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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일의 행방불명 - 신재인(2004)

 

 

<엄마>를 본 후에 "여기까지 왔는데 프로그램 하나만 보고 가기는 아쉽다"는 생각에 봤다. <엄마>를 본 후 바로 이어서 했거든. 보고나서 내 생애 한 선택중 두번째로 잘한 선택같아 가슴이 뿌듯뿌듯(첫번째 선택은 비밀~) 한마디로 너무 잘 만들었다.

 

기발한 상상력, 중간중간 박혀있는 블랙유머, 보고 난 후 드는 의미심장함, 원장역을 맡은 예수정씨의 출중한 연기... 캬~~

 

영화의 공간은 황량한 시골에 위치한 고아원 <천사의 집>. 아이들에게 주는 밥값마저 착복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는 고아원 원장은 아이들에게 식욕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도록 종교로 세뇌를 시켜버리고, 때문에 아이들은 쵸코파이 하나, 우유하나를 먹더라도 냄새나는 화장실 칸에 들어가 주기도문을 외우고서야 먹는다.

 

이곳에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치욕스러운 일이고, 남이 먹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은 구역질나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원장과 수위는 기도실에 들어가 아이들 몰래 맛나게 밥을 먹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맛난 걸 먹이고 좋은 옷을 입혀 좋은 학교를 보낸다.

 

그러던 와중에 주인공인 고아 신성일은 아무리 먹지 않으려 해도 살이 찌는 자신이 혐오스러워 자발적인 금식에 들어가고, 원장은 이것을 아이들의 세뇌에 다시 이용한다. 한편, 신성일의 친구 김갑수를 비롯한 몇몇의 아이들(조직명:레드썬)이 원장의 착취에 대항하여 일어나게 된다.

 

어차피 인간은 욕망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고, 욕망을 하나씩 충족시켜가는 것 자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지구를 몇개씩 파괴할만큼 무한한 인간의 욕망이 무조건 충족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착취구조를 은폐하기 위해 일반인들을 종교나 교육을 통해 세뇌시킨다는 건 누가보더라도 때려죽일만한 행위다. 이 영화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참칭한 원장은 자신의 비열한 지배를 종교를 통해 교묘하게 위장한다.

 

이런 세뇌의 힘은 너무나도 커서 아이들은 쉽게 "레드썬"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고, 더군다나 원장에게 계속해서 자발적인 복종(음식먹는 벌칙을 지켜보며 아이들은 구역질을 한다)을 하기까지 한다. 한편, 우리의 주인공 신성일... 아이들이 봉기한 고아원에서 도망을 쳐 바깥세상에 나오지만, 원장의 충실한 신하인 신성일은 부끄러움도 없이 버젓이 음식을 먹는 바깥세상의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끼고 순교직전까지 간다. (이 장면에서 웃어야 할지 슬퍼해야할지 알 수가 없더라. 물론 나는 엄청 웃었지만...-_-;)

 

중간에 원장에 반하는 "레드썬"조직이 아이들을 봉기시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에서 우리의 "레드썬"은 너무나 어설프게 그려진다. 그들이 아이들을 선동하는 방식은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그려지며, 아이들의 손에 몽둥이와 작대기를 쥐어주며 뛰어나가게 하지만 정작 그들은 아이들과 함께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레드썬"의 결말은 신성일의 환상(억지로 박재에 밥을 먹이는 행동, 계속해서 밥만 먹다가 배가 터져 죽는 아이들)을 통해 그려진다. 아마도 감독은 우리 현실세계의 운동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개개 욕망과 자유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한 운동의 한계는 자명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에구구. 너무 나가부렀다.-_-;;)

 

신재인 감독은 <잊혀진 아이들> 시리즈를 계획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1편이 <신성일의 행방불명>이었고, 2편 <김갑수의...>, 3편 <심은하의...>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재정적인 지원이 되어서 시리즈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사족 : 이영화에는 신성일, 김갑수, 이영애, 심은하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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