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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4호> 정치로부터 '후퇴'가 아니라 사회주의 당건설로 '전진'

정치로부터 ‘후퇴’가 아니라 사회주의당 건설로 ‘전진’

 

 

 

기권주의는 답이 아니다

통합진보당 사태 후 다양한 반응과 대안 모색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정치로부터 기권하고, 후퇴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너마저'라는 실망감이 정치적 냉소를 넘어 정치적 기권과 후퇴를 낳고 있다. 이는 87년 이후 각성한 한국 노동자계급이 정치운동의 취약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시도들에 찬물을 끼얹는 짓거리다.

또 다른 정치적 기권주의가 있다. 이는 의식적이고, 계획적인 정치적 기권주의로 앞의 자연발생적인 기권주의보다 더 무섭다. 예컨대 임영일 교수는 얼마전 한 인터넷 신문 기고를 통해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 사태의 또 다른 당사자라며 질타할 자격이 없다고 옳게 지적한다. 그러나 대안으로 제출하는 ‘민주노총 운동과 산별운동을 강화하고 노동운동은 정당정치로부터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적 기권주의만 강화할 따름이다.

 

대중운동 강화는 노동자 정치와 동전의 양면이다

지금 선진노동자들이 해야 할 일은 통합진보당 사태-국참당과의 통합, 야권연대, 배타적 지지, 당내 민주주의 파괴 등-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고 통합진보당과 한 몸으로 움직이며 노동운동을 우경화시킨 민주노총의 정치적 오류를 비판하고 극복하는 것이다. 이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노동운동이 더 정치화되어야 한다. 지금껏 한국 노동운동의 문제점 중 하나가 현장에서의 정치활동이 부재했다는 지적을 부인할 자는 없을 것이다. 대중조직 강화를 위해서는 정당·정치조직이 대중조직 속에서 정치활동을 강화해야 하는 것만큼 대중조직이 정치운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이미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정당·정치조직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선진노동자들도 하나의 정당으로 뭉쳐 있지 않다. 노동자계급에 기반하는 복수정당 시대다. 여기에 사회주의노동자당 건설도 진행 중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운동의 중심축인 선진노동자들이 당 건설-사민주의 정당이든, 사회주의노동자당이든-의 주체임을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선진노동자들이 당 건설에 나서려면 당연히 통합진보당의 모든 행위를 지지했던 민주노총의 정치적 결정이 오류였음을 대중조직 내부에서 논쟁해야 한다. 민주노총 중집의 '조건부 지지철회'로는 통합진보당 사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혁신비대위가 구당권파를 탈당시킨다 해도 심각한 문제가 남는다. 구당권파 탈당과정에서 유시민류와 같은 부르주아 정치가 강화되어 더 우경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당면한 시기에 선진노동자들이 해야 할 일은 정치적 기권이 아니라 정치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선진노동자들이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의 주체로 설 때 비로소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총파업과 정치

정치적 기권주의를 유포하는 또 다른 세련된 말이 있다. 대중투쟁, 특히 총파업과 정치를 대립시키거나 분리시켜 정치를 투쟁과 다른 무엇으로 만드는 것이다. 2012년 지금 당장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법 개정" 총파업을 조직해야 한다. 그러나 총파업 조직화가 당면 시기 당 건설 임무와 별개의 것이어서는 안 된다. 왜냐면 총파업이 자연적으로 '정치'의 문제, 당 건설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87년 이후 수많은 고비 때마다 우린 총파업을 조직하는 것으로 대처해왔고 그 결과가 민주노동당에 이은 통합진보당이다. 96~7년 노개투 총파업의 결과가 민주노동당으로 귀결되었으며 노동운동 내부의 의회주의의 강화를 낳았다. 소위 노동운동 내의 국민파와 중앙파가 민주노동당 건설로 나아갈 때 현장파(소위 좌파)는 '현장권력 쟁취! 계급적 연대!'를 기치로 현장투쟁, 총파업투쟁 조직화로 나섰다. 15년이 지난 지금 현장파는 거의 사라졌다. 존재한다고 해도 현장마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 그 결과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사회주의정당은커녕 변변한 정치조직하나 가지고 있지 못하다. 또 다시 선진노동자들은 총파업을 조직한다는 이유 아닌 이유로 통합진보당 사태, 민주노총의 정치적 오류에 맞선 투쟁, 새로운 (사회주의)노동자당 건설 등, 당면한 정치투쟁에 기권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당 건설을 중심으로 총파업 조직화를 배치해야 한다.

 

누구나 한국도 세계경제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얼마 후에는 ‘그리스’발 경제위기가 쓰나미처럼 한국경제를 강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제위기가 정치위기로, 사회적 위기로 확대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우린 그 위기상황에서 써먹을 무기가 없다. 노조관료들에 맞서 투쟁을 확대할 무기, 개량주의 정당에 맞서 투쟁할 무기, 폭압적 국가기구에 맞서 투쟁할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사회주의노동자당이다.

 

정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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