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6호> 1사1조직 프레임에 갇히지 말자

1사 1조직 프레임에 갇히지 말자 
지금 자본의 공격에 맞서려면 더 큰 단결이 필요하다

 

 

 

산별노조의 현주소


현대자동차에서 1사1조직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 지부나 사내하청 지회가 모두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소속인 이상 이미 하나의 노조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고용형태에 따른 분할이나 기업단위의 교섭구조를 해체하지 못했고, 정규직·비정규직, 대공장·영세사업장 모두의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을 아직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은 1사1조직이라는 형식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독자 파업권의 요구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처음부터 한 노조를 만든 경우는 문제가 없겠지만, 현대자동차의 1사1조직은 각각 존재하는 두 노조의 통합이므로 시기와 내용, 방식이 모두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의 논의는 정규직 지부에서 먼저 제기돼 비정규직 지회의 논의와 절차를 거치기도 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비정규직 지회도 1사1조직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비정규직 지회의 투쟁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될까 우려한다. 그래서 비정규직 지회는 ‘독자적인 파업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같은 조직이라 하더라도 동일단협이 적용되지 못하면 그것은 한 조직이 아니다. 그런데 이미 1사1조직을 만든 기아자동차지부는 차별적인 이중단협 체계다. 단체협약은 다른데, 독자적인 투쟁을 하지 못하니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 지부에 기댈 수 밖에 없다.
또한 기아자동차는 1사1조직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2차와 3차 하청을 배제했다. 자본이 만들어놓은 온갖 분리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단결을 위해 조직을 통합한다’는 주장 역시 허구일 수 밖에 없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짜 단결을 위한 투쟁

 

현대자동차 지부는 비정규직 지회의 공장출입투쟁에 함께 함으로써 신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규직 조합원들이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라는 단결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조직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지회는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라는 요구를 통해서 1차와 2, 3차 하청의 분리를 극복하고, 진짜 단결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이런 정신을 정규직 지부 조합원들이 공유하도록 교육하고 선전하면서 공동투쟁의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공동투쟁의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1사1조직을 의미있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주체로 서는 투쟁


당장 1사1조직을 해야 한다고 하는 이들은 정규직 지부가 함께 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비정규직들은 이 싸움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있고 그래서 조직률이 낮다. 그러나 투쟁에 대한 의지는 매우 충만한 상태이다. 1사1조직이 되면 정규직노조에 대한 기대 때문에 많은 이들이 노조에 가입하겠지만 그것은 주체로 서는 조직화가 아니라 의존적 조직화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하고자 하는 투쟁은 이미 현대자동차를 넘어 전체 자본과 노동의 싸움이 되고 있다. 그러기에 이 투쟁은 정규직 지부가 함께 해야 이기는 것이 아니라 금속노조 모두가 함께 해야 이긴다. 따라서 1사1조직 논의로 정규직 지부의 교섭력에 의존하게 만들지 말고, 주체인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선두에 설 수 있도록 작은 싸움부터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 투쟁을 금속노조 전체가 힘을 다해서 확장할 수 있도록 조직해야 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계급적 단결


모든 노동자가 반드시 한 조직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든 노동자들의 요구가 다를 수 있기에 자신이 원하는 조직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이 단위사업장의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폐지하고 단결의 자유 쟁취를 위해 투쟁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학교비정규직노조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교육청과의 투쟁을 위해서 공동교섭단을 구성하듯이 단결하는 형식은 다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1사1조직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자본이 갈라놓은 분할을 뛰어넘어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투쟁으로 만드는 것이다.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요구가 바로 그런 계급적 단결의 요구다. 지금은 이 요구를 함께 지켜내기 위한 금속노동자 전체의 단결투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질문하고 답해야 할 때다.

 

김혜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