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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en - 아모스 지타이(2001)

오늘밤 EBS 세계의 명화에서 보았다.

 

영화의 배경은 1940년대의 팔레스타인. 2차대전이 한창이던 때 다양한 인물군상들이 팔레스타인으로 들어온다. 주인공 사만다와 그녀의 남편 도브(건축가)는 시오니즘과 맑시즘의 영향을 받은 인물로 '약속의 땅(Eden)'에 이상향을 건설하려는 희망을 품고 미국에서 팔레스타인으로 건너온다. 그리고 그의 오빠는 돈만 아는 속물로 팔레스타인에서의 대박을 꿈꾸며 미국과 팔레스타인을 오간다. 또한 서점주인 칼코프스키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홀홀단신으로 이곳에 온 불법이민자로 팔레스타인인과 유태인들이 서로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날을 꿈꾸는 그야말로 이상주의자이다.

 

그들은 저마다의 꿈을 안고 팔레스타인에 들어오지만 현실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 지리한 전쟁은 계속되며, 칼코프스키가 보내는 편지와 서류는 다시 반송되어 서점 한구석에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당시 팔레스타인을 지배하는 영국은 불법이민자들을 체포하여 추방하는가 하면, 제국주의국가들의 지배에 맞서 폭탄테러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그러던 어느날 도시건설에 몰두하며 사만다에 관심조차 주지 않던 남편은 독일에서 벌어지는 유태인학살소식과 불법이주유태인에 대한 입대명령으로 영국군에 입대한다. 그리고 남편의 부재중에 사만다는 칼코프스키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발견하고 관계를 갖는다.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 남편은 많은 것이 변해있다. 자신이 강간한 여성에 대해 키득거리면서 말하고 "파시스트니까"라며 자신을 합리화하기까지 한다.

 

이에 혐오감을 느낀 사만다는 남편을 떠나 칼코프스키에게 가지만 현실(독일의 가족들의 죽음, 격해지는 팔레스타인과 유태인의 대립 등)에 절망한 칼코프스키는 그의 서점에서 자살해 버리고 만다. 영화의 마지막장면에서 40년대의 거리를 걸어오던 무표정한 사만다가 코너를 돌자 현재의 텔아비브 거리가 나타난다. 저마다의 이상향을 찾아왔던 사람들 중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들은 돈만 아는 속물인 오빠와, 파시스트가 되어버린 그녀의 남편 도브, 그리고 이상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현실을 무표정하게 지나쳐가는 사만다가 있을 뿐이다.

 

이스라엘출신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데 이 감독은 이런 영화 만들고 이스라엘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록 영화의 시선이 담담하게 처리되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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