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1호>분노의 '도가니' 복지시설의 사유화를 넘어서야

 

분노의 '도가니' 복지시설의 사유화를 넘어서야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영화 ‘도가니’의 열풍이 뜨겁다. ‘도가니’는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사회의 아픈 단면을 드러냈다. ‘도가니’의 흥행 이후 정치권과 언론은 성폭력 가해자들을 비난하기 시작했고, 성폭력 피해자들의 보호자가 된 양 강력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성희롱 국회의원의 징계를 부결시켰던 여야 국회의원 모두가 도가니 앞에서는 게거품을 물며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사회적 관심이 6년이라는 아픔의 시간을 지나 지금이라도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찝찝하고 염려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도가니’를 접하고 겹쳐져 떠오른 이름은 ‘에바다’였다.

광주 ‘인화학교’와 평택의 ‘에바다학교’는 여러가지 면에서 닮았다. 96년 12월 성탄절을 얼마 앞 두고, 배고픔에 지친 어린 농아원생이 개밥을 훔쳐 먹다 들켜 구타당한 사건을 계기로 에바다 투쟁은 시작되었다.

“어느 날 농아원 학생들이 마을의 개 밥그릇을 뒤지고, 기숙사 천정이 내려앉고, 화장실은 고장나도 방치되고, 미군들의 성폭행, 학생들의 실종과 의문의 변사체 발견, 장애학생의 주민등록 이중 등재로 보조금을 이중으로 받고, 부모가 있음에도 보호자가 없음으로 등록해 지원금을 챙겨, 이미 사망한 아이를 살아있는 것으로 해서 지원금을 받아내…”

과거 ‘에바다학교’와 관련된 끔찍한 기사들이다. 처음 ‘에바다’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너무도 끔찍한 사건에 놀라고, 이 끔찍한 사건이 7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것에 또 놀랐다.

인화학교와 에바다는 농아학교, 친족에 의한 비리, 성폭력 등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공통의 원인이 있다. “우리 엄마가 세운 학교인데 왜들 그러세요?” 인화학교의 초기 이사장의 딸이자 현재 이사장의 부인이 한 말이다. 그렇다. 근본적인 원인은 복지시설과 복지정책의 사유화다. 과거 에바다 학교의 최성창은 재단의 사적재산과 법적 권리를 내세워 비리를 방어했고, 정치권은 이를 비호했다. 비리시설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비호는 그들이 비리에 연루되어서만이 아니라 복지시설 운영과 복지 정책도 사적 재산권의 보호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기에 발생한다. 사회복지 시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국유화도, 문제시설의 폐기도 아닌 장애인, 교사, 학부모, 학생, 노동자민중이 사회복지 시설과 사회복지 정책의 직접적인 운영자이자 정책입안자가 될 때 가능하다. 그 가능성을 ‘에바다’가 보여주었다.

‘에바다’와 ‘인화학교’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7년여를 끌던 에바다는 2003년 5월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와 연대세력이 비리재단과 공권력의 폭력을 뚫고 농아원에 진입해 최씨 일가를 퇴거시킴으로써 정상화시켰다. 분노의 눈물뿐 아니라 투쟁과 승리의 과정을 함께 한 수많은 눈물, 진정 에바다의 승리를 자신의 승리로 여겼던 감격의 눈물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이제 ‘에바다’는 정상화를 넘어 노동자민중이 직접 운영하는 민주화된 시설의 상징이 되었다. ‘인화학교’의 진정한 해결은 정치적 실리를 얻기 위한 세력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진정 ‘인화학교’와 같은 비리시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길 염원하는 사람들의 결집과 투쟁에 의해서 가능할 것이다. 이제 분노의 ‘도가니’를 넘어 투쟁의 ‘도가니’, 마침에 승리의 ‘도가니’를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

 

최정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