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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4호> 다가올 격동의 유럽, 불안해하는 자본가들

다가올 격동의 유럽, 불안해하는 자본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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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탄

‘긴축 프로그램 재협상’을 공약으로 건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급부상을 두고 유럽 전체가 떠들썩하다. 유럽의 정치권력자들, 자본가들은 분명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을 지향하고 있는 급진좌파연합의 정책이나 집권의 두려움이 아니다. 겨우 봉합해놓은 자본의 ‘위기’가 약간의 자극만으로도 터져버릴 것 같은 ‘위기’ 그 자체 때문이다.

지난 각 국 선거에서 보여준 노동자민중들의 정치적 표현은 유로존의 정치권력자들과 자본가들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강요해온 ‘구조조정과 긴축’에 대한 거부였고, 그에 따른 정치권력자들의 ‘정치적 파산’이었다. 그 정치권력자들의 파산이 이제 자본의 위기를 억지로 봉합해왔던 중심부 권력자들의 파산으로 다가가고 있다. 프랑스, 그리스를 비롯해 얼마 전 독일 슐레스비히홀스타인 주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의 여당 패배는 바로 그 신호탄이다. 특히 그리스의 ‘긴축거부’가 바로 유럽 자본주의의 중심부를 겨냥하면서 ‘위기’의 실체를 점점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긴축논쟁의 실체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자 프랑스 사회당 올랑드는 어느 순간 유로존을 위협할 인물로 등장하고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의 치프라스는 유럽을 파국으로 몰아갈 주범으로 언론의 공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올랑드가 벌이고 있는 독일과의 긴축/성장 논쟁은 긴축으로 인한 폐해를 보완하자는 것에 불과하며 올랑드 역시 긴축과 자본에 의한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있지 않다. 메르켈-사르코지의 동맹으로 이뤄졌던 '고강도 긴축‘정책에도 재정위기 상황은 해결되지 않고 있고 신재정협약 역시 ’위기‘해법으로 실효성을 갖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흐름이기도 하다.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의 급부상을 두고 벌이는 유로존 중심국들과 자본가들의 협박은 그들의 ‘불안함’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급진좌파연합이 다수당이 돼서 연정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재협상’을 통해 긴축 거부가 실현될 지는 의문이다. 급진좌파연합 역시 ‘유로존 내에서의 해결’이라는 타협적 기조를 가지고 있고 이는 자본과의 파국적인 상황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리스 유로존 탈퇴 문제는 지배자들 내에서의 고민이다. 긴축을 거부하는 그리스노동자민중들에게 ‘유로존 탈퇴’협박을 해대고 있지만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경우 그 파급력은 프랑스, 영국, 독일 은행들을 모두 휘청거리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소위 ‘위기국가’들이다. 이들 역시 가혹한 긴축에 따른 노동자민중들의 저항이 날로 거세지고 있고 추가적인 긴축 압박은 ‘디폴트’의 도미노현상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혁’의 한계

지난 3년간 유럽 노동자민중들은 전국적 총파업과 격렬한 거리시위, 광점 점거운동 등을 통해 분노를 표출했고 구조조정-긴축을 강요하는 집권여당을 갈아치우면서 유로존이 제시하는 해법을 거부해왔다. 그리고 2012년, 자본의 ‘해법’에 대항하는 노동자민중들의 정치적 선택은 지난 4년 동안 가장 혹독한 세월을 보냈던 그리스를 정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결이 선거로만 제한된다면 노동자민중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전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는 파쇼극우세력들의 화려한 등장 속에서 유럽의 위기를 자본과의 적당한 타협을 해결하겠다는 ‘개혁’ 정치로는 점점 더 가까이 오고 있는 ‘야만’의 자본주의를 막을 수 없다. 그리고 2012년, 유럽노동자민중들이 그것을 점점 더 분명하게 깨달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은 ‘격동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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