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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0호> '묻지마 범죄'가 던지는 메시지

‘묻지마 범죄’가 던지는 메시지
절망을 강요하는 사회에 맞서 투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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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활보하는 여의도 대로변에서 칼부림이 벌어지고, 경기 수원과 인천 부평, 울산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흉기 난동이 발생했다. 그 결과 사회 구석구석에는 광범위한 불안과 공포심리가 조성되고 있다.

 

 

‘징벌 권하는 사회’가 해답일까
 

끔찍한 범죄들이 빈발하면서, 공포에 질린 대중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국가는 이른바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검찰은 계속되는 흉악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중형 구형과 보호수용제 도입 등을 거론 중이라고 한다. 또한 경찰은 이 달부터 대중운집 시설과 다세대주택가 주변 등에서 불심검문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범죄의 양상이 불특정 다수를 향한 잔혹한 폭력과 살상으로 번지는 가운데, 국가권력은 철저하게 사후 징벌적인 관점에서만 이 문제를 대응하고 있다. 더구나 치안 강화라는 명분 하에 경찰권과 처벌권 강화를 앞세우며, 모든 국민을 잠재적 가해자로 규정하는 불심검문까지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처방은 기만이다.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대부분 무직자이거나 신용불량자였다고 한다. 극단적인 이윤과 경쟁 중심의 체제로부터 소외되거나 좌절한 사람들이 더 이상 삶의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자, 사회를 향한 분노를 불특정 다수에 대한 범죄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성인 2명 중 1명은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향후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98%가 어려울 것이라 답변했다고 한다. 이미 대다수의 노동자민중들은 경쟁과 이윤을 위한 사회체제의 압력에 질식당하기 일보직전의 상태인 것이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절망적인 사회 현실 자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안중에도 없이, 국가의 처벌권 강화와 감시, 단속을 일상화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내놓는다면, 근본적인 치유는 요원할 뿐이다.

 

 

문제는 절망을 강요하는 체제
 

묻지마 범죄의 급속한 증대는 현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야기한 문제다. 점증하는 실업과 헤어나올 수 없는 비정규직의 삶, 물가폭등, 가계부채 등 생활 수준을 전방위적으로 악화시키는 이 사회가 낳은 모순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탈출구가 없는 삶을 이 사회가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자살이나 묻지마 범죄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결국, 끔찍한 범죄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가 내놓고 있는 ‘특단의 조치’란 구조적 문제를 호도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대다수 노동자민중을 빈곤과 절망으로 내몰고 있는 한국사회의 구조를 갈아엎지 않는 한, 묻지마 범죄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과 이윤 중심의 사회가 아니라, 전 사회성원의 기본적인 삶의 질이 보장되는 사회, 경쟁이 아니라 연대가 사회운영의 질서로 대체되는 사회만이 묻지마 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국가와 자본이 이같은 사회체제를 만들 능력도 의지도 없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오직 노동자민중의 집단적인 힘과 투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임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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