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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2호> “어렵겠죠? 하지만 계속 밀어볼 생각입니다”

 

작년 이맘 때 쯤이었다.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금속노조 경기지부 이기만 지부장은 “지역총파업을 조직해보려고 합니다”라며 자신의 고민을 던졌다. 지역총파업을 화두삼아 그가 조직해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2012년, 민주노총은 8월 정치총파업을 결의하고 나섰다. 문득, 지역총파업 성사를 목표로 치열한 1년을 보냈던 이기만 동지가 생각났다. 정치총파업을 조직해야 할 현장 활동가들에게 그는 어떤 고민을 던질까?

1. 경기지역에서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지역총파업’을 기치로 조직화를 해왔다. 시작하게 된 배경은?
2010년 처음 지부에 올라왔는데 투쟁사업장이 굉장히 많더라구요. 그런데 파카, 시그네틱스 등 다들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었어요. 현장도 어렵고, 지부 상황도 좋지 않았지요. 당장 할 수 있는게 없었지요. 당시 지도부 신뢰 회복과 투쟁사업장 돌파가 핵심 과제였습니다. 그래서 교섭을 시작하면서 교섭위원이 60명이나 되는데 이들의 활동을 투쟁사업장 한 곳으로 집중해서 하면 어떨까하는 제안을 했어요. 이를 통해 금속노조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해보자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파카 한 곳을 선정해서 일주일 두 번씩 4,5시간을 집중 집회를 했어요. 한마디로 난장을 깠지요. 6개월 동안 교섭위원 60명이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타격 없이 집회 수준으로 구조조정을 끝장내는 것은 불가능했지요. 그럼 해답이 뭐냐? 현장은 당장 기계를 멈출 수 없고 그렇지만 싸움은 계속해야 하는 것이라면 모여서 투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죠. 글로 배운 게 아니고 투쟁하면서 깨달은 거죠. 지역에 이 문제를 확산시키면서 지역 민중들과 함께 투쟁을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인식하게 됐습니다. 이때부터 지역총파업을 검토하기 시작했죠.

2. 지역총파업을 이야기하면서 ‘화요집중의 날’ 집중사업을 진행한지 1년이 지났다. 이 사업에 대해 평가를 해본다면?
지역총파업-총궐기가 성사되려면 조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에 모든 노동자와 영세상인들, 학생들이 함께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름값, 전세값 폭등, 등록금이 없어 자살하는 학생,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교를 졸업해도 갈 곳이 없는 청년실업, 노동자민중의 혈세로 자연환경을 파괴시키며 진행되는 4대강 삽질 등 민생문제들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는 전체 노동자민중이 함께 싸워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를 줄기차게 한 것이죠.
처음에는 주변의 시선이 차가웠죠. 가다가 차 문 열고 욕하는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참여한 노조간부들이나 조합원들도 매주 계속된 이 투쟁을 통해 지역총파업을 고민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서로 달라지는 것을 느끼면서 조금만 더 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1년간 매주 집회준비를 참여한 사람들이 직접 했어요. 율동, 노래공연, 피켓제작과 거리시위 등 모두가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알바비 좀 올려줘라’, ‘물가폭등 국가가 책임져라’고 쓴 피켓을 들고 시장통을 돌때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 핸드폰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들이 나와서 박수를 보내기도 했어요. 공동실천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자기실천을 통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반응을 바로바로 확인하면서 우리운동의 정당성도 함께 확인했다고 봅니다.

3. 2012년에 화요집중의 날 사업을 더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향후 계획은?
화요 집중투쟁을 시작할 때 수원에서 시작하지만 평택, 안양, 안산 등 각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세웠어요. 하지만 주체 조건 상 쉽지 않았죠. 올해는 15만 금속파업도 있고 민주노총 총파업도 예고되고 있어서 이것을 제대로 조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 지역 확대를 위한 현장토론을 하고 있는데 주요 지역에 있는 공단으로 가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성권, 평택권, 화성, 안산 등이 해볼 수 있는 곳이라고 보고 있고 퇴근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선전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려고 합니다. 민주노총 각 지역지부들의 결합을 위한 논의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4. 2012년 15만 금속파업, 민주노총은 8월 총파업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속에서 2012년 지역총파업에 대한 고민은?
지역총파업을 조직하면서 처음에는 ‘요구‘를 중심으로 진행했는데 하다 보니 밑으로부터 투쟁을 만들고, 사업장을 넘어 노동자들을 만나고, 지역민중들과 사회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싸우자고 하는 것이 현장활동가들을 움직이게 하고 민주노조를 복원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찌보면 노동조합의 관성적인 태도, 무기력에 빠져 있는 현장 상태가 지역총파업의 장애물이예요. 노동자민중의 투쟁의 열망을 조직된 운동들이 깎아먹고 있지 않냐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결국 지역총파업·총궐기를 성사시킬 수 있는 것은 노동조합운동을 제대로 복원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걸로 생각이 정리되는 거죠. 2012년 금속파업과 민주노총 총파업이 무기력해져 있는 현장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면 당장 지역총파업을 못한다고 해도 이후에 다시 조직할 수 있다고 봅니다.

5. 올해 투쟁을 지역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사실 전국총파업, 15만 금속파업을 이야기하는게 제 입장에서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지난 2년동안 지역총파업을 조직한 것은 현장의 요구와 필요에서 출발한 것이거든요. 밑으로부터 자발적으로 투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요구를 만들어나가고 과정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은 위로부터 선언되고 조직되고 있는 거지요. 그러다보니 싸움의 구체성은 없어져 버렸어요. 위만 쳐다보게 되는 것이죠. 완성차가 파업을 할까 기다리게 되고, ‘같이 가면 우리 사업장도 가지’ 하는 수동적인 생각이 조금씩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15만 파업이나 민주노총 총파업은 지역, 현장에서 자신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고민 때문에 현장요구와 밀접하면서도 전체 노동계급의 요구와 연결되는 투쟁요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주7시간 노동’을 지부집단교섭 요구안으로 제출하고 6월 파업투쟁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래도 선전물도 내고 요구를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봐야죠.

6. 동지가 생각하는‘지역’,‘총파업’의 의미는 무엇인지?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비롯한 산별노조들의 상태를 봤을 때 노동조합운동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이 밑으로부터, 능동적으로 조직하는 지역총파업이었습니다. 조직노동자만이 아니라 미조직노동자들과 함께, 민중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지역총파업-총궐기 말이죠. 그 속에서 활동가들을 발굴해 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노조에 갇히지 않고, 사업장에 갇히지 않고 ‘계급’운동으로 노동운동이 설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서 답답함을 느끼죠. 하지만 계속 밀어볼 생각입니다.

정리 : 박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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