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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23호>SNS, 감시통제, 노동자 투쟁

 

말이 많으면 빨갱이라 했다. 어릴 때 어른들한테 꼬박꼬박 말대꾸하면 항상 들었던 소리다. 권력을 이미 갖고 있는 자와 달리 빼앗긴 권력을 찾으려는 노동자들은 그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동자는 유인물도 만들고 입을 열어 소리치며 선전전도 하고 책도 만든다. 노동자가 투쟁에 나서야 함을 알리기 위해서라면, 노동자의 투쟁이 정당함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노동자의 처지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SNS 규제와 표현의 자유 논쟁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 있다. 바로 유성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사측의 징계 사유로 ‘트위터를 이용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조합원들의 트위터 계정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트위터를 계속하면 해고하겠다며 SNS자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그 이유는 유성기업을 비롯한 최근의 파업투쟁에서 트위터를 비롯한 SNS를 통한 자본과의 여론전이 실제로 상당히 좋은 성과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자본의 언론들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공장점거에 대해서만 불법이라며 짖어댈 때, 트위터에서는 사측의 불법 직장폐쇄가 퍼지면서 이를 무력화시켰다.
 
사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SNS를 통해서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는 것은 투쟁 유인물을 찍어내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활동이다. SNS 활동이 유인물 배포보다 더 우월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고, 유인물 배포가 구시대적인 것이라 폄하할 수도 없다. 다만 투쟁의 구체적 조건에 따라 가장 성과가 좋은 것을 노동자들은 택할 뿐이다. 최근 이집트의 민주화운동에서 트위터를 통해 시민들의 결집이 시작되었다고 알려졌지만, 정부가 휴대폰의 사용을 통제하고 통신을 끊어버리자 운동가들이 집집마다 돌며 배포한 유인물이 가장 파괴력 높은 선전의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보아도 그러하다.
 
결국 SNS 규제를 통해 노동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노동자 개인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노동자들의 주체적인 투쟁을 억압하며 차단하려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SNS도 아니고, 유인물도 아니다. ‘유인물도 아니고 치사하게 트위터를 가지고 징계를 하냐’며 따질 일도 아니고, 유성기업이 무슨 명예가 있냐며 명예훼손을 비웃어서 될 일도 아니다. 
 
노동자 대중의 직접행동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는 것이고, 직접행동을 위한 활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SNS 활동은 자본의 감시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되어야 한다. 자본의 감시와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이 징계를 분쇄하는 투쟁이다.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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