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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1호>우리는 민주노조 삼화고속지회입니다!

 

우리는 민주노조 삼화고속지회입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일은 아니었다.

새벽 4시 첫차를 몰려면 3시면 일어나서 집에서 나와야 하고 막차까지 몰고 집에 들어가면 다시 3시다. 인천에서 서울로 왕복하다보면 출퇴근시간이 아니어도 막히기가 일쑤니 배차시간보다 늦게 들어가는 일도 허다한데 그렇다고 다음 출발 시간을 미뤄주는 것도 아니니 화장실도 못가고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밥 먹을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알아서 먹어야 해서 김밥을 사서 먹으며 운전하는 일도 있다. 강남방면 같은 기점은 화장실도 여의치 않아 주변 아무 건물에 들어가 욕먹으며 써야 한다. 시간이 빡빡하다보니 과속에 신호위반이 기본이라 사고가 다반사여서 월평균 100여건의 사고가 발생한다. 이 또한 많은 수가 개인부담으로 지워져 왔다.
노동조합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매년 교섭이 있었지만 시급을 올렸다고 해서 도장을 찍었지만 결국 받아든 임금을 보면 제자리 걸음. 수당이나 상여금이 깎인 것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노조민주화는 당연한 결론이었다. 물론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7년 전 ?노위라는 이름으로 현장조직을 만들고 어용노조의 부당한 행태들을 조합원들에게 알리는 지난한 과정이 시작되었다. 숱하게 유인물을 배포하고, 명예훼손으로 고발도 당하는 시간들이 경과했다. 결국 한 번의 낙선도 있었고 더욱 거센 탄압도 당했지만 노조민주화에 성공했다.

 

숱한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총파업이 성사되었다.

농성장에 모여든 조합원들은 감개가 무량할 수밖에 없었다. A, B조로 나뉘어 있던 조합원들이 삼화고속 역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집회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며 동지애를 다지고 있다. 조합원들이 개인적으로 투쟁기금을 내기도 한다. 노예처럼 시키는 대로 일만하다가 당당하게 인간임을 선언하고 투쟁에 나선 총파업이라 투쟁과 농성장이란 공간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한 조합원은 얘기한다. “전 위원장은 양복을 입고 사측에서 내준 차를 타고 다녔다. 그게 무슨 위원장이냐. 조합원들은 죽어나는데..”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런 문제들부터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전엔 찍소리도 못했던 조합원들이 말이 되거나 안 되거나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총파업 전 부분파업 과정에서 조합원들 스스로 노동시간과 휴게시간을 조절 할 수도 있게 되었다. 심야운행 중단과 준법운행, 협정편도 준수(고속) 등의 부분파업을 진행한 이 기간 동안 한 달 평균 100여건씩 발생하던 사고가 40%가량 줄어든 것도 경험하였다.
당장은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논의과정도, 확대간부니 대의원이니 하는 노동조합의 민주적인 논의를 위한 논의체계도 아직은 혼선이 있기도 하고 민주노조라는게 민주노총 소속을 의미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조합원들도 있다. 지난 7월 사흘 만에 전면파업을 중단하고 교섭을 하게 되었다고 했을 때 그간 쟁의기금은 걷어놓고 실제 투쟁은 하지않고 적당히 타협한 경험에 숱하게 있었기에 사측과 내통한 것 아니냐며 의심하는 조합원들이 있었다.

 

과도기를 헤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투쟁에서 어떤 성과가 있을지 어떤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복수노조 시행이후 곳곳에서 특히 버스사업장에서 복수노조 건설이 매우 활성화 되고 있다. 삼화에서도 사측과의 전선 뿐 만 아니라 어용노조와의 전선도 치열하다. 사측보다 어용노조에 이를 갈고 있는 조합원들도 많다. 그간 쌓인 게 많은 탓이다. 그리고 아직도 의심쩍은 태도로 현 집행부를 바라보고 있는 조합원들도 있다.
때문에 삼화고속 투쟁은 중요하다. 민주노조라는게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우리 모두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단순히 민주노총 깃발을 꼿는 문제가 아니라 진정한 민주노조를 조합원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삼화투쟁을 지지하고 엄호해야 할 때다.

 

조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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