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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노동운동)] <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23호>기계가 아닌 당당한 노동자로 살기 위해! 유성기업 아산지회 홍종인 지회장을 만나다.

 

인터뷰입니다.
 
특별근로감독, 법원의 해고자관련 근로자 지위 확인 등 가처분 결정들이 투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는가?
 
회사는 독을 품고 우리에게 달려들었고, 이제 그 독이 자신의 몸속에 스며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물론 유성지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그렇다고 다 특별근로감독을 나오는 건 아닐 텐데 왜 나왔을까 생각해보면, 유성기업 경영진이 너무도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을 다 믿는다면 바보다. 법원의 경우 가처분 판사가 유성 건으로 구속돼 있는 지역동지들에게 4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자다. 또 고용노동부는 지청장 면담하러 간 조합원 전원을 퇴거불응이라며 고소했다. 어찌되었든 확실한 건 유성기업 회사 측이 모든 사태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부인할 수 없는 거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유성지회 투쟁은 주간연속 2교대·노동시간단축·야간노동철폐를 사회화시켰다. 내년 총대선 등의 정치일정을 앞에 두고 정부입장에선 사회통합의제 하나쯤 이슈화시키는 것도 필요했을 거다. 최근 노동부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다. 뭐, 노동부나 법원의 의지가 어떠하든 우리 지회와 조합원들의 의지와 투쟁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이 기간을 그냥 그들에게만 맡기지는 않을 거다. 요즘 조합원들은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우리 조합원들에 대한 탄압은 소나기 수준이 아니라, 길고 긴 장마다. 요즘 며칠 해도 비추고 공기도 맑다. 이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현장 복귀 이후 3개월이 경과되고 있는데 현재 사측의 탄압양상은 어떠한가?
 
조직활성화 명목의 일방적 교육, 전환배치, 회유·협박, 차별, 임금체불, 노조감시, 경고장 남발, 자택대기명령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다. 회사에게 법원 조정합의서는 그냥 종이일 뿐이었다. 영동공장은 송아지만한 사냥개에 최첨단 진압장비를 자랑하는 용역깡패까지 들어왔었다. 아산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자택대기명령자 중 어떤 조합원들은 자택대기중 노동조합 사무실에 왔다고 그 시간만큼 임금을 까기도 했다. 대량부당징계가 강행된 후 정직자들은 책읽고, 풀뽑고, 고구마캐고, 테니스장 라인그리고, 현장 페인트칠 하고 그랬다. 우리 지회가 장시간노동과 야간노동을 없애기 위해 오래전부터 특근축소, 잔업축소를 해 왔는데 어용노조가 하나하나 풀어주며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근데 치사하게도 우리 조합원에겐 잔업을 안 준다. 일부부서는 우리 조합원 잔업 안 시키는 대신 다른 부서 어용조합원을 그 부서에 지원 잔업·특근을 시키기도 한다. 다른 부서 지원업무(경제적 이익은 하나도 없는)는 우리 조합원만 나가게 한다. ‘차별’이다. 차별은 매우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다. 인간의 자존감을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즉, ‘살려면, 인간이 되지 마라.’라는 것다. 생각도 하지 말고, 말도 하지 말고, 눈빛이 빛나서도 안되는 거다. 요즘 소속장이나 관리자들이 혈안이 되어 하려는 게 그거다. 차별과 폭력이 일상화되는 거다. 2009년 쌍용자동차 동지들에 대한 정부·공권력·구사대의 폭력 앞에 다중이 침묵했던 것, 투쟁 이후 19명의 동지와 가족의 죽음 앞에서도 침묵하고 있는 것, 이게 뭘까 생각해 본다. 하나는 분노와 어떤 행동을 압도하는 너무나 큰 폭력과 슬픔일 것이고, 하나는 일상화된 폭력이 가져다 준 ‘침묵’이라는 병이라고 생각한다. 유성기업이 바라는 게 그거다. ‘침묵’, 당하다 당하다 지치면, 의례 그런 줄 알고 길들여지고 조용해지는 것. 그래서 견딜 수 없으면 결국 제 발로 걸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반드시, 꼭 그렇게 안 되게끔 할 것이다. 회사가 원하는 대로 할 순 없다.
 
주간연속 2교대 및 완성차 장시간 노동에 대한 노동부의 최근 행보에 대한 의견은? 그리고 관련된 내년 투쟁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고용노동부 발표 내용을 꼼꼼히 챙겨보지는 않았다. 그래도 알겠드라.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닌 ‘합리성’을 앞세워 결국 생산량을 채우고 노동자의 양보를 얻어 내겠다는 것이다. 주간연속 2교대제가 유성지회 투쟁으로 이슈가 되었는데 우리 지회투쟁을 물리력으로 두들겨 패고 난 뒤, 자본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계획이다. 물론 노동부 발표내용만 본다면, 우리 지회 투쟁이 얼마나 정당했는지, 사회적으로 얼마나 필요한 일이었는지는 확인되기도 한다. 유성지회는 지금도 교대제 개선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금속노조와 완성차 지부들도 내년 투쟁에서 핵심으로 주간연속 2교대를 걸고 있다. 이 투쟁에 우리 지회가 빠질 수 없다. 주간연속 2교대의 원칙을 걸면서 하향 평준화되지 않게 함께 투쟁할거다.
 
이후 투쟁계획이나 결의의 한 말씀!
 
유성지회의 ‘밤에 잠 좀자자’라는 소박하고 당연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직장폐쇄, 일방적인 교육, 대량 부당징계, 타임오프, 복수노조 등 민주노조를 말살하기 위해 혈안이 된 자본과 맞서 힘차게 투쟁하고 승리할거다. 자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기에 현장조직력을 복원하면서 자본의 탄압에 맞서 하나하나 승리를 만들어 갈거다. ‘뭉치면 주인되고 흩어지면 노예된다!!’는 선배의 말씀을 되새기며 민주노조를 다시 일으켜 세워, 하나의 기계가 아닌 당당한 노동자가 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
 
장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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