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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4호> 인터뷰 - 엄길용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장 "아직도 정신 못차렸습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는 통진당 사태를 두고 ‘조건부 지지철회’를 결정했다. 조건부 지지철회는 ‘통진당이 혁신비대위의 쇄신안을 실현할 때까지 지지를 철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2012년 노동자투쟁을 앞두고 ‘대중투쟁을 방기한 채 야권연대에만 목매달았던 지도부의 행보’에 대한 책임과 반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TX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맞서 임단투를 준비하고 있는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엄길용 동지를 만났다. 현장에서 2012년 파업을 조직하고 있는 그에게 민주노총 중집의 결정은 어떻게 이해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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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정신 못 차렸습니다“

 

통진당 사태에 대한 민주노총 중집 결정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애초에 정치방침에 해당하는 선거방침을 중집에서 결정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도대체 중집에게 누가 그런 권한을 부여했습니까? 야권연대를 선거방침으로 세우고 정당투표는 통진당에게 하라는 민주노총 결정은 이번 사태 이전부터 현장에 많은 갈등과 혼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조직의 결정이라는 이유로 현장에 밀어붙였죠. 그런데 통진당 사태가 터진 거예요.

그런데 민주노총이 단호하게 결정을 못하고 조건부 지지 철회로 또 혼란을 주고 있어요. 이런 결정으로는 민주노총이 말하는 노동자정치가 자본가들 정치와 무엇이 다른지 설명하기도 어려워요.

 

이번 결정도 그렇고 언론에 보도되는 것도 민주노총은 피해조직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현장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현장 조합원들 입장에서 보면 피해자일 수 있죠. 가족들은 물론이고 친구들까지 민주노총을 통진당과 한통속이라고 이해하니까요. 하지만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이 피해조직이라고 말하는 것은 비겁한 거죠. 조합원 교육이나 현장순회 간담회를 하다보면 “도대체 왜 그렇습니까”, “다 똑같은 것 아닌가요”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진보정치에 대한 실망의 표현이겠지요.

진보정치에 대한 노동자의 관심은 당분간 약화될 겁니다. 현장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진보정치가 곧 노동자 정치였는데, 기존 제도정치와 다를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할 말이 없어요. 잘못된 것이니 새로운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어렵죠. 뭔가 대중들이 보기에도 정말 다르다고 생각할 정도로 실천이나 지향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민주노총 중집에서는 통진당에 ‘노동중심성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가 반드시 움켜줘야 할 게 무엇인지?

 

아직도 정신 못차린 거죠. 민주노총이 노동중심성을 말하려면 통진당과 분명하게 결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노동중심성이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 만들어달라는 것으로 해석하는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이건 순전히 진보정당과 노동조합 지도부들이 만들어 낸 왜곡된 인식이죠. 국회 많이 진출하는 걸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말해 왔던 지난날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의회주의, 대리주의가 결국은 가장 중요한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성을 말아먹고 있어요. 지금 통진당이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잖아요. 다른 정치를 말해야 합니다. 87년 노동자투쟁만큼 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확실한 정치세력으로 각인된 적이 있었나요. 그런 투쟁을 이끄는 정당이 필요합니다. 그게 새로운 정치세력화운동의 첫 기준이라고 봅니다.

 

인터뷰 정리 : 임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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