대하는 방식 또한 경건한 의식이 아니라 서비스를 사고 파는 행위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상을 들어보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과

돈 없으면 죽는 것도 맘대로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일도 죽는 일도 참 무서운 세상이다. 이 세상 살아갈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주말에 비해 날이 많이 풀렸다. 이제 곧 봄이 오려나보다.

봄을 기다려진다. 좀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세상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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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책만 보면 졸릴까?

나는 왜 책만 보면 잠이 올까.

파주, 저녁 7시만 지나도 어두컴컴한 밤이 모든 소리를 먹어치운냥

차소리도, 개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내 방,

TV도 컴퓨터도 없는 내 방에서야 책보다가 졸리는 건 그렇다 치고

집 앞 길로 10분마다 버스가 지나다니고

TV소리에 엄마랑 동생 떠드는 소리, 그래서 책읽기 방해되는

부천 집에서도 책만 보면 봄날 나른한 오후처럼 늘어지는지...

밤새 자고 늦잠 자고 낮잠 자고, 잠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허기진 마음을 책으로 달래보려 했는데,

이러다간 잠자느라 마음을 채우지 못하고 굶어, 비쩍 말라가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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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다 넘어졌다.

며칠 몸이 맘대로 안움직여 짜증스러웠는데 이제 슬슬 제 자리로 돌아왔다 싶어

간만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어제 내린 눈에 길이 살짝 얼어 걱정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날씨가 많이 춥지 않은 거 같아, 냉큼 페달질을 해버렸다.

다만 아직 완전하지 않은 몸을 생각해 속도를 무리하게 내지 않았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오는 길은 서두르지 않아도 자전거로 15분이면 도착하는 짧은 거리지만

조금 무서운 도로다. 평소에 차 통행량이 많지 않아서 언뜻 보기엔 자전거 타기 좋아보이지만

통행량이 적은 탓에 차들이 무식하게 질주하기 때문에 위험천만하다.

서서히 페달을 밟으며 평소처럼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바퀴가 휘청거렸다. 정확히는 얼음판위에서 구르지 못하고 미끄러지며

자전거가 기우뚱 한거다. 깜짝놀라 자세를 다잡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뒤에 차가 없었고 속도를 빨리 내지 않아서 넘어지지 않았지만

노래를 부를 여유는 사라지고 온 몸이 뻣뻣하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사무실로 오는 2/3 쯤 되는 곳에 90도가 넘어서는 급 커브길이 있다.

평소에도 이 코너는 위험하고 어려워서 속도를 죽이고

뒤 차가 어느정도 떨어져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지나간다.

게다가 오늘은 길도 얼어있고 이미 한 번 위험한 순간을 거쳤으니

더욱 긴장하고 온 정신을 집중하고 커브길로 접어들었다.

 

핸들을 오른쪽으로 살짝 돌리며 조심조심 몸의 체중을 자전거 오른편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자전거가 코너를 절반 정도 감싸안고 지나간다. 아직 방심하면 안된다. 다 왔다고 생각되는 때가

긴장을 풀어버리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때다. 집중력을 흐트리지 않고 자전거의 중심을 지켜간다.

원심력과 구심력과 중력이 가장 적절한 지점에서 작동해야 한다. 몸으로 느껴야 한다.

그러던 순간, 아주 느리게 바퀴가 돌지 않는다. 쭈욱 미끄러진다. 몸을 일으켜 세워 자전거의 중심을 잡아본다. 하지만 이미 무게중심은 중력의 작용방향으로 쏠려있다. 결국 꽈당! 오른쪽 허벅다리가 차가운 아스팔트에 내동댕이쳐진다.

 

그래도 천만 다행이었다. 이미 조심하고 있어서 속도를 바짝 줄였기때문에 넘어지며 세게 부딪히지 않았다. 뒤 따라 오는 차들도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내가 넘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줄이기에 충분했다. 새로 산 바지를 처음 입고 나온 날이었는데 세게 부딪혀서 바지가 기스나거나 찟어졌다면 몸도 몸이지만 마음도 아팠을 거다.

 

이런 저런 위안거리들로 다시 페달을 굴려 길을 재촉하다가 문득 챙피한 기분이 들었다.

자전거타면서 넘어진 게 얼마만이더라... 아마 재작년 봄 일본 여행 갔을 때 이후 처음인 거 같다.

그때도 비오는 날, 차도에서 인도로 올라가려는데, 차도와 인도 사이에 설치된 쇠로된 경사로를

속도도 줄이지 않고 각도도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오르다 그만 미끄러져 버렸다.

아 또 있었구나. 역시나 일본 여행에서 비오는 날. 숙소를 찾기위해 오르던 가파른 산길 오르막에서

방향을 갑작스레 바꾸다 바퀴가 그만 미끄러져 버리며 꽈당하고 넘어졌다.

그때도 이번에도 비나 눈, 혹은 얼어있는 길. 사람이 어쩔 수 없는 것들에서 나는 넘어졌다.

당연한거다. 이런 것들에 복종하는 것은. 비와 눈와 추위는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 자전거타다가 넘어졌다고 챙피해 하지 말자.

 

 

라고 출근하자마자 썼는데, 좀 지나고나니 넘어졌던 허벅지도 은근히 아프고

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챙피하다. 자전거타다 넘어졌는데 아프고 챙피한 거 말고 뭐가 더 필요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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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

오랫만에 모두가 정시퇴근한 사무실에서 나도 딱히 급한일이 없어서

기타 연습 좀 할까 하고 기타를 잡았다.

기타 산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아직도 코드 하나 못잡는 게 챙피하기도 하고

빨리 연습해서 나도 기타로 한 곡 정도는 연주할 수 있기를 바랐다.

 

기타를 꺼내어 쳐보는데 1, 2번 줄이 소리가 안맞는다.

조율이 필요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조율기를 산 게 다행이다.

나처럼 음악에 맹 한 애들은 귀로 듣고서는 잘못된 거는 알아도

잘 된 음을 찾아갈 수 없다.

 

근데 가장 싸구려를 사서 그런지 조율기가 이상하다.

1,2번 줄을 튕기는데 자꾸 다른 줄이 표시가 뜬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마구잡이로 풀었다가 감았다가 해본다.

너무 팽팽하면 끊어진다고 누군가 그랬는데.

역시나 아뿔싸 하는 순간 손등이 따끔하다.

가느다란 회초리로 세차게 맞은 느낌이다.

2번 줄이 끊어졌다.

 

조율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기타를 배운다고 설치나 하는 낭패감이 밀려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조율만큼 어려운 게 세상에 또 어디있나 싶다.

세상 모든 일이 조율만 잘하면 안 풀릴 일이 없을 거다.

조율 이란 게 그냥 대충대충 서로 짜고치는 고스톱마냥 적당한 선에서 나눠먹는 것이 아니라

기타 선율 처럼 서로 화음을 맞춰가는 과정이라면 말이다.

 

참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음색들을 조화롭게 화음을 만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을거다.

기타 조율은 세상 많은 조율 중에 가장 쉬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조율인데, 조율못해서 승질부리다 기타 줄 끊어먹었다고 자책하지 말고

내일 회사에서 조율할 줄 아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얼른 기타연습하자!!!

 

그리고 조율하는 방법도, 배우자.

평생을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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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아끼라구?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냥 허탈하게 웃어넘겼는데 곱씹을수록 기분이 상한다.

나보고 말 좀 아끼란다. 뭐 내가 좀 말이 많긴 하고 덕분에 실수도 많이 하는 걸 아는지라,

내가 또 무슨 실수했나해서 뭐가 문제냐고 물었다.

 

요지는 이랬다. 일전에 다른 부서 직원들과 있는 자리에서 어떤 분이 그 부서 사람들에게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 "그래도 너희는 달마다 자기 이름 찍힌 책 나오고 보람차다."

이 말 틀린 말이 아니다. 일이 고된만큼, 그리고 그 일의 결과로 나온 책들이 정말 좋은책이라서

무척 보람차고, 또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나도 안다. 누가 그걸 모를까. 그 부서 직원들도 다 알거다.

근데 그 말을 누가하느냐는 좀 다른 문제다. 그 말을 한 그 분 또한 같이 고생했다는 것도 잘안다.

하지만 그 분 위치에서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아무리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꼭 필요한 과정이라해도 이런식으로 희생을 당연한것처럼

물타기해버려서는 안된다. 거듭된 야근으로 얼굴이 초췌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할 말이 아닌거다.

 

그래서 덜컥 말해버렸다. "나는 내 이름 찍힌 책 안나와도 좋으니 야근 안하면 좋겠다."고

솔직히 빈정댄거다. 지금 생각해보니 빈정댄 거는 잘못이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그저 내 기분 풀이만 한 거니까. 아예 똑바로 말했어야 했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주 못된 말이 될 수 있다고. 좋은 책 만드는 건 보람있는 일이지만, 그 보람을 미끼로

직원들에게 고된 노동이 당연한 것처럼 그렇게 포장해서는 안된다고.

 

암튼 그 말이 좀 퍼졌나보다. 그래서 어떻게 했길래 이런 말이 나오냐고들 하셨나보다.

그리고 결국 나한테까지 말이 들어왔다. 입 좀 다물라고. 내가 뭐가 문제냐고 물었다.

나는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으신다. 옛날이 어쩌고, 지금은 상황이 어쩌고.

그러면서 이것과는 또 상관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으신다. 

다른 상황들을 들먹이며,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좋지만 예전 사람들의 노력이 어쩌고 저쩌고...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이해한 바로는.

기분들이 나쁘신게다. 일개 신입 직원이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게 싫은가보다. 그저 좋은 일 하는 곳이니까, 조용히 좋은 결과물 만들기를 바라나보다.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이 많으면 당연히 야근도 하고 주말근무도 하고 그러길 바라나보다.

근면, 성실, 자기희생....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복종, 순종. 이러길 바라나보다.

내가 아직 활동가 티를 못벗어서 여기의 문법을 모른다고 한다. 이제 알아가야한다고 한다.

 

이따위 소리 지겹게 들어왔다. 학교에서, 감옥에서.

근면, 성실, 자기희생, 복종, 순종. 이따위 것들 가장 강요하는 곳이 어디겠는가. 군대다.

이거 뭐 군대놀이하자는 건가. 회사라면 차라리 업무와 능력으로 평가하든지.

일 못 했으면 그걸로 나물하고, 일 너무 못해 회사에 손해 입히면 월급 까던지.

이건 뭐 군대도 아닌 것이 태도를 가지고 시비를 걸어오냐는 말이다.

업무시간 근무태만도 아니고 초과 근무에 대한 태도를 가지고 이런 말을 들으니 짜증이 더 난다.

 아. 나도 안다. 우리 회사, 대한민국 회사치고 괜찮은 편이다.

권위적인면이나, 군대같은 모습도 대한민국 평균에 비해 훨씬 없다.

그래서 더 짜증난다. 안 그런 곳에서, 안 그런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말 좀 아끼긴 해야겠다. 말 조심해야겠다. 회사에서 장난치는 말도 안해야겠다. 높으신 분들 앞에서는 업무에 관련된 이야기만 해야겠다. 이런 기분 잡치는 소리 듣고 싶지 않다. 트집 잡힐 부분을 최소로 해야할 시기가 다가올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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