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직접 볶아 선물로 드립니다
나의 화분 2011/06/17 14:23거의 매일 1리터 가량의 커피를 마시는 나는 커피값만 해도 솔찮이 들어간다.
다행히 취향이 까다롭지 않기에 비싼 커피를 고집하지는 않고, 카페인이면 무조건 좋지만, 오래 전부터 커피 나무를 직접 재배해 수확한 생두를 볶아서 커피를 내려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사는 곳은 커피 나무를 기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기후라서 이것은 일찍 포기를 했고, 그 다음 옵션이 생두를 구해서 직접 볶은 다음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방법이었다.
요즘엔 여기저기서 각 원산지에 따라 생두를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이미 로스팅이 된 원두보다 매우 많이 저렴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홈로스팅을 한다고 한다.
나도 실은 예전부터 시간이 날 때마가 간간이 DIY 로스팅을 했었다.
특히 용산참사 현장에 마련된 복합투쟁문화공간 '레아'에 도영이 카페를 만들고 거기서 직접 날마다 로스팅을 해 내려만든 커피를 마셔보고 나서는 나도 스스로 볶아서 커피를 내려마셔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해보면 알지만, 로스팅 별 거 아니다.
특히 나처럼 매일 볶음 요리를 만드는 사람에겐 생두를 볶아 맛있는 원두로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약간의 지식을 습득하고 몇 번만 해보면 금새 감이 온다.
나는 오븐에서 볶는 법을 몇 차례 해보다가 그냥 가스 불에 후라이팬을 올려 놓고 그 위에 생두를 깐 다음 볶는 것이 내게는 제일 편한 방법이란 것을 알았다.
그냥 요리를 하듯 커피콩을 볶는 것인데, 자주 팬을 흔들어 생두들이 요리조리 고루고루 볶이도록 하는 것이 나름 중요한 점이다.
커피 생두를 직접 볶으면 10분 정도 계속 팬을 뒤집고 흔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손아귀 힘도 세지는 장점도 있으며, 무엇보다 갓 볶은 커피의 맛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다!
그리고 집안 구석구석 퍼지는 커피 볶는 냄새는 매우 향긋해서 심지어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하여튼 이렇게 내가 직접 볶은 커피 원두를 친구들에게 그냥 선물로 나눠주기로 했다.
'경계를 넘어' 활동가 친구들이 내게 생두를 공짜로 주었기 때문에, 나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것을 볶아서 또 내 친구들에게 나눠주려고 한다.
선물을 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고, 이 세상의 그 무엇이든, 교육이든, 병원이든, 주택이든, 음식이든 공짜가 되어야 한다는 내 신념을 실천하는 일이기도 하다ㅋㅋ
조약골이 볶은 커피원두를 선물로 받고 싶은 사람은, 댓글을 남기든가 문의를 하면 된다.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해 직접 선물하려 한다.
오랜만에 커피를 볶으면서 열심히 사진을 몇 컷 찍어 보았다.
감상해보시길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