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면 자동차가 줄어든다

평화가 무엇이냐 2005/05/06 22:36
자전거를 타면 자동차가 줄어든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 중에서 자전거를 타면 그만큼 자동차를 타지 않게 된다는 뜻의 '차 한 대가 줄어든다(one less car)'라는 구호가 있다. 이 말을 뜯어보면 사실 매우 적극적으로 자전거를 타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보통 사람들은 먼 거리를 갈 때는 자동차를 이용하고 근거리에서 이동할 때 자전거를 타는데, 이것이 우리가 살고있는 석유문명 산업사회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이렇게 석유에 의지해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런 일일까. 이런 의문을 제기하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석유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의 눈에는 석유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은 그저 외부의 힘에 의존해 작동하는 고철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비해 제 발로 바퀴를 굴려 움직이는 자전거는 하나의 교통수단으로서 손색이 없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자전거가 더욱 각광을 받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석유문명은 지속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자각이 널리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은 무한하다는 기본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성장과 경제발전만이 이 사회를 유지시킨다는 잘못된 신화는 박정희 시대를 거치며 어느덧 우리에게도 종교로 자리잡게 되었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마치 무슨 대재앙이라도 내려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한다고 해서 실업률이 낮아질까? 비약적인 성장을 거둔 한국경제의 어두운 이면에는 상위 20%의 상류층이 경제성장으로 생겨난 부의 80%를 싹쓸이하고 있는 불평등이 도사리고 있다. 일본의 평화주의자 오다 마고토는 <전쟁인가 평화인가>에서 전후 일본산업이 주로 전자제품 수출에 기반해서 발전을 했다면서 텔레비전, 카메라, 오디오 제품 등을 만들어내는 전자산업이 무기 등을 만들어내는 군수산업에 비해 더 평화적이라는 뜻으로 이를 '평화산업'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일본의 평화주의 전통이 이른바 평화산업을 발전시켜오면서 근근히 명맥을 유지해왔는데, 근래 들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의 우익세력은 평화헌법을 수정해 교전권을 갖고자 하고 전쟁준비 집단으로서의 자위대의 본질을 군대로 규정하려는 군국주의적 욕망을 실현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를 물리치기 위해서 그는 일본을 '양심에 따른 군대거부 국가로 만들자'는 등의 구체적인 평화운동을 일본의 민중들이 벌여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오다 마고토의 주장은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한 울림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가 말한 평화산업이라는 것이 이제는 평화를 해치는 산업이 되지 않았는가 생각해본다. 섬나라 일본과 한국은 비슷한 산업을 기반으로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뤘는데, 반도체나 가전제품을 만드는 전자산업 말고도 자동차와 화학 등의 중공업에도 많은 의존을 해온 것이다. 석유에 의존하는 중공업은 남아있는 자연자원을 더욱 소진시켜왔다. 이제 독점적인 자원 수급 구조를 만들어 제국의 패권을 몇십 년 더 연장하려는 미국의 탐욕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전쟁이라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자동차를 버려야 파병을 안 할 수 있다'는 권정생 선생의 놀랍도록 날카로운 지적은 이제 '자전거를 타야 전쟁을 피할 수 있다'로 거듭나야 한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도 자전거를 타야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승용차를 버려야 한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지금의 자동차 경제는 지구가 감당할 수 없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땅이 넓어 자동차들이 마음대로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는 자동차들의 천국 미국의 모델은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 적용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런데 한국은 해마다 엄청난 돈을 들여 산을 깎아 자동차 도로를 만들고, 이미 만들어진 도로를 늘리며 이 땅을 망치고 있다. 도로가 늘어나면 더 많은 자동차들이 생기는 것은 뻔한 이치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나서서 자동차 운전을 '불편'하게라도 만들지 않으면 석유를 잡아먹고 숨막히는 배기가스를 내뿜는 자동차의 폭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차 한 대가 줄어든다는 구호는 자신이 스스로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택한다는 선언적 의미도 있지만 또한 모두가 함께 사용해야 할 공공재인 도로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자동차를 자전거들이 나서서 견제해야 비로소 자동차들이 줄어든다는 운동적 의지도 담고 있다. 자동차 이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자전거와 교통약자들에게 친근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 나는 도시 운행 차량에 시속 30km의 속도제한을 가하자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들의 난폭성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자체의 감소도 동시에 이뤄질 수 있고, 또한 엄청난 예산을 들어서 새로이 자전거 도로 등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을 펼치면 꼭 자동차를 자전거와 '적대시'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동차도 몰면서 동시에 하루쯤 자동차를 세워두고 자전거를 타면 건강에도 좋고, 자동차 이용도 줄이는 것이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본 사람들은 안다. 적을 향해 날을 세우고 달려드는 것은 자전거가 아니라 자동차라는 사실을. 자동차 자체가 교통약자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으로 느껴지는지 자동차 운전자들은 실감하기 힘들다. 운전대를 붙잡고 욕설만 지껄이는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절박하게 외치는 것이 바로 자동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산을 깎아내리고 터널을 뚫으며 쉴새 없이 질주하는 자동차의 폭력에 대해 뭇 생명이 외치는 최소한의 저항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에게 파업권이 있다면 장애인들에게는 도로점거권이 있다고 2005년 4월 20일 '마포대첩'을 치른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대표는 메이데이 전야제에서 말했다. 나는 이를 받아 지금이라도 자전거들이 나서서 자동차를 줄이지 않는다면 이 땅은 곧 파국에 이를 것이라고, 그래서 석유교통에 대한 저항권을 행사하자고 말하고 싶다. 내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건강에 좋고 도시에서 버스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사는 이 땅이 소음과 배기가스를 비롯한 각종 오염과 파괴로부터 안전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자전거 페달을 굴린다. 한국에서 자전거를 하나의 완전한 교통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동안에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서의 성능보다는 모양을 더 중요시하는 일종의 악세사리로 바라봤던 것 같다. 그래서 20만원 이하의 생활자전거 대부분이 산악자전거를 흉내내고 있다. 산악자전거가 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앞샥', '뒷샥' 등 충격완화장치를 달고 있고, 바퀴도 두껍고 튼튼해서 그럴 듯해 보이기 때문일까? 실제로 산악자전거를 본딴 저렴한 가격의 자전거를 갖고 있는 사람 가운데 험한 임도(산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가격이 낮은 자전거로 산에 간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일반 포장도로에서 타고 다니는 자전거라면 굳이 충격완화장치 같은 것은 별로 필요가 없다. 그런 것은 괜히 자전거에 무게만 늘리고 속도만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능상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모양이 그럴 듯해 보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판매되는 저렴한 자전거들은 산악자전거를 흉내내왔던 것이다. 한국은 산이 많은 산악지형이라서 산악자전거가 유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한국인은 해발 몇 천 미터에 사는 고산부족이 아니다. 굳이 험한 지형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자전거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아무리 언덕이 많은 도시에서 자전거를 탄다고 해도 변속기만 제대로 갖춘 자전거라면 굳이 산악자전거가 아니라도 왠만한 언덕은 쉽게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자전거가 상당히 많이 보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본격적인 교통수단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신문시장을 독점한 몇몇 언론재벌이 신문구독의 대가로 값이 싼, 즉 질이 나쁜 자전거를 무차별적으로 보급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자전거를 산다고 하면 신문사에서 주는데 왜 자전거를 사냐고 반문을 받기 일쑤였다. 이래서 너도나도 자전거를 한 대씩 갖게 되었지만 그 자전거들이란 대부분 무겁고 성능이 좋지 않은 것들이라서 몇 번 타다가 바퀴에 펑크가 나거나 고장이라도 나면 그냥 길거리 자전거 보관소에 방치해두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방치된 자전거는 비라도 맞게 되면 온통 녹이 슬어버려 더 이상 타기가 힘들었다. 이래서 사람들은 자전거를 하나의 본격적인 교통수단으로 진지하게 여기기보다는 몇 번 타다가 마는 일종의 부속품쯤으로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전거만으로 충분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그리고 자동차가 유발하는 공해의 심각성을 사람들이 심각하게 느끼게 되면서 최근에는 저렴한 가격으로도 좋은 성능을 내는 자전거들이 나오고 있다. 수백만 원짜리 산악자전거를 흉내내기보다 한국의 도로여건에 맞는 자전거들이 출시되고, 이제 자동차를 대신할 출퇴근용으로, 그리고 자동차 드라이브대신 자전거 하이킹을 하기 위해 자연히 이 '공생의 도구'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20만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서 자전거를 고르라고 해도 선택의 폭이 예전보다 넓어졌다. 어떤 자전거를 고르는 것이 나에게 맞을까? 먼저 가장 일반적인 선택으로 산악자전거형이 있다. 바퀴가 두꺼워서 펑크의 위험이 적고, 울퉁불퉁한 곳도 잘 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무게가 약간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사이클이라고 불리는 도로용 자전거도 있다. 이것은 앞샥 같은 것은 과감히 없애고, 매우 얇은 바퀴를 채택했으며, 차체도 가벼워서 도로에서 속도를 내며 달리기에 알맞다. 하지만 펑크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과 상체를 숙이고 타야 한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산악자전거의 장점을 덧붙인 것이 소위 '하이브리드'형 자전거다. 이것은 가볍고, 속도를 내기에 알맞기 때문에 본격적인 출퇴근용으로 부담 없이 탈 수 있다. 이밖에 '미니벨로'라고 불리는 자전거도 최근 들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것은 보통 바퀴가 20인치 이하로서, 26인치 가량의 일반 자전거보다 크기가 적고 가벼운데, 이로 인해 이동성이 증대되는 장점이 있다. 손에 들고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타기에 적합하며, 고속버스 같은 데 싣고 자전거 여행을 다녀도 좋다. 바퀴가 작으므로 빠른 속도를 내기에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남과 경주를 할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자전거를 타려는 사람은 다양한 모델의 미니벨로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접이식 자전거도 요즘 많이 출시된다. 특히 접이식 미니벨로는 들고 다니기에 더욱 편리한데, 일반적으로 접이식 자전거의 단점은 안정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이렇듯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가 있어서 막상 자신에게 맞는 자전거를 고르라면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이럴 때는 먼저 자신이 어떤 용도로 자전거를 타고자 하는지 확실하게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자전거 한 대로 험한 산길도 오르고 싶고, 지하철도 들고 다니면서 타려고 한다면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주로 어떤 용도로 자전거를 타게 될지 질문해 본다면 스스로 답이 나올 것이다. 비탈진 자갈투성이 산길을 쌔앵 달려내려오는 모습에 매료되어 가끔 주변의 산길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자전거에 들어갈 돈의 액수는 많이 늘어나게 된다. 그렇지 않고 도로에서 주로 타고 다니며 속도를 내고 싶다면 그에 맞는 자전거들이 있다. 빠른 속도가 아니어도 도시에서 타면서 대중교통수단과 연계해 이동성을 높여줄 자전거들도 있다. 이들 가운데 어떤 자전거가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는 직접 타보고 결정해보자.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은 가격이 싸다고 해서 인터넷에서 사는 것이 꼭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직접 들어서 무게를 느껴보고, 또한 시승을 해볼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자전거를 선택하든 안전모와 야간 깜빡이는 꼭 갖춰야 한다는 점은 잊지 말고 이제 환경친화적인 나만의 교통수단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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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6 22:36 2005/05/0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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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진 2005/05/08 19:48 Modify/Delete Reply

    와~~ 약골이 오랫만에 블로그에 글을 올렸네^^ 넘 반가워요.. 글을 기다렸다우.. 요즘 난 '여성들을 위한 자전거 가이드'를 만들어 볼려구 그러는데 약골의 글이 많이 공감되고 도움이 될수 있을것 같다. 자전거 세상 앞당겨서 행복한 세상 살아보세^^

  2. 돕헤드 2005/05/10 03:57 Modify/Delete Reply

    안녕, 수진.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

  3. 매닉 2005/05/10 09:17 Modify/Delete Reply

    돕 삘받았구나. 이 글 흙색평론에 실지 그러냐.
    분명한 주장 + 구체적인 논거들 + 실용적인 가이드
    까지 좋구나.

  4. 돕헤드 2005/05/10 16:49 Modify/Delete Reply

    이글은 원래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5월호에 실릴 예정인데, 괜찮다면 나도 흙색평론에 실어볼까 생각하고 있는 참이야.

  5. 금자 2005/05/11 16:15 Modify/Delete Reply

    공감,
    저도 자전거타고 다닌다가는 언젠가 차에 깔려 죽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즐거운 불편'이란 책에 같은 내용이 실려있더구먼요.
    30킬로 제한속도에 절대 공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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