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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5호>작은 꽃, 더 큰 투쟁으로 피어날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성희롱, 부당해고에 맞선 투쟁 1년 4개월, 상경천막농성투쟁 196일 만에 지난 12월 14일 드디어 사내하청 여성노동자의 원직복직과 가해자 해고, 재발방지 대책수립 등이 노사합의 되었다. 현장에서 성희롱을 당하고 그것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고, 수없이 현대차자본과 하청업체 측에 의한 2차 가해를 겪은 여성노동자의 고통과 상처를 생각하면 지금의 합의는 턱없이 부족하며 현대차 자본에게 직접적 책임을 묻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피해여성노동자와 대리인이 외롭게 시작했던 이 투쟁은 수많은 연대와 지지를 모아내며 많은 의미를 남겼다.

 

첫째, 현장에서 성희롱과 그로 인한 부당한 대우로 여성노동권을 유린당한 채 살아온 이 땅의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에게 이번 투쟁은 여성노동권 쟁취를 위한 작지만 큰 시작이 될 것이다. 단 한명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투쟁을 시작했을 때, 저항과 연대가 사회적 연대와 투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똑똑하게 보여주었다.
 

둘째, 직장 내 성희롱이 현장에서 어떻게 여성노동자를 착취하고 통제하는지와 그에 맞선 투쟁의 의미를 제기하였다. 성폭력은 일상에서의 공포이다. 직장 내 성폭력을 통해 자본은 여성노동자를 통제하고, 배제하려 한다. 이번 투쟁을 통해 직장 내 성희롱이 남성과 여성간의 문화적 차이만이 아니라 힘 관계 즉, 권력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성폭력은 사업장에서 개인에 대한 인권침해뿐 아니라 노동권에 대한 침해로 드러나지만 여성노동자들의 낮은 지위와 불안정한 고용상태는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없게 했다. 따라서 직장 내 성희롱은 사업장 내 위계와 권력관계를 이용하여 노동현장을 자본의 통제아래 두기 위한 전략임을 인식해야 한다. 직장 내 성희롱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을 흔들며 현장을 통제하는 ‘노동’의 문제, 전 노동자의 대응이 필요한 문제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 투쟁을 시작으로 민주노조운동 진영 내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에 맞선 투쟁을 법제도적으로 뿐만 아니라 현장투쟁으로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 한 사내하청여성노동자의 성희롱, 부당해고에 맞선 투쟁은 이 땅의 간접고용으로 인해 고통 받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기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일상적 성희롱과 해고에 얼마나 쉽게 노출되는지를 보여주었으며, 현대차의 업체폐업으로 인해 복직 자체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봉쇄당했던 사내하청이라는 간접고용형태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럼 점에서 이 부분은 의미이자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이 투쟁과정에서 현대차는 성희롱․ 부당해고, 업체폐업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져야하는 실질적 사용자임에도 불구하고 불법파견을 은폐하려했던 것처럼 성희롱 사실을 은폐․왜곡하며 2차 가해까지 서슴지 않았다. 따라서 성희롱 부당해고에 맞선 투쟁은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과 결합되어 현대차 자본에 맞선 투쟁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했다.

 

이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성희롱 문제해결, 원직복직 투쟁은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우리의 더 많은 연대와 투쟁이 필요하다. 끝없이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있는 자본에 맞선 투쟁을 더 큰 투쟁으로 들어야 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이 보장받는 사회를 만드는데 모두 함께 싸워 나가자.

 

유현경

 

투쟁 경과
 

▢ 2009. 4월부터 1년간 업체 관리자들에게 지속적인 성희롱에 시달림
▢ 2010년 8월 12일 피해자는 사내하청지회 가입과 함께 사건제보
▢ 2010년 9월 3일 국가인권위 진정
▢ 2010년 9월 20일 피해자 징계해고
▢ 2010. 9월 26일 ~ 12월 현대차 아산공장 앞, 피해자 1인 시위 및 농성, 
         계속되는 침탈
▢ 2011년 1월 14일 국가인원위 성희롱 인정
▢ 2011년 1-4월 충남지역 현대차 판매점앞 1인 시위, 공장앞 투쟁, 온양역 촛불문화제
▢ 2011년 5월 31일 서초서 앞 현대차 본사앞 집회신고투쟁, 상경농성 시작
▢ 2011년 6월 21일 ~ 12월 14일 여성가족부 앞 농성, 촛불집회 진행
▢ 2011년 7월, 8월, 9월, 10월  현대차 영업소 앞 전국 동시다발 1인 시위
▢ 2011년 9월 2일 여성가족부 관리사무소 용역깡패 앞세워 텐트 폭력 침탈
▢ 2011년 11월 17일 여성가족부 앞 민주노총 결의대회 
▢ 2011년 11월 24일 근로복지공단 직장내 성희롱 산재요양승인
▢ 2011년 11월 29일 여성가족부 점거농성
▢ 2011년 11월 30일 현대차 영업소 앞 전국동시다발 1인 시위
                     전미자동차노조 등 전 세계 80여 곳에서 1인 시위 진행
▢ 2011년 12월 14일 피해자 원직복직, 가해자 해고, 성희롱 재발방지 대책수립 합의
▢ 2011년 12월 15일 농성장 해단식, 아산공장 앞 투쟁승리 보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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