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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4호>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 다시 투쟁의 불을 지피다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 다시 투쟁의 불을 지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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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째 지속되면서 월가점령운동에 영감

 

스페인을 비롯해 유럽 경제 전체가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스페인 노동자·민중이 들끓고 있다. 최근 5월 22일에는 스페인 전국 교사와 각급 학생들이 교육지출 감축을 규탄하며 시위를 했고, 지난 5월 12일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80여개 도시에서 수십 만 명의 '분노한 사람들(Indignados)'이 긴축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번 투쟁은 작년 5월 15일에 시작된 시위(‘15M’)의 1주년을 즈음으로 한 것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중단되지 않은 것이다. 집회와 농성은 일상적으로는 수 천 명 규모로, 특정 날에는 수 만 명 규모로 나날이 이어졌다. 스페인 국민 80% 이상이 시위를 지지했을 정도이다. 또 11월 20일 총선에서는 집권 사회주의노동자당(PSOE; 사민주의 성향)과 보수우익 국민당(PP) 등 제도정당에 대한 거부를 ‘무효표 던지기 운동’으로 표출했고, 신임 총리가 된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가 긴축의 고삐를 더 조이고 시위를 강경 진압하기 시작하자 투쟁은 더욱 불붙어 연말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멈출 줄 모르는 스페인의 투쟁은 2011년 초 중동지역 민중봉기와 그리스 등 유럽 전역의 파업으로부터 힘을 얻고, 역으로 미국 월가점령운동(Occupy Wall Street)에 영감을 줬다.

 

각계각층 남녀노소의 각양각색의 요구

중동에서 그랬듯이 ‘15M’ 혹은 ‘분노한 사람들’은 애초 청년들로 시작됐다. 50%에 달하는 스페인의 청년실업율과 긴축으로 인한 교육지출 삭감이 화근이 됐다. 이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전 국민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해 큰 반향을 일으켰고, 5월 15일 6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 시위를 필두로 일련의 투쟁을 시작했다. 운동은 곧 각계계층 남녀노소로 확산됐으며, 요구도 다양해졌다. 프랑코 독재를 경험했고 연금을 삭감당한 노인, 난방이 중단된 학교가 싫다는 중고생, 집을 압류당한 중산층, 부도난 자영업자, 구제금융에 항의하는 회사원, 해고와 구조조정에 시달리는 노동자, 수당이 곧 끊길 실업자 - 이들 모두 자신의 요구를 걸고 거리로 나왔다. 또 모든 의사결정을 대중 총회에서 결정하는 등 직접민주주의를 실험하고, ‘자본주의 반대’ 등 보다 거시적인 요구를 내세우기 한다. 그렇듯 ‘분노한 사람들’의 요구는 총체적이고 반체제적이다. 그러나 명확한 정치적 전략이나 목표로 수렴되거나 승화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과연 노동자가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

2012년 초, 정부가 대대적인 노동유연화 정책을 발표하자 ‘분노한 사람들’은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노동자위원회(CCOO)와 노동조합총연맹(UGT) 등 주요 노총이 2월부터 본격 합류하자 시위는 새로운 힘을 부여받았다. 노동자들은 3월 29일에 전국 총파업을 일으켰고, ‘분노한 사람들’도 각자 동맹 휴업, 상점 휴점, ‘소비 거부’ 등을 벌이면서 파업을 전 사회적인 불복종 행동으로 확장시켰다. 주요 노총들이 여태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노동자가 이렇게 조직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분노를 진정한 변혁으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스페인 노동계급이 이 투쟁의 구심 역할을 해야 한다. 이후 투쟁은 기존 정당 및 노조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상태에서 현장 노동자들이 얼마나 앞장서서 투쟁을 이끌고 가는지, 주체와 요구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이를 얼마나 잘 수렴하여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는 변혁전략을 짜는 지에 달려 있다.

 

전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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