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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이.혼.해.

이혼,

 

우리 언니가 6개월 째 이혼을 한다고 한다고 한다고 하다가

다시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가... 그랬다.

그래서

나는 이제 '알아서 해, 난 몰라'라고 외면하는 문자질까지 하게 되었다.

 

 

그 남편 X의 이야기는 하고 싶지도 않다.

뻔한 스토리고,

그래서 

바람비워 집 말아먹을 뻔 한적 있는 우리 아빠는

'지랄하지 말고 어서 집에 들어가, 그 까짓거' 이라며 

갈데 없어서 친정집에 와 있는 첫째 딸을 닥달해댄다.

 

나는 그렇게도 지지해주고 연민해주고 이해해주고 짠-해해주는 사람 하나,

언니 옆에 없다는 것이 너무 너무 짠하다.

그런대도

바람핀 남편이 오히려 '친자 유전자 확인'인가 뭐신가를 가방에 싸들고 다니는

상황에서 '그 놈이 이혼을 안 해 준대'라고 계속 이혼이 불가능한 말도 안되는 이유만

갖다 붙이는 언니가  참을 수 없어서 막막 화가 난다.

 

나랑 함께 사는 휴지가 그랬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꾸정물 한 방울 튀긴 것 만큼도 없고,

싸울 때 마다 이혼하자고 고래고래 소리를 쳤지만

막상 이혼 서류를 그 X가 턱 하니 들고오자

(그 놈은 "그렇게 공부하는 꼴 보일라면 차라리 나가" 라고 했다 -_-^)

휴지는 너무 억울해서 이혼 못해, 라고 악바리를 썼다.

 

여자, 에게 이혼은 그녀가 원할 때라기 보다는 그 놈이 원할 때 하는 경우가 많다.

막상 현실에서는 말이다.

이혼하자는 말, 이혼하자는 사유는 정작 여자 쪽에서 넘치는 경우가 많지만.

 

알콜 중독, 아내 폭력, 도박, 돈 날리기 등 덥석말이를 해서 쳐 죽일만한

극단적인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는 한, 그리고 그 상황에서 여자가 사정없이

마음을 야물게 먹지 않는 한, 거의 그렇다고 한다.

뭐 영화 정사에서 처럼, 아예 미칠듯한 사랑에 빠지는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참을 수 없는 이혼의 무거움.

 

 

 

 



휴지는 너무 억울해서, 그 동안 14년을 살아온 세월이 다 부정되는 것이 너무 억울해서,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것이 사라지는 것이 너무 억울해서, 아이는 내가 다 키웠는데 그게 다 내 팽개쳐지는 것이 너무 억울해서, 온통 억울해서

이혼을 못하다가 6개월만에 이혼을 했다. 그 X는 그 동안 이혼을 재촉했다.

 

언니도 온통 억울할 것이다. 

어떻게 집을 마련했고 어떻게 년년생인 애 둘을 데리고 악착같이 회사를 다녔고... 다 억울할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이혼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 보수적인 직장분위기에서

(우리나라 학교, 병원 분위기가 지랄맞다는 것은 영화 연애의 목적, 에서 여주인공 홍이의 소문이 퍼지고 사람들이 그것을 씹는 과정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이혼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무서울 것이다.

 

하지만, 언니, 이혼해요, 제발. 그 사람이랑 헤어져. 

행복하길 원한다면.

나는 언니가 사랑받았으면 좋겠어, 간절하게.

..마음이 아파,

 

휴지는 연말에 한 참 '뛰다' 들어온 후 밥상 머리에 앉아 말했다.

"그 x랑 살았으면 이 존 세상 다 보지도 못하고... 내가 이혼을 잘했지, 잘했어"

 

휴지는 45살, 그녀의 곰은 올해 29살이 되었다.

휴지가 사랑받는 모습을 봄시롱,

나는 언니도 언니의 곰을 가지게 되기를 빌었다.

그러니까, 언니, 이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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