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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0호> 독도, 쿠릴, 센카쿠 -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기원과 현재

독도, 쿠릴, 센카쿠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기원과 현재

 

 

동아시아는 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약 70년만에 다시 영토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의 독도(일본명: 타케시마)를 비롯하여 극동(러시아)의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지시마 열도), 중국해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까지 분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영토분쟁의 원인은 무엇이고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역사적 과정을 통해 이를 살펴보자.

 

 

영토분쟁의 시발- 일본의 침략과 점령
 

현재 벌어지고 있는 영토분쟁 당사국들은 일본의 침략을 경험하거나 점령당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과거 동북·동남아시아에서는 영토갈등은 육지에서만 존재했다. 아시아에서 섬들은 사실 거주가 불가능할 정도로 작고,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영토 기능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섬들에 대해 영유권을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일본제국주의 침략이 개시되고부터 상황은 바뀌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그리고 태평양전쟁을 치루며 일본은 동아시아의 대부분을 자신의 영토로 귀속시켰다. 전쟁이 연합국의 승리로 이어지면서, 전후 처리과정에서 이 섬들에게 처음으로 근대 영토 개념이 제시되었다. 미·영·중 3국의 카이로 회담과 일본과 연합국 48개국이 합의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을 맺는 과정에서부터 영토갈등의 씨앗이 만들어진다. 카이로 선언과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는 일본 패망 이후 아시아-태평양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에 대한 큰 원칙을 결정한다. “일본이 탈취한 지역에서 일본을 쫓아낸다”는 원칙 아래 일본의 영토를 현재의 일본 영토와 이에 더해 “연합국이 결정하는 여러 섬”으로 결정하고 일본에게 침략당한 지역들에 대한 영토구분을 시작한다.

 

 

전후 미국의 개입, 영토분쟁의 씨앗을 남겨
 

현재의 영토분쟁은 여기에서 발생했다. 특히, 당시 동서냉전에 돌입하면서 미국은 일본을 반공진영에 편입시키기 위해 정치적으로 개입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도와 쿠릴열도이다. 샌프란시스코 협의 초기에는 독도가 한국영토로 명기되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이해로 한국영토에서 독도가 삭제되었다. 현재 갈등 중인 쿠릴열도 중 일본 홋가이도 쪽 4개 섬의 귀속권을 명확히 하지 않는 등, 일본에게 관대하게 고려되었다.
1954년 말 일본과 소련의 국교 정상화 회담에서 일본과 소련은 현재 분쟁 중인 쿠릴열도 중 훗가이도 쪽 4개 섬 가운데 홋가이도와 가까운 2개 섬을 일본이 돌려받는 조건으로 평화협정을 맺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이 소련과 합의로 두 개 섬을 얻게 된다면, 당시 미국의 신탁통치하에 있던 오키나와에 영원히 머물 것이라고 압박함으로써, 양국 협상이 깨지게 하였다.
이는 당시 냉전 상황에서 일본과 소련이 가까워지는 것을 막는 동시에, 동아시아에 영토분쟁을 내재화시킴으로써, 미국이 동아시아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 동아시아 영토분쟁은 일본제국주의의 동아시아 침략역사가 배태하고, 전후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개입전략이 낳은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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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섬들도 분쟁지역화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의 계기는 위와 같지만 현재 양상은 조금 다르다. 우선, 동남아시아 4개국(베트남, 필리핀, 부르나이, 말레이시아), 중국, 대만의 영토분쟁 지역인 스플래틀리군도를 살펴보자. 이 곳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으로 일본이 포기했으나, 귀속권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이다. 대표적 분쟁지역인 스카버러섬의 경우, 현재 필리핀이 이 섬을 실효지배 중인데, 중국의 순시선과 필리핀의 해군함정이 맞부딪치는 긴장상태에 처해 있다. 미국이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적극 개입을 천명한 가운데, 필리핀과 공동군사 훈련을 실시하고, 베트남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면서 중국 봉쇄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이 섬을 매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의 집약체가 바로 센카쿠 열도이다. 센카쿠 열도는 청일전쟁이 한창이던 1895년에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시에 편입한 이후부터 일본에 의해 실효지배되고 있는 섬이다. 따라서 일본이 사실상 ‘탈취’한 것으로, 중국입장에서 보면 센카쿠 열도는 일본 침략의 상징이다. 사실 센카쿠 열도의 분쟁주체는 대만과 일본이다. 그런데 중국이 대만에 일본문제에 개입하고 있다. 왜인가?

 

 

센카쿠 열도, 그리고 미중 간 경쟁
 

중국 입장에서 대만과 센카쿠 열도는 일본에게 강탈당한 지역이다. 그리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중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대만을 자신들의 고유영토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중국이 현재 대만과 일본 간의 갈등에 개입하는 중요한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1978년 중국이 일본과 평화우호조약을 맺을 때까지도 센카쿠 열도 영유권 문제는 중심문제로 부각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표적인 분쟁지역으로 떠올랐다. 여기서 센카쿠 열도 분쟁이 상징하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 지역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이곳은 말라카 해협을 지나 동아시아와 미국으로 향하는 중요한 오일루트이자 통상경로이며, 센카쿠 열도 중 두 개 섬은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사격훈련장이다. 반대로 중국입장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정책에 대항한 교두보이다. 즉 센카쿠 열도 분쟁은 대만-일본, 또는 중국-일본만이 아니라, 중국-미국 간 분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은 미국에게 2개의 딜레마를 던져주고 있다. 미국이 대만을 지원했으나 한번도 ‘하나의 중국’정책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적이 없다는 점이 하나다. 두 번째는 이곳이 미국영토가 아니라는 점이다. 센카쿠 분쟁에 미국이 직접 나서기 곤란한 처지인 것이다. 그러나 중국-일본 간 분쟁이라는 센카쿠 분쟁의 이면엔 미국-중국 간의 동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위한
모색이 필요한 때

 

현재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토분쟁은 일본제국주의 침략역사와 전후 처리과정에서 미국의 대아시아 개입전략이 낳은 부산물이자, 분쟁 지역을 둘러싼 양국간, 다자간 역사적·경제적 이해가 부딪히면서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미국과 일본의 헤게모니 약화와 중국의 급부상이라는 역내 힘관계의 변화가 놓여져 있다. 즉 G2 시대라는 미국-중국간의 패권경쟁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영토분쟁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동아시아 곳곳이 분쟁지역화되는 것은 각국 민족주의 고양과 함께 동아시아 역내 평화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가 적극 고민되고 모색되어야 한다.

 

이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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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0호> 시리아 사태, 민중의 적은 누구인가

시리아 사태, 민중의 적은 누구인가

 

 

 

시리아 민중의 적은
아사드만이 아니다

 

2011년 봄 튀니지와 이집트 민중봉기에 이어 시리아 민중도 30여 년간의 장기 일당독재에 저항하는 투쟁에 나섰다. 평화적인 시위에 대한 정권의 무자비한 학살은 희생자가 3천, 5천, 1만, 2만 명이 넘어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잔인한 비극은 왜 끝나지 않는 것일까? 악마는 단지 아사드뿐인가?
시리아 학살이 끝나지 않자, 미국, 프랑스, 사우디와 카타르, 알자지라는 아사드의 무도함을 폭로하고 비난하면서 국제적 개입(소위 인도주의적 개입)을 촉구하면서, 제국주의 개입전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결과 시리아는 단지 독재와 반독재세력 간의 투쟁만이 아니라, 온갖 반민중 세력이 민중을 볼모삼아 벌이고 있는 추악한 비극의 현장이 되고 있다.

 

 

시리아 민중의 자주적인 항쟁을
억압하는 요소들

 

수십 년간의 독재에도 불구하고 민중의 압도적 힘으로 정권을 몰아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반독재의 대의에 또 다른 악마적 요소들이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식민지에서 독립한 시리아 민중은 반서방·반제국주의 정서를 갖고 있으며,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운운하며 이라크에 개입하면서 민중을 학살한 만행을 보면서, 제국주의의 개입을 두려워한다. 터키에 본부를 두고 국외에서 임시정부를 자처하는 SNC(시리아국민평의회)나 내전의 주력인 FSA(자유시리아군)의 상층부는 반세속주의(근본주의)적인 무슬림형제단이 장악하고 있으며, 터키, 사우디, 카타르, 미국과 NATO로부터 자금과 무기를 공급받고 있다.
대다수의 시리아 민중들은 독재에 반대하지만 제국주의 세력의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 시리아 여성들 대다수도 여성의 인권에 대해 개방적인 세속적인 독재가 여성에 대해 지독한 억압을 자행하는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의 독재로 바뀌는 것을 두려워한다. 소수 종파인 기독교인들이나 소수 종족인 쿠르드족, 다수 종족인 알라위파도 종파간·종족간 싸움을 원치 않는다. 항쟁의 처음부터 인구 절반이 모여 있는 다마스커스와 알레포에서 대규모적인 시위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포기해선 안되는
반독재, 반제국주의, 반근본주의

 

미국과 NATO를 비롯한 제국주의자, 그들의 친구이자 지독한 왕정 독재국가이며 여성을 억압하는 무슬림형제단의 본산인 사우디나 카타르, 2만명의 쿠르드인을 학살한 터키, 그리고 그들에게 영합하여 항쟁의 군사화와 제국주의 개입전쟁으로 이끌고 가는 SNC와 FSA의 상층부, 카다르와 제국주의를 위해 악의적이고 편파적인 선동을 일삼는 알자지라(왕정독재국가인 카타르가 운영하는 위성방송으로 바레인 민중의 투쟁에 침묵함). 이들 모든 세력이 민중의 바람을 왜곡하고 유린할 것을 피부로 느끼는 시리아 민중들은 전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FSA에 참여한 대다수의 청년들은 분명 반독재 열망에 가득찬 자발적인 참여자들이지만, 제국주의가 지배하는 질서와 반인권적·반여성적이며 시대착오적인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의 책략은 시리아 민중의 전도에 거대한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아사드 못지 않은 시리아 민중의 적이자 시리아 민중의 행복을 위협하는 악마들이다. 반독재, 반제국주의, 반근본주의! 이것이 오늘 시리아 민중과 전세계의 진보적 세력이 옹호해야 할 기치이다.

 

박석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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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0호> 스페인 안달루시아 농업노동자, 잇따른 점거투쟁으로 경제위기에 맞서

스페인 안달루시아 농업노동자
잇따른 점거투쟁으로 경제위기에 맞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지난 8월 31일,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그레나다시에서 1,000여명이 긴축반대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한 무리의 농업노동자들은 유명 의류브랜드이자 노동자 착취로 유명한 자라(Zara) 매장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 7월부터 안달루시아 곳곳의 슈퍼마켓과 은행, 호화 궁전 등을 점거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로 그들이다.

 

 

놀고 있는 땅 점거하여
자급자족 공동체 형성


안달루시아노동조합(SAT) 소속 농업노동자들의 투쟁은 몇 개월 전에 시작됐다. 지난 3월, 소몬테 지역의 무토지 농민과 농업노동자 20여명은 국가 소유의 놀고 있는 토지를 점거해 공동체를 형성하여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다가 실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24일, 100여명이 국방부 소유의 토지 1,200 헥타르를 점거하면서부터였다. 최근에 쫓겨나긴 했으나 노동자들은 재점거를 결의한 상태이다. 그리고 8월 21일에는 300여명이 국왕 사촌 소유의 궁전을 기습 점거했다. 현재 궁전에는 아무도 거주하지 않지만 호화로움을 유지한 채 놀고 있어 노동자들의 점거 대상이 된 것이다.
이번 투쟁의 중심지가 된 안달루시아는 스페인 최대 농업 지대이다. 그러나 실업률은 유럽 최고치인 30%를 넘어서고 있다. 긴축에 혈안이 된 중앙정부는 안달루시아의 거의 모든 공공병원을 문닫고 공공부문 노동자 6만명을 해고하는 등 강력한 지출삭감을 단행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슈퍼마켓에서 식량‘몰수’하고
은행도 점거


토지 점거와 더불어 SAT 노동자들은 대형 슈퍼마켓으로부터 식료품 등을 ‘몰수’하여 자선단체와 빈민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의 행위가 “빼앗긴 민중의 빼앗은 자들에 대한 몰수”라고 했고, 시민들은 이들을 ‘로빈 훗’이라 부르면서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8월 15일부터는 500여명의 노동자가 안달루시아 지방을 가로지르는 행진을 시작했다.
도시에 도착하면 수백 명의 시민들이 이들을 환영하고 지지하는 시위를 했으며, 노동자들은 대형은행 지점을 기습 점거하거나 자라와 같은 악덕 기업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대중의 지지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 중앙정부를 비롯한 지배계급은 이들을 비판하면서도 슈퍼마켓 ‘약탈‘에 대해 몇몇 노동자를 구속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적인 영웅이 된 좌파시장 고르디요
한편, SAT 노동자들의 투쟁을 이끌고 있는 마리날레다시의 고르디요 시장은 전국적인 영웅이 되어가고 있다. 안달루시아 의회의 좌파연합 소속 의원이기도 한 고르디요 역시 SAT 출신으로서, 지난 30년 간 시장을 역임해오면서도 토지 몰수를 위한 점거투쟁에 계속 투신해왔다.
고르디요는 귀족 소유의 놀고 있는 땅 1,200 헥타르를 놓고 수년 간 투쟁을 한 끝에 몰수에 성공하여 시민들에게 땅을 나눠줬고, 시민들은 협동조합을 형성하여 대안 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이런 모델이 이번 투쟁에 직접적인 영감이 되었으며, 고르디요와 농업노동자들은 이런 ‘몰수’ 투쟁과 점거, 대안 공동체 형성이야말로 경제위기에 대한 대안이라 주장하며 행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전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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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0호> 새로울 것 없는 민주노총 새정치특위의‘새로운’ 정치방침안

새로울 것 없는 민주노총 새정치특위의‘새로운’ 정치방침안

 


 

사용자 삽입 이미지

 

 

통진당에 대한 지지 철회를 결정한 이후 민주노총은 새정치특위(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민주노총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한 새로운 정치방침안을 마련, 토론 중에 있다. 지금까지 나온 새정치특위안은 1기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성과와 한계로 나누어 평가하면서, 2기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한 정치방침을 제출하고 있다. 그 핵심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주노총 새정치특위가 내놓은
새로운 정치방침안은?

 

“통진당을 비롯한 기존의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화운동은 실패했으며 당분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민주노총이 노동중심의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침을 중단, 포기할 수 없다. 2기 정치세력화를 열어나가기 위해, 2012년 대선에서 노동자민중의 독자후보 전술로 적극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대선 대응은 현시기 진보진영의 분열과 대결상태를 극복하면서 진보정치운동을 새롭게 정립하고 진보정당을 건설할 방향과 힘을 확보해 준다.”
통진당 혁신·개조론이 불가능해진 상황을 맞아, 이제 민주노총 지도부는 대선 대응을 통해 진보진영을 다시 한번 결집시켜, 그 힘으로 2013년에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언뜻 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새정치특위의 안은 치명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새정치특위안, 과거 실패를 반복하자는 것
 

우선, 그동안 진행된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한 발본적 평가가 없다. 민주노총이 진보정당의 동원부대로 대상화되고 진보정당에서 노동중심성과 가치가 실종되었다고 올바르게 평가하고 있으나, 그렇게 된 근본원인에 대해서는 눈감고 있다. 정치와 현장, 정치와 투쟁을 분리시킨 정치세력화, 노동자정치가 진보정당의 제도권 안착과 야권연대로 변질·왜곡된 점, 그 근원에는 의회주의 정치세력화라는 근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 대해 언급조차 없다.
더욱이 대선에서 노동자민중의 독자후보를 내서 노동자민중에게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노동자민중 독자후보가 정권교체에 복무하게 함으로써, 노동자민중후보를 국민적 이해의 실현을 선도하고 담보해주는 존재로 각인시켜, 전체 진보정치운동과 노동자민중진영의 정치적 위상과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자민중의 독자후보운동을 통해 진보정치운동을 재정립하자면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를 파탄시키고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전망을 자유주의 부르주아 세력에게 의탁하자는 야권연대를 거듭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달 24일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민주노총을 방문했을 때, 민주노총 지도부가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과 상호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약속한 것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따라서 새정치특위가 주장하는 노동중심의 진보정당 건설은 이미 실패한 진보정치를 2기 노동자정치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반복하자는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대중적 권위도 무너져
 

요동치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와 사회적 배제가 넘실되는 이 땅에서 노동자계급의 자기 전망을 자유주의 정당에게 의탁해서는 그 출구를 찾을 수 없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만들 때처럼, ‘위로부터 정치세력화’를 추진할 수 있는 대중적인 신뢰 역시 무너진 상태이다. 민주노총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정치방침안이 2기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전망을 열어나갈 수 있다는 주장을 당장 거두어야 한다. 그래야 만신창이가 된 노동자정치의 미래가 조금이나마 열릴 수 있다.

 

김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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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0호>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지역 토론회 열려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지역 토론회 열려
 

9월 9일 전국활동가 토론회를 앞두고 각 지역에서는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지역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전북과 인천지역에서 개최된 2차 토론회의 내용을 짤막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전북지역]


7월 24일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계급 정당을 위한 1차 토론회가 열린데 이어, 8월 27일에는 2차 토론회가 열렸다. 1차 토론회에서 ‘구 당권파’건, ‘신 당권파’건 통합진보당을 고쳐 쓸 수는 없으며, 현장과 밀착해 투쟁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자 계급정당의 건설이 필요하다는  결의를 모은 바 있다. 2차 토론회에서는 건설할 당의 성격과 대선을 바라보는 노동자계급의 태도가 주로 이야기되었다.
우리가 만들 당은 어떤 성격을 가지는가? 이에 대해 대다수는 우리가 건설할 당은 통합진보당의 재판이 되어서는 안 되며, 실천을 통해 현장에 뿌리박은 당이어야 한다고 토론했다. 당원은 자신이 속한 공간에서 투쟁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하며, 당 기구의 일원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의 강령과 지향에 대한 이야기도 이루어졌다. 다수가 자본주의 극복, 사회주의 지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대선토론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반 박근혜 전선’으로 결집하는 것이 아니라 대선에 노동자 계급의 후보를 통해 대응해야 함을 주장했다. 1차 토론회에 비해 2차 토론회는 당의 성격에 대한 심도있는 주장과 합의들이 이루어졌다. 초벌적이지만 대선대응에 대한 이야기들 역시 터져나왔다.
참가자들은 4가지를 결의하며 2차 지역토론회를 마무리했다. 

 

1. 참가자들은 전북모임 차원의 연대투쟁을 기획하고 참가한다.
2. 건설할 당의 성격과 지향에 대한 더욱 심도있는 토론을 진행한다.
3. 모임에 참가가능 한 정파를 특정하지 않으며, 투쟁하는 동지라면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
4. 3차 지역토론회를 9월 중 개최한다.

 

사노위 전북지역위원회(준)

 

 

 

[인천지역]


7월 6일 첫 번째 지역토론회에 이어, 8월 27일 확대된 2차 토론회가 열렸다. 다소 아쉬운 점은 1차 때 참석했던 동지들이 대부분 함께하지 못한 채 2차 토론이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참석인원이 많이 변동되어, 1차 토론 때보다 논의가 많이 진전되지는 못하였지만, 참석자들은 ‘왜 지금 노동자계급 정당이어야 하나?’에 대한 토론에 진지하게 임했다.

크게 두 가지 견해가 제출되었다.
계급정당 건설에 동의하지만 너무 이르다는 의견이 하나다. 아직 노동자계급정당에 대해 대중들의 저변이 넓혀지지 않았고, 더 많은 노동자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천천히 가는 것이 맞지 않냐는 입장이다. 다른 의견은 ‘이제 노동조합만으로는 자본주의를 얘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금이 정당 건설의 적기이다’라는 견해이다. 더 나아가 ‘현장조합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계급정당의 화두를 던질거냐’라는 고민도 제기되고 토론되었다.
서로 다른 견해가 제출되어 노동자정치세력화,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 대한 논의가 진척되지는 않았지만, 계급정당 건설에 대한 논의를 지역에서 하기 시작했고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현장은 다 망가지고, 노동자들은 옆을 보지 못하고 자기 앞가림하기에 급급한 현 상황이 우리를 갑갑하게 한다. 그런 갑갑함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면서, 9월 9일 전국토론회에 모두 참석해서 더 많은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전국토론회 이후 지역에서도 토론회를 더  진행하자는 결의를 모았다.


사노위 인천지역위원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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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0호>9월 9일 전국활동가 토론회

9월 9일 전국활동가 토론회
힘있는 결집과 열띤 토론으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본격화하자

 

 

의미있는 첫 출발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전국적 토론의 장이 곧 열린다. 9월 9일  현장활동가 전국토론회는 그간 자본에 맞선 투쟁에 앞장서왔던 전국의 현장활동가들이 결집하는 날이다.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고민과 토론은 금속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다른 연맹으로, 지역으로 확산되어 왔다. 현장활동가들은 두 차례 전국토론과 수차례 지역별․업종별 토론에서 민주노조의 위기, 연대투쟁의 실종,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실패에 대해 생생하게 곱씹는 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이를 노조 상층지도부와 통합진보당의 탓으로만 돌려서는 상황을 타개할 수 없음을 절감했다. 노동운동의 혁신과 사회변혁을 위한 새로운 주체가 결집해야만 하며, 스스로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새로운 주체가 되는 준비에 돌입하자는 것을 확인했다.

 

 

건설할 당에 대해 본격적으로 토론하자
 

9/9 전국토론회는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열망하고 스스로 주체가 되고자 하는 동지들이 서로를 확인하고 자신감을 얻어야 하는 자리이다. 단순히 ‘잘해보자’가 아니라, 우리가 건설할 당의 구체적 내용과 당을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토론하고 결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것을 넘어 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갈아엎어 노동해방․평등사회가 실현되는 사회주의 세상을 위해 활동하는 당, 의회주의 정치가 아니라 노동자민중을 사회의 중심으로, 권력의 중심으로 세워내며 투쟁에 앞장서는 당임을 토론회에서 확인하자. 당비만 내고 동원되는 당원이 아니라 당원이 당의 주체가 되어 민주적이고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당 건설을 결의해 나가자. 노동해방, 사회주의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해야 하고, 이 정당 건설투쟁에 앞장설 것임을 결의해 나가자.

 

 

암담한 현실 앞에 눈감을 순 없다
 

건설할 당의 목표와 성격을 토론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 자칫 이러한 토론이 우리를 분열시키고 흩어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기우이다. 우리를 둘러싼 상황과 조건이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두에게 일깨우기 때문이다. 수십년을 지켜왔던 민주노조가 용역깡패와 공권력에 의해 무너지고, 자본의 회유와 협박에 두려움을 떨치지 못한 많은 노동자들이 비굴하게 줄을 서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현실, 연대에 목말라하며 힘겹게 투쟁하는 비정규-정리해고 장기투쟁 사업장의 동지들, 이것을 지켜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우리 운동의 현실 앞에서 더 이상 물러서서는 안 된다.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자

 

9/9 토론회를 통해 당의 성격과 기조에 대해 최대한 합의를 높여나가고, 토론된 기조와 방향을 중심으로 더 많은 현장의 동지들을 조직하기 위한 체계정비와 사업계획을 세워나가자. 이 사업을 성과로 전국의 보다 많은 동지들과 함께 당 건설을 결의하기 위한 ‘활동가대회’를 치룰 것을 결의해 나가자. 활동가대회를 통해 노동자계급정당을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을 본격화해 나가자.
2012년 하반기에 있는 대선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실천방안도 토론하자. 야권연대에 노동자계급정치를 팔아버리려는 시도에 맞서 현장의 조합원들과 어떤 실천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낡은 것을 쓸어버리고 노동자정치를 위해 새롭게 나서겠다고 천명한 이상, 대선에 대한 입장과 방안 또한 대중 앞에 밝혀야 한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했다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님을 분명히 하자. 우리 앞에 놓인 참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투쟁과 그것을 함께 할 동지들의 결사체인 당이 필요하다고 마음먹었다면 자신있게 당당하게 나서자.
물론 험난한 과정이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우리를 좌절케 할 수도 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깊이 있게 토론하고 고민하자. 그래서 노동자계급정치를 실현하고 담보해 나갈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현실로 만들어나가자.

 

전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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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0호> 학교폭력 기재 방침, 누가 그들을 괴물로 낙인찍는가?

학교폭력 기재 방침, 누가 그들을 괴물로 낙인찍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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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근절하고자 하였나
 

대구 중학생의 투신자살 이후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을 ‘작은 악마’, ‘괴물’로 만들어 가고 있던 그 즈음 교과부는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25억원을 들여 학교폭력 전수 조사를 실시하였으나 회수율과 신뢰도, 유미의성 모든 면에서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고, 학교 동의 없는 부적절한 자료 공개로 논란만을 가져왔다.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 해결보다 가해학생 색출과 처벌에 초점을 맞춘 사이, 뉴스에선 연일 학교폭력이 보도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학교 폭력은 진행 중에 있다.

 

 

징벌과 통제가 목적인
학교폭력 기재방침

 

실효성 없는 대책들을 쏟아 놓는 속에서 찬반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정책이 있다. 학생생활기록부에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기록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 많은 국가인권위에서조차 제도개정 권고를 하였고, 일부 교육감들이 ‘거부’ 혹은 ‘보류’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교과부는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거부하면 해당 학교와 교사를 징계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원래 학생생활기록부는 학생의 성장과정에 대한 기록을 담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학생이 어떻게 성장해가고 있는지 교사와 학교가 학생의 성장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만 쓰여야 한다. 그러함에도 교과부의 개정「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입시 전형 자료로 요구할 경우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학생생활기록부 본래의 취지에 위배되며 학생의 기본적인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졸업 후 5년간, 고등학교는 10년간 보존되게 하였다. 전과기록의 말소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경우는 형집행 종료 후 5년, 벌금의 경우는 2년의 기간이 지나면 해당 내용을 삭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소년범의 경우 수사경력 자료의 보존기간을 성인에 비해 짧게 규정하고 있고, ‘소년법’ 역시 소년원 경력의 공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폭력 사안으로 인한 징계벌을 받은 학생의 기록이 형벌보다 더 오랜 기간 보존되고 장래에 큰 불이익을 미칠 수 있도록 한 것은 법적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학교폭력 문제는
학생의 성찰, 회복, 복귀로 다루어져야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자퇴와 전학을 하는 부작용까지 일어나고 있다. 학교폭력을 근절한다며 가해학생을 괴물로 낙인찍고 징계의 칼날을 휘두른 결과다.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장기간 따라다니는 낙인의 효과는 가해학생의 교육적 변화를 이끌기보다 변화할 수 있는 기회마저 포기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해학생의 책임을 묻는 경우에도 폭력에 대한 성찰, 피해학생의 고통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가해․피해학생 모두의 회복과 복귀가 수반되는 해결과 징계조치가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이런 방법이 교육적인 것이다.
학교폭력 문제는 가해학생 개인의 잘못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가해와 피해가 자리바꿈하면서 되풀이되는 특성을 고려하여, 학교 전반의 교육적 풍토와 문화를 바꾸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박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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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0호> '응급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그대로?

‘응급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그대로?
식약청의 피임약 재분류안 비판

 

 

6월 7일 식약청의 의약품재분류안으로 촉발되었던 피임약 재분류안이 8월 29일 3개월여의 논란 끝에 확정됐다. ‘사전경구피임약은 일반의약품’으로, ‘응급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현행 분류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골자다. 여성계와 종교계의 반발 속에서 보건복지부는 피임약 사용 관행과 사회·문화적 여건 등을 이유로 재분류에 대한 판단을 3년 후로 유보했다.

 

 

‘응급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이번 사후응급피임약의 접근권 관련 보완조치로 ‘야간진료의료기관 및 심야응급실’에서 ‘심야 시간(22시~익일 06시)이나 휴일에 응급피임의 원내조제를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그러나 72시간 안에 복용하지 않으면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응급피임약’은 의사의 처방없이는 구매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으로 여전히 남게 되었다.
여성은 원치않는 임신이나 성폭력 등의 긴급한 상황에서도, 사회적 인식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산부인과의 처방을 반드시 거쳐야하고, 그리 많지 않은 야간진료기관을 찾아 헤매야 하는 어려움 속에 계속 놓여지게 된 것이다.

 

 
여성의 결정권과 함께
의료접근권 확대가 필요


우리는 임신·출산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과 함께 의료접근권의 확대를 요구해 왔다.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전환을 반대한 측에서는 마치 전문의약품 전환이 여성의 건강권을 고려한 입장이고, 일반의약품의 전환이 여성의 건강권을 무시한 조치인양 호도하면서 건강권 대 결정권이라는 왜곡된 쟁점을 형성해 왔다. 그러나 피임약 문제를 포함한 임신·출산 결정권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의 건강권이다. 여성이 아이를 낳을 권리와 함께, 피임과 임신중지를 포함한 낳지 않을 권리도 존중받아야하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신의 선택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제대로 된 연구결과도 없이 과장되었던 부작용 사례에 대한 데이터 축적과 명확한 추적관찰 연구를 통해 부작용이 없는 안정한 피임약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병원과 약국에서 피임약의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주지시키는 철저한 복약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
또한 전문가집단에게 부여된 정보독점권을 환자의 알 권리로 전환해서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알고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일상적인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주치의 제도 도입과 의료 복지 확대 등 공공 의료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으로까지 나가야 한다.

 

 

피임은 여성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사회구조와 성적 의사소통을 꺼리는 문화 속에서, 피임방법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과정도 여성과 남성은 동등한 입장에 서있지 못하다. 남성의 피임실천율이 낮은 가운데 피임에 대한 책임까지 여성들에게 상당수 떠맡겨지면서, 여성들은 원치않는 임신의 불안감을 홀로 감당해내고 있다.
남성의 피임실천율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장이 함께 필요하다. 피임과 임신, 출산에 대한 책임이 더 이상 여성들에게 전가되지 않게 하기 위한 전사회적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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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0호> 직장내 성희롱 및 부당해고, 원·하청 사장에겐 책임 없다?

직장내 성희롱 및 부당해고, 원·하청 사장에겐 책임 없다?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여성노동자 민사소송 결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 여성노동자는 490여일을 투쟁하여 ‘직장 내 성희롱 및 산재인정, 가해자 처벌, 사업주 형사처벌’에 이어 지난 2월 1일부로 원직복직했다. 그러나 가해자를 비호하고 성희롱을 은폐하려했던 하청업체와 현대차의 비호 아래 피해자 보호 및 재발방지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고, 피해 여성노동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지속되었다. 그 결과 하루하루가 투쟁의 연속이다.

 

 

투쟁과 권리를 짓밟은 판결
 

피해 여성노동자는 복직 이후 가해자 2인과 하청업체인 금양물류 대표이사, 원청 기업인 현대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했다. 그런데 8월 17일 법원은 가해자 2인의 책임 일부만을 인정한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고, 피해자를 부당해고한 하청업체 사장과 원청인 현대차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부당해고 사건에는 직장 내 성희롱과 간접고용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중첩돼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두 가지 모두를 외면했다. 가해자들이 현대차와 상관없이, 직무와 무관한 시간대에 사적인 수단을 통해 가해를 하였다는 이유로 원청인 현대차에게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현대차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면, 현대차가 왜 지난 2011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의원들에게 직접 문건을 배포하면서까지 피해자를 모함하는 근거없는 소문을 유포하였겠는가.
피해 여성노동자가 성희롱을 알렸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된 이 사건은 바로 현대차 내 하청업체의 구조적 문제를 폭로하고 있다. 부당해고된 뒤 구제신청을 하려 했지만 업체는 폐업했고, 이후 다시 문을 연 업체에는 피해자만 빼고 성희롱 가해자를 포함하여 모두가 고용승계되었다. 문제가 생기면 회사 문패만 바꿔다는 전형적인 위장폐업 행태로 원청이 하청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와 하청업체 사장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법원은 또한 성희롱 피해자를 해고한 금양물류 사장에게 사용자 또는 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였다. 주식회사에서 일어난 일은 주식회사 법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 판결의 취지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인정하고 있는 양벌규정을 무시했다. 금양물류 사장은 성희롱 피해자를 부당해고한 행위로 형사 처벌을 받았음에도 사용자에게 그 어떤 책임도 묻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번 판결로 인해 수많은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권리 자체가 박탈당할 위험에 처했으며, 간접고용노동자들은 업체가 폐업되면 원청사장이든 하청사장이든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었다.
여성노동자는 직장내 위계질서와 성별 권력관계에서 주로 하위에 위치하기 때문에 쉽게 피해자로 노출되며 사건이 은폐되기도 한다. 성희롱 부당해고에 맞선 피해 여성노동자의 끈질긴 투쟁으로 직장내 성희롱이 산재로 인정되었다. 그런데 최근 법원 판결은 직장내 성희롱을 개인들 간의 분쟁으로 축소시켰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 여성노동자를 포함해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를 박탈한 것에 다름아니다. 

 

유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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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0호> '묻지마 범죄'가 던지는 메시지

‘묻지마 범죄’가 던지는 메시지
절망을 강요하는 사회에 맞서 투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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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활보하는 여의도 대로변에서 칼부림이 벌어지고, 경기 수원과 인천 부평, 울산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흉기 난동이 발생했다. 그 결과 사회 구석구석에는 광범위한 불안과 공포심리가 조성되고 있다.

 

 

‘징벌 권하는 사회’가 해답일까
 

끔찍한 범죄들이 빈발하면서, 공포에 질린 대중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국가는 이른바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검찰은 계속되는 흉악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중형 구형과 보호수용제 도입 등을 거론 중이라고 한다. 또한 경찰은 이 달부터 대중운집 시설과 다세대주택가 주변 등에서 불심검문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범죄의 양상이 불특정 다수를 향한 잔혹한 폭력과 살상으로 번지는 가운데, 국가권력은 철저하게 사후 징벌적인 관점에서만 이 문제를 대응하고 있다. 더구나 치안 강화라는 명분 하에 경찰권과 처벌권 강화를 앞세우며, 모든 국민을 잠재적 가해자로 규정하는 불심검문까지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처방은 기만이다.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대부분 무직자이거나 신용불량자였다고 한다. 극단적인 이윤과 경쟁 중심의 체제로부터 소외되거나 좌절한 사람들이 더 이상 삶의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자, 사회를 향한 분노를 불특정 다수에 대한 범죄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성인 2명 중 1명은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향후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98%가 어려울 것이라 답변했다고 한다. 이미 대다수의 노동자민중들은 경쟁과 이윤을 위한 사회체제의 압력에 질식당하기 일보직전의 상태인 것이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절망적인 사회 현실 자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안중에도 없이, 국가의 처벌권 강화와 감시, 단속을 일상화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내놓는다면, 근본적인 치유는 요원할 뿐이다.

 

 

문제는 절망을 강요하는 체제
 

묻지마 범죄의 급속한 증대는 현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야기한 문제다. 점증하는 실업과 헤어나올 수 없는 비정규직의 삶, 물가폭등, 가계부채 등 생활 수준을 전방위적으로 악화시키는 이 사회가 낳은 모순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탈출구가 없는 삶을 이 사회가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자살이나 묻지마 범죄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결국, 끔찍한 범죄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가 내놓고 있는 ‘특단의 조치’란 구조적 문제를 호도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대다수 노동자민중을 빈곤과 절망으로 내몰고 있는 한국사회의 구조를 갈아엎지 않는 한, 묻지마 범죄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과 이윤 중심의 사회가 아니라, 전 사회성원의 기본적인 삶의 질이 보장되는 사회, 경쟁이 아니라 연대가 사회운영의 질서로 대체되는 사회만이 묻지마 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국가와 자본이 이같은 사회체제를 만들 능력도 의지도 없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오직 노동자민중의 집단적인 힘과 투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임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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