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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의 의미?

** MI-RING Blog "추석이 돌아왔다"와 관련된 글. ** 사실 이 글을 쓰고 나서 MI-RING Blog를 보고는 트랙백 걸었음. 오다가다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공익광고 같은 내용이 흘러나왔다. (MBC 라디오를 듣다 보면 '잠깐만~'하는 언니들의 노래와 함께 유명인들이 한마디씩 좋은 얘기하는 그것과 비슷한 것..) 내용은 대략, '명절은 좋은 것이여~' 그런데, 그 좋은 의미라고 설명한 내용이 왠지 씁쓸하다. 명절은 개개인의 과거의 삶과 현재와 미래가 함께하는 순간이라고 설명하는데, 그 순간 괜히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대체 '누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이지? 나는 현재 비혼이고 이후로도 별로 결혼할 생각이 없다. 우리 가족은 (나를 제외하고) 모두 기독교이기 때문에 차례도 지내지 않는다. 집안에서 노닥대며 놀기에는 우리 가족이 그렇게 따뜻한 분위기도 아니고 해서 누군가 같이 놀 사람을 찾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기혼여성인 선배들에게는 전화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친정에 있다면 뭐 '잘 놀다 와요~'라고 말했겠지만 만약 시댁이었다면? 대놓고 '고생좀 하겠네?'라고 말하는 것은 별로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읽게 될 내 선배들 시댁이 그렇다고 무서운 곳은 아닐것이다. 뭐 시댁 때문에 고생한다는 얘기는 사실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시댁은 시댁이니.. 당연히 명절때는 찾아뵙겠지..) 명절은 늘어가는 식구들과 새로운 식구들을 만나고 또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는 시작으로서의 기쁨을 가져다 준다 - 라고 생각하는 쪽은 아마 대부분 아들 가진 부모들(특히 아버지들)아닐까? 요즘 분위기가 아무리 좋아졌다 해도 아직도 며느리를 사위 모시듯 하는 경우는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사위는 백년 손님'이라는 분위기는 아직 남아 있어도 말이다. 늘어가는 식구(손주)들과 새로운 식구(며느리)를 만나서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주체는 시부모쪽이지 결혼한 며느리 당사자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결혼한 여성 스스로가 그 명절을 통해 자신의 과거/현재/미래를 확인하기는 아마 요원한 일일 것이다. ** 그냥, 지나가다 들은 한 마디 얘기가 무척 서글프게 느껴졌다. 다음 달에 결혼하는 내 친구가 시댁과의 관계가 좋기를 바랄 뿐이다. 그 친구는 시댁과의 어렵지 않을 조건들을 갖추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명절때 자신의 과거/현재/미래의 삶을 예측할 수 있을 상황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잘된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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