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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0호> 직장내 성희롱 및 부당해고, 원·하청 사장에겐 책임 없다?

직장내 성희롱 및 부당해고, 원·하청 사장에겐 책임 없다?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여성노동자 민사소송 결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 여성노동자는 490여일을 투쟁하여 ‘직장 내 성희롱 및 산재인정, 가해자 처벌, 사업주 형사처벌’에 이어 지난 2월 1일부로 원직복직했다. 그러나 가해자를 비호하고 성희롱을 은폐하려했던 하청업체와 현대차의 비호 아래 피해자 보호 및 재발방지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고, 피해 여성노동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지속되었다. 그 결과 하루하루가 투쟁의 연속이다.

 

 

투쟁과 권리를 짓밟은 판결
 

피해 여성노동자는 복직 이후 가해자 2인과 하청업체인 금양물류 대표이사, 원청 기업인 현대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했다. 그런데 8월 17일 법원은 가해자 2인의 책임 일부만을 인정한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고, 피해자를 부당해고한 하청업체 사장과 원청인 현대차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부당해고 사건에는 직장 내 성희롱과 간접고용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중첩돼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두 가지 모두를 외면했다. 가해자들이 현대차와 상관없이, 직무와 무관한 시간대에 사적인 수단을 통해 가해를 하였다는 이유로 원청인 현대차에게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현대차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면, 현대차가 왜 지난 2011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의원들에게 직접 문건을 배포하면서까지 피해자를 모함하는 근거없는 소문을 유포하였겠는가.
피해 여성노동자가 성희롱을 알렸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된 이 사건은 바로 현대차 내 하청업체의 구조적 문제를 폭로하고 있다. 부당해고된 뒤 구제신청을 하려 했지만 업체는 폐업했고, 이후 다시 문을 연 업체에는 피해자만 빼고 성희롱 가해자를 포함하여 모두가 고용승계되었다. 문제가 생기면 회사 문패만 바꿔다는 전형적인 위장폐업 행태로 원청이 하청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와 하청업체 사장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법원은 또한 성희롱 피해자를 해고한 금양물류 사장에게 사용자 또는 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였다. 주식회사에서 일어난 일은 주식회사 법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 판결의 취지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인정하고 있는 양벌규정을 무시했다. 금양물류 사장은 성희롱 피해자를 부당해고한 행위로 형사 처벌을 받았음에도 사용자에게 그 어떤 책임도 묻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번 판결로 인해 수많은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권리 자체가 박탈당할 위험에 처했으며, 간접고용노동자들은 업체가 폐업되면 원청사장이든 하청사장이든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었다.
여성노동자는 직장내 위계질서와 성별 권력관계에서 주로 하위에 위치하기 때문에 쉽게 피해자로 노출되며 사건이 은폐되기도 한다. 성희롱 부당해고에 맞선 피해 여성노동자의 끈질긴 투쟁으로 직장내 성희롱이 산재로 인정되었다. 그런데 최근 법원 판결은 직장내 성희롱을 개인들 간의 분쟁으로 축소시켰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 여성노동자를 포함해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를 박탈한 것에 다름아니다. 

 

유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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