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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1호>희망버스의 성과와 과제

 

희망버스의 성과와 과제


5차까지 이어진 희망버스, 질긴 연대의 힘

지난 10월 8일 5차 희망버스가 부산에서 있었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액을 쏘며 희망버스 탑승자들을 연행하는 등 탄압을 가하였으며, 어버이연합 등의 보수단체는 절망버스 운운하며 폭력만행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희망버스에는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철회되기를 바라고,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원하는 4,000명의 인파가 모였다.
희망버스가 시작될 때 누구도 횟수로는 5차까지 기간으로는 100일도 넘게 이어질 것이며,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까지의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때문에 희망버스는 대중의 역동성이 연대로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운동이며, 동시에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진행형인 유의미한 운동이다. 때문에 우리는 희망버스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희망버스의 성과

우선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이란 하나의 사업장의 정리해고 철회에서 시작하여 정리해고 철폐로까지 나아가고 있는 운동이다. 정리해고가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현실에서 정리해고는 어느새 당연한 것,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사람들조차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절망의 벽에 부딪쳐 있었다.
하지만 희망버스는 투쟁 속에서 확대강화 되며 절망의 벽을 뛰어넘어 정리해고 철폐는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주었고, 또한 그것이 필요하며 정당하다는 것을 환기시켜 주었다. 구조조정이 만발하고 정리해고와 부당징계, 비정규직 확대 등의 온갖 자본의 공세가 거센 지금 노동자 투쟁의 요구와 방향은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분쇄일 수밖에 없다. 희망버스는 자본과의 타협을 운운하며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는 것은 노동자의 생존을 자본에게 팔아먹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또한 희망버스는 노동자 투쟁이 어떻게 연대를 만들 수 있는지 그 단초를 보여준 운동이다. 노동자 투쟁이 시작되면 자본과 정부, 언론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공익을 운운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가한다. 이는 투쟁을 움츠러들게 만들거나, 더욱 심각하게는 이러한 공세를 이유로 투쟁을 하면 안 된다는 노동자 내부의 분열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희망버스는 이것이 답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대해서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희망버스 운동이라는 거대한 연대가 생겨날 수조차 없었다. 동시에 이는 노동과 무관한 다른 무엇이 아닌 정리해고, 비정규직과 같은 노동의 핵심적 사안이 전사회적 연대의 구심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희망버스의 과제

하지만 희망버스는 끝나지 않았다. 희망버스가 현재진행형이며, 이를 채워넣을 수 있기에 더욱 중요하다. 이는 한진중공업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권고안에 대해 보여준 희망버스의 입장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권고안의 내용은 한진중공업 해고자 94명을 1년 안에 재고용한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마치 조남호가 엄청난 것이라도 양보를 한 듯 보도를 해대고 있지만 이는 결국 정리해고를 단행하겠다는 것이며, 조남호는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선 것이 없다. 이는 지금도 복직하지 못하고 거리에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더구나 권고안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며, 정치권의 협잡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심지어 민주당의 정동영과 같은 자본가 정당의 인사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내용 역시 딱 그러하다.

이에 대해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철회 투쟁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하지만 희망버스는 처음의 시작으로 보더라도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향해 시작된 것이다. 또한 희망버스의 정리해고 철폐의 방향성은 올바른 것이며, 희망버스가 가지는 중요한 의미 중 하나이다.
물론 희망버스가 단일한 정치성을 가진 집단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에 관한, 그리고 정리해고 철폐에 관한 방향성은 희망버스의 시작점과 같은 것이다. 이를 스스로 무너뜨릴 이유가 없으며, 이는 희망버스를 길을 잃고 표류하게 만들 뿐이다. 때문에 희망버스는 지금이라도 이러한 방향성을 다시 곧추세울 필요가 있다.

동시에 희망버스는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 물론 희망버스는 주체적 측면에서 본다면 크게 확장되는 과정을 거쳐 왔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일정 정도 막힘이 있다. 우선 정리해고 철폐의 측면을 보아도 그러하다. 정리해고의 문제는 이미 전사회적 문제이며, 동시에 자본의 전반적인 공세의 양상이다. 물론 시작이 한진중공업이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정리해고 투쟁의 전반적 현실이 이와 궤를 달리하지 않는다. 이렇게 투쟁을 확대할 수 있을 때 희망버스는 정리해고 철폐를 향해 좀 더 힘차게 전진할 수 있다. 또한 이는 정리해고 철폐라는 희망버스 운동의 의미를 굳건히 할 수 있는 토양 역시 제공할 것이다.

또한 좀 더 나아간다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연대로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한진중공업에서도 2008년부터 비정규직에 대한 정리해고 사태가 있었으며, 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지금이라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연대와 대책, 원하청 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실을 봐도 한국에서 정리해고가 행해지고 그 빈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것은 자본의 공세의 수순과도 같은 것이다. 더불어 한진중공업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정규직의 해고는 정규직에 대한 해고에 대한 문제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자본은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정리해고를 행하듯이 비정규직 역시 확대해나간다. 그리고 여기서 자본이 오직 고려하는 것은 자신의 이윤뿐이며, 노동자의 생존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노동자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리해고를 철폐해야 하듯이 비정규직 역시 철폐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일 수밖에 없다. 동시에 이는 희망버스에 참여했던 노동자민중들이 희망버스라는 공간에서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노동 현장에서 이를 실천해나가는 가능성을 크게 확장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라는 요구는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희망버스가 자신의 투쟁을 통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냈듯이 단결과 연대의 힘으로, 올바른 투쟁의 방향을 가지고 나아간다면 분명 가능하다. 물론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국가권력의 힘으로 보장받아 자본가가 독재하는 소유의 문제를 건드리는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노동자의 생존보다 중요한 것일 수 없으며, 이는 일말의 정당성도 없다. 그렇다면 이는 자본가의 소유뿐만이 아니라 이를 비호하는 모든 세력과 맞서더라도 분명히 쟁취해야 할 우리의 요구이다.
희망버스가 훌륭히 견지해온 원칙이 있다. 희망버스는 다른 누구도 아닌 투쟁하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편이라는 것이다. 희망버스는 자본이 자신의 이윤을 위해 노동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의 편에 서야하는지를 훌륭히 선택한 것이다. 그 초심을 기억하며 좀 더 담대하게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

이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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