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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9호> 리보 사태와 CD금리 조작 -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거대한 사기

리보 사태와 CD금리 조작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거대한 사기

 

 

리보 조작, 수면 위로 드러난 거대한 사기


‘리보’(LIBOR, London Inter Bank Offered Rate)는 런던은행 간 금리를 일컫는 말이다. 런던 소재 은행들이 자기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통용되는 금리가 리보다. 이 리보가 결정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런던의 주요 16개 은행이 서로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각 은행들은 스스로 ‘우리는 이 정도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리겠다’고 고시한다. 이 16개의 고시 금리 중, 가장 높은 4개 금리와 가장 낮은 4개 금리를 제외한 중간 8개 금리의 평균이 바로 런던은행 간 금리, 즉 리보가 되는 것이다.
리보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공신력있는 민간 기준금리로 기능해왔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자 한다면, 그 사람의 대출 금리는 리보에 얼마간의 가산 금리를 매기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학자금 대출 금리, 주택대출 금리, 금융파생상품 등이 모두 리보를 기초로 그 가치가 결정된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리보에 연계된 금융상품만 360조 달러(무려 40경 원!)에 달한다.
이 금리가 조작되어 왔음이 6월 말 세상에 밝혀졌다. 새로운 사실들도 밝혀지고 있다. 리보는 그 산정방식상 하나의 시중은행이 독자적으로 조작할 수 없어, 바클레이스에 대한 수사로 시작된 조작 파문은 씨티그룹, JP모건, 도이체방크 등 국제 초대형 은행들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금융당국은 4년 전부터 이를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묵인해왔다는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판 리보사태, CD금리 조작


한국판 리보 사태를 연상시키는 일도 일어났다. 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 조작이다. CD 금리는 대표적인 10개 증권사가 제시한 3개월물 CD금리 가운데 최고, 최저를 제외한 8개 증권사 금리의 평균으로 결정된다. 문제는 이 CD금리가 한국의 민간 기준금리로 기능해왔다는 것이다. 기업과 가계대출의 기준으로 기능해왔던 이 CD금리는 지난 몇 달간 국고채 금리가 내려가는 과정에서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현재 CD금리에 연동된 가계대출은 300조 원에서 400조 원대로 추정되는데, 가계대출 기준금리가 0.1%만 높아져도 은행들은 3~4천억 원의 엄청난 추가이윤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증권사들과 은행들이 담합하여 의도적으로 높은 금리를 써내게 하고, 이 높아진 CD금리를 바탕으로, CD금리에 연동된 대출들로부터 더욱 높은 이자수입을 올려왔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가계대출 속에서, 은행들은 빚더미에 올라타 채무자들을 더욱 쥐어짜며 웃고 있었던 것이다.

 

 

자본가들의 사기
 

시장, 그 자체가 자본의 이윤논리에 의해 조작되고 있으며, 국가는 배후에서 이를 비호해왔음이 리보사태를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전 세계의 자금 흐름을 결정하는 리보, 그 자체가 조작되었다는 것은 체제 자체가 조작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힘을 가진 자들의 사기는, 힘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당화된다.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가 저지르는 거대한 사기는, 종종 그 거대함만으로 ‘사기’라고 생각조차 되지 않는다. 기억하자, 그리고 분노하자! 이 체제 자체가 거대한 사기라는 것에 말이다!

 

백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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