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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24호>강정해군기지 지금 당장 중단시킬 수 있다!

서울 김포공항에서 제주도까지 가는 비행기는 왕복 10만원정도 한다. 정오를 기점으로 해서 서울에서 제주로 가는 티켓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시간만 잘 맞춘다면 왕복 7만원 이하로도 비행기표를 예약할 수 있다.

비행기를 탈 때부터 나는 노무현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제주도로 내려간다고 생각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노무현이 살아 있을 때부터 시작되었고, 아직 제주도정 우근민의 머릿속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노무현의 유령임이 분명하다.

 

노무현은 행정수도 건설을 선두로 하여 매우 적극적인 국토 재편 계획을 집행했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각 지방도시 고유의 특화된 산업과 유통망을 발전시키도록 요구했다. 서울은 금융, 부산은 항만물류, 대구는 섬유, 인천은 자동차, 이런 식으로 특화된 발전 방향을 요구했는데 제주도는 말하자면 관광이었던 것이다. 강정마을에 짓는 해군기지에 15만톤급 대형 크루즈(4000명 내외의 관광객 수용가능)가 정박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왜 지금 그토록 큰 이슈가 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국토 재편 계획은 신자유주의 지구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의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골통우익들이 수도이전을 그토록 반대하였지만, 행정수도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민주당이 제주도정의 위치에 있지만 관광을 특화하여 새로운 질서의 시대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

 

민주당 우근민 제주도정이 처 해 있는 곤란함이 바로 이것이다. 우근민 역시 전임 김태환 제주지사와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제주도에 관광을 특화시켜야 한다는 나름의 절박함을 갖고 있다. 그런데 원래는 전임자인 한나라당 김태환 제주지사가 해군과 협약서를 체결했기 때문에 해군기지 건설을 지시할 권한도, 막을 권한도 우근민 자신에게는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떡도 먹고 굿도 보고 오리발도 내밀고, 이 아니 좋을 쏘냐! 이중협약서(제주도가 갖고 있는 협약서에는 ‘관광미항’이라고 되어 있으나 국방부가 갖고 있는 협약서에는 ‘해군기지’라고 제목이 다르게 되어 있음) 문제가 터져서 제주 도민의 여론 해군기지건설 반대로 돌아서고, 해군기지의 설계 자체가 15만톤급 크루즈선이 들어올 수 없다는 점이 밝혀져도 우근민 도정은 딱부러지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에 기반을 둔 국회의원들은 해군기지에 찬성을 했던 국회의원마저도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는데 우근민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우근민이 단하나의 조치, 바로 공유수면매립면허승인처분만 취소하면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수포로 돌아가게 되고, 이 권한은 확실히 우근민에게 있다.

 

이럼에도 노무현의 유령이 우근민의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다. 이러한 국토의 재편은 신자유주의의 지구화 때문이고, 이에 맞는 자본의 새로운 질서 수립을 위해서 땅과 바다 따위는 시멘트로 재조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강정마을과 구럼비의 아름다움을 믿지 못한다. 우리야 말로 각자의 사상을 떠나서 지독한 개발과 건설의 시대에 살아왔기 때문에 땅을 파고 산을 깎고 무언가를 부수고 새로 짓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는 것보다 해군 UDT가 평화활동가를 폭행하는 영상에 분노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해군이 파괴하려고 하는 구럼비 바위 자리에 수십미터 높이의 시멘트(케이슨이라 불리우는)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 환경의 파괴와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 시멘트 덩어리들과 함께 들어올 노동에 대한 유연화 전략도 상징적으로 의미한다.

 

관광에 특화된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하여, 해군의 원활한 군사작전 수행을 위하여, 이에 걸 맞는 육지로부터의 자원과 노동력을 조달하게 될 것이고, 비정규직의 확대재생산은 진행될 것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강정마을은 없어지고 자본의 새로운 질서에 부합하는 하나의 작은 도시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노동자들은 자본과 군대의 필요에 부응하는 노동을 하며 신음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강정해군기지 건설을 우리의 투쟁으로 지금 당장 중단시키는 것이다!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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